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가는(문화)

대한민국 대표 예언서 - 정감록, 격암유록, 송하비결, 기타 비결서 外

Gijuzzang Dream 2009. 1. 28. 18:25

 

 

 

 

 

 

 우리는 왜 예언서에 끌리는가



대부분 ‘십승지’ 소개… 핵심 키워드는 ‘생존’
미네르바 신드롬, 주류 미디어 불신서 비롯


 


“그냥 전체적으로 2009년은 어떨지, 아이 취학이나 건강은 어떨지 궁금해서 봤어요.”
주부 정서혜(가명·39)씨는 올해 초 토정비결을 봤다. 따로 비용이 든 것은 아니다.

요즘에는 인터넷 포털 같은 사이트에서 회원에 가입하면 무료로 토정비결을 봐주는 곳이 많다.

“총평을 먼저 보고 월별 운세를 보는데, 앞으로 예정된 일,

이를테면 취학이나 이사 같은 것이 예정된 달의 운세를 보면

‘아, 그 달은 어떻겠구나’ 하고 감을 얻는 식이에요.”

정씨는 토정비결을 ‘마음의 위로 또는 위안’이라고 규정했다.

“나쁜 일이 생길 것이라고 했던 해도 돌이켜보면 딱히 나쁜 일은 없던 것 같고,

‘좋은 일이 많다’는 해도 딱히 대박에 해당하는 일은 없던 것 같아요.

그래도 인생사에 상담이 필요할 때 나름대로 카운슬러 역할을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연초, 한 해의 운세를 살펴보기 위해 토정비결을 보는 것은 대표적인 한국 풍습이다.

기원은 명확하지 않지만 관련 연구자들은 19세기 후반께 이 풍습이 널리 퍼진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에도 비슷한 전통적 점술이 있다. 타로 카드나 점성술이 대표적이다.

지금은 외국의 점술 문화도 많이 들어왔다. 인터넷 등을 통한 글로벌 문화가 확산한 덕분이다.

매년 새해에는 개인의 길흉화복뿐 아니라 국운(國運), 즉 나라의 운명도 점친다.

언론매체는 매해 초, 유명 역술가들의 국운 예측 기사를 즐겨 싣는다.

국운을 예측하는 방법은 제각각이다.

자미두수(紫微斗數)나 육임(六任), 태을신수(太乙神數) 등도 주요한 방법론으로 거론된다.

수백 년 전 만들어졌다는 비기서(秘記書)의 해석을 두고 설왕설래도 벌어진다.


연초 토정비결, 대표적인 한국 풍습


2007년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그해 연초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해 국운을 예측한

유명 역술인의 예언을 검증했다. “대통령 선거 결과는 국운 예측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일부 역술가를 제외하고 대부분 예측은 빗나갔다.

(본지 754호 ‘2007 대선, 역술인 최종 예언 뭘까’ 기사 참조).

그럼에도 중요한 국가적 사건 등을 앞두고 반복적으로 비기서나 역술가 들의 예언에 솔깃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글쎄 말입니다. 수많은 가짜 예언서를 봤으면서도 저 역시 누가 어떤 예언을 했다든가

새로 비결서(秘訣書)를 발견했다고 하면 흥미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김하원(52)씨는 역학이나 운명·예언을 연구하는 데 반평생을 보냈다.

예언서나 비결서를 발견했다고 하면 이를 입수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김씨는 1995년 <위대한 가짜 예언서 격암유록>이라는 책을 펴내

<격암유록(格菴遺錄)>은 후세에서 조작한 위서라는 주장을 폈다.

도참(圖讖)적 성격을 띠고 있는 비결서는 토정비결과 차원이 다르다.

<정감록>을 비롯한 예언서들을 문헌고증학 · 역사사회학적으로 분석한 저서 <한국의 예언문화사>를

저술한 백승종 경희대 학부대학 객원교수는 토정비결을 ‘점술을 반대하는 점술서’라고 규정한다.

토정비결의 가장 큰 기능은 ‘위안과 격려, 불안을 달래주고 힘을 복돋아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백 교수는 “적어도 토정비결 때문에 패가망신했다는 이야기는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화제가 된 비결서는 많은 ‘뒷담화’를 낳는다.

2003년 선풍적 화제를 몰고 다녔던 <송하비결>과 관련해 한 역학연구자는

“초판에서 부시가 저격당해 죽는다고 했는데,

부시가 재선하니 나중에 개정판을 내서 입장을 정반대로 바꿨더라”라며

“(그런 말로) 돈을 버니까 세상 사람들이 뭐라 하든지 혹세무민하는 것이 아니냐”고 비난했다.

개인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토정비결>과

국운을 예언하는 비결서는 차원이 다르다고 관련 연구자들은

말한다. 사진은 신년을 맞아 길거리에서 토정비결을 보는 사람들.


 

<송하비결>의 공동 편역자인 황병덕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혹자들이 돈에 눈이 멀었다는 비난을 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다”라며

“강남에 재건축 아파트 한 채라도 구입한 사람이라면 적어도 나보다 더 많이 번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내가 동양학에 관심이 있는 것을 알고 있던 주위 친구들이 ‘그러지 말고 네가 해석해봐라’ 해서

나선 게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일부에서는 종교적 배경을 의심하지만

<송하비결>은 다른 비결서에 비교했을 때 그런 색채가 거의 없는 책”이라고 덧붙였다.

비결서는 아무나 쓰거나 해석할 수 없는 책이라고 불린다.

최소한 주역과 하도낙서, 음양이론 · 팔괘 등 ‘원리’에 도통해야 한다.

흔히 ‘명복의상산(命卜醫相山)’이라고 하는 동양사상이 집약된 것이 비결서라는 것.

