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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학과 함께하는 인문학강좌' - 박은정 서울대교수(법철학)

Gijuzzang Dream 2009. 9. 7. 10:10

 

 

 

 

 

 

 

한국학술진흥재단 제2기 ‘석학과 함께하는 인문학 강좌’

 

 박은정 서울대교수(법철학)

 

- 왜 법의 지배인가 -

 

 

 

 

 

 

 

 

 (1) 법… 현미경 아닌 망원경으로 봐야

 우표원칙, 고정된 해석은 거부해야 할 시각

 

 

 

 

지금은 대전환의 시대요, 급변하는 시대다.

시장, 국가, 성장, 고용, 복지, 생산과 소비, 소득과 분배, 문화, 교육, 과학, 환경,

그리고 법 세계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패러다임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법 세계에 있어 국가에 의한 법의 독점은 세계화 물결 속에서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규제의 초국가화, 탈국가화 현상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법과 법을 운영하는 사람의 역할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22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에서 박은정 서울대 교수(법철학)는

이 같은 혼란 속에서 법에 대한 오해가 난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법을 '망원경'이 아닌, '현미경'으로만 들여다보려는 시도는

법이 인간 생활과 무관한 것으로 치부해,

우리 사회를 '제도허무주의', '개혁허무주의'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는 것.


고정적인 법 해석은 금물

박 교수는 우리들이 가장 먼저 거부해야 할 법에 대한 시각으로 '우표 원칙'을 예로 들었다.

법은 주권자의 명령이다. 법은 규칙이다. 법은 힘이다. 법은 법원이 하고자 하는 결정의 예측이다.

법은 민족정신의 산물이다... 등등의 우표딱지들이 있는데, 그러나 이 단순화된 개념과 이론들은

법이 담아내야 하는 현실을 정확하게 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왜곡하기 쉽다고 말했다.

니콜라스 푸생(Nicolas Poussin)의 솔로몬의 재판 


"법은 힘이다"라는 우표딱지를 예로 들면

경찰력과 같은 공권력의 발동을 생각하게 되는데,

공권력을 발동케 하는 그 무엇이 바로 법인 것이지, 경찰력이 법은 아니라고 말했다.

흡사 과학이 비커와 같은 실험기구를 사용한다고 해서 "과학이 실험장치다"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법의 정신'을 쓴 몽테스키외가 이 같은 우표원칙을 강력히 거부한 점에 주목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릇된 인식 가운데 법을 지나치게 고정적인 것으로 해석하려는 시도도 있다.

물론 법을 고정적인 이미지로 그리려는 것은 법의 자율성과 중립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다.

그러나 도가 지나쳐서 법에 관한 한 모든 것이 이미 자명하게 주어져 있는 것처럼,

그래서, "법이 말한다(law talk)", 법이 스스로 만들어지고, 스스로 해석 내지는 적용되고,

스스로 집행된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법 중의 법, 헌법조차도 법이 스스로 걸어 나와서 소리를 내지 않으며,

소리를 내는 것은 사람인 헌법재판관이라고 말했다.

헌법은 재판관의 이성, 때로는 정치적 선호를 포함한 재판관의 해석에 따라 우리에게 전해지는데,

이 같은 상황에서 "법이 말한다"라는 법물신주의(法物神主義)는 배격돼야 한다고 말했다.

법을 고찰하면서 실질적인 가치에 대해 논하면

무엇인가 비과학적이고 헛된 열망을 품은 것이라고 낙인 찍는,

그래서 법의 형식절차만을 보고자 하는 욕구도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목적이나 가치에 대한 고려는 임의적이고 주관적인 것으로,

정치적 견해나 이데올로기일 뿐이므로 학문적 요구에 부응할 수 없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법체계는 아무런 목적을 지니지 않는다는 말이고,

이 같은 주장에 허망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법은 '올바름과 형평의 기술'

박 교수는 재량이나 주관성의 요소를 법 판단으로부터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재량이나 주관성이 자의적인 것으로 흐르지 않도록 내용이나 방법상에 있어 점검하는 과정이

법사고 안에 들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정 서울대 교수(법철학) 

법에 입각한 질서 유지에만 집중한 나머지 이 질서를 형성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목적과 방향에 대한 물음을 법 성찰에서 제외한다면 법 공부는 그야말로 돈벌이 기술이 되고 말아 구태여 대학에서 법을 학문으로 다룰 필요도 없을 것이라며, 법을 기술(학문)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고대 로마의 법학자들이 말한 대로 '올바름과 형평의 기술(ars boni et aequi)'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법 담론은 민주주의 원리 내지는 민주주의 인간상과 연관되는 거점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모두에게 관계되는 것은 원칙적으로 모두의 합의를 전제해야 하며, 법에 관한 철학적 고찰은 민주주의 원리와 결합됨으로써 완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이 건전한 상식에 기초해야 한다는 말이 오늘날 점점 잊혀져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사람들은 법을 전문가에게 맡겨야 하는 문제로 생각하고,

