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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미술사박물관 - 코레조 '제우스와 이오' / 베르메르 '회화의 알레고리'

Gijuzzang Dream 2009. 3. 16. 00:38

 

 

 

 

 

 

 합스부르크 왕가로부터 시작된 빈 미술사 박물관

 

 

 

 

 가장 에로틱한 코레조의 <제우스와 이오>

 

 

 

 

빈 미술사 박물관은

파리의 루브르, 스페인의 프라도 미술관과 함께 유럽의 3대 미술관으로 손꼽히고 있는데

유럽의 다른 나라보다 더 늦게까지 왕권을 유지한 합스부르크의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가

1860년 황실 소장품을 일반에게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이 시초가 되었다.

 

  

 

Correggio. Zeus and Io<제우스와 이오>.

c.1531-1532. Oil on canvas. 163×74

The Louvre, Paris, France.


 

황실의 명령에 따라 오랜 시간 여러 건축가들에 의해 지어진 빈 미술사 박물관은

1891년 공식적으로 문을 열었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소장품에서 시작된 빈 미술사 박물관은

다양한 사조와 시대의 미술품들이 전시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빈 미술사 박물관은 르네상스 시대의 주요 화가들의 작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는데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제우스의 변신을 가장 독창적으로 표현한 작품이

코레조(Correggio, 1489-1534)의 <제우스와 이오, Zeus and Io>다.

제우스는 어느 날 강의 신 이나코스의 딸 이오의 아름다움에 반한다.

제우스는 사랑을 속삭이지만 이오는 도망을 간다.

제우스는 도망가는 이오에게 어둠의 장막을 내리고 이오는 도망가지 못해 잡힌다.

제우스는 완강하게 거부하는 이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구름으로 변해 자신의 욕망을 달성한다.

코레조는 제우스가 구름으로 변한 장면을 그리스 로마 신화에 충실하게 표현했다.

이 작품에서 허리를 감싸고 있는 구름은 제우스다.

구름으로 변한 제우스는 빛나는 여체를 껴안고 있다.

이오를 안고 있는 구름은 인간의 손의 형태와 비슷하다.

이오의 입술 위의 구름에 남자의 얼굴이 어렴풋이 보인다.

남자는 구름 속에 가려져 있지만 그녀와 입을 맞추고 있다.

남자의 키스를 받아 황홀경에 빠져 있는 여인은 이 그림의 후원자가 특별하게 요구했던 모습이다.

제우스가 타고난 바람둥이임을 상징하기 위해 코레조는 이 작품에서 구름으로 표현했는데

그 이전의 화가들은 신화의 이 이야기를 그린 적이 거의 없다.

구름과 사람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코레조는 두 가지 방법으로 신화의 내용을 표현했다.

첫 번째가 이오의 입술과 키스하고 있는 제우스의 얼굴이고

두 번째가 그녀를 껴안고 있는 사람의 손을 닮은 구름이다.

코레조(1490~1534)는 이 작품을 비롯해서 제우스의 불륜을 주제로 네 편의 연작을 제작했다.

이 작품은 초기 르네상스 그림 중에 가장 에로틱한 그림으로 꼽히고 있다.

 

 

 

 


 

 


 


 베르메르의 <회화의 알레고리>

 

 


빈 미술사 박물관은 2차세계대전 중에 건물이 폭격에 의해 많이 손상되었으나

다행히도 중요한 작품들은 안전한 장소에 옮겨져 보존할 수 있었다.

 전쟁이 끝난 후에는 기존의 오래 소장한 회화 작품들을

고딕 양식과 옛 독일 양식의 패널화 등으로 교환함으로서 중요한 작품들을 소장하게 되었다.

교환된 작품 중에 가장 중요한 회화 작품으로는

얀 베르메르(Jan Vermeer, 1632-1675)의 <회화의 알레고리>을 꼽을 수 있다.

베르메르는 이 작품에서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 대해 명확하게 말하고 있다.

 

   

  

Jan Vermeer. The Art of Painting<회화의 알레고리>

c.1666-1673. Oil on canvas. 120×100㎝

Kunsthistorisches Museum, Vienna, Austria.


 

커튼이 왼쪽으로 살짝 걷혀진 공간에서 화가는 그림을 그리고

창가에 있는 여인은 책과 나팔을 들고 서 있다.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아 있는 화가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몸을 앞으로 구부리고 있다.

편하지 않은 의자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모습은

그림을 그리는 행위가 결코 편안한 일이 아님을 알려주고 있다.

뒷모습만 보이고 있는 화가는 베르메르 자신이다.

15~16세기경 부르고뉴에서 유행했던 스타일의 옷을 입고 있는 화가는

빈 캔버스에 모델의 푸른 머리 장식을 조심스럽게 칠하면서 작품에 몰두하고 있다.

베르메르가 고풍스러운 옷차림을 한 것은 15세기 부르고뉴 출신의 화가 반 에이크를 존경해서다.

아틀리에에 있는 화구는 이젤과 붓, 팔 받침대인 막대 정도로

화가가 현재 경제적으로 궁핍한 것을 나타낸다.

화가는 막대에 손을 얹고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팔 받침대인 막대는 손목을 쉴 수 있게 사용한 도구다.

화가 앞에 놓인 빈 캔버스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그리는 행위에 따라 그림이 완성되어 간다는 예술적 행위를 상징하고 있다.

벽에는 옛날 17개 주의 네덜란드 공화국 여러 도시들이 정교하게 그려진 거대한 지도가 걸려 있다.

이 지도는 그 당시 네덜란드 가정의 장식품으로 많이 애용했던 것이다.

화면 왼쪽의 화려한 장식이 있는 무거운 커튼은 무대의 막 같은 역할을 하고 있어

관찰자를 실내로 끌어들이고 있는데 베르메르는 말년에 이런 장치를 작품에 자주 사용했다.

얀 베르메르(Jan Vermeer, 1632~1675)의 이 작품에 등장하는

푸른색 비단 드레스를 입고 오른손에는 트럼펫, 왼손에는 노란색 장정의 책을 들고 월계관을 쓴 여인은

평범한 모델이 아니다. 그녀는 화가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기 위해 나타난 역사의 여신 클리오다.

클리오는 그리스 신화에 예술과 학문을 담당하는 여신이다.

세밀하게 묘사한 금색의 샹들리에 꼭대기에 머리가 두 개인 독수리 장식이 달려 있는데

머리가 두 개인 독수리는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왕가의 문장이다.

네덜란드는 그 당시 막 합스부르크 치하에서 벗어난 신생독립국가였다.

- 박희숙 서양화가, 미술칼럼니스트

- 2009. 03.04 ⓒ ScienceTimes [명화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