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가며(자료)

[석학과 함께하는 인문학강좌] 정운찬 서울대교수(경제학)

Gijuzzang Dream 2009. 3. 2. 21:31

 

 

 

 

 

한국학술진흥재단 제2기 ‘석학과 함께하는 인문학 강좌’

 

정운찬 서울대교수(경제학)

 

 

 

 

 

 (1) 모든 금융위기의 주범은 ‘투기적 환상’

 정운찬 서울대 교수, 석학인문강좌

 

 

 

화폐 못지않게 금융이 가지는 역기능 또한 심각할 수 있다.

금융부문의 왜곡은 한 나라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에 커다란 악영향을 미친다.

갈브레이스(J. Galbraith 1908~2006)는 금융공황의 근본적인 원인을 불확실성이 가득한 금융제도가

사람들의 투기적 환상을 자생적으로 조장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즉, 투기적 환상에 빠진 군중들의 걷잡을 수 없는 행동이 금융위기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이런 형태의 금융위기는 역사적으로 반복해서 나타나고 있는데,

정운찬 서울대 교수는 18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석학과 함께하는 인문강좌’를 통해

그동안 인류에게 큰 고통을 안겨 주었던 금융위기 사례를 소개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해소할 수 있는 안정장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역사상 최초의 금융위기는 ‘튤립투기’

역사상 최초의 금융위기는 ‘튤립투기’와 관련된 것이었다.

16세기 처음으로 서유럽에 소개된 튤립은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네덜란드에서는 희귀한 튤립을 소유하거나 경작하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체면을 구길 정도였다.

뉴욕 증권시장 

이에 따라 튤립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폭등했다. 1936년 12월에 나온 한 팸플릿에서는 튤립 구근 하나의 가격이 3천 길더. 이 금액으로 살 수 있는 물건들로 돼지 8마리, 황소 4마리, 양 12마리, 밀 24톤, 호밀 48톤, 와인 2통, 맥주 600리터, 버터 2톤, 심지어 매트리스 침구가 딸린 침대, 배 1척 등을 제시하고 있었다.

튤립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튤립을 사기만 하면 조만간 가격이 올라 이익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환상에 빠지게 됐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중심으로 튤립투기의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투기는 불안해하던 일부 사람들이 튤립을 팔기 시작하면서 와해되기 시작했다.

가격이 갑자기 내려가자 돈을 빌려 투자했던 사람들은 물론 상당한 재력가, 귀족조차도

거지 신세로 전락했고, 네덜란드는 그 후 몇 년 동안 경제 불황을 겪는 등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렸다.

실물가치에 기반하지 않은 명목가치가 경제주체의 투기 심리와 맞물려

어떻게 경제공황을 발생시켰는지 보여준 최초의 사례였다.

 


‘레버리지 효과’ 과신, 1929년 대공황 자초

튤립투기의 열풍과 몰락이 지나간 지 채 100년이 지나지 않아

프랑스에서는 ‘미시시피 버블(Mississippi bubble)’로 알려진 금융위기가,

영국에서는 ‘남해 버블(South Sea bubble)'로 알려진 금융위기가 비슷한 양상으로 발생했다.

그리고 1929년의 대공황은 자본주의 체제를 붕괴시킬 수 있을 만큼 거대했는데,

그 조짐은 1920년대 초 시작된 미국 플로리다 지역의 부동산 투기 열풍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었다.

플로리다는 거주 지역으로 매력적인 곳이었는데, 금융기관들은 매매가격의 10%만 현금으로 준비하면

원하는 부동산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금융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지난해 9월 파산한

뉴욕 리만 브라더스 본사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을 매입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나 1926년 지속적인 가격상승을 지탱할 새로운 자금원이 없어지자 부동산 시장은 붕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투기 열풍은 부동산 시장의 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당시 상승세를 타고 있던 주식시장으로 옮겨가 대공황을 불러일으킨다.

1929년 주식시장 붕괴는 금융기관을 비롯, 많은 사람들이 작은 돈을 투자해 큰 자산을 만들 수 있다는 ‘레버리지(leverage)' 효과를 믿었기 때문이다. 유나이티드 파운드 사는 10%만 현금으로 준비하면 되는 증거금제도를 이용해 자산을 10억 달러로 불렸다.

골드만삭스는 계속 자회사를 설립, 경영권을 유지할 정도의 지분만 유지한 채 나머지는 일반에게 공개하는 방식으로 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하였다.