기능사회, 과학기술사회, 위험사회 등의 현대 사회 분위기 역시

점점 보통 사람들의 문제 해결 능력을 회의하는 쪽으로 가도록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늘날 법 전문가는 중세의 성직자와 거의 비슷한 지위에 올라 있으며,

전문직 중에서도 가장 으뜸 가는 전문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법과대학의 교육이나, 사업연수도 점점 전문적이 돼 가고 있으며,

법 판단을 돕기 위해 법정을 드나드는 과학기술자, 정신과 의사, 건축가, 회계사, 사회과학자 등의

전문가들의 수도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은 이미 주어진 것이 아니라 과제

지금 이 시대는 '지식기반사회'란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새로운 지식에 대한 요구가 큰 사회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요구는 어느 의미에서 전문지식의 요구라기보다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에 대한 요구라고 말했다. '새로운 법 상식'의 시대를 열어나가야 한다는 것.

8월22일 열린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 

박 교수는 최근 사례로 호주의 사법개혁 사례를 들었다. 대표적인 정부주도 모델로 관료와 전문가 중심으로 법 개혁을 추진하다 실패한 대표적 사례라는 것.

그러나 민간 주도로 위원회를 만들어 사회적 맥락에서 출발함으로써 성폭력관련법, 가족법, 불법행위법 등의 주요 분야에서 법 개혁에 성공을 거둔 캐나다 사례는 일반 시민들의 법 존중 태도를 중시한 대표적 성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지난 1995년 이래 사법개혁이 수차례 추진됐지만, 비교적 성공률이 높았던 때는 NGO 등 민간 참여가 높았을 때라며,

법 개혁에 있어 지나친 세부화, 전문화보다는

법 이념을 신뢰하는 일반 시민들의 참여를 중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법은 우리에게 이미 주어진 것이 아니라 '과제로서 주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법률에 대해 잘 아는 두 전문가가 법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을 때

우리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것이 더 나은지 계속 탐구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의미에서 "법은 현현화된 이상이 아니라 언제나 달성해야 할 이념"이라고 정의했다.

이때 이념이란 역사, 경험, 현실과 떨어져 있을 수 없다며, 우리 모두 이 과제를 훌륭히 수행하기 위해

시야를 넓히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 로마는 비법치주의 국가였다 

 

 

그 어느 때보다도 '법치주의(法治主義, legalism)'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세계 정치인들이 법치주의에 대한 의지를 대외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이구동성으로 법의 지배를 강조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법의 지배에 대한 견해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법의 지배를 강조하고 있는 정치 지도자들은

막상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그 내용을 달리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질서유지를 위해, 어떤 사람은 경제발전을 위해,

어떤 사람은 권리보호로서의 법치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그 결과 자유주의자가 법을 강조하면서 자유주의를 탄압하고,

이슬람주의자와 반민주의자가 법의 지배를 강조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법치주의의 의미, 기능, 구성 원리 등을 둘러싸고 학자들 간에도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법의 지배에 오로지 형식적 적법성만을 강조하는 이론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가치적인 원리로 파악하려는 이론도 있다.

결과적으로 법은 결국 의미 없는 개념이 아니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권위주의 국가는 법을 통치수단으로

29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석학과 함께하는 인문강좌'에서 박은정 서울대 교수(법철학)는

"법 지배에 대한 이념은 정치권력에 제한을 가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발전할 때마다 등장한 이념이었다"고

말했다.

정의의 여신 디케 

따라서 '법의 지배', 혹은 '법치주의'의 의미를 법에 의한 일방적 통치의 의미로 이해하면 안 된다는 것. 법을 통치의 수단으로 삼는 국가는 권위주의 국가지 법치국가는 아니라며, 법치주의를 "통치자의 자의적 지배와 권력의 일탈(逸脫) 배제에 대한 희망"이라고 정의했다.

(박은정 교수는 여기서 '법의 지배(Rule of law), 법치주의(Legalism), 법치국가(Rechtsstaat) 등의 용어를 구분하는 일에 관심을 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조선시대를 '법의 지배' 국가였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선 건국 초부터 법제 정비에 애썼고, 특히 영·정조 시대는 '법전편찬의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지만 조선시대 거의 모든 왕들은 무제한의 예외가 허용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로마시대 역시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in dubio pro reo)'라는 법 원칙을 발전시켰으나,

법에 대한 황제의 절대적 우위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역시 법치주의 국가로 볼 수 없다고 보았다.

근대 이전에 이루어진 법에 대한 논의에서

'좋은 통치의 이상'은 법과 권력이라는 두 축의 긴장관계로만 다루어졌다.

개인이 변수로 등장하지 않았다.

즉 군주가 가진 힘을 어떻게 법이 제한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플라톤이 권력과 법 사이의 긴장 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내놓은 답도 '철인정치(哲人政治),

즉 인지론이었다. 민주주의를 꽃피웠다는 고대 그리스에서도 자유는 개인의 자유라기보다

폴리스라는 공동체의 도덕과 전통을 반영한 아테네 시민들의 집단적 자기 지배를 의미했다.


