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가며(자료)

<조선왕조실록> 밀랍본 제작

Gijuzzang Dream 2009. 1. 30. 22:24

 

 

 

 

 <조선왕조실록> 훼손 심각…

 

서울대학교 규장각은 고문헌의 보고이다.

이곳은 수집된 고서 · 고문서 · 고지도 등 26만여점을 소장, 전통시대 기록문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 가운데 국보가 6종, 보물이 8종이다.

문제는 수백년의 역사를 지닌 이들 문헌의 안전한 보존 여부.

특히 최근 규장각 소장 <조선왕조실록>(정족산본·국보 제151호)의 상당수가 심각하게 훼손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실록의 보존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규장각은 2003년 조선왕조실록 보존대책소위원회를 구성, 효율적인 관리 · 보존 방안을 강구해 왔다.
 


◇ 얼마나 훼손됐나?

규장각 소장 실록이 훼손됐다는 사실은 1967년 간행된 ‘조선왕조실록 조사표’를 통해 처음 확인된다.

52쪽으로 된 이 보고서는 실록의 현황과 함께 보존상태를 전하며 40여책이 훼손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록의 구체적인 훼손상태가 확인된 것은 19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 당시 규장각 운영책임을 맡고 있는 서울대 중앙도서관측은 조선왕조실록의 일부가 훼손된 사실을 확인하고도 처리 방법을 몰라 쉬쉬해 왔다.

훼손된 실록의 보존·복원 대책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규장각이 서울대 중앙도서관에서 독립된 이후인 1996년.

당시 규장각은 실록 중 훼손이 심한 47책을 국립문화재연구소에 보존처리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보존처리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조선왕조실록의 보존상태에 대한 전면조사가 실시된 것은 1998~99년.

규장각의 의뢰로 전수(全數) 조사를 실시한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조선왕조실록 1,229책 중 약 10%인 131권의 훼손상태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특히 세종실록은 154책 중 절반이 넘는 86책이 불량본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손상 정도가 심한 131권의 대부분이 밀랍본(蜜臘本)이라는 사실.

밀랍본은 태조실록~명종실록에서만 나타나는데,

밀랍본 실록 614책을 기준으로 할 때 훼손율은 21%로 높아진다.

현재 서울대 규장각에 소장된 국보 제151호 <조선왕조실록>중

‘태종실록’부터 ‘명종실록’까지 614책 중 415책이 한지에 밀랍이 도포된 밀랍본인데,

이중 131책이 밀랍 경화로 얼룩이 지고 한지가 떨어져나가거나 들러붙는 등 훼손이 심각하다.

‘세종실록’은 154책중 86책이 밀랍으로 심하게 손상됐다.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에서 밀랍제거 실험을 하고 있지만

유물에 미칠 영향 등을감안할 때 당장 섣부른 조치를 취할 수 없다.

 

연구소의 보고서를 토대로 지난해 실록의 훼손상태를 다시 조사한 박지선 용인대 문화재보존학과 교수는

“밀랍본은 일반 한지로 만든 생지본(生紙本)에 비해 손상 정도가 심하고,

일부는 책장끼리 붙어 있어 내용을 읽을 수 없는 상태였다”면서

“종이를 보존하기 위해 사용한 밀랍이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훼손을 가속화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박교수는 “밀랍본이 명종실록 이후에는 나타나지 않은 것을 보면

임진왜란 이전에 이미 훼손이 나타나 이후에는 밀랍본 제작이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보존대책은?

현재로서 조선왕조실록을 영구보존하고 훼손된 책을 복원하는 방법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규장각은 2003년 6월 전·현직 규장각관장, 문화재보존처리 전문가 등 8명으로

조선왕조실록 보존대책 소위원회(위원장 송기중 규장각관장)를 구성, 훼손본의 보존처리 및 복원 방법을

강구해 왔다. 이와 별도로 국립문화재연구소도 보존과학연구실을 중심으로 실록 보존 연구를

계속하고 있으나 양쪽 모두 현재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밀랍본이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희귀본이기 때문.