이러한 레버리지 효과는 주식시장이 활황일 경우에는 문제가 없지만, 불황인 경우에는 문제가 심각해진다.

결국 불황이 닥치자 주식시장은 대폭락하게 된다.

“1929년 10월의 주식 대폭락은 금융위기가 발생할 경우

금융시장이 자체적으로 균형을 회복할 힘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정운찬 교수는 말했다.

 


서브 프라임 사태 1929년 대공황과 비슷

금융시장 발달에 따른 새로운 금융상품의 등장은

경제 주체들의 투기적 환상을 자극해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더욱 확대시켰다.

현재 또는 미래의 현금 흐름에 대한 청구권을 나타내는 금융증서인 예금증서, 어음, 주식, 채권 등은

그 자체로서 내재적인 사용가치를 지니지 못하는 일종의 권리에 불과하다.

금융자산의 발행자가 그 의무를 다할 능력과 의지를 가지지 않는 경우

청구권으로서 금융자산의 가치는 한낱 종이의 가치에 불과하다.

서울대 정운찬 교수 

바꾸어 말해 금융자산의 가치는 공장이나 생산설비, 특허권 등과 같은 실물자산 가치에 의존한다. 금융자산의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금융자산의 가치는 바르게 평가되지 못할 수 있고, 투기의 대상이 되기 쉽다. 1929년의 대공황이 그랬고, 최근 서브 프라임 사태가 또한 그러했다.

2001년 이후 최근까지 미국 부동산 시장의 활황에 힘입어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인 서브 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 발행이 증가했다. 대출 대상자의 상환능력에 문제가 있을지라도 당시 주택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었으므로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는 것이 모기지 발행자들의 생각이었다.

더구나 저당대출담보부증권(MBS)을 통한 대출채권의 유동화는 주택담보 대출액을 더욱 증가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금융공황의 결과는 생산량과 고용감소

또한 MBS는 채권담보부채권(CBO)을 통해 여러 투자기관에 판매됐고,

그 과정에서 많은 투자은행이나 보험회사, 신용보증기관들이 신용파산스왑(CDS)을 체결하고,

(서브 프라임 모기지를 기초자산으로 한) 금융자산 투자에 참여했다.

그러나 최초 대출을 받은 경제주체들의 상환능력에 문제가 있었고,

담보가 되는 주택가격도 거품이 심한 상황이었다.

결국 주택가격이 폭락하자 많은 서브 프라임 모기지 채권이 부실화됐고,

피해는 구조화된 금융자산들을 통해 연쇄적으로 번져나갔다.

그 결과 1929년 대공황과 비교될 만한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 파산이 우려되면 예금자들은 자신의 예금을 인출하려고 은행에 달려간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은행 전체로 확산되면 금융공황이 일어난다.

금융공황은 거시적으로 화폐량 감소와 이로 인한 생산량, 고용 감소를 가져온다.

또한 금융기관의 파산으로 인해 기타 금융 서비스가 상실되고, 예금위험이 증대된다.

금융부문 성장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

과거에 금융시장 불안정 사례에 비추어 이 같은 불안정성을 해소할 수 있는 장치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세계 각국이 한데 모여 금융시장 안정을 담보할 수 있는 체제를 서둘러 갖춰나가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2) 화폐수량설... 금융위기 더 키웠다

 화폐에 대한 새로운 해석 촉구

 

 

 

화폐가치의 지속적인 하락현상인 인플레이션은 경제의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저해하고,

심할 경우 화폐경제 자체의 존립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화폐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일은 시대를 막론하고 매우 중요한 과제로 여겨져 왔다.

인플레이션 이론들 가운데 최초의 것이자 가장 오래된 견해로,

물가수준이 화폐량에 의해 결정된다는 ‘화폐수량설’이 있다.

지금과 같은 경제환경 속에서 화폐수량설은 더 이상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은 뉴욕 증권시장. 

그동안 화폐수량설은 화폐금융이론의 전개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왔다. 25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에서 정운찬 서울대 교수는 “사실 화폐금융론의 역사는 화폐수량설에 대한 지지와 비판, 그리고 해석과 재해석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화폐수량설은 고전적인 형태든 현대적인 형태든 결과적으로 “화폐는 중요하다”란 결론을 이끌어낸다.

“때문에 본원통화의 발행량을 결정하는 중앙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주장으로 이어지지만, 최근 자본시장의 성숙과 금융시장의 발달로 화폐공급에 대한 외생성(外生性)에 대한 가정은 점차 생명력을 상실하고 있다”고 정 교수는 주장했다.

