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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도미술관 - 고야 '벌거벗은 마하' / 알브레히트 뒤러 '아담과 이브'

Gijuzzang Dream 2009. 3. 16. 00:26

 

 

 

 

 

 

 

 이상적인 인체의 비례, <아담과 이브>

 

 

 

수백 명 모델 놓고 인체비례 이론 정립해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프라도 미술관은

스페인 왕조가 오랫동안 수집해온 예술품들을 전시하기 위해 세워진 건물로서,

1868년 왕실의 소장품들이 국유화되면서 국립미술관이 되었다.

프라도 미술관은 스페인의 예술품뿐만 아니라 그림으로 궁전을 장식하기 위해

15세기부터 18세기에 걸쳐 유럽의 걸작들을 예술품을 사들여 소장하고 있다.


프라도 미술관의 자랑이자 스페인 예술을 대표하는 작품이

고야(Francisco de Goya y Lucientes, 1746-1828)의 <벌거벗은 마하>이다.

고야의 유일한 나체상인 이 작품은 당시 여성 누드화가 허용되었던 신화 주제에서 벗어나

사실적으로 그려져서 종교재판까지 열렸었다.



 

 

 

The Nude Maja (La Maja Desnuda) <벌거벗은 마하>

c. 1796-1798. Oil on canvas. 97×190㎝

Museo del Prado, Madrid, Spain.


 

  

  

 

Francisco de Goya. The Clothed Maja (La Maja Vestida). <옷을 입은 마하>

1800-03. Oil on canvas. 97×190㎝, Museo del Prado, Madrid, Spain 

 

<벌거벗은 마하>는 녹색의 긴 소파에 길게 누워 있다.

마하의 등을 받치고 있는 레이스로 장식한 비단 쿠션과

그 당시 상류층에서 침대 대용으로 쓰고 있는 소파가 이 작품의 모델이 상류층임을 암시한다.

두 팔을 머리 뒤로 받치고 시선을 관람객에게 두고 있는 마하는 벌거벗은 수치심보다는 당당하다.
고야는 모델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기 위해 배경 설명을 배제시켰지만

여인의 우윳빛 살결과 침대 시트의 질감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표현했다.

이 작품이 알려지게 된 것은 그 당시 최고의 권력자였던 고도이 재상의 소장품 목록에서부터였다.

고도이는 이 작품을 자신의 비밀 전시실에서만 전시를 했었는데

그림을 본 사람들은 대담하고 선정적인 이 작품을 보고 소문을 퍼뜨렸다.
도발적인 이 작품을 보고 스페인 사회는 충격을 받아 종교재판까지 열리게 된다.

외설죄로 소환된 고야는 모델에 대해 함구했다.

결국 이 작품은 그 당시 스페인 정부의 제지를 받아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지 못했다.


이 작품과 쌍을 이루고 있는 <옷을 입은 마하>는 <옷을 벗은 마하>와 모델과 포즈, 구성이 같다.

 


프란시스코 데 고야(Francisco de Goya y Lucientes, 1746-1828)의 이 작품은

그의 애인 알바 공작부인을 모델로 그렸다는 것이 통설적인 이야기다.

고야가 죽을 때까지 모델에 대해 입을 열지 않자 갖가지 추측이 난무했고

알바 공작 집안에서는 추문을 떨쳐버리기 위해 100년 후 알바 공작부인의 무덤을 공개하기로 했다.

가문의 치욕을 떨쳐버리고자 했지만 화가와 모델 알바 공작부인과의 관계는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알브레히트 뒤러의 <아담과 이브>

 

 

 

프라도 미술관에서 16세기 해부학적으로 이상적인 인체의 비례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 1471-1528)의 <아담과 이브>다.

남성과 여성의 인체에 대한 정확한 해부학적 지식에 의해 그려진 이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뒤러는 남녀 수백 명의 모델을 놓고 신체 부위를 연구해 인체비례 이론을 정립했다.

그는 미술의 표현에 있어 완벽함을 추구하는 데 목적을 두고 해부학에 관심을 가졌다.

 

 

Albrecht Durer. Adam and Eve<아담과 이브>.

1504. Engraving



 

 

Adam and Eve. <아담과 이브>

1507년, Oil on panel. Museo del Prado, Madrid, Spain.