한자도 통달해야 한다. 파자(破字)와 측자(測字)도 능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다음 난리의 피난처는 부산(釜山)이다’는 말을 파자하면,

‘다음 난리의 피난처는 팔금산(八金山)이다’라는 식으로 파자를 통해 암호화할 수 있다.

‘팔금’ 이외에도 부금산(父金山)이라고 할 수도 있고,

‘부(父)+옥(玉)+점 하나 더’로 풀어 ‘부옥가점산(父玉加點山)’이라고 쓸 수도 있다.

그러다보니 해석도 제 각각이다.

비결서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역학연구자들은

“길게는 1000년, 짧게는 100~200년 전에 한국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을 예언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대부분 비결서가 세상에 공개된 시점에서는 지나간 큰 사건을 모두 맞혔다고 주장하지만,

이후 미래 예측은 엇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평가절하한다.

 

김하원씨는 “한학과 음양오행, 주역원리를 꿰뚫어야 비결서를 쓰거나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파자 등 몇 가지 원리를 이해하고 고등학교 수준의 한자를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결서를 조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혼란기 국가권력에 도전하는 무기

 

비결서에는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이 망라되어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입증할 수는 없다.

위부터 6·25전쟁과

4·19혁명, 5·16쿠테타,

10·26 박정희 암살 사건.

비결서에 대한 학문적 연구자들은 문자 그대로의 예언, 앞날을 내다보는 비결로 해석한다면 그 수명은 이미 끝난 것이라고 말한다.

백승종 교수는 “모든 예언서는 가짜이자 진짜라고 할 수 있다”라며

“중요한 것은 예언의 내용이 아니라 예언서를 만들고 유포하는 사회적 배경, 민중의 마음”이라고 말한다. 즉 어떤 맥락에서 예언서들이 등장하고 어떻게 해석하려고 했는지가 중요하지 ‘10가지 예언 중 3개가 맞았다’는 식의 시시비비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예언서는 백성들이 정치에 정상적인 방법으로 참여할 수 없었던 시절, 자연스러운 분출구 역할을 하던 매개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 주의해야 하는 것은 비결서라고 전해진 책들이 모두 고래(古來)의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감록>이나 <남사고비결>과 같이 <조선왕조실록>이나 각종 수사 기록에서 존재가 확인되는 도서를 제외하고, 대부분 이르면 19세기 말부터 일제강점기, 심지어 1950년대나 1960년대와 같은 최근년도에 조작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예언의 사회사’를 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발견된다.

예언은 국가가 통제력을 상실하는 역사적 혼란기에 국가 권력에 도전하는 새로운 사회세력의 무기로 사용된다.

왕건이 신라에 맞서 고려를 건국하거나 조선이 건국할 당시 예언을 이용해 역성혁명(易姓革命)을 도모한 것은 대표적 예다.

하지만 국가가 성립한 이후에는 이런 ‘도참(圖讖)’을 담고 있는 비결서는 탄압 대상이다.

조선후기에 들어서면서 예언의 주된 담당 계층은 지배세력의 일부분에서 피지배층으로 내려왔다. 일반민중, ‘평민지식인’들이 국가 권력을 상대로 예언으로 정치·사회적 운동이 광범위하게 확산된 것이다.

백 교수는 “예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기본적으로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뭔가 믿음의 끄나풀, 희망의 싹을 발견하려고 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예언이 인기를 끌 때는 그만큼의 사회·정치적 배경이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진위 여부를 떠나 전해 내려오는 비결서의 핵심 키워드는 ‘생존’이다.

십승지(十勝地 · 천지개벽이 일어났을 때 이를 피해 목숨을 보존할 수 있는 장소 10곳)는 여러 비결서에서 공통적으로 거론되는 단어다.

 

비결서가 예언서로서 수명을 다했다면 현대사회에서는 누가 그 역할을 대체했을까. 
 


제2, 제3의 미네르바 나올 수 있어


회사원 김일현(41)씨는 지난해 10월부터 다음 아고라 경제방에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올라온 글을

주목해왔다. 김씨는 “소위 주류 일간지와 경제지를 병행해서 봤는데,

미네르바가 올린 내용은 거기서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전혀 정반대로 이야기하고 있었다”면서

“투자에는 언제 들어가고 나와야 하는지 결단해야 하는 중요한 ‘모멘텀’마다 미네르바가 올린 글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솔직히 아직도 박모씨가 미네르바라는 것을 믿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유명 증권사 애널리스트 친구가 하는 말이, 독학으로는 도저히 쌓을 수 없는 지식이며

최소한 현장 경험을 가진 사람과 네트워크가 없으면 나올 수 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네르바 현상’은

정보사회에서 입학 · 졸업 · 시험과 같은 제도를 토대로 부여하던 전문가적 권위가 흔들리고

정보와 지식의 생산 · 소비 · 유통에서 새로운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풀이했다.

전통사회에서 예언서가 하던 기능을 현대사회에서는 합리적인 예측이 대체한 것이다.

전근대 사회에서 평민은 오늘날 시민보다 수집할 수 있는 정보량이 절대적으로 적았다. ‘생존’을 위해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 방법도 없었다.

그러기 때문에 종교적 색체를 띤 예언은 중요한 정보 유통의 매개체이자 변혁 지침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오늘날은 ‘웹’이라는 정보 · 소통 공간이 있고,

‘아고라’라는 익명의 활동이 보장된 포럼이 있기 때문에 종교성은 필요 없을 뿐 아니라 훨씬 더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날카롭게 예측할 수 있는 조건이 존재한다는 점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과거 황우석 사태 등에서 나타난 국가주의적 실태를 분석한 김명진 성공회대 강사(과학사)는 ‘미네르바’ 신드롬이 나타난 이유에 대한 정부 정책과 주류 미디어에 대한 불신을 꼽았다.