“더욱이 최근 서브프라임 위기의 배경이 되는 금융시장에서의 내생적(內生的)인 유동성 창조는

통화량과 물가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화폐수량설의 명제를 뿌리에서부터 흔들어버렸다”며

최근 경제상황과 관련, 화폐수량설을 적용하는 데 대해 매우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지난 20여 년간 무슨 일이 있었는가

정 교수는 지난 20여 년간의 시기를 설명하면서 ‘대완화(The Great moderation)’란 표현을 사용했다.

지난 20여 년간 중앙은행은 물가안정을 통화정책의 최우선 정책으로 삼았으며,

세계화는 관세를 비롯한 무역장벽을 제거해,

중국 제품과 같은 값싼 제품 생산업체들의 영향력을 강화시켰다.

또한 인터넷의 등장은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영향력을 강화시켜 재화가격의 하락을 유도했다.

정부는 규제완화를 통해 시장에서의 가격경쟁을 촉진하는 한편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해 정부 지출을 줄였다. 그 결과 (세계적으로) 성공적인 디플레이션이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낮은 인플레이션은 거시경제의 변동성을 현저하게 낮추었으며,

고용 · 임금 및 이윤은 그 어느 때보다 안정됐고, 미래의 대한 기대는 낙관적이었고, 투자는 촉진됐다.

낮은 인플레이션은 값싼 돈을 의미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자본이 소비재의 구매보다는 자산 구매에 사용됐다.

그리고 이 같은 자산 구매는 자산가격의 상승을 이끌었으며,

이때의 자산가격의 상승은 경제성장(GDP 성장)보다 훨씬 높았고,

이는 증가한 유동성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유동성 증가를 가능하게 해준 것이 바로 새로운 금융기법과 파생 금융상품이었다.

과거 은행의 신용창조 과정은 지급준비율과 민간의 예금형태로부터 제약을 받았다.

그러나 대출자산의 증권화 및 유동화 기법이 발전하면서 유동성은 자체적으로 증가해,

은행은 더 이상 유동성이 낮은 대출자산을 보유하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대신 은행은 대출자산을 특수목적기구(SPV 혹은 SIV)에 매각함으로써

추가적인 대출 및 주자를 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은행의 대차대조표에서 대출자산을 없앴다.

특수목적기구는 매입한 자산을 기초로 해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했으며,

이는 또 다시 모아져 부채담보부채권(CDO)로 발행됐다. 부채담보부채권은 여러 투자기관에 매각되는데,

그 과정에서 신용파산스왑(CDS)이 체결됐다.

이처럼 일련의 자산유동화 과정에서 은행뿐만 아니라 투자은행, 헤지펀드 등 다양한 금융, 투자기관들이 파생 금융상품을 통해 개입되고, 유동성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렇게 증가한 유동성은 다시 자산 매입에 사용되면서 자산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을 이끌게 된다.

이처럼 자산의 증권화·유동화와 파생 금융상품이 유동성 창출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통제하는 본원통화의 역할은 그 비중이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전통적 이론에 따르면 중앙은행에 의해 본원통화의 공급량이 정해지면,

예금창조 과정을 거쳐 통화승수배 만큼의 통화량 증가현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변화된 금융환경에서는 이에 더해 증권화, 파생 금융상품 판매가 이루어지고

그 결과 유동성은 더욱 증가했다.

결국 세계 유동성에서 본원통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작아지고,

파생 금융상품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화폐수량설, 한계 봉착

정운찬 교수는 “지난 20여 년간의 경제분석에서 통화량이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화폐수량설의 명제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통화량의 정의를 보다 넓은 의미의 유동성으로 확장한다 하더라도,

유동성의 증가는 물가의 상승이 아니라 자산가격의 상승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특히 자산거래에 사용되는 유동성은 본원통화를 조절하는 중앙은행에 의해 ‘외생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주체들의 미래에 대한 기대, 각종 금융상품의 발전을 비롯한 금융시장 내부 요인 등에 의해

‘내생적’으로 결정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물론 최근의 세계경제 유동성의 증가와 이로 인한 자산가격 상승,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온

낮은 인플레이션과 거시경제 안정성은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이해하기보다는

‘행운(serendipity)'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이해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의 생산능력을 상회하는 자산가격의 상승"은 결국 붕괴될 수밖에 없다.

