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가며(자료)

고종 황제의 이름은 이희(李熙)인가? 이형(李형)인가?

Gijuzzang Dream 2009. 4. 15. 11:25

 

 

 

 

 

 고종 황제의 이름은 이희(李熙)인가? 이형(李형)인가?

 

 

고종(高宗)의 이름(御名, 御諱)은

기록이나 자료에 따라서 어떤 데서는 이희(李熙)라고 적고 있는가 하면,

또 어떤 데서는 이형(李형)이라고 적어놓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느 것이 올바른 이름일까?

 

우선 이에 관한 정확한 한자표기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아래의 것은 광무원년(1897년) 9월 21일에 작성된 프랑스대통령에게 보내는 고종(대군주)의 친서이다.

여기에는 '군주어새(君主御璽)' 위에 고종의 이름이 보인다. 

 

아래의 것은 광무 8년(즉 1904년) 11월 20일에 작성된 러시아황제에게 보내는 위문친서이다.

여기에도 '황제어새(皇帝御璽)' 위에 황제의 이름을 표시해놓은 것이 보인다.

 

또 아래에 보이는 것은 <서북학회월보> 1909년 6월호에 수록된 '황통일람(皇通一覽)'이라는 자료인데,

여기에 당시 태황제(太皇帝)인 고종의 이름을 표시해놓은 부분과 같이 적고 있다.


 

 

그렇다면 이 글자들은 어떻게 읽어야 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처럼 희(熙)자로 읽을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이것과 전혀 별개의 글자일까?

흔히 '불화발(灬)'과 '불화(火)'는 당연히 대체 통용되고 당연히 그 발음도 같은 것으로 간주되지만,

위의 경우에는 '불화발(灬)'을 적었을 경우와 '불화' 받침(火)이 각기 다른 발음이 나오는 것으로 확인된다.

 

가령, <강희자전>에 보면 이렇게 되어 있다.

즉 아래에 표시된 부분을 살펴보면 그 발음이 완전히 다른 별개의 글자라는 사실을 분명히 살펴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희(熙)'라고 읽은 글자는

여기서도 허기절(許其切)이라고 하여 'ㅎ+ㅣ= 히'로 읽거나

'허의절(許宜切)이라고 하여 'ㅎ+ㅢ=희'로 읽는다고 되어 있다.

(다만 옛글자의 모양이 '불화발(灬)'이 아니고 '불화(火)'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띄나,

이것 역시 고종의 이름과는 별개의 글자인 듯하다.)

 

그런데 왼쪽 부분에 표시된 글자, 즉 불화(火)받침글자를 보면,

"음(音)을 형(逈)"이라고 하여 별개의 발음이 나는 것으로 분명히 구분하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고종의 친서에 표시된 이름은 바로 이 글자를 말하는 것인 듯하다.


 

(물론 엄밀하게는 출판물에 따라 삐침부분이 더 있는 경우도 있고,

삐침부분이 없이 '희(熙)'모양에다 받침부분만 화(火)로 바뀌어져 있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희'자로 판독하는 모양이고,

또 어떤 사람들(물론 희자로 읽는 사람들보다는 더 식견이 있는 사람들이겠지만)은

이것을 꼭 '형'자로 가려내어 읽는 모양이다.

 

그런데 '불화발(灬)'과 '불화(火)'받침은 어느 정도로 엄밀하게 구분되는 것일까?

 

 

가령, 다음의 사례를 살펴보자. 이것은 <대한제국 관보> 1910년 8월 29일자에 수록된 내용이다.

이 날짜로 이른바 '한일합병'으로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니,

이것은 대한제국 최후의 관보인 셈이다. 

어쨌거나 여기에 막 흥친왕(興親王)으로 책봉된 완흥군(完興君) 이재면(李載冕)의 이름을

'희'로 개명한다는 내용이 고시되어 있다. 여기에도 흔히 많이 쓰는 '熹'라는 표기를 사용하지 않고

구태여 '불화(火)' 받침을 붙인 글자를 사용하고 있다.

고종 황제와 같은 항렬에, 같은 '화(火)' 받침글자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 글자의 경우 '희'자가 아니라 별개의 발음이 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그리고 일제시대 이후에는 이 글자가 <조선총독부 관보>에도 '熹'로 표기된 사례들이 자주 있었다.)


 

 

옛사람들의 이름은 확실히 그 정확한 소리값을 찾아내기가 어렵다.

더구나 임금의 이름은 피휘(避諱)의 영향탓도 있겠지만,

일반인들이 거의 사용할 가능성이 없는 글자를 골라내어 이름으로 정하는 경우가 많았으니

더더욱 이런 일이 많이 많이 있었다.

(특히 한 글자에 두 가지 발음이 있는 경우에도

어느 발음을 따랐는지에 대한 논란이 자주 있어왔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경우 지금처럼 한글과 병행하여 소리값을 표시해두면 후세인들의 고민과 고통을 덜어줄 수 있으련만,

이런 기대를 충족해주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하다못해 '원구단'인가 '환구단'인가 하는 것으로도 티격태격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고종의 이름 같은 경우에도 이것을 반드시 '형'으로 읽어야하는지,

아니면 '희'라고 읽어도 되는 것인지에 대해 무슨 근거자료가 있었으면 좋을 텐데,

아쉽게도 이러한 흔적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이에 관해서는 참고할 만한 자료가 한 가지 있다.

바로 근대시기에 이 땅에 다녀갔던 서양 외국인들의 기록이다.

그들은 으레 이 나라 임금(군주, 황제)의 이름이 무엇인지가 궁금했고,

또 구태여 그것을 자신의 여행기나 저서, 기고문에다 기록하기를 좋아했던 것이다.

 

구체적인 출처를 일일이 거론하기는 어렵지만, 이들의 기록을 간추려보면

고종의 이름을 'Ri-Hyeng' 또는 'Yi-Hyeung', 'Yi-Kyeung'이라고 적어놓은 것이 자주 보인다.

그렇다면 이들은 이 나라를 다스리는 임금의 이름을 '이형'으로 전해듣고, 그렇게 적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기록에는 꼭 '이형'으로만 적혀 있는 것도 아니다.

또 다른 상당수의 저작물(잡지 등)에는 'Li-His'라고 하여 '이희'라고 적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 경우에는 그들이 이 나라를 다스리는 황제의 이름을 '이희'라고 전해듣기도 했다는 얘기이다.

 

위에서 살펴본 바에 따르면,

정확한 한자 표기에 따르면 고종의 이름은 '이형'이 되어야 할 것이나

실제의 용례에 있어서는 '형'의 소리값이 반드시 맞았던 것인지는 아직 단정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바라건대 이 문제에 대한 권위 있는 주체의 명확한 고증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여기에 보이는 이 광고문안의 글자도 '희(熙)'자인가, 아님 다른 글자인가?

 

이러다간 누군가 옛사람들의 이름소리값에 관한 인명사전이라도

따로 만들어야 되는 날이 오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출처 (정리 : 2006.6.26, 이순우, http://cafe.daum.net/distor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