밀랍본은 벌집에서 추출한 밀랍성분을 종이에 입힌 책으로

책의 수명을 높이기 위해 고려말~조선 초기에 주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규장각 소장 정족산본 실록 이외에는 거의 전하지 않는다.

30년 가까이 고서를 취급해온 문우서림 김영복 대표는 “밀랍본 고서를 한번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손상의 원인을 분석해 밀랍본의 제작 방식을 규명하는 일이다.

대책위가 밝혀낸 사실은 ‘밀랍본은 밀랍용액에 담근 방식이 아닌, 종이에 밀랍을 덧칠해 만들었다’는 정도.

박지선 교수는 “내년부터는 실제 밀랍본 모조품을 만들어 실록의 훼손상태를 분석할 예정”이라며

“보존처리 및 복원에까지는 시일을 예상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이규식 연구관도

“수백년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 손상의 원인을 단시일에 규명하기란 쉽지 않다”면서

“질소 밀폐처리방안, 냉동처리 방안 등 실록 보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으나

장기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은 아직까지 없다”고 말했다.

신병주 학예사는 “이번 학술대회는 그동안 문헌, 자연과학 등으로 진행된 연구 성과를 공유,

 학제간 작업을 통해 실록 복원의 해법을 찾고자 마련됐다”면서

“실록뿐 아니라 고서 전반에 대한 보존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조선왕조실록>은 ?

조선 태조에서 순종까지 500여년간 일어난 역사적 사실을 각 왕별로 기록한 편년체 사서이다.

민생, 치안, 국방, 외교 등 국정의 모든 분야를 망라해 조선시대 연구의 귀중한 사료이다.

‘왕조실록’이라는 이름 때문에, 임금과 관리들의 일을 기록한 책으로 알기 쉬우나

일상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자료도 적지 않다.

‘태종실록’에는 대마도주가 조선의 환심을 사기 위해 바쳤다는 코끼리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이 코끼리는 엄청난 음식을 먹어치우고 사람을 밟아 죽이면서 전라도 장도로 ‘유배’돼

그곳에서 죽음을 맞게 된다. 조선시대 1,500여회에 걸쳐 일어난 지진에 관한 기록도 상세하다.

지난해 크게 유행한 드라마 ‘대장금’의 주인공 장금의 이야기도 여섯번이나 나온다.

그러나 실록 속의 장금은 약재에 밝았던 의녀이지, 수라간 궁녀는 아니다.

이밖에 실록에는 영조대에 실시된 청계천 준설공사의 내용도 상세하다.

신병주 학예사는 이러한 실록을 ‘조선시대의 타임캡슐’이라고 말한다.

현재 조선시대의 실록은 규장각에 소장된 정족산본 이외에

국가기록원(태백산본), 북한(적상산본) 등에 모두 3부가 전해오고 있다.

이중 정족산본은 임진왜란 때 병화를 입지 않은 조선 최고의 실록으로 문화재적 가치가 가장 크다.

실록은 1973년 국보 151호로 지정됐으며, 97년에는 유네스코 세계기록 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 경향, 2005년 04월 19일, 조운찬기자 sidol@kyunghyang.com

  

 

  

 

 

 

 

 

  훼손 심한 ‘조선왕조실록 밀랍본’ 제작 비밀 풀렸다

 

종이 밀도 일반 한지의 3배 

 

두께 얇으면서도 조직 치밀 

 

밀랍은 ‘지리산 벌’서 채취

 

     

충북 청주시 국립청주배첩전수교육관.  

충북 무형문화재 배첩장인 홍종진(58) 씨가 나무방망이로 한참 동안 한지를 다듬이질했다.  

전통 한지 제작 때 종이를 두드려 부드럽게 하는 마무리 작업, 도침(搗砧)이다. 

 

홍씨의 도침은 이뿐 아니었다. 다듬이질 전 물을 뿌린 종이를 솔로 오랫동안 문지르고 폈다.  

그 뒤 종이를 발로 골고루 밟았다. 다듬이질은 3단계였다.  