서브프라임 위기 이후 최근의 신용경색과 세계적인 경기침체 등은

이미 이러한 붕괴가 시작됐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더 이상 상승기조의 유동성 순환은 없을 것이며, 지속적인 디스인플레이션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자산가격의 상승으로 증가했던 소비지출도 줄어들 것이다.

파생 금융상품의 거래 또한 예전처럼 이루어지기 힘들 것이다.”

지금의 현실은 변화한 환경 속에서 더 이상 화폐수량설의 명제가 설득력을 가지지 못한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고 정 교수는 주장했다. 금본위제도가 시행되던 19세기 고전적 화폐수량설도 그렇고,

20세기 중엽 이후에 등장한 신화폐수량설 또한 마찬가지라고 평했다.

화폐수량설이 다시 한 번 각광받는 경제이론으로 등장하기 위해서는

‘화폐’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화폐란 무엇인가”란 가장 기본적인 명제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어설명

▶ 화폐수량설(quantity theory of money)

: 인플레이션 이론들 중 최초의 것이자 가장 오래된 견해, 물가수준이 화폐량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론.

▶ 유동성(流動性 Liquidity)

: 현금으로 바꿔 쓸 만한 재산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말.

현금화할 수 있는 재산이 많으면 유동성이 풍부하다고 표현하고,

반대의 경우에는 유동성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 파생 금융상품(derivative securities)

: 주식과 채권 같은 전통적인 금융상품을 기초자산으로 하여,

새로운 현금흐름을 가져다주는 증권을 말한다.

대표적인 파생상품으로는 선도거래, 선물, 옵션, 스왑 등이 있다.

 

 

 

 

 

 

 

 

 (3) 역대 금융위기의 공통분모는 무엇일까

 17세기 이후 매번 비슷한 금융위기 조장

 

 

 

금융제도란 자금 여유가 있는 계층이 자금 부족을 겪고 있는 계층에 자금을 융통해주기 위해 생긴 제도다.

먼 옛날 농민들에게 곡식이나 가축을 꾸어주는 것에서부터 현재의 고도화된 금융제도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역사만큼 오랜 기원을 갖고 있는 것이 금융제도다.

그러나 인류역사는 금융제도의 순기능과 함께 역기능에 대해서도 생생한 증언을 남겨주고 있다.

정운찬 서울대 교수는 9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를 통해

역사상 최초의 금융위기서부터 최근의 서브프라임 사태에 이르기까지

여러 금융위기의 양상들을 소개한 후 금융위기의 특징들과 대응방안 등을 제시했다.

정 교수는 1637년 네덜란드의 튤립열풍서부터 최근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이르기까지

금융위기에는 공통적인 분모가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천재들, 투기적 환상 부채질

먼저 적은 자본으로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금융천재’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사람들의 투기적 환상을 자극하면서 투기열풍에 뛰어들게 만들고,

금융상품의 가격상승을 부채질한다. 많은 투자가들이 ‘대박의 꿈’을 안고,

투기에 동참하는 동안 금융자산의 가치는 실질가치와 무관하게 폭등한다.

1637년 세계 최초의 금융위기를

불러일으킨 튤립 

남들보다 앞서서 투기대열에 참여한 이들은 자신의 영리함에 도취돼, 아직 기회(?)를 잡지 못한 주변 사람들에게 마치 큰 선심을 쓰는 듯이 투기열풍에 동참할 것을 권유한다. 결국 많은 사람들은 해당 금융상품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투기행렬에 동참한다.

은행이나 금융기관들은 빠른 속도로 대출을 확대하고 있는 다른 경쟁자들에게 시장점유율을 빼앗기기 싫어서, 직원들에게 성과급까지 부여하면서 다양한 고객들을 끌어 모은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이전까지 투기적 모험과는 거리가 멀었던 기업과 개인들을 움직이게 만든다.

정부와 정치인들은 이 같은 투기열풍이 흐뭇하기만 하다.

경기 호조와 세수 증대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투기열풍이 정책 당국으로부터 묵인된 가운데 사람들은 더욱 행복에 도취된다. 돈을 버는 일이 이처럼 수월했던 적은 없었다며 즐거워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고공행진의 위기를 알리는 어떤 신호가 나타나면

시장은 곧 붕괴조짐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 신호는 은행이나 기업의 파산, 어느 투자자의 사기나 횡령사건 등 부정한 수단의 발각,

혹은 상품가격이나 주가의 가파른 하락이 될 수 있다.

자산 매수의 열광적이었던 투자자들이 앞 다퉈 매도에 나선다.

