[간도 오딧세이]

[간도 오딧세이] 74. 북한에서도 간도문제에 관심?

Gijuzzang Dream 2009. 9. 20. 16:22

 

 

 

 

 

 

 

[간도오딧세이] 북한에서도 간도문제에 관심?  

 

 

 

 

 

 

 

간도 문제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는 북한에서도

백두산은 가끔 등장했다. 
스스로 민족의 성산이라고 떠받드는 백두산에 대한

자존심 문제 때문으로 해석된다.

1962년 북한과 중국 간에 조중변계조약으로 영토를 확정하는 시기에 북한이 김일성 주석의 백두산 장군봉에 오른 사진을 공개함으로써 남한에서는 미묘한 해석을 낳았다.

조중변계조약이 맺어진 것이 2000년에 겨우 알려진 만큼

당시로서는 북한과 중국 간에 백두산 천지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을 것이라는 짐작만 쏟아져 나왔다.

2004년 북한에서는 <백두산 고전작품선집>이라는 책이 발간됐다.

고려시대 정몽주 · 이색에서 시작해 남구만 · 박제가 등 조선 후기 인물에 이르기까지의 시와 산문을

국역해 놓았다. 북한의 사회과학원 주체문학연구소 고대중세문학연구실에서

백두산을 다룬 시와 산문을 알기 쉽게 한글로 풀어 놓은 것이다.

이 책에서 눈에 띄는 작품은 단연 산문이다.

간도 문제와 얽혀 백두산 정계비를 다룰 때면 언급되는 홍세태의 <백두산기>, 박종의 <백두산 기행>,

서명응의 <백두산 유람기>, 홍양호의 <백두산고>가 실렸다.

백두산 정계비에 대한 이야기며 정계비가 세워진 과정이 낱낱이 실려 있다.

간도에 대한 영토 문제가 ‘백두산’에다 ‘고전 작품’이라는 외피로 은근슬쩍 드러나게 된 셈이다.

이들 산문의 내용은 이미 남한에서 많이 알려졌다.

1998년에는 <조선시대 선비들의 백두산 답사기>(도서출판 혜안)라는 이름으로 출간됐다.

이 책에는 백두산 정계비를 건립할 당시의 인물들이 직접 또는 구술 형태로 쓴 김지남의 <북정록>,

홍세태의 <백두산기>, 박권의 <북정일기>와 이후의 선비들이 백두산에 올라가 쓴 이의철의 <백두산기>,

박종의 <백두산 유록>, 서명응의 <유백두산기>, 이중하의 <백두산 일기>가 실려 있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백두산 답사기


김우식의 <백두산 정계비 탐방록 및 감계수행 일기>는

<백두산 답사기>에 실린 이중하의 <백두산 일기>와 비교할 만하다.

김우식은 1885년 을유감계회담에 감계사 이중하와 함께 백두산에 올랐다.

이중하가 기록을 남기고 밑에서 일한 김우식이 또 다른 기록을 남긴 셈이다.

김우식의 기록은 1885년 국경회담이 있기 이전에 백두산 정계비를 답사한 대목이 있어 흥미롭다.

 

김우식은 함경도 종성에 살고 있었다.

1883년 서북경략사 어윤중이 회령에 도착했다는 말을 들은 후 인근 지역 백성 100여 명과 함께

간도 지방의 농사문제를 아뢰었다. 백두산 정계비에 나타난 대로라면 간도는 우리 땅이라는 주장이었다.

어윤중은 공문을 만들어 김우식을 백두산 정계비에까지 가도록 했다.

5월15일 김우식은 백두산 정계비에 이르렀다. 비문을 베껴 쓴 후 경원에 되돌아왔다.

어윤중은 다시 가서 비문을 본뜨되 주변 지역까지 살피라고 명령했다.

김우식은 6월 종성사람 오원정과 다시 백두산 정계비로 찾아갔다.

18일 날이 개자 비석이 있는 곳에 올라가 28장이나 새겼다.

이종려가 보고문을 작성해 경략사에게 보냈다.

짐을 지고 간 군사와 일행 5명이 비석 둔덕 아래로 내려가 200여 리 떨어진 언덕 입구에 이르렀다.

토문강은 물이 깊고 길림의 변경으로 들어갔으므로 이를 단념하고

북증산에서부터 하반령에 이르러 예부터 분계강이라고 부르는 강을 살펴보니

시원이 하반령에서 나와 두만강과 합쳐지며 온성의 무연한 땅에 도달하는데 일명 발가토강이라고도 한다.

백두산 인근에 사는 일개 백성으로서 김우식이 한 행동은 놀라울 정도이다.

간도 지역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백성들을 위해 백두산 정계비의 비문을 탁본해 오는가 하면

이를 관리에게 보고하고, 이 사실을 기록으로 남겼다.

이 기록이 준 놀라움은 이 산문을 북한에서 국역해 발간했다는 것이다.

북한이 중국과의 민감한 영토 문제임을 뻔히 알고도 이런 기록을 국역 출간했는지 궁금하기만 한다.
-  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com

- 2009 10/20   위클리경향 84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