“미네르바에 대한 열광의 바탕에는 세계적인 경제위기 아래서 오락가락하는 정부정책, 공권력이

절대 다수인 공중의 이익보다는 ‘강부자’로 집약되는 소수 가진 자를 대변한다는 대중인식,

그리고 주류 언론매체가 날마다 내놓는 엉터리 진단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물론 예언과 예측은 다르다.

신광영 교수는 “다가오는 위기로 피해보는 사람들이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구체적 지침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경제 예측과 예언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경제예측은 지표나 계량 분석을 한다는 점에서

미네르바의 예측은 사건의 징후를 통해 유추하는 도참사상 비결 서류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백승종 교수는 다음과 같이 경고한다.
“홍경래나 장길산처럼 이미 미네르바는

박대성씨의 닉네임을 지칭하는 고유명사라기보다 일반명사가 되었다.

‘리먼 브러더스 인수에 도전’식의 태도를 보였던 주요 미디어나 정부가

자신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전제되지 않는 한,

제2, 제3의 미네르바가 나타나는 일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1월 15일, 법원은 ‘범죄의 중대성’ 등을 예로 들어 미네르바 박씨에 대한 구속적부심 청구를 기각했다.

문제는 새겨들어야 할 이들이 아직 귀를 닫고 있다는 것이다.


 

예언과 예측, 어떻게 다를까

 

최근 경제 위기와 관련해 화제가 되고 있는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저서 <블랙 스완>.

왜 사람들은 예언과 같은 기이한 것(weird thing)에 끌리는 걸까.

마이클 셔머 · 토머스 키다 등이 주도하고 있는 회의주의(skeptics)는

유령 · 예언이나 점술 · 불가사의한 사건에 대한 집착 성향을 주된 논제로 삼고 있다.

질문을 다른 말로 한다면, 왜 예언은 계속해서 틀리는데도 지속적으로 살아남는지 문제다.

토머스 키다는 그의 책 <생각의 오류>에서 ‘믿고 싶은 것만 선택적으로 보는 사람들의 욕구’와 더불어 ‘포러 효과(Forer effect)’가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포러 효과는 아주 일반적인 묘사에서 자신의 성격적 특성의 일부를 확인하는 현상이다. 즉 사실은 모호하고 일반적인 설명인데도, 이것이 특별히 자신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믿는 현상이다.

혈액형별 성격 유형이나 각종 예언에서 묘사하고 있는 문구 대부분 그렇게 설명할 수 있다.

그러기 때문에 예언은 역설적으로 항상 사후적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

9·11 테러 이후 이전에는 다르게 설명하던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

‘알고 보니’ 뉴욕 쌍둥이빌딩에 대한 테러를 예언한 것으로 사후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단적이다.

당초 2004년 탄핵 무효 시위를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한

<송하비결>의 ‘역신회두 국사번요(逆臣回頭 國事煩擾)’는

2008년 나온 책의 4개정판에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로 재해석했다.

그렇다면 경제 예측은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미국발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블랙스완(Black Swan)’이라는 개념은 전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었다.

<옵저버>가 ‘월가의 새로운 현자’라고 별명을 붙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2007년 낸 동명의 저서에서 유래한 개념으로, 아무리 수백 년간 백조(swan)라는 이름이 붙었어도

단 하나의 검은 백조 사례를 발견하면 종래의 통설이 부정된다는 통찰이다.

간단히 말해 위기는 ‘검은 백조’처럼 나타난다.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이 예시한 것처럼 1001일째 살아온 칠면조가 어느 날 갑자기 식탁에 올라가는

것을 칠면조로서는 예견할 수 없다. 과거에 대한 분석, 다시 말해 과거의 정규 분포 곡선이

미래를 예측하는 도구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경제 예측은 과학이 될 수 없다는 급진적 주장으로 치환된다.

미네르바의 경우는 어떨까. 김명진 성공회대 강사는

“인간 행위자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경제 예측이 자연과학적 예측 수준의 정확성은

획득할 수 없다”라면서도 “그렇다고 경제학이 역술과 똑같다는 것은 맞지 않고,

(미네르바가) ‘학위가 없다면 무자격자’식의 주장은 더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네르바 구속 논란과 관련해 “유력한 경제 관련 연구소들이 내놓은 전망 상당수가

결과적으로 틀린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고 그런 연구소를 폐쇄하자는 이야기는 없지 않냐”고

꼬집었다.

-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 2009 02/03   위클리경향 810호

 

  

 

 

 

 

 

 

‘2008년 국운 예측’ 대부분 빗나갔다

 

역술인협회 “순탄한 한 해 될 것” … 경제위기 예측 못해

 


해가 바뀌면 연례행사처럼 나오는 게 있다. ‘신년 국운 예측’이다.

시사평론과 역술이 혼재하는 이 예측을 내놓는 주인공들은 내로라하는 역술인들이다.

이들의 예측은 얼마나 정확한 것일까.

2007년 말과 2008년 초에 몇몇 매체에 나온 역술인들의 ‘2008년 국운 예측’을 1년이 지난 지금,

‘사실’과 ‘보편적 합의’의 관점에서 따져봤다.

 


“건설 · 부동산 포함 좋은 상황될 것”

 

일부 역술인이 2008년에 대해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았지만, 지난해는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국내 정치 불안으로

그 어느 때보다 서민들의 고통이 심했다.

먼저 2007년 연말 한 경제신문에 ‘미리 본 2008년 국운’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예측.