개인 자유가 등장한 것은 근대 이후

근대에 이르러서야 개인의 자유를 중심에 둔 '좋은 통치'의 이상이 등장한다.

권력과 법의 긴장관계가 '권력'과 '법', 그리고 '개인'이라는 세 축의 긴장관계로 변화한 것이다.

개인의 권리보호가 포함된 '법의 지배' 이념은 근대 자유주의와 함께 탄생한 이념이라고 박 교수는 말했다.

어떻게 법 안에 있으면서도 개인이 여전히 자유로울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근대 자유주의자들은 네 가지 답변을 내놓았다.

"법이 민주적으로 산출되는 한 개인은 자유롭다"(정치적 자유).
"공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미리 정해진 법에 따라 행위를 할 것을 요구받는다면 개인은 자유롭다"

(법적 자유).
"정부가 개인의 자율 영역을 침범하는 것을 막는다면 개인은 자유롭다"(개인적 자유).
"정치권력이 분리돼 행사되면, 그리고 특히 사법이 독립되면, 자유는 더 커진다"(제도적 보장을 통한 자유).

 

법의 지배에 대한 제도적이고 역사적인 전개는 각 국가마다 다르게 나타났다.

영국과 같이 전통의 규범력에 의존하는 모델, 프랑스처럼 혁명적 에토스를 통한 모델,

독일처럼 제도공학적으로 접근하는 모델, 미국과 같은 복합 모델 등.
대한민국 모델은 국민주권, 헌법의 규범적 우위, 사법심사에 의한 권리보호와 실질적 적법절차 원칙 등을

고려한 독일과 미국을 합한 모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고 박 교수는 말했다.

오랜 역사를 통해 권력, 법, 개인을 축으로 하는 '법의 지배' 이념이 형성됐지만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합법성의 출처와 형식의 적절성을 따지는 '형식적 법치관'이 있는가 하면,

형식적 법치관이 정의나 도덕원리 등과 합치하는지 여부까지 따지는 '실질적 법치관'이 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법의 지배'를 단순히 형식적 합법성(법률주의)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적 질서를 실현시키는 합법성과 일관성, 인간의 인격성이라는 최고 가치에 기초한,

그리고 그것을 표방하는 제도에 의해서 보장된 정의까지 한 패키지로 파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인의 권리와 민주주의가 화해할 수 없다는 입장도 있다.

자유가 자율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시민의 자기 지배(민주주의)로서의 '정치적 자유'가 강조되지만,

특히 재산권이나 소수자 권리 보호 등 '개인적 자유'를 의미할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플라톤이 의식했던 '자기 지배로서의 법치'와 '민주주의를 제약하는 요소로서의 법치' 사이에

긴장이 남아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박 교수는 자유로운 개인들만이 민주주의적 자기 결정이 가능하다면 재산권, 언론자유 등

개인의 자유는 민주주의가 전제하는 자기 결정의 실현을 위한 필수조건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민주주의는 더 위대한 민주주의 가치(민주적 통합)를 위해 개인 권리에 의한 제한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는 것.

신뢰 문제 토론으로 해결해야

그러나 20세기 후반부터 권리의 반민주성을 거론하는 '권리담론'이 괄목할 만하게 증가했다.

이 권리담론들은 점차 우세한 담론으로 부상하고, 세계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한 나라에서의 권리투쟁의 법적 승리가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국제정치 무대에서 인권전쟁을 유발하고 있으며,

인권의 미명 하에 자국의 이익을 챙기려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는 특정 이익단체나 세력들이 인권문제를 과도하게 정치 문제로 부각시키면서,

자기편에 유리한 권리담론을 펴나가고 있다.

큰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사안들 중에 '법의 지배'와 '사회정의 문제'가 있다.

경제발전을 통한 이익의 결과가 불평등한 분배 문제를 가져오면,

형식적 합법성으로서의 자유주의 법치관은 자산가를 위한 법치라는 공격을 받게 된다.

19세기 말 이 같은 불균형의 시정을 위한 사회요구가 잇따르자

이를 법치의 훼손으로 받아들이는 주장이 출현했다.

영국의 법학자 다이시(Dicey, Albert Venn)는 아래로부터의 압력에 의한 다양한 복지적 장치 도입을

법의 지배의 후퇴라고 경고하면서,

사회정치적 목적으로 '무법적 방법들(lawless methods)'을 도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8월29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 


그러나 오늘날 '자유사회의 가난뱅이'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박 교수는 말했다.

