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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천지 부근의 지도. 토문강으로 표기된 강은
중국에서 오도백하, 북한에서 백두천(사도백하)으로 각각 나타난다. |
백두산 정계비에 기록된 토문강은 중국 지도에서는 오도백하로 나타난다.
이도백하가 천지에서 바로 북쪽으로 흘러 송화강으로 흘러들어가고
삼도백하, 사도백하, 오도백하 순으로 송화강으로 흘러들어간다.
북한에서는 토문강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1992년 북한은 백두산 총서를 편찬했다.
이 총서의 ‘기상수문’편에는 압록강과 두만강에 이어 ‘중국 송화강의 상류 하천’이라는 대목이 나타난다.
여기에는 삼도백하와 백두천(사도백하), 그리고 오도백하에 해당하는 얼도강이 조사돼 있다.
삼도백하는 향도역 부근에서 시작해 북쪽으로 흐르는데
여러 곳에 깊고 좁은 상자형 곡지들이 형성돼 있으며, 곡지 사면은 절벽으로 돼 있다고
자료집은 보고했다. 길이는 9.2km다.
사도백하일까, 오도백하일까
사도백하는 대연지봉의 북사면에서 시작해 백두다리를 지나 북쪽으로 흐른다고 나타나 있다.
12.7km의 길이로, 이곳에 물이 흐르는 시기는 6월부터 9월까지다.
사도백하의 절벽에 대해서는
“대각봉계선의 해발 높이 2100~2120m에는 웃면이 열린 조면암의 자연갱도가 72m 길이로 발달돼
있다”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이 절벽이 마치 흙으로 만든 문처럼 보인다는 토문(土門)을 말한다.
토문강은 여기에서 유래됐다.
오도백하에 해당하는 얼도강은 대각봉의 남사면 기슭에서 시작해 쌍두봉을 거쳐 북쪽으로 흘러간다.
실제로 중국의 지도를 보면 토문강은 오도백하라고 할 수 있다.
정계비 인근에서 백두다리를 거쳐 북쪽으로 흐를 만한 강은 오도백하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사도백하인 백두천이 바로 문제의 토문강이라고 볼 수 있다.
대연지봉의 북사면에서 시작해 백두다리를 지난다는 점,
절벽이 마치 자연갱도처럼 발달해 있다는 점을 볼 때 그렇다.
가령 얼도강을 토문강으로 추정하고자 한다면
대각봉의 남사면 기슭에서 시작한다는 점이 토문강의 특징과 맞지 않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토문강은 중국에서는 오도백하, 북한에서는 사도백하로 각각 불리는 강이다.
이렇게 강 이름을 헷갈리게 만들어 놓은 것은 하나의 음모라고 말하는 학자도 있다.
수많은 물줄기로 인해 명칭이 다를 수 있지만 큰 물줄기를 일부러 헷갈리게 만들어 놓음으로써
토문강의 존재를 없애려 했다는 것이다.
음모는 음모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헷갈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았다.
북한은 중국과의 영토 문제 때문에 토문강에 대해 일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중국은 중국대로 토문강의 존재를 부정해 왔다.
남한은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북한쪽에서의 접근도, 중국쪽에서의 접근도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이 물줄기들은 대부분 건천으로,
평소에는 물이 말라 있다가 여름철 한때 눈이 녹아내린 물로 물줄기의 형상을 갖췄다.
이런 점이 1712년 중국의 관리들을 헷갈리게 했다.
위성사진 기술이 발달해 1m에 이르는 물체조차 식별하는 세상에
토문강이 사도백하인지 오도백하인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 2009 10/13 위클리경향 84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