성명역학연구가와 철학원 원장 등 5명의 유명 역술인이 2008년 국운을 예측했다.

 

역술인협회 백운산 회장은 “큰 문제 없이 순탄한 한 해가 될 것이며, 특히 경제는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건설, 부동산, 해외 인력 수출 등을 포함해 모든 경제 분야가 발전, 발복할 수 있다. 강조하건대 2007년보다 훨씬 좋은 상황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2008년 우리 경제 사정은 어땠을까.

지식경제부가 올해 1월 2일 발표한 ‘2008년 수출입 동향 및 2009년 수출입 전망’을 보면 2008년 수출은 전년도보다 13.7% 늘어난 4224억 달러, 수입은 20.0% 증가한 4354억 달러를 기록, 130억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냈다.

연간 무역수지가 적자를 낸 것은 IMF 외환위기가 시작된 1997년(84억달러) 이후 처음이다.

백 원장이 2008년 상황을 마냥 낙관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는 “상반기에는 총선도 있는 만큼 정치·경제 부문이 혼란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곧이어 “5월 이후로는 맑은 기운으로 국운이 상승해 안정권에 접어들게 된다”고 했다.

<조선일보>가 선정한 ‘2008년 10대 뉴스’에 따르면

“5월 2일부터 촛불집회가 열려 98만여 명(경찰집계)이 참여하고 106일간 계속됐다.

초기에는 국민건강을 우려한 비폭력 시위였으나 곧 광화문 일대를 무법천지로 만드는

반(反)정부 · 반(反)이명박 불법 · 폭력시위로 변질됐다.”

이 신문의 해석에 따르면 5월 이후의 사정도 ‘국운 상승’과 한참 거리가 멀다.

청송철학원 김정섭 원장은 “전반적으로 무척 힘든 해가 될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그는 또 “제2의 IMF가 시작된다…. 서민의 고통은 더 커질 것이다”라고 했다.

2008년을 겪은 한국인들이라면 이 예측이 큰 틀에서 적중했다는 데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세부적으로는 정확하지 않았다.

김 원장은 “음력 8월 중순부터는 생활이 좀 펼 것이다”

“하반기가 되면 정책이 제자리를 찾고 나라도 차츰 안정될 것이다”라고 했다.

음력 8월 중순은 양력으로는 9월 중순이다.

2008년 9월 15일 미국 제4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 신청을 했다.

뒤이어 월가 금융 쇼크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김 원장은 이어 “2010년 대통령 중임제 개헌이 통과되면 그(이명박)가 한 번 더 대통령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예언했다. 하지만 이는 헌법을 모르는 ‘무지’의 소산이거나 헌법을 유린한다는

끔찍한 얘기다. 왜냐하면 현행 헌법에는 대통령 임기조항을 개정한 당해 대통령은 연임할 수 없게

명문화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1월 10~11일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 대통령 지지율은 27%다. 헌법을 유린하고 개헌을 발의하더라도

현재로서는 개헌에 관한 김 원장의 예측이 적중하기를 바라는 사람의 수는 아주 적을 듯하다.

사주아카데미 노해정 대표는 “정치인 100명과 금융계 애널리스트 80여 명의 사주를 분석”한 뒤

“정변에 준하는 위기 상황이 온다”고 내다봤다.

그는 “성장 동력이 떨어진 산업군은 도전을 받고 정리되고, 금융권은 해외 관련 악재가 터지며…

증권 쪽은 내년 하반기 또는 2009년까지 불안할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노 대표는 또 “한 굴지의 재벌그룹 총수의 운은 급격히 약해져 2008년 또는 2009년에 거의 끝나게

된다”라고 했는데, 지금으로서는 이 총수가 누구인지 단정하기 어렵다.

2007년 12월 한 인터넷 매체에 나온 김태규 명리학 연구가의 예측을 보자.

그는 일단 “무자년(2008년)은 우리에게 오랫동안 기억될 해가 될 것”이라면서

2008년에는 부의 축적이 한계에 도달한다고 내다봤다.

음양오행의 코드에 따르면, 1978년 무오년이 부의 출발점이었고

1998년 무인년부터 빈부가 갈리기 시작하다가

2008년에 “부의 형성과 축적이 한계점에 도달하는 시기”가 온다는 것이다.

김태규씨는 이어 “엔캐리 청산의 일부가 마무리되면 (주가가) 다시 상승할 것”이라면서

“최고치는 2700에서 3300포인트 사이가 될 것이며,

시기는 2008년 중이나 최장 2009년 3월 정도가 최대한의 기간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5~10% 실질성장할 것” 강조하기도

 
2007년 12월 31일 한 경제신문에 실린 송인창 대전대 철학과 교수의 2008년 예측은 어땠을까.

‘역학으로 본 국운’이라는 제목의 이 글에서 송 교수는

“4월 총선에서는 무토(戊土)인 여당은 압승할 것이고, 자수(子水)인 야당은 참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남북관계나 러시아와 관계는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것 같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그는 “‘경제 살리기’라는 새 대통령의 목표와 4월 총선, 대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 등으로

5~10%의 실질적 경제 성장은 이룩될 것 같다”고 봤다.

그러나 2008년 12월 2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2008년 3분기 실질국민총소득은 전분기 대비 3.7% 감소해 98년 1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은 또 작년 12월 2008년 4분기 성장률이 3분기에 비해 마이너스 1.6%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OECD가 전망한 2008년 30개 회원국의 평균 성장률은 1.6%, 2009년은 마이너스 0.4%다.

이렇게 빗나간 예언과 예측이 많지만 사람들은 또 한 해의 국운을 엿본다.