21세기 들어오면서 오히려 잘 사는 나라에서 빈곤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으며,

의·식·주와 교육 등과 관련된 빈민층의 기본권 문제가 사회권 맥락에서 다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박 교수는 오늘날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사회적 자원 중에서

가장 큰 자원은 '신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투표장을 찾는 사람들은 계속 줄어들고, 시위 참가자는 늘어나고 있는 등

재집단화, 재정치화 해나가는 대중들까지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의 민주주의가 제도적 측면에서나 리더십 측면에서 드러내는 많은 모순점들은

21세기 세계가 풀어나가야 할 가장 큰 숙제 중의 하나라며,

개인적으로 이 문제를 '토론'을 통해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대의정치에 대한 광범위한 불신, 국가가 나를 보호하지 않고,

나를 책임져 줄 수 없다는 위험사회 징후 등이 신뢰에 금을 내고 있으며,

이로 인해 '대안 민주주의(Counter democracy)'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 토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법의 지배에 대한 토론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3) '정치의 사법화 현상'은 당연한 결과

 

 

사실 법학계는 오랫동안 정치와 사법을 분리된 것으로 관찰해왔다.

공법학자들은 주로 법 텍스트에만 의존했으며,

정치학자들은 법원과 법관을 정치 분석의 주요 대상으로 다루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바뀌고 있다.

미국은 물론 유럽 여러 나라들까지 해석의 형태로 법 형성에 참여하고 있는 법관이

정치 시스템의 일부를 이룬다는 인식을 받아들이고 있다.

5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에서 박은정 서울대 교수(법철학)는

"최근 많은 나라에서 법관의 역할을 둘러싼 정치적인 논쟁이 제기되고,

정치권의 좌·우 양 진영으로부터 사법개혁안이 나오고 있는 현상은,

사법권에 의한 국정조정 작용이 인정되면서 사법이 '원하든 원치 않든지 간에

권력구조 전면에 등장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헌법에 관한 분쟁이나 의의(疑義)를

사법적 절차에 따라 해결하는 헌법재판소. 


박 교수는 "물론 사법은 주어진 법령 안에서, 그리고 절차적 제한 안에서 작동하는 만큼

사법작용의 고유한 기능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사법의 정치성은 입법 및 행정 권력이 갖고 있는 정치성과 마땅히 구별돼야 한다는 것.

그러나 위헌법률 심판권을 행사하는 헌법재판처럼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사할 경우

이는 정치적으로 독립적이면서 동시에 정치적일 수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이 점에서 최고 사법권력은 정치적 성격을 지니며

사법은 정치 시스템의 일부를 구성한다는 것이 자신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법관의 미래를 향한 시선 역시 매우 정치적

박 교수는 사법이 지닐 수 있는 정치성과 정치력에 대해 설명하면서

'법관들이 행사하는 재량'을 예로 들었다. 법관들은 자의가 아닌 재량이 행사되는 '열린 공간'을 가지며,

이 공간은 사회구조적인 변화로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의 법 자료들에만 의존해서는 답이 잘 나오지 않는 공간, 기계적으로 처리되지 않는 이 공간이

곧 '사법재량의 공간'인데, 그 공간에서 사법재량을 행사하는 법관은

어느 면에서 입법자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책 촉진적 법률을 적용하면서도 목적적 논증을 하는 법관은 행정가와 비슷한 모습을 띠고 있다는 것.

법관들의 미래를 향한 시선 역시 매우 정치적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인 사법이 과거에 일어난 일에 대한 판단에 치중했다면,

오늘날 법관들은 법 목적 달성을 위해 목적적 논증을 하면서 미래의 눈으로 법을 봐야 하는데,

이런 상황 속에서 법관들은 의도하지 않은 가운데 정치 과정의 일상적 참여자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인권을 강조하는 법문화는 법관에게 다수로부터 소수의 권리를 보호하라는 사명을 부여하는데,

소수를 보호하려는 정신은 성격상 다수지향인 의회나 행정부 등 정치권력과 긴장관계에 들어설 수밖에

없으며, 이 때 정치권력과 긴장관계에 들어선다는 것 차체를 정치성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사법개입의 확대는 사회생활 전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박 교수는 말했다.

법으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이 거의 없을 만큼 사법 개입의 폭이 넓어지고 있는데,

소비자 보호나 환경, 노동 문제 등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되는 문제일수록

그 효과는 정치적으로 심대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법과 정치의 관계는 과거에도 밀접한 연관 관계를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오늘날 헌법에 포함된 자유, 정의, 주권, 민주주의, 입헌주의 등의 기본 이념들은 혁명, 그리고 정치개혁

등을 거치면서 헌법에 포함되었고, 그 헌법을 사법부가 해석하게 된 것이라고 박 교수는 말했다.

역사적인 고찰은 우리에게 법이 정치적인 대립 혹은 초월 등을 통해

독자적인 추론 양식을 거쳐 발전된 것이 아니라 권력자의 힘이나 법관들의 편견 등의 문제와

근근이 씨름하면서 정치행위와 연관해 발전해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법이 정치권력이 행사되는 방법을 구조화하고 점검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오늘날 헌법정치 '반쪽정치' 우려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오늘날 헌법정치는 '반쪽 정치'로만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과 정치를 분리해야 한다는 인식 속에서 법은 전문가의 영역이고,

정치는 일반 시민의 참여가 가능하다는 구도가 짜여 져 있다는 것.