자산 가격은 하락하고, 개인과 기업의 파산이 늘어난다.

투자자들에게 무분별하게 자금을 빌려주었던 금융기관들도 정리절차에 들어간다.

비극이 시작된다. 잠시나마 행복감에 도취됐던 사람들은 이제 막대한 빚더미를 끌어안고,

깊은 경기침체의 수렁 속에서 우울한 나날을 보내야 한다.

때로는 충동적으로 세상과의 인연을 끊는 현실도피를 시도한다.

사람들은 책임자를 색출하라고 정부에 항의하지만,

사실 어느 누구, 한 개인과 특정 기업이 이런 사태에 모든 책임이 있다고 말하기 힘들다.

더구나 명백한 부정행위가 발견되지 않는 한 쉽게 책임자를 찾아내 처벌하기도 어렵다.

대개의 경우 금융천재로 추앙받던 인물들이 모든 사태의 원흉으로 지목돼 처벌된다.

그러나 그때가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투기열풍과 버블의 붕괴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간다.

또 다른 금융천재가 출현할 때까지.

 


파산의 기억, 사람들로부터 급속히 사라져

정운찬 교수는 역사상 금융위기가 수차례 반복되고 있지만,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비슷한 과정을 거치면서 실수와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어째서 비슷한 일이 계속해 일어나는 것일까.

정운찬 서울대 교수 

정 교수는 갈브레이스(J. Galbraith)를 인용, 비슷한 금융위기가 계속 발생하는 원인은 “불확실성이 가득한 금융제도가 사람들의 ‘투기적 행복감’을 자생적으로 조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실에서 무엇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배제시켜버리는 행복감이 대중들을 사로잡을 때 곧 금융위기가 발행한다는 것.

갈브레이스는 특히 두 가지 요소가 사람들의 투기적 환상을 조장한다고 보았다. 첫 번째 요소는 사람들의 금융적 기억(financial memory)이 지나치게 짧다는 점이다. 아무리 심각한 재앙이었다 하더라도 금융위기에 대한 기억은 생각보다 빨리 사람들의 기억으로부터 사라진다고 보았다.

바로 몇 년 전에 비슷한 현상으로 쓰라린 경험을 했던 사람들이 새로운 금융기법과 금융상품을 개발했다는

금융 천재를 발견하고 다시 환호한다.

과거의 우울했던 경험은 현재의 놀라운 금융기법에 대해 알지 못했던 옛 사람들의 구식 투자방식에서

비롯됐다고 여긴다.

투기적 환상을 반복해서 불러일으키는 두 번째 요인은 돈과 지능을 결부시키는 풍조다.

경쟁이 치열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많은 돈을 소유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때로 사람들은 돈의 소유를 뛰어난 능력, 특히 우수한 지적능력을 소유하고 있다는 증거로 여긴다.

특히 별다른 노력 없이 막대한 부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을 들으면,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 바로 자신의 명석함, 금융에 대한 감각을 증명하는 것인 듯

과감하게 뛰어든다. 그러나 금융의 천재는 반드시 몰락하게 돼 있다.

 


실물 가치 없는 금융자산은 ‘종이조각’

정 교수는 “금융자산의 발행자가 그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금융자산의 가치는 종이조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금융자산의 가치는 궁극적으로 금융자산과 관련된 실물자산 가치에 의존한다는 것.

예를 들어 기업 주식이나 채권은 기업 이윤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에 의존하고,

기업 이윤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공장이나 생산설비, 특허권과 같은 실물자산 가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은행 대출채권 역시 돈을 빌려간 사람의 담보자산 가치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액면 그대로의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이어지고 있는 금융위기와 관련해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이 최선의 처방이라는 주장을 펴는 전문가들도 있다. 금융위기 때마다 정부가 개입할 경우 시장 참여자들은 자신의 불합리한 행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손실을 보전해준다는 예상 하에 더욱 위험하고 불합리한 투자행위를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이다.

IMF 본부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정부 당국이 당초에 불개입 원칙을 고수하더라도, 공황상태에 빠진 시장과 시민들의 고통이 극대화될 경우 이를 외면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어떤 형태로든 정부의 정책대응이 시작된다.

그러나 당국의 구제시점 선택도 쉬운 문제가 아니다. 채무지불 능력이 없는 기업들이 파산하기 전에 구제책을 내놓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한 정책당국이 누구를 구제하고, 누구를 처벌할지 결정하는 일은 더욱 어려운 문제다.