2009년 국운 예측은 대체로 어둡다. 이미 경제적 어려움이 많이 부각됐고

그 어느 해보다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역술인협회 김사회 부회장은

“국민과 지도자 간 반목과 대립이 심화해 화합하는 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송인창 교수는 ‘전체적으로 힘들 것’이라면서도

“분열보다는 화해가, 나뉨보다는 통합의 기운이 강하게 나타나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 정확성을 떠나, 역술에 근거한 예측이 부정적인 전망은 틀리고

긍정적인 예측은 맞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한결같을 것이다.

-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대한민국 대표 예언서 ① 정감록


새 세상을 꿈꾸는 민초들의 희망

정감록 활자본(위)과 필사본(아래)

이문열의 대표소설, <황제를 위하여>의 소재는 <정감록>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정감록>에서 예언한 정진인(鄭眞人)이다.

소설적 배경은 정감록의 이상향인 ‘남조선’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정감록>에서 예언한 ‘초인’이나 ‘메시아’가 아니다. 자신을 정진인으로 믿는 시대착오적 몽상가다.

‘남조선’ 역시 몽상가가 그려내는 환상의 세계다.

주인공은 자신을 정진인이라 믿는 타협 불가한 허구에 종속된 채 황폐한 삶을 살아간다.

주인공에게 <정감록>의 예언은 현실보다 더 확고한 믿음의 대상이다. 첨단과학과 고도의 기술 등 현대문명을 거부하는 주인공은 사실 피폐한 조선 후기를 살아가면서 새 나라를 꿈꾸는 한 명의 백성이다.

이 소설은 천지개벽에 대한 조선 민중의 희망은 <정감록>을 결속시키는 아교였음을 보여준다.

<정감록>은 조선 중기 이후 백성 속에 유포된 국가의 운명과 백성의 앞날에 대한 예언서로 알려져 있다.

<정감록>이라는 단어가 <조선왕조실록> 기록에 나타나는 건 영조 때다.

<정감록>이 활자본으로 처음 출간된 때는 1923년이다.

무려 100여 년 동안 필사와 구전으로 전해내려온 것이다.

<정감록 - 새 세상을 꿈꾸는 민중의 예언서>의 저자인 김탁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객원연구원은

“정감록은 단일 책자가 아니다”면서

“구전되어 오던 40~50개의 작은 예언서를 집대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40~50개 작은 예언서 집대성

 
그 내용은 조선의 조상이라는 이심(李沁)과 정감(鄭鑑)의 대화 형식으로

조선 이후의 흥망대세를 논하는 것이다.

조선 이후 정씨의 계룡산, 범씨의 완산, 왕씨의 송악왕국 창업을 예언했다.

이들 왕조는 백성에게 새 나라고 희망이 있는 내일이다.

<정감록>은 예언의 형식을 띠었지만 조선시대의 지배이데올로기인 성리학에 맞서

평민 지식인들이 준비한 대항 이데올로기라는 얘기다.

한학자인 정무연씨도 “조선 백성의 바람은 곧 <정감록>에 담고 있는 희망의 메시지”라면서

“메시지의 핵심은 홍익인간 정신을 결합시켜 행복한 우리 민족의 이화세계이며

정진인은 조선의 기득세력에 대한 가상의 저항 지도자”라고 말했다.
그런 측면에서 <정감록>에 대한 접근방식은 단순한 구조의 해석이 아니라

그 속에 숨은 역사성을 주목해야 한다는 게 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백승종 서강대 교수도 “<정감록>은 한국 근대사의 젖줄”이라고 말했다.

<정감록>이 조선개혁운동의 한 획을 그은 동학운동은 물론

증산교, 대종교. 원불교 등 민족종교의 토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현대에 와선 <정감록>의 핵심인 참위(讖緯 · 나라의 운명을 예측함)는 오간 데 없다.

특히 정치 지도자들이 자신의 사심을 앞세운 자가당착적 해석을 하고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두미재전(頭尾在田)’이라는 부분만 발췌,

자신이 이름의 앞과 뒤에 ‘전(田)’자가 들어간다며 대통령이 될 운명이라고 홍보했다.

김영삼 · 김대중 전 대통령도 “<정감록>에서 ‘진인이 남해의 섬에서 출현한다’(남조선사상)고

예언했다”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고인이 된 정주영 국민당 총재도 자신을 ‘정도령’이라고 주장했고,

논산이 고향인 이인제 의원은 계룡산의 정기를 받았다고 선전했다.

‘왕조적 사고’를 벗어버리지 못했던 전근대적 예언록인 <정감록>이

현대의 정치인들에겐 신기로운 효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 2009 02/03   위클리경향 810호

 

 


 

 

대한민국 대표 예언서 ② 격암유록

국운예언서 ‘격암유록’은 진짜인가

<격암유록>은 서울대 규장각에 고서로 등록되어 있다. 사진은 서울대 규장각 서고.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연구원>

<격암유록>은 조선 명종 때 예언가 격암 남사고(1509~1571)가 어린 시절 ‘신인(神人)’을 만나 전수받았다는 예언서로, 총 6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른 설에 따르면, 남사고가 젊은 시절 금강산에 들어가 신이(神異)한 승려를 만나 석실(石室)에 인도되어 도서 세 편을 받았는데 그중 하나가 <격암유록>이라는 것이다.

<격암유록>은 임진왜란, 동학혁명, 한일합방뿐 아니라 광복과 분단, 6·25전쟁, 4·19 혁명과 5·16 쿠데타 등 역사적 사건뿐 아니라 이승만·박정희 등 역사적 인물의 행적을 정확히 예언하고 있어 “450년 만에 신비의 베일을 벗는 민족의 경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격암유록>은 위서 논란 한가운데 놓여 있다.