결과적으로 헌법 정치에서 일반인들의 참여와 역할은 헌법을 제정하는 행위에 국한되고,

헌법의 해석과 적용 문제는 법률 전문가들이 담당하는 비정치적 영역으로 만들어버렸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헌법재판의 결과는 민주적 요청을 반영한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입법에서도 과오가 있듯이 헌법재판에서도 마찬가지 과오가 있을 수 있다며,

이때는 당연히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문제점들이 발견될 경우 공론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정치의 사법화가 민주주의에 영향을 미칠 경우, 복합적이거나 이중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주의가 대의민주주의인가 아니면 직접민주주의인가 하는 이념의 관점에 따라

시민들의 권한 및 참여, 자유와 평등의 균형 등을 다룰 때 법적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
대의민주주의 하에서는 정치과정에서 의회 내지는 직업 정치인이 중심에 서게 되고,

결과적으로 국민과 직업 정치인 사이의 역할 분담이 있게 된다.

그러나 대의민주주의 하에서 대의적 요소가 순기능적이지 못할 때,

즉 정치의 중심인 의회가 다양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한 정책형성에 실패하고

국민이 의회와 직업 정치인을 불신하며 통치에서 엘리트주의 등의 문제가 나타날 때,

정치과정은 국민과 유리된 채 사법에 의한 입법통제가

'정치적 이해관계의 관철을 법으로 포장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원은 일반 대중의 '정의의 극장'

실제로 대의민주주의 하에서의 '민주주의 결핍(democratic deficit)' 현상은

의회 민주주의의 모범으로 일컬어지는 서구 주요 선진 국가들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데,

특히 사법 확대 및 적극적 개입으로 다른 나라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미국에서조차

이를 민주주의의 결핍과 연관시켜 문제 삼는 시각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사법개입이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은 시민사회의 활성화 정도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사회 영역이 활발하지 못한 사회에서는 정치 사법화가 공론의 장을 위축시켜

사회동력의 탈정치화를 불러오면서 민주주의를 퇴보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시민사회 영역이 건재 하는 경우에는

사법의 적극적 개입이 오히려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사회동력의 촉진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에서 반부패, 생활보호 및 복지, 환경, 소비자 보호, 성 평등, 장애인 권리 등의 분야에서

사법적 권리구제와 입법 발전이 이루어진 것은

시민사회단체들의 끊임없는 대안 논의와 참여의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정치의 사법화가 민주주의의 순기능적으로 작용하는지의 여부가

사법부의 투명성과 효율성, 사법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사법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불만과 불신은

사법의 높은 문턱, 지연, 불투명, 전관예우, 유전무죄 무전유죄, 브로커 등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이 같은 '사법의 이중적 이미지'가 계속 이어진다면

과연 사법개입의 확대가 반드시 바람직한 것인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고대 아테네에서 보듯이

법정은 공중이 자신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정의의 극장'이라고 말했다.

법정은 법정 문을 두드린 한 사건을 해결해준다는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의회보다 법정의 방청석이 민주사회에서 더 적극적 기능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4) '미국 법대 영향력 옛 로마 수준'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임마뉴엘 월러스틴(Immanuel Maurice Wallerstein)에 따르면

오늘날의 모든 사회과학은 지역사회나 주권국가를 넘어 '세계화'로 지칭되는 세계적 체제를 다루고 있다고

한다. 그가 주장하는 세계체제론은 법에도 적용되고 있다.

9월 12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에서 박은정 서울대교수(법철학)는

'세계화와 법의 지배'란 제하의 강연을 통해 "지난 20여 년 진행돼온 세계화에 따라

과거 2세기 동안 세계를 지배해온 국가법 중심주의가 급격히 후퇴했다"고 말했다.

국제법을 효율적으로 적용하는데 성공했다는 평을 듣고 있는 유럽의회.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이제는 법률관계를 다루는데 있어 '국가'란 개념 대신 국가가 생산하지 않는 개념들이 괄목할만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일종의 법적 다원주의(legal plurality)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의 경우 사회적으로 배제된 빈민가에서 정부 묵인 하에 자체 규범이 비공식적 합법성을 띠면서

'지하법(Pasargada)'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것.

또 국제은행가협회(UCL) 등 초국가적 상거래집단들의 자체 규약 및 거래 관행,

이들을 돕는 거대한 초국가적 로펌들이 국제법의 새로운 원천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21세기 들어 초국가적 자치규약 급증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은 이른바 벌목, 의약품 등을 다루면서

그들 내부의 합의사항인 '세계적 자율규제(global self-regulation)'를 적용하고,

또한 관철시켜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국적기업들이 가장 원하는 희망사항 중의 하나는 국가법적인 규제를 축소하는 일.