(이브)209×81㎝, (아담)209×83㎝, 


 

선악과를 들고 있으면서도 춤을 추듯 가볍게 걷고 있는 아담과 이브의 표정에서는

선악과를 가지고 있으면서 죄의식이 나타나지 않는다.

화면에서 아담과 이브는 벌거벗은 몸을 나뭇잎으로 가리기는 했으나

성경을 나타내는 천사나 신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어두운 배경 속에 아담과 이브가 들고 있는 사과와 가지, 잎은 사실적으로 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뒤러가 이 작품에서 이브의 원죄를 표현하지 않은 것은

세상의 중심은 인간이라는 르네상스의 정신에 충실해서이다.

 

르네상스 정신이 북유럽으로 전파되면서 성경과 신에 대한 해석이 중세와 달라졌다.

아담과 이브는 성경 속의 인물이 아니라 현실 속의 인물처럼 표현되었다.

이 작품에는 두 개의 서명이 있는데

아담의 발밑에 모노그램과 이브가 짚고 있는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판이다.

두 개의 서명이 나타내고 있는 것은 아담과 이브 각각 독립된 작품으로 제작된 것이다.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 1471-1528)의 이 작품에서 인물은 성경에서 빌려왔으나

부드러운 음영을 통해 인체의 윤곽선을 표현해 본보기가 되었다.

뒤러는 인체를 연구하기 아담과 이브를 많이 그렸지만

그가 그린 아담과 이브 작품 중에 이 작품이 유화로서는 유일하다.

- 박희숙 서양화가, 미술 칼럼니스트

- 2009. 02.17ⓒ ScienceTimes [명화산책]

 

 

 

 

 

 천국과 현실에서의 아담과 이브

 

 

구약성서를 보면 하나님이 아담을 창조하고 그 다음 아담의 옆구리에서 이브가 생겨나도록 하면서

인류가 탄생된다. 아담과 이브는 에덴동산에서 아무런 걱정 없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지만

호기심 강한 이브가 뱀의 꼬임에 빠져 아담에게 선악과를 먹임으로써 에덴동산에서 추방되었다.

아담과 이브는 선악과를 먹은 죄로 나뭇잎 하나 걸치고 알몸으로 천국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에덴동산에서 추방된 이후 인류는 생을 마감할 때까지 고생할 수밖에 없었다.

현실이 주는 고통은 누구의 죄가 아닌 인류의 원죄이기 때문에 참을 수밖에 없다.

이렇듯 이브는 아담을 유혹해 악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한 원인을 제공한 악녀다.

기독교 영향으로 중세에는 인류 타락의 근원이 여성이라고 생각했다.

여성에 대한 그릇된 인식으로 말미암아 중세의 화가들은 이브를 표현함에 있어서

남자를 유혹하는 음란한 여성으로만 표현했었다.

하지만 중세 이후 르네상스 시대부터는 아담과 이브의 테마가 인식의 변화로 새롭게 표현되어졌다.

아담과 이브는 성경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 속에 있다는 변화다.

 

 

 

◇ 얀 브뤼겔과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에덴동산과 인류의 타락>

 

  

<에덴동산과 인류의 타락>

1617년경, 목판에 유채, 74×114, 헤이그 마우리츠호이스 왕립미술관 소장

 

여자가 귀가 얇아 남의 말을 잘 듣는 것도 이브로부터 시작되었고

남자가 여자의 말에 잘 속아 넘어가는 것도 아담의 행동에서 시작되었다.

아담과 이브가 천국에서 추방되지 않았다면 인류는 아마도 천국에서 지금까지 살고 있었을 것이다.

얀 브뤼겔과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에덴동산과 인류의 타락’은

천국에서 추방당하기 직전 아담과 이브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의 제작 당시 에덴동산은 매우 인기 있는 소재여서 루벤스도 이를 다루었다.

바로크 화가 루벤스는 천부적인 자신의 재능을 가지고 사업가 기질을 발휘해 성공했다.

유럽 전 지역에서 주문이 쏟아져 들어오자 루벤스는 빠른 시간에 많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공방을 운영한다. 공방에선 세부적인 그림들이 뛰어난 전문 작업팀에 의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전문 화가들은 루벤스가 그림을 완성하기 쉽게 그림의 배경은 물론 모델의 의상 등을 그렸다.

하루 종일 전문 화가들은 루벤스 밑에서 일을 했고

그들의 노력으로 공방의 생산라인은 주문일자에 맞추어 한 치의 오차가 없었다.