20여 년간 격암유록과 각종 비결서를 연구한 김하원씨는 “<격암유록>의 경우 특정 종교,

구체적으로 말해 전도관 박태선(1990년 사망)을 염두에 두고 쓴 위서”라고 단언한다.

김씨가 <격암유록>이 위서라고 추정한 이유는

무엇보다 <격암유록>에 사용한 한자가 일본식 한자어가 많다는 점.

철학(哲學)이나 공산(共産), 원자(原子) 등 기껏해야 만들어진 지 100여 년 밖에 안 되는 한자 조어가

<격암유록>에 등장한다. <격암유록>의 일부 내용이 성경을 그대로 전제하고 있다는 것도 지적된다.

 


학계 전문가들 “위서일 가능성 크다”

<격암유록>에 실린 남사고 비결 원문.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연구원

 

김씨는 <격암유록>을 소장하고 있는 서울대 규장각을 방문해 1977년 6월 이○○씨(1998년 작고)가 기증했으며, 바로 그 이씨가 필사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우여곡절 끝에 김씨는 경기 부천 소사에 위치한 신앙촌에서 이씨를 만났다. 김씨는 현재까지 한학에 능통했던 이씨가 이 책을 지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이씨는 끝내 “자신은 단지 필사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반론도 나온다.

<한국의 비서해설>이라는 책을 펴낸 구성모씨 역시 이씨를 만났다. 구씨에 따르면, 충남이 고향인 이씨는 1944년 초 서울에 사는 지주로부터 고서 한 권을 받았다.

이씨는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겠고 해서 한지(韓紙)를 한 권 사다가 자신의 손으로 직접 필사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주역과 격암유록>이라는 제목의 책을 펴낸 이완교씨는

“1923년에 발간된 <정감록>에 묶여 있는 비결과 <격암유록>이 일치하는 대목이 많다”라며

“남사고 생존 당시 쓰이지 않은 한자어가 많다는 것도 <격암유록>이

전수된 방식이 필사 형태이기 때문에 후세 첨삭 과정에서 그리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격암유록> 위서 논란은 2007년 11월, 허진구씨(가명)가 ‘격암유록의 정체를 밝힌다’는 제목으로

논픽션을 <신동아>에 발표하면서 가열됐다.

허씨의 주장에 따르면, 한학을 하던 자신의 아버지가 1961년께 신앙촌에 들어가

<정감록> <성경> 등을 참조해 지은 책의 제목이 <격암유록>이라는 것이다.

현재 <격암유록>과 관련한 연구서는 20여 권이다.

대부분 해설서고 이를 바탕으로 한 비기서가 많이 발행됐다.

하지만 학계 전문가들은 ‘학문적으로 검토할 만한 가치가 없는 위서’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대한민국 대표 예언서 ③ 송하비결

‘한반도에 핵전쟁 온다’예언 빗나가

비결서들은 천지개벽이나 재난 때 어디로 가야 안전한지와 관련한

생존 문제를 공통의 주제로 삼고

있다. 사진은 충남 계룡산에서

기도하고 있는 사람들. 

한반도 전쟁, 천지개벽, 괴질창궐….

2003년, <송하비결> 초판이 발행되었을 때 화제가 되었던 <송하비결>의 ‘예언’이다. <송하비결>의 정식 이름은 <송하돈비결(松下豚秘訣)>. 저자는 송하노인(1845~?)으로 알려져 있다.

<송하비결>의 원본은 2~3부가 존재했는데,

그중 한 부가 동학교도인 이석에게 전해졌고, 다시 필사본 형태로 세옹(1919~1996년)에게 전달됐다.

 

책의 공동 편역자인 황병덕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세옹(공동편역자 김성욱씨 선친)은 6·25 당시 이 책의 필사본 일부를 갖고 북한 의용군으로 참전, 인민군으로 내려왔다가 우여곡절 끝에 강원 원주에 눌러앉았다.

 

<송하비결>은 김성욱(43)씨가 2000년도에 낸 <매화역수>의 부록으로 그 일부가 세상에 공개됐다.

평상시에 동양학에 관심이 많았던 황병덕 연구위원은 인터넷에서 ‘9·11테러를 정확히 맞춘 비결서가 있다’는 글을 읽고 김씨를 찾아가 그 비결서 전체를 읽게 되었고,

두 사람이 연도별로 해석을 붙여 책으로 펴내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남송이라는 호를 써서 편역작업에 참여했지만,

현직 사회과학자가 예언서의 편역작업을 주도했다는 것도 화제를 모은 이유 중 하나였다.

<송하비결>이 본격적으로 대중적 관심을 끌게 된 것은 다음의 유명한 구절이 알려지면서다.

“목하첨자 목가병국(木下添子 木加丙國), 즉 이씨(木+子=李, 이회창)가

나라 권력을 잡으려(木+丙=柄) 하는데, 존읍정복 양화득권(尊邑鼎覆 兩火得權),

즉 정씨(尊+邑( )=鄭, 정몽준)가 솥(鼎)을 엎어버리지만,

두 불(붉은 악마와 촛불시위 군중)이 권력을 얻으리라.

하려하계(何廬何戒), 어찌 노씨 성을 가진 인물을 경계하는가?”

 


저자는 송하노인… 2003년 초판 발행

 

송하노인이 지은

<송하비결>필사본 표지,

김성욱 소장본.