다국적 기업들은 경제와 금융 활성화를 내세우면서 개별국가의 합법성을 축소하는 대신,

그들 임의의 행동규범을 발전시켜 나가면서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분쟁해결을 꾀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 속에서 각종 규범들이 판례나 학설보다는 기업 혹은 시장 관행에 의해 진행되는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국제은행가협회가 만든 규약(UCL)은 초국가적으로 형성된 자치규약(self regulation)으로

현재 국제 금융거래에서 제재력을 발휘하면서 대다수의 국가들을 구속하고 있는데,

이러한 규약들은 초국가적 경제거래 분야에 있어 거래의 절박성, 초국가적 거래에 따르는 비용 요인,

투명성 등에 힘입어 국가 간섭을 배제하는데 성공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법학자들 역시 국경을 넘어서는 통일법 제정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 세기 전에 창립한 세계비교법학회는 '통일법학'을 제창한데 이어 경제 · 상거래 분야에서

많은 통일법, 모델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그 결과 국제매매계약법(ULFIS, 1964), 국제매매협약(CISC, 1980) 등의 모델들을 내놓은 바 있다.

21세기 들어서는 국제기구나 초국가적 민간기구 등에 의해 실무자, 즉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통일법 제정이 추진됐다. 국제금융, 국제거래법 등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 있어서도

이미 셀 수 없을 만큼의 많은 통일규약들이 존재하는데, 이로 인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법이 국가적, 지역적 전통이나 가치, 문화, 사회적 관행에 일치하는 대신

거래의 절박성, 또는 규제 조화와 같은 또 다른 요구에 의해 만들어진다면,

이런 통일법은 설사 만들어진다고 해도 그 목표를 제대로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


미국 법 모르면 법적 승자되기 어려워

예를 들어 돈세탁 방지 등을 위해 국가들 간에 통일된 법 원리를 도입해 은행거래상의 비밀유지, 민사책임,

고객정보 관리, 범죄방지 등 후속 조치까지 취할 수 있는 규제 통일화를 이루려고 한다면,

EU나 미국처럼 어느 정도 개별 국가들의 사정이 비슷해야 한다.

그러나 경제 사정이 다르고, 은행과 고객 간의 신뢰관계가 서로 다른 국가들 간에

통일된 기준이 강요될 때에는 이해관계 때문에 해석과 적용 단계에서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크며, 그렇지 않더라도 서로 다른 다양한 가치나 접근 방법에 따라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박 교수는 결과적으로 법의 통일화는 핵심 강대국이 아닌 개별 국가들에 대한 규제 일관성이 상실되고,

민주주의 가치의 훼손, 예측 가능성의 손상, 비실효성, 시민적 자율상실 등의 반작용을 초래하기 쉽다며,

"지구적 거래의 증가가 지구적 법의 통일화를 가져온다"는 주장은 근거가 약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통일된 법은 세계법이라기보다는 세계화된 지역 법,

이를테면 미국법화를 초래할 수 있는데, 실제로 국제 법률시장 개방의 결과로

국제거래법에 있어 미국 법의 영향력은 놀라운 수준이라고 박 교수는 말했다.

국제 로펌에서 활동하는 미국 법과대학 출신 법률가들의 법 해석과 고객관리 관행을 이해하지 못하면

법적인 승자가 되기 어렵다는 것.

이로 인해 미국 법과대학의 영향력은 가히 '교육 제국주의(educational imperialism)'을 연상시킬 만큼

커지고 있다. 중세 유럽에서 로마법을 공부하기 위해 유럽인들이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으로 몰려갔듯이

지금은 지구촌사람들이 미국법을 공부하러 하버드 등의 미국 대학으로 몰려가고 있다고 박 교수는 말했다.

국가법에 있어 강대국 중심의 세계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인류의 공통언어인 인권법의 경우에는 '아시아적 가치 논쟁'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슬람 국가들을 포함한 대부분 아시아 국가들은 이미 근대적 의미의 헌법을 수용했으며,

또한 국제인권규약에 가입했다. 그러나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아시아적 가치'를 주장하면서

권위적 통치의 방패막이로 활용하려는 경향이 없지 않다는 것.

박 교수는 일부 정치가들이 아시아적 가치를 인권의 보편성을 부정하는 논리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유교적 가치가 정치 시민적 자유보다 경제발전을 우선시하도록 했다는 논리는

자문화 중심주의의 함정에 불과하다며, 법의 세계화를 통해 이 같은 문화적 성찰이 가능할 것으로 보았다.


"멀리 있는 것을 사랑하라"

"권리를 다룬다는 것은 인간의 고통을 다룬다는 것이며,

고통은 비단 가난하고 비민주적인 국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나 존재하며,

오늘날 어떤 것들이 새로운 유형의 고통들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도의 인권법학자 박시(Upendra Baxi)의 말을 인용, (인권법에 있어) 문화적 관용을 통해

세계화된 지역주의를 진정한 세계주의로 변형시키는 해석이 요구되고 있다고 박 교수는 말했다.

법의 세계화와 관련, 이주자노동자와 난민들을 위한 법 역시 국제적 합의가 매우 미흡한 상황이다.