왜냐하면 투기열풍에 참여한 사람들은 선의와 악의적 투기성향을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남들보다 조금 더 앞서서 투자했느냐, 나중에 투자했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이들을 선과 악으로 구분하는 일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

정부의 금융규제와 감독이 금융위기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지만,

실제로는 역부족이다.

국가마다 중앙은행을 두고 화폐량 조절을 통해 위기를 막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중앙은행 역시 위기대처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이 있다.

세계적으로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있다.

세계 각국의 외화자금 조달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1945년 가맹국 출자로 설립된 IMF는

그러나 1973년 주요 선진국들이 변동환율제를 도입하자, 그 기능이 상당히 변질됐다.

주로 개도국 및 구 사회주의권에 대한 구제 금융에 치중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 문제점도 노출되고 있다.

1982년 중남미국가들의 채무불이행 위기, 1995년 멕시코 페소화 위기, 1997년 한국 및 동남아 외환위기 시

구제금융을 제공하면서 오히려 자본유출과 함께 경제에 치명적인 충격을 가했다.

고금리와 긴축재정을 특징으로 하는 IMF 처방은 효과적인 대응 방법이 아니며,

위기상황에서의 대응속도도 너무 느리며,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정 교수는 역사적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는 금융위기가 어느 누구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인류 전체적인 재난이라고 말했다. 그대로 있을 경우 또 다른 금융위기가 다가올 수 있다며

금융을 비롯한 경제 주체들의 자각과 함께 중앙은행 기능 재편 등 대비책을 강구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4) 한은법 개정 논의... 금융위기 대처가 관건

 세계금융 충격파 빠르고 거대해져

 

 

 

지난 4월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전체 회의를 열고

한국은행에 금융기관 조사권을 부여하는 한국은행법 개정안 처리 문제를 논의했지만,

당적을 떠나 위원들 간에 의견이 엇갈리면서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기획재정위원회는 4월 29일 전체 회의를 통해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다시 논의했다.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으로 논의된 이날 회의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은

오는 8월 정기국회까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협의해

한국은행법 개정과 관련된 정부 안을 국회에 제출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정안에 대한 표결이 늦춰진 상황에서 지금 경제계는 한은법 개정방향을 놓고

열띤 논의가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논쟁의 핵심은 금융조사권 부여 문제

이와 관련 정운찬 서울대 교수는 16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강연을 통해

“개정안의 핵심은 한은법 제 1조인 목적 조항에 ‘금융안정’ 기능을 추가해

언제 있을지 모르는 금융위기에 대처해 나가자는 데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997년 IMF 정책 처방에 따라 중앙은행의 설립 목적을 ‘물가안정’에 국한한

한은법 제 6차 개정을 단행한 바 있다.

또한 당시 재정경제원장관이 겸임하던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을 한국은행 총재가 겸임하도록

직제를 개편해,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강화시켰다.

한편 ‘금융감독 기구 설치에 관한 법률’을 신설해,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 4개 금융감독기구를 통합,

1999년 1월 금융감독원을 설치했다. 한국은행의 은행감독 기능은 금융감독원으로 이관시키고,

한국은행의 독립성 강화는 ‘물가안정목표제’를 충실히 수행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정 교수는 “그동안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은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유효하고

선제적인 대응수단임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제한으로 인해 정책 집행에 있어

한계에 봉착해왔다고 지적하는 의견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고 말했다.

이번 한은법 개정 논쟁의 핵심은 바로 지난 1997년 한국은행이 상실했던 금융조사권을

다시 한은에게 부여할 것인지의 문제라며, 앞으로 한은법 개정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돼,

우리나라의 금융 안정성을 높이고, 물가안정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지금의) 금융은 실물부문과는 달리 그물망같이 서로 연계돼 있고,

충격의 전파속도가 빨라 한 지역의 위기가 다른 지역으로 급속히 전파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금융자유화 이후, 해외자본의 유출입 규모가 커지고,

속도가 빨라진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 금융위기 충격에 더 취약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금융, 물가안정 위한 최선 방안 찾아야

지금 상황에서 한은법 개정에 찬성하는 쪽은 이번 한은법 개정이 이러한 금융환경에 부합하는 조치이며,

금융위기에 따른 사회적 비용에 비하면 감독기능의 중복에 따른 비용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은법 개정에 반대하는 쪽은 금융감독 기능을 한국은행에 다시 부여했을 때,

