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주짱의 하늘꿈 역사방

느끼며(시,서,화)

스코틀랜드국립미술관 - 레이번<스케이트를 타는 목사>

Gijuzzang Dream 2009. 9. 16. 15:36

 

 

 

 

 

 

 스코틀랜드 국립미술관의 작품들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Edinburgh)의 프린스 가에 있는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of Scotland)은

미술과 건축에 관심이 많았던 빅토리아 여왕의 부군 알버트 왕자가 초석을 놓았으며,

건축은 고전주의 건축의 거장 윌리엄 헨리 플레이페어(William Henry Playfair, 1790~1857)가 설계했다.

 

1859년 미술관 개관 당시에는 스코틀랜드 왕립아카데미가 소장한 것만 전시했지만,

1903년 소장품을 늘리면서 에든버러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관이 자리 잡았다.

스코틀랜드 국립미술관은 스코틀랜드 출신의 화가들의 뛰어난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당시 스코틀랜드 출신의 화가들은 런던에서 유학해야만 화가로서 명성을 얻었지만,

18세기 중반 스코틀랜드가 영국에 맞서 무력 항쟁을 벌이면서

화가들은 유학을 포기하고 그림에 스코틀랜드의 정치적 자유를 담기 시작했다.

비록 무력 항쟁은 실패로 끝났지만 그들의 작품은 스코틀랜드인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었다.

 

 

 


 

 

 스케이트를 타는 로버트 워커 목사

 

스케이트 타는 목사의 기품있는 회전 에든버러의 자랑


 

 

스코틀랜드 국립미술관에서 스코틀랜드 화가를 대표하는 작품이

헨리 레이번(Sir Henry Raeburn, 1756~1823)의

<더딩스턴 호수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로버트 워커>이다.

(The Reverend Robert Walker Skating on Duddingston Loch)

'스케이트를 타는 목사'라고도 불리는 이 작품은 스코틀랜드 관광청이 홍보용으로 사용해

에든버러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헨리 레이번,

<더딩스턴 호수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로버트 워커>

 The Reverend Robert Walker Skating on Duddlingston Loch

1795년경, 캔버스에 유채, 76X63


 

얼어붙은 호수에서 챙이 높은 중절모를 쓴 남자가 팔짱을 낀 채 유연하게 스케이트를 타고 있다.

그는 몸에 딱 붙은 바지를 오른쪽 다리를 힘차게 뒤로 젖히고 있다.

무릎까지 오는 외투는 젖혀진 다리 때문에 벌어져 있지만 품위를 잃지 않았다.

이 작품의 모델인 로버트 워커(Robert Walker, 1755~1808)는

에든버러에 있는 캐논게이트 교회(Canongate Church) 소속 목사로 활동하다가

후에 궁수 부대의 군목이 되었다. 여러 권의 책을 집필한 작가로도 명성이 높았던 워커는

1780년대부터 에든버러 스케이팅 클럽의 회원으로 활동했을 정도로 스포츠 마니아였다.

워터가 이 작품에서 보여준 팔짱을 끼고 있는 자세는

당시 스케이팅 교본에 ‘품위 있는 회전을 하는 데 적합한 자세’로 언급된 것이다.

이 작품에서 목에 맨 흰색의 스카프는 워커의 옆얼굴만 완전하게 강조하고 있지만

몸은 겨울 하늘의 어슴푸레한 빛을 받아 윤곽만 보인다.

창적인 조명 효과를 좋아했던 레이번은 이 작품에서도 흐릿한 풍경 위에 목사를 실루엣으로 묘사하고

스케이트의 신발의 리본과 얼음 위의 스케이트 날자국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풍경과 강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레이번은 당대 손꼽히는 초상화가로 스코틀랜드 최초 외국에까지 명성이 알려진 화가다.

에든버러 교외에서 태어난 그는 다른 스코틀랜드 출신의 화가들과 달리

런던에서 공부하지 않고 고국에 남아 독자적으로 공부했다.

영국의 화단에 영향을 받지 않고 그는 스코틀랜드 계몽주의가 절정을 달했던 시기에

에든버러를 기반으로 독자적으로 활동하면서 스코틀랜드의 문화와 사람들의 일상을 기록했다.

대담하고 특색 있는 화풍으로 발전시킨 레이번은 자국민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기 충분했다.

스코틀랜드 국립미술관은

스코틀랜드 출신의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해 자국 화가들 지위를 격상시켜주기도 하지만,

대도시답게 에든버러 시민들에게 유럽의 거장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규모는 유럽의 미술관보다 작지만 르네상스 시대부터 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영국 및 유럽의 거장들의 작품을 충실하게 소장하고 있어 에든버러 시민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세비야의 보데곤 방식을 따른 벨라스케스의 작품


 

스코틀랜드 미술관은 1층에 15세기부터 18세기까지의 회화와 조각 작품들이 전시하고 있는데

17세기 당시 스페인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는 작품이

디아고 벨라스케스(Diego Velázquez, 1599~1660)의 <달걀부침을 만드는 노파(Old Woman Frying Eggs)>이다.


 

 

디에고 벨라스케스

<달걀부침을 만드는 노파>

(old woman frying eggs)

1618년, 캔버스에 유채, 100X119 


컴컴한 부엌 안에서 머리에 흰색의 베일을 쓰고 있는 노파가

숯불에 얹어진 질그릇 앞에 앉아 달걀을 부치고 있고,

옆구리에 멜론을 끼고 한 손으로는 포도주병을 들고 있는 소년이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노파 앞 탁자에는 도자기로 된 기름병과 놋쇠로 된 그릇, 나이프가 놓여 있는 사기 접시와 야채가 있으며

기둥에는 주방기구들과 바구니가 걸려 있다.

당시 서민들이 고가의 달걀부침을 먹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이 작품에서 달걀을 부치고 있는 것은 여관 주방을 나타내고 있으며,

노파는 손님들의 식사를 담당했던 주방에서 일하는 여자를 또한 소년은 심부름꾼을 의미하고 있으며,

소년이 들고 있는 멜론은 십자가 형태의 끈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끈 위에 왕권을 상징하는 부주를 달았다.

베일 아래의 야윈 노파의 얼굴을 엄숙하게 표현한 것은

당시 게으른 하녀의 이미지보다는 품위 있게 살아온 인생을 나타낸다.

노파에 손에 들고 있는 달걀은 당시 모든 현세적인 것은 무상하며

죽음 너머에는 또 다른 삶이 있다는 암시하는 상징물이며

또한 노파와 소년을 대비시킨 것은 삶의 덧없음을 나타낸다.

벨라스케스의 이 작품은 19살 때 제작한 초기작품으로,

당시 배경을 충실하게 묘사한 네덜란드 부엌 그림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놋쇠그릇의 광택, 냄비 속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기름, 나무젓가락, 바구니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이 작품은 당시 세비야(Sevilla)에서 유행하고 있던 보데곤(bodegón) 방식을 따르고 있다.

'보데곤'은 술집이나, 식당, 음식을 배경으로 서민들의 생활방식을 보여주고 있는 그림을 말한다.

보데곤 그림들은 서민들의 일상을 통해 도덕적이거나 종교적인 알레고리가 숨겨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벨라스케스는 1617년부터 1622년 사이에 9점의 보데곤을 그렸으며,

보데곤은 벨라스케스에게 화가로서 천부적인 재능을 세상에 알려준 작품이다.

- 박희숙, 서양화가, 미술칼럼니스트

- 2009년 09월 15일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