특히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경우 그 존재 자체가 불법이지만

막상 이들을 고용한 사업자는 합법적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각국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지위를 불법적인 것으로 만들어 놓으면서도 이들의 노동을 활용하고 있고,

막상 이들의 열악한 지위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는 상황이라며, 차별과 억압이 심한 조건에서

이들의 문제를 계속 방치한다면 향후 심각한 갈등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난민'에 대한 정의도 협소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극심한 빈곤, 물 부족 같은 환경재난 등으로 인해

늘어나고 있는 난민들을 정치적 망명과 같은 고전적 정의로 설명하는 것은

지금의 상황과 맞지 않는 측면이 매우 강하다고 말했다.

지금의 환경난민들은 선진국의 팽창주의와 신자유주의, 그리고 거기에서 야기된 생활양식이 빚어낸, 선진국의 역사적 과오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박 교수는 말했다. 그들의 고통을 세계가 나누어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며, 난민의 인권을 별도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이주노동자와 함께 모두 인권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인류 전체의 법, 인간다운 삶을 위한 법, 자연과도 함께 하는 법은 지역법도 아니고,

국가법, 국제법도 아닌 '제4차원의 법(a fourth dimention law)'이라는 주장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오늘날 세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 문제를 4차원 법의 관점에서 조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4차원의 법은 미래지향적인 사고,

즉 "이웃을 사랑하라"보다는 "멀리 있는 것을 사랑하라"는 원격윤리 사고로부터 나오는 법이라며,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21세기 교통형평법', 스웨덴 등의 '탄소세법', 일본의 '가전제품 재활용법' 등을

예로 들었다.

 

 

  

 

 

 

 (5)  '로스쿨' 문턱 낮추고, 정원 확대해야  

 

 

세계화 시대 ‘법 경쟁력’ 강조

 

9월 19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에서는

‘왜 법의 지배인가’란 주제를 놓고, 참석자들 간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박은정 서울대 교수(법철학)는

법이 모든 이에게 공정하게 적용되지 못하고,

기득권층의 이익을 보장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는 주장이 있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법이 순전히 권력게임의 산물이라는 주장은 법을 잘못 이해한 결과라고 말했다.

법이 권력자에 의해 조작되기도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권력자를 제어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며,

법이 갖고 있는 정의에의 호소력을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의 규범적 차원은 단순히 “해야 한다”는 명령이 아니라,

이상을 향한 호소이며, 우리의 법 경험에서 지워질 수 없는 부분이라며,

법 자체를 부정하는 주장에 우려감을 표명했다.

로스쿨에 대해서는

학부 과정을 통한 법학교육 체계보다 전문법학대학원 체제,

즉 로스쿨 체제가 월등히 낫다고 선언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종합 학문으로서 법학의 성격을 생각할 때,

학부에서 다양한 지식을 쌓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법 교육 시스템이 강점을 지닐 수 있다고 말했다.

19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 

 


글로벌화 추세에 따라 법 경쟁력 높여야

그러나 로스쿨 자체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많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법 교육의 문턱이 높아지지 않도록 하고,

법을 공부한 사람들이 적재적소에 두루 활용될 수 있도록 정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글로벌화 추세에 따라 우리나라도 법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며,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노력을 주문했다.

우리나라에서 법 개정 혹은 제정 사유가 생겼을 때,

해당 기본법들을 정비하려하기보다는 특별법을 제정하는 식으로 대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러다보니 법 전체의 내용 및 체계상의 조화에 대한 고려가 약하고,

입법의 신중을 기하지 못하게 되거나 편의주의 적 입법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법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은 양선숙 경북대 교수, 김현철 이화여대 교수, 한경구 서울대 교수가 참석한 가운데

김종철 연세대 교수 사회로 진행됐으며, 청중들도 토론에 참여했다.

 

다음은 이날 토론회의 질문 · 답변 내용.

▲ 현재의 법이 모든 이에게 공정하게 적용되지 못하고,

기득권층의 이익을 보장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말씀하신 대로 법이 모든 이에게 공정하게 적용되지 못하고,

기득권층의 이익을 보장하는 경향이 강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법이 순전한 권력게임의 산물이며,

강자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고 주장해서는 안 될 것이다.

법이 권력자에 의해 조작되기도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권력자를 제어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법이 갖는 정의에의 호소력은, 시민들이 법을 지키고 따른다는 사실을 이해했을 때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법의 규범적 차원은 단순히 “해야 한다”는 명령이 아니라, 이상을 향한 호소이며,

우리의 법 경험에서 지워질 수 없는 부분이다.

강자들이 부당한 행위를 하면서,

자신의 행위가 법과 정의를 향한 호소임을 가장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 인본주의 법 해석을 위해, 법조인이 갖춰야할 소양에 어떤 것이 있다고 보는가.

“사법(司法)이 권력이 아니라 국민에 대한 봉사임을 알고 실천하는 법조인이라면,

무엇보다도 법을 찾는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에 힘써야 할 것이다.

