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고분 벽화에 나오는 '북(鼓)'= '상고(相鼓)'
고구려 안악3호분 고분벽화. 말을 탄 탄 인물이 북을 치고 있다./ 토지박물관 제공
토기 파편 형태로 출토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볼 수 있던 고구려 북이 처음으로 발견됐다.
한국토지공사 산하 토지박물관은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 북쪽 연안 현무암 지대에 있는
고대 성곽 유적인 호로고루(瓠蘆古壘 · 사적 제467호)에 대한 3차 발굴조사에서
'相鼓(상고)'라는 명문(銘文)이 새겨진 고구려 토고(土鼓 · 북)를 비롯해
고구려 시대 유물이 다량으로 출토됐다고 22일 밝혔다.
길이 80m, 높이 10m, 전체 둘레 400여m 규모의 호로고루 성은
현재 남한 지역에 산재하는 40여 곳의 고구려 유적 중 기와 파편이 집중적으로 발견돼
삼국시대의 역사를 규명하는 데 중요한 지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상고'라는 북은 13점에 이르는 토기 파편 상태로 출토됐으며
그중 하나에 '相鼓'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었다.
두께는 1.7㎝ 정도이며 회흑색을 띠고 표면은
보통의 고구려 토기처럼 마연(磨硏 · 표면을 문질러 윤이 나는 상태)을 했다.
북을 원래 모양대로 복원하면 지름 55㎝ 정도일 것으로 추정되며,
아가리 부분에 일정 간격으로 3줄의 구멍을 뚫어 가죽을 씌우고 끈을 묶어 고정할 수 있도록 했다.
![](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0906/22/2009062201579_1.jpg)
경기도 연천군 호로고루 성에서 출토된 고구려 북의 토기 파편들.
모두 13점이 출토됐으며 이 중 하나에 ‘相鼓(상고)’라는 큰 글자가 적혀 있었다./ 토지박물관 제공
심광주 토지박물관장은
"조선시대 때 편찬된 음악 전문서적 《악학궤범》에 '상고'라는 이름의 악기가 나오는데,
이 문헌에 따르면 원통 지름이 49㎝로 이번 출토품과 크기가 비슷하다"고 말했다.
《고려사》에는 상고가 고려시대에 송나라에서 들어온 악기로 적혀 있지만,
이번 발굴을 통해 이미 고구려시대에 존재했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심 관장은 덧붙였다.
고구려시대 고분벽화인 안악 3호분 벽화에는 기마인물이 북을 치는 모습이 나온다.
한국 전통음악 전문가인 김세종 다산연구소 연구실장은
"상고가 발견된 지점이 고구려 국경이라는 점으로 볼 때 적이 쳐들어올 때 신호로 치는 북이었을 것"
이라고 했다.
송혜진 숙명여대 교수는
"이번에 발굴된 토고는 실제로 사용했다기보다 각종 의식에 사용한 의기(儀器)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발굴조사에서는 또 건물 용마루 양쪽에 올려놓는 대형 장식기와인 치미 조각이 다수 발견됐고,
연꽃무늬 기와가 5점 발견됐다.
또 기와를 제작한 수량과 그것을 사용하고 남은 개수를 각각 기록한 산판(算板) 기와도 발견됐다.
'○小瓦七百十大瓦○百八十用大四百三十合千…'로 판독되며
'○작은 기와 710개, 큰 기와 ○80개 중 큰 기와 430개를 사용하고 남은 것의 합계가 천○개다'로
풀어볼 수 있다(○은 미판독 글자).
이처럼 기와에 산판을 써놓은 것은 희귀한 경우라고 박물관측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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