금융감독원과 감독 기능이 중첩돼 자원의 비효율적인 이용과 잠재적 이해상충의 문제가 발생하고,

적기에 적절한 정책을 추진하지 못하게 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학과 함께하는 인문강좌 


또한 금융안정화를 위한 여러 정책 수단이 물가안정화라는 한은 목표와 상충하게 될 가능성에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금융안정성과 물가안정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일이라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협의를 통해 최선의 방안이 도출될 수 있기를 기대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한은법 개정안에서는 한은이 금융위기 시

“자금조달과 운용의 불균형으로 유동성이 악화되거나 과다해질 가능성이 높은”

금융기관의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한은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고 있는” 금융기관에 대해 업무와 재무상황에 대한 조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한은이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금융기관의 범위를

금융산업 구조개선법에 명시된 금융기관으로 명시해, 현행 136개 기관에서 526개 기관으로 확대했으며,

한은의 권한을 보다 더 강화해 금융위기 시 시중 유동성 공급을 보다 유연하게 할 수 있도록 했다.

다음은 정 교수가 중앙은행으로서 한국은행의 역사를 요약한 것이다.

한국은행 약사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1950년 6월 12일에 설립됐다.

우리나라 중앙은행제도의 성립과정은 영국이나 미국과는 다른 특성을 보여준다.

이들 국가의 중앙은행들이 경제적 필요에 의해 진화됐거나,

금융시장 안정성 확보를 위해 설립된 것과는 대조적으로,

우리나라 중앙은행제도는 시장 내부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신생 독립국가의 제도정비라는 시장 외적인 요인에 영향 받은 측면이 강하다.

한국은행 

설립 당시 한국은행은 정부가 전액 출자한 법인으로서 자본금은 15억 원(圓)이었다. 그 후 1962년 5월 한국은행법 제1차 개정 시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전환됐다.

발권력을 지닌 중앙은행의 경우 일반기업과 달리 영업활동을 위한 기초자산, 즉 납입자본금이 필요치 않고, 손실이 발생하면 정부가 이를 보전하므로 자본금이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이후 한국은행법이 1962년 처음 개정되면서, 우리나라에는 성장금융체제가 확립됐고, 한국은행은 성장을 위한 자금동원 및 배분기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그 결과 한국은행은 경제성장을 금융측면에서 뒷받침하기 위해 각종 정책금융을 실행해왔고,

이 과정에서 정부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1960년대 이후 한국은행은 한은특융이란 수단을 통해

금융부문 위기를 막는 최종 대부자로서의 역할도 수행해왔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정부 주도의 고도성장 체제가 한계에 도달함에 따라

한국은행은 독립성 확보와 시장 지향적 기구로의 탈바꿈이라는 역사적 과제에 직면하게 된다.

그 결과 1987년에는 한국은행의 약화된 위상을 다시 되돌리기 위한 한은 독립운동이 벌어지기도 한다.

당시 이 문제는 정부와 한국은행 간의 견해차가 너무 커 결론이 나지 않은 채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1995년 한국은행의 독립성 문제가 다시 제기된 후 1997년 IMF 구제금융 사태가 발생하면서, 1997년 12월 31일 한국은행법의 전면 개정(제 6차 개정)이 이루어진다.

이로써 한국은행은 창립 당시의 위상에 상당히 근접하는 수준의 법률적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03년 9월 제7차 한은법 개정이 이루어지면서

지급결제제도와 관련된 한은 기능이 추가되는 등 한은 기능이 계속 강화돼 왔다.

 

 

 

 

 

 

 

 (5) 금융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R&D 투자와 교육 자율화 강조

 

 

 

23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석학과 함께하는 인문강좌’에서

정운찬 서울대 교수는 최근의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경제의 균형을 회복하고, 중산층과 서민층을 살리는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투자 부진의 해소를 위해서는 현재의 생산시설을 충분히 활용하는 동시에

미래 생산능력을 충분히 배양해 나가야 한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개발, 즉 R&D가 보다 더 기초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종합토론으로 진행된 23일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 


정 교수는 또 한국 교육이 무엇을 가르치고, 어떻게 가르쳐야 할 것인지에 대해

사회로부터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며, 특히 대학교육에 있어 지금보다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며,

각급 학교에 훨씬 포괄적인 자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도 미국과 유사한 문제가 발견돼

금융위기가 왜 발생하게 됐는지 그 원인을 묻는 토론자의 질문에

정 교수는 한국에서도 실물부문에서 근본적으로 미국과 유사한 문제가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미국처럼)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고, 돈을 빌려서 투기에 뛰어든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는 것.