법 해석에 있어 텍스트를 맥락과 함께 읽으면서,

법 텍스트를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으로 삼는 법조인.

법만 알지 않고 사회와 사회 문제, 그리고 사회의 여망을 알고자 노력하는 법조인.

법 해석 및 재판의 질에 있어 언제나 최상의 수준에 도달하도록 최선을 다 하는 법조인.
헌법을 포함해 법의 한 조문에 대한 해석을 법체계 전체에 대한 해석과 연계하는 법조인,

법을 폐쇄적으로 여기지 않고, 사회의 여러 현상들과 연관시켜 생각하는 법조인.

인간사에 오리지 나의 정답만 있는 것을 아는 법조인. 실수를 인정할 줄 아는 법조인 등등.”

▲ 박은정 서울대 교수 

▲ 로스쿨이 시작하기도 전에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로스쿨의 필요성과 민주적 법학 교육에 있어 견해는.

“학부 과정을 통한 법학교육 체계보다 전문법학대학원 체제, 즉 로스쿨 체제가 월등히 낫다고 선언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종합 학문으로서 법학의 성격을 생각할 때, 학부에서 다양한 지식을 쌓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법 교육 시스템이 강점을 지닐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로스쿨 자체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많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법치주의, 그리고 민주주의 실현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아직도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법 교육의 문턱이 높아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법을 공부한 사람들이 적재적소에 두루 활용될 수 있도록 정원도 확대돼야 한다.”


▲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라며 준법을 중시했다.

반면 민주화 과정을 돌이켜 보면, 실정법을 어기며, 투쟁을 하기도 했고,

때로는 법을 뒤엎어 혁명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렇게 상충되는 두 경우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소크라테스가 준법을 중요시한 것은 맞지만,

 그가 악법도 법이라고 단정적으로 주장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소크라테스의 최후에 대해 서술하고 있는 작품인

플라톤의 대화편 ‘변명’과 ‘크리톤’를 비교하면서 일어보시기를 권장한다.

독일의 법 철학자 구스타프 라드브루흐(Gustav Radbruch)의 표현대로,

법이 법적 안정성의 이름으로 정의에 반하는 정도가 참을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을 때,

내용적으로 부당한 법률의 효력이 부인된다는 견해는 오늘날 대체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토론에 참여한

양선숙 경북대 교수 

▲ 헌법 재판관의 일부가 대통령과 정당 추천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그들이 법을 집행하는데 있어 이해관계를 떠나,

전적으로 시민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보기 어렵다.

“헌법 재판관의 임명 절차 및 구성 문제는 어느 나라에서나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헌법 재판관이 선출직이 아닌 만큼 어느 정도의 민주적 정당성 확보를 위해서는 임명과 관련해 대통령이나 의회 등 선출직 기관들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사법부는 독립적인 만큼 재판관들은 비록 정치권을 통해 임명됐다 하더라도, 일단 임명된 다음에는 당파성을 떠나 사법 고유의 절차적, 실질적 제한 속에서

오로지 국민을 바라보고 재판을 해야 할 것이다.

민주적 정당성이 담보되도록 헌법재판소의 구성을 다양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처럼 법조인만이 헌법재판관이 될 수 있도록 한 제도는 개선돼야 한다고 본다.”


▲ 세계화 추세에 따른 국내법의 변화와 이에 따른 적법성,

그리고 앞으로 국내법이 개선돼야할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겠는가.

“중진국으로서 우리나라의 대외적인 비중을 생각할 때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향후 국제무대 입법 활동에 있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위해서는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법 경쟁력을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 법 개정 혹은 제정 사유가 생겼을 때,

해당 기본법들을 정비하려하기보다는 특별법을 제정하는 식으로 대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법 전체의 내용 및 체계상의 조화에 대한 고려가 약하고,

입법의 신중을 기하지 못하게 되거나 편의주의적 입법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특히 형사 관련 특별법들이 남발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어떤 면에서 일제 식민통치의 잔재이기도 하다. 이런 점들은 서둘러 개선해야 할 것이다.”


▲ 국가법과 국제법이 충돌할 경우 어느 법을 적용해야 하는가.

이주 노동자나 난민을 심사하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우리나라 헌법은 전문과 제 6조 제 1항에서 헌법에 의해 체결, 공포된 조약은 물론이고,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 법규를 국내법과 마찬가지로 준수하고, 성실히 이행함으로써

국제질서를 존중토록 정하고 있다. 이 같은 국제법 존중의 정신에 비추어,

그리고 인권보장의 세계화 추세에 비추어 해당 법들을 해석, 적용해야 할 것이다.

난민의 경우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과 ‘난민의 지위에 관한 의정서’에서 정한 난민 요건에 따라

심사하며, 이 요건은 우리나라 출입국관리법 제 2조 제 2의 2호에서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난민은 “인종, 종교, 민족,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를 가진 자의 여부에 따라 판정된다.”

  

- 이강봉 편집위원aacc409@naver.com
2009.08.24/ 8.31/ 9.07/ 9.14/ 9.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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