다듬이질 뒤에도 발로 종이를 밟았고 종이가 마른 뒤 다시 발로 밟았다.  

“종일 쉬지 않고 일해도 많아야 15장의 종이를 도침하는 고된 작업이지만 

이렇게 해야 종이의 섬유 조직이 치밀해진다”는 게 홍씨의 설명이다. 

홍씨가 만든 종이는 처음 재현되는 조선왕조실록 밀랍본(성종실록)에 사용된다.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 유네스코) 지정 세계기록유산인 조선왕조실록 밀랍본

(국보 151호 · 규장각 소장)은 훼손이 심각해 보존처리도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록 1229권 중 태조대-명종대 밀랍본 131권이 심각하게 변색되고

종이에 밀랍이 들러붙어 균열이 생겼다. 

조선 초 종이를 보존하려 바른 밀랍이 오히려 종이를 훼손시킨 것이다. 

   

2005년부터 밀랍본의 보존과 복원 방법을 찾아온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최근 밀랍본 종이와 밀랍의 성분, 제작 방법을 규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국보 밀랍을 제작 당시와 똑같이 재현한 뒤 이 재현품으로  

600여 년의 훼손 과정을 압축 관찰하기로 했다.  

재현은 5월부터 청주고인쇄박물관이 맡았으며 완성된 재현품은 11월 말 모습을 드러낸다.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의뢰를 받은 강원대 제지공학과 조병묵 교수 연구팀은 실록 밀랍본 종이를

분석해 밀랍본이 일반 한지의 3배에 가까운 m³당 0.8g의 고밀도 종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밀랍본 종이의 섬유소는 어느 한 곳 뭉치지 않은 채 골고루 퍼져 조직이 치밀하면서도 두께가 얇았다.

섬유 조직이 치밀할수록 먹이 잘 번지지 않고 깨끗하게 글씨가 써지지만

임진왜란 이후에는 실록에도 이런 고급지를 쓰지 못했다.

고밀도 한지는 현대의 한지 제작 공정으로도 쉽게 재현하기 어려울 만큼 첨단기술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청주고인쇄박물관이 국내 유일의 5단계 도침 기술을 보유한 홍 씨에게

도침을 부탁한 것은 이 때문이다.  

 

연구팀은 실록 밀랍본이 100% 고급 닥나무 섬유로 만들어진 사실도 알아냈다.

특히 강한 알칼리 성분에서 나타나는 수산화나트륨(NaOH)이 아니라

약한 알칼리 성분에서 나타나는 수산화칼륨(KOH)이 종이에서 검출됐다.

이는 밀랍본 종이의 제작 방법을 추적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됐다.

 

전통 한지는 표백을 위해 닥나무 껍질을 알칼리성 잿물에 삶는데 알칼리 성분이 강할수록

종이 섬유소가 손상되고 끊어져 종이의 질과 강도가 떨어진다.

밀랍본 종이는 섬유소가 길고 가늘게 살아 있었다.

고온 고압을 피해 천연 잿물에서 오랫동안 삶은 것이다.

   

청주고인쇄박물관은 이를 바탕으로 요즘 한지 제조에 널리 사용되는 가성소다(양잿물)를 배제한 뒤

한반도가 원산지이면서 알칼리 성분이 약한 콩대를 천연 잿물 원료로 선택했다.

밀랍 성분도 밝혀졌다. 

한국 중국 일본의 벌, 고래, 식물 등에서 추출한 여러 밀랍 성분을 밀랍본과 비교한 결과

지리산 벌에서 추출한 밀랍이 가장 유사했다.

 

   

다음 문제는 밀랍을 어떻게 종이에 발랐느냐는 것.

△붓을 사용해 바르는 방법

△밀랍에 종이를 담갔다가 빼는 방법

△밀랍을 파우더처럼 종이에 뿌리는 방법 등이 가능한데

 

밀랍에 담그거나 파우더를 뿌리면 일정한 두께를 유지하기 힘들어

재현 밀랍본은 밀랍이 굳지 않도록 온도를 조절하면서 붓으로 바를 계획이다.