마치 2002년 대선 막판 엎치락뒤치락하는 과정을 묘사하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이후 북한의 위기, 중국·미국의 한반도 핵무기 배치, 미군 철수, 한반도 전쟁으로 이어진다는 미래 예언은 핵문제를 둘러싼 북 · 미 간 긴장 국면에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당초 2004~2007년에 벌어진다고 하는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국의사과학문제연구소 강건일 박사(전 숙명여대 교수)는 그의 책 <초자연의 세계>에서 “<송하비결>이 2010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예언했다가 유치에 실패하자 슬그머니 해석을 바꿨다”라며 비판했다.

 

이밖에도 2008년 8월 발간한 개정4판에서는 2004년 탄핵무효 촛불시위로 해석했던 부분을 2008년 촛불시위에 대한 해석으로 수정하는 등 ‘변화’가 눈에 띈다.

‘백악관에서 암살당할 것’으로 예언되었던 부시 미 대통령 역시 현재까지 건재하다. 어떻게 봐야 할까.

황병덕 연구위원은 두 가지로 설명했다.

하나는 천기(天氣)가 어떤 형태로든 누설되면 변형이 일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애시당초 필사본 형태로 되어 있던 <송하비결>의 순서가 헝클어져 있었는데

그동안 영매를 통해 천계(天界)의 송하노인과 영적 교신을 통해 바로잡은 최종판이

이번 개정4판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핵위기를 묘사한 ‘송하유돈’, 북한 위기 등의 사태는 2009년 이후로 미뤄졌다.

‘평창올림픽’의 기운은 여전히 남아 있으며, 부시의 뒤를 이은 오바마가 암살될 수도 있다.

덧붙여 황 위원에 따르면 더 이상 개정판은 나오지 않는다.

-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대한민국 대표 예언서 ④ 기타 비결서

대부분 비결서 신흥 종교와 관련

각종 도참과 예언을 담은 비기서들은 여전히 등장하고 있지만

학자들은 엄격한 사료 비판을 통해 진위를 가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국도인대회 참석자가 자신의 주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실 <정감록>은 일제강점기까지 취합한 비결서를 모아놓은 것이다.

1733년 전라 남원에서 일어난 궤서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발각된 <남사고비결>은

<정감록>보다 시기적으로 6년이 앞서지만 <정감록>에 수록돼 있다.

(1923년 호소이판과 김용주·현병주본 모두 수록)

백승종 경희대 학부대학 객원교수는 “넓은 의미에서 역성혁명과 내용상 일맥상통하는 비결서를

모두 일컬어 <정감록>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역사적 문헌에 기록된 상당수 비결서는 그 이름과 약간의 내용만 전해 내려올 뿐,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승문연의> <경험록> <금귀서> 등이 그것이다.

<도선비기>는 점술서적의 부록으로 실려 있었는데, 조선왕조 몰락을 예언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관련 사건이 기술된 문헌에는 “왜인 같으면서도 왜인이 아닌 것이 남쪽에서 온다” 등의 문구가

실려 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들 도서들도 풍수·역성혁명 사상을 담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08년 도서출판 한울에서 출간한 <한국의 예언>에는

설총결, 청학동결, 화산결, 동고비결, 퇴계 선생 비결 등 총 29편의 참서(讖書)가 수록되어 있다.

비결서 연구가인 류정수(48)씨가 집대성한 것이다.

저자 서문에서 일부 입수 경위를 밝혀놓았지만 아쉽게도 비결서의 유래가 어떤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대신 비결서 내용 소개에 치중하고 있다.

비결서 연구가 이완교씨는 “어차피 대부분 비결서가 도참(圖讖) 사상을 담고 있고

원본 그대로 전수된 것이 아니라 필사를 통해 전래되기 때문에

어떤 과정을 통해 지금까지 흘러왔는지 경위는 앞으로도 밝혀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라며

“다만 중요한 것은 일부 첨삭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었느냐는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극적인 ‘발견 경위’가 알려진 경우도 있다.

1997년 2권짜리 해설서가 나온 <원효결서>가 대표적이다.

해설서를 쓴 김중태씨는 당시 언론과 인터뷰에서

“<원효결서>는 ‘문무대왕 수중릉인 대왕암’에서 1967년 발견된 것으로,

고등학교 동창의 소개로 1989년에 자신이 입수, 10년 동안 풀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씨가 책에서 밝힌 자세한 ‘내막’은 이렇다.

1967년, 당시 대통령 박정희는 초도순시 중 경주시 시장과 시 기획실장을 불러놓고

아무도 모르게 문무대왕릉을 열어볼 것을 명령한다. 그해 7월 초순 어느 야밤,

대통령의 명령을 받은 경주시 기획실장은 기중기가 설치된 배를 타고 문무대왕암에 접근,

바닷속으로 잠수해 석관 안으로 들어갔다. 석관 바위틈에 책상 서랍 모양의 손잡이가 5개가 보였는데,

그중 하나를 뽑아보니 반듯한 흰 돌판 위에 글씨가 새겨져 있더라는 것이다.

글씨를 사진 촬영한 뒤, 돌판을 원래의 자리에 다시 가져다 놓았다.

<원효결서>는 사진 속 글씨 총 467자로 되어 있는데,

그중 16자는 대통령에 보고할 수 없는 내용이라서 지워버리고 현재는 451자만 남아 있다는 것.

1300여 년 전 원효대사가 썼다는 이 <원효결서>에는

1960년과 61년 사이에 박씨 성을 가진 사람이 난을 일으키고(庚子辛酉南於亂朴),

박정희가 죽은 후(紫薇極熙), 전두환과 노태우, 김영삼(金冠三世) 세 사람이

차례로 대통령을 맡는다고 적혀 있는 것으로 김씨는 주장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역사 · 고고학계에서는 울산 앞바다의 문무대왕암 가운데 석관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또 “<원효결서>에 따르면 김영삼을 끝으로 대한민국 국호는 사라지고

새롭게 태어난 나라의 새로운 시대가 도래한다”고 주장했지만

그후 지금까지 대한민국 국호는 계속되고 있다.