 

루벤스는 작품 제작에 손을 댄 만큼 작품의 등급을 매겨 돈을 받았다.

혼자 제작한 것은 거기에 합당한 금액을, 서명만 한 작품은 2등급으로 취급해 낮은 가격을 받았다.

 

효율적인 공방 운영 덕분에 루벤스는 주문을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이다.

화면 왼쪽에 아담과 이브가 있다.

이브는 오른손으로는 아담에게 사과를 건네고 왼손으로는 나무에 달려 있는 사과를 잡고 있다.

아담과 이브의 뒤로 큰 사과나무가 서 있다. 사악한 뱀은 사과나무를 칭칭 감고 있다.

 

이 작품에서 아담과 이브는 뱀의 유혹에 넘어가 하나님이 먹지 말라는 사과를 먹고 있다.

선악과를 먹으면 아담은 평생 일을 해야 하고 이브는 출산의 고통을 겪어야만 하지만

아담과 이브는 앞으로 닥칠 고난을 알지 못하고 즐거워하고 있다.

아담과 이브의 벌거벗은 모습은 인류가 타락하기 전을 상징한다.

화면 중앙에 있는 염소는 생명의 나무에 뛰어오르고 있다.

이 나무의 열매를 먹으면 영원히 죽지 않는다고 한다.

생명의 나무와 산악과 사이에 개울이 흐르고 있다.

 

아담의 발아래에 극락조와 원숭이가 있다.

원숭이는 ‘어리석음’을 상징하고 있는데 원숭이의 행동이 과일을 따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브의 발아래 있는 공작은 기독교에서 영원한 삶과 부활을 상징한다

이 작품 곳곳에 동물을 그려 넣은 것은 진귀한 동물들이 모여 있는 에덴동산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이 작품에서 아담의 머리 위에는 포도가 늘어져 있는데

포도는 후에 그리스도의 피가 될 포도주를 상징한다.

아담과 이브의 원죄는 그리스도에 의해 구원을 받기 때문에 포도를 그려 넣었다

 

얀 브뤼겔(Pieter the Elder Bruegel, 1582~1625)은 피터 브뤼겔의 아들로서 꽃 그림이 유명했다.

그는 이 작품에서 꽃과 나무, 동물을 표현했다.

 

페테르 파울 루벤스(1577~1640)는

이 작품에서 에덴동산에서 즐거워하고 있는 아담과 이브를 담당했다.

이 작품을 공동 제작한 브뤼겔과 루벤스는 가까운 친구 사이였다

 

  

 

◇ 타마라 드 렘피카의 <아담과 이브>

 

    

<아담과 이브>

1932년, 카드보드에 유채, 118×74, 제노바 현대 미술관 소장

 

 

성서에서 성의 기쁨을 알고 나서부터

아담은 생활을 책임져야 하는 고통을 이브는 출산이라는 고통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암시했다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아담과 이브는 천국에서는 알지 못했던 성의 쾌락에 빠진다.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이브가 쫓겨난 이후 인류는 성적 욕망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게 되었고

그 결과 인구가 폭발적으로 중가하게 되었다

 

렘피카는 ‘아담과 이브’ 작품에서 이브를 남자를 유혹하는 요부로 표현했다.

이 작품에서 아담과 이브는 보이지 않는 낙원에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 한가운데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존재다.

아담은 이브의 옆구리를 강하게 끌어안고 있고

남자의 강인한 팔 위로는 이브의 풍만한 가슴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여자는 사과를 쥔 채 남자의 팔 안에서 도발적인 자세로 서 있으면서 육체의 쾌락을 즐기고 있다.

여자가 들고 있는 사과는 섹스의 유혹을 상징하고 있는데

이것은 아담과 이브가 죄의식에서 벗어나 섹스는 이제 특별한 행사가 아니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아주 지극히 일상적인 것을 의미하고 있다.

 

타마라 드 렘피카(Tamara de Lempicka, 1898~1980)는 폴란드 출신의 여류화가로서

금기시되었던 동성애 등 에로틱한 주제를 과감하게 표현했다.

신고전주의 앵그르의 영향을 받아 여체를 매끈하게 묘사하는 것이 렘피카 작품의 특징이다.

  

- 박희숙의 명화읽기

- 이코노믹리뷰,  2008-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