2006년 가을을 상기해보면 우리나라에서도 투기가 얼마나 심했는지 잘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멀쩡히 잘 살던 사람들이 돈을 빌려다가 자기 소득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집을 샀고,

그 결과 그들은 지금 한 달에 백만 원, 이백만 원씩 이자를 내느라 삶의 질이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국도 (미국처럼) 경제구조가 불건전한 상태에서 이런 투기가 일어난 데 있다고 말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처럼 경제 양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었으며,

소득분배는 약화됐고, 경제구조의 불균형은 날로 심화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가계부문의 건전성은 위험수위에 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

지난 1999년에만 해도 우리나라 개인의 순저축률은 평균 15%를 넘고 있었지만,

2008년에는 이 수치가 2.5%로 떨어졌는데, 이는 모든 계층을 평균한 수치이므로

저소득층의 저축이 사실상 마이너스였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돌이켜 보면 외환위기 이후 신용카드를 매개로 저소득층이 빚의 늪에 빠져 들더니,

다음에는 주택담보대출을 인해 중산층까지 빚의 멍에를 짊어지는 일이 벌어졌으며,

결과적으로 지금 금융위기 사태로 우리나라 중산층이 붕괴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산층이야말로 사회를 유지하는 기둥

정 교수는 중산층이야말로 사회를 유지하는 기둥이라고 말했다.

지금 한국의 가계들은 미국보다 소득에 비해 더 많은 빚을 지고 있으며, 더 많은 이자비용을 내고 있는데,

그나마 근근이 버티고 있는 것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저소득층을 위주로 했던 것과는 달리) 중산층이 주체가 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경제 근간이 되는 중산층의 소득흐름에 충격이 와서 원리금을 연체하다가 부실이 생기면

금융권도 함께 위험해지는 상황이 되고 만다며, 한국 사회의 기둥이면서 사회발전의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중산층 보호를 위한 경제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위기대처 방안과 관련해서는 "우선 당장 급한 것이 구조조정의 추진"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을 피해 부실을 드러내지 않게 하고 싶은 것이 금융기관 경영자의 바람이겠지만,

그러나 구조조정을 피했을 때 공멸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구조조정을 위해) 금융기관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정부 리더십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구조조정 실패로 인해 경제 전체가 피해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한 정부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관치를 피하면서도 금융기관들의 행태를 경제 전체의 이익과 조화시키는 것은

마치 예술(art)과도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기초적이고 장기적인 R&D 투자 선행돼야

정 교수는 뉴딜과 경제운용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 질적 성장을 위한 잠재력 확충, ▲ 기업투자 부진의 해소, ▲ 교육의 근본적인 변화를 통한 문제 해결,

▲ 중산층 복원을 통한 소득분배 개선, ▲ 무분별한 규제 완화의 지양 등 5가지를 제안했다.

정 교수는 질적 성장을 위한 잠재력 확충을 위해 SOC말고도 한국이 시급히 필요로 하는

공공 프로젝트들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사회안전망도 아직 약하고, 교육이나 보육 시스템에 대한 공적 투자도 크게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람과 아이디어에 대한 투자는 미국보다도 오히려 한국에서 훨씬 더 시급하며,

이러한 투자야말로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말했다.

기업투자 부진의 해소를 위해서는 현재의 생산시설을 충분히 활용하는 동시에

미래 생산능력을 충분히 배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투자가 선행돼야 하는데,

치근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것은 투자대상이 마땅치 않고, 투자 효율성이 낮다는 데 있다고 보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연구개발, 즉 R&D가 보다 더 기초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진행돼야 한다며,

R&D에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또 한국 교육이 무엇을 가르치고, 어떻게 가르쳐야 할 것인지에 대해

사회로부터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고 말했다.

체력, 위기극복 능력, 창의력, 적응력을 키워줌과 동시에 언어, 특히 국어실력을 키우고,

기본 과학기술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이 교육과정은 태어나면서부터 시작해 유치원, 초등학교, 중등하교, 대학교까지 이어져야 한다며

특히 대학교육에 지금보다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고,

각급 학교에 지금보다 훨씬 포괄적인 자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종합토론은 하성근 연세대 교수의 사회로

오상근 동아대 교수, 원승연 영남대 교수, 서울대 이천표 교수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 이강봉 편집위원

- 2009.04.20/ 04.27/ 05.11/ 05.18/ 05.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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