 

 

▼ ‘실록 밀랍본’ 어떻게 만들어지나▼

   

국보 151호 조선왕조실록 밀랍본의 종이, 밀랍 성분과 제작방법 규명

 

→ 종이 제작 시작

 

→ 닥나무껍질을 가마솥에서 한반도가 원산지인 약한 알칼리성의 콩 잿물에 삶음

 

→ 잿물을 빼고 나무방망이로 메를 친 뒤 맑은 물에 씻어 말림

 

→ 닥풀과 잘 섞은 뒤 발을 이용해 닥섬유를 종이로 떠냄

 

→ 5단계에 걸쳐 종이 섬유 밀도를 높이는 도침

 

→ 종이 제작 완료

 

→ 금속 활자 인쇄

 

→ 지리산 벌로 만든 밀랍을 골고루 바름

 

→ 비단 표지를 만들어 21세기 조선왕조실록 완성

 

- 청주=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2008-11-14 ⓒ 동아일보 & donga.com

 

 

 

 

 

 

 

 

 위기의 국보급 문화재들

 

국내 문화유산 중에는 기술부족 등의 이유로 제대로 보존처리를 못해

원형 회복(복원)이 어려운 국보급 유물이 적지 않다.

 

현재 서울대 규장각에 소장된 국보 제151호 ‘조선왕조실록’ 중 한지에 밀랍이 도포된 책들이

대표적으로 복원이 쉽지 않은 사례다. ‘태종실록’부터 ‘명종실록’까지 614책 중 415책이 밀랍본인데,

이중 131책이 밀랍 경화로 얼룩이 지고 한지가 떨어져나가거나 들러붙는 등 훼손이 심각하다.

‘세종실록’은 154책중 86책이 밀랍으로 심하게 손상됐다.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에서 밀랍제거 실험을 하고 있지만

유물에 미칠 영향 등을감안할 때 당장 섣부른 조치를 취할 수 없다.

 

1973~1975년 경주 황남대총에서 출토된 ‘옥충안교(말 안장 가리개)’는

보존처리 방법을 못찾아 발굴후 현재까지 글리세린용액에 넣어 보관중이다.

목재와 비단, 금동, 옥충(비단벌레)의 날개를 혼합해 만들어진 이 유물은

목재와 금동, 옥충 날개 모두 썩거나 부식되는 등 약화돼 있어

종합적인 보존처리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보물 제1040호 ‘구례화엄사 화엄석경’은 통일신라 때 조성된 것으로

임진왜란 때 화재로 훼손돼 현재 1만4242점의 조각으로 전한다.

화재로 회갈색으로 변색 파손돼 있으며 심한 풍화로 서체판독이 어려운 것이 전체의 5분의 1 정도.

풍화로부터의 보존방안과 경화처리, 오염물 제거 등이 필요하다.

 

전남 순천 송광사 소장의 보물 제134호 ‘경질’은 가느다란 대나무 조각을 색실로 엮어

두루마리로 나온 경전을 보관하기 위해만든 불교공예품이다.

오랜기간 보존한 탓에 재질 약화와 오염물 증가, 균열 발생, 연결부 약화 등이 진행돼

현재 정재문화재보존연구소장인 박지선 용인대 교수가 보존처리중이다.

 

임진왜란때 명나라 신종이 충무공 이순신 장군에게 하사한 8종, 15점의 물건이 있는데 

이 보물 제440호 ‘통영충렬사팔사품’ 중

홍소령기와 남소령기(모두 군대의 명령을 전할 때 쓰는 깃발)도

비단의 재질약화로 보존방안을 강구해야 될 형편이다.

 

조선시대 삼존불벽화 등 29점이 일괄로 지정된 보물 제1315호 ‘무위사 극락전 벽화’는

지난 1982년 균열부 접착, 표면 이물질제거 및 경화처리 등 약식보존처리를 실시했으나

최근 다시 표면오염물질 증가와 균열발생, 안료 박락 등으로 정밀 보존처리가필요한 지경이다.

- 문화일보  2005-04-19 최영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