참고로 책의 발간연도는 1997년으로, 김영삼 대통령 재임 시절이다.

 

설총결, 화산결 등 29편 수록

 

비결서 연구가 류정수씨가 지난 세간의 비결서들을

모아 2008년 펴낸

<한국의 예언>.

그나저나 비결서의 저자들을 보면 대부분 역사 속 유명인물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그들은 저런 내용의 비결서를 썼을까.

백승종 교수는 “도선이나 남사고·서경덕 등은 풍수나 점복에 조예가 깊은 인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살았던 연대와 책이 나타나는 시기 등을 볼 때 직접 저술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후대의 저술가들이 차명(借名)을 통해 권위를 빌린 것이라는 설명이다.

게다가 역사 사료 속에서 확인되지 않은 비결서의 경우 후대의 특정한 목적, 더 정확히 말한다면 신흥 종교 분파 등이 자신의 교리를 정당화하기 위해 내용을 첨삭 · 조작하거나 통째로 위조한 경우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예언서 연구가 김하원씨는 “<마상록> <홍록지> 등 시중에 떠도는 대부분 예언서는 사이비·신흥 종교인이 일제강점기 이후 조작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씨는 조선 중기 때 이조참판을 지낸 해월 황여일 선생이 지었다는 <해월유록>을 예로 들었다.

정도령, 진인, 구세주, 미륵, 마귀, 격암유록 등 거론되는 단어 자체에서 400년 전이 아닌,

근세에 특정 종교의 신흥 종파에서 위작한 가짜 비결서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는 것.

그는 “예언서 중 조심할 필요가 있는 것은 책의 저자가 종교인이면서도

종교에 대해 일언반구도 안 하면서 특정 종교로 유도하는 것인데

<해월유록>의 경우 노골적으로 종교 색채를 드러내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격암유록>의 경우 처음부터 박태선 전도관의 작품이라는 것이 드러났다면

광범위하게 주목받지 못했겠지만, 나중에서야 관련성이 드러나는 ‘우연’이 겹쳐

널리 알려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 도참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면 새 지평이 열리는 분야도 있다.

비결서 연구가 류정수씨가 ‘한국요 참고’라는 이름으로 모아놓은 전래동요, 요참(謠讖) 역시

새로운 각도에서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앞으로 다른 비결서가 새로 발굴될 가능성은 없을까. 있다.

하지만 “대부분 신흥 종교와 관련한 비결서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엄격한 사료 비판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관련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대한민국 대표 예언서 ⑤ 미네르바 모음집

미네르바는 현대판 ‘선지자’인가

지난 10일 ‘미네르바’ 박모씨가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정지윤 기자>

미네르바가 한참 유명세를 떨치던 작년 12월.

영국의 귄위 있는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인터넷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미네르바’를 소개했다.

 

이 잡지는 ‘False god? (그릇된 신?)’이라는 기사에서 미네르바를 ‘온라인 노스트라다무스’라고 명명하면서 “지난 9월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고 거대한 인터넷 문화를 가진 웹사이트인 다음에 하나의 메시지가 등장했다”고 미네르바의 출현을 소개했다. 이 기사는 또 “거친 예측은 보통 무시당하지만, (미네르바의 예측은) 불과 닷새 후 옳았다는 게 증명되면서 예언자가 탄생했다”고 높은 관심을 보였다.

왜 미네르바가 경제 대통령, 온라인 노스트라다무스로 통하는가. 그것은 그의 탁월한 미래 예측 능력 때문이다.

박사학위 금융전문가가 수두룩 포진한 산업은행이 세계 4대 투자은행인 미국의 리먼 브러더스를 인수한다고 했을 때인 지난해 8월 25일 미네르바는 ‘2008년 금융 전쟁의 서곡: 한국판 지옥의 묵시록 1’이란 글을 통해 “(산업은행이 리먼을 인수하면) 환율 변동과 자금 동원에 따른 국내 시장의 융단 폭격은 지금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제발 사지 마라. 지금도 늦지 않았다. 제발 협상 취소하고

그 돈으로 국내 중소 기업 살리기나 투자해서 고용 보존이나 할 생각하라”라는 글을 올렸다.

그리고 한 달도 안 된 9월 15일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했다.

 


과학적 분석 통해 정확한 예측

 
미네르바가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이유는 각종 수치와 통계 자료를 제시하면서

명쾌하면서도 날카롭게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러한 분석이 며칠이 안 돼 현실이 되어 나타났고

정반대인 무능한 정부의 예측과 맞물려 누리꾼에게 ‘예언자’로 각인되기에 이르렀다.

미네르바 모음집.

한나라당 의원들조차 그의 글을 밑줄을 그어가며 공부했으며 궁지에 몰린 강만수 장관조차 미네르바를 만나서 대화해보고 싶다고 했다.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는 미네르바를 ‘우리 시대의 국민 경제스승’이라고 격찬했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도 “이번에 체포된 사람이 진짜 미네르바고 독학해서 그 정도 실력을 쌓았다면 대단한 실력파”라고 말한 바 있다.

미네르바가 체포되면서 그의 신비성은 일단 벗겨졌지만

아직도 누리꾼 사이에서 미네르바는 여전히 ‘선지자’다.

예언자, 선지자, 아고라의 현인 등으로 불린다.

누리꾼 사이에서는 ‘미네르바 예언서’로 불리는 그의 글 모음집을 책으로도 만들어 읽고 있다.

정확한 분석이 예언이 되고 그 예언이 현실이 되자 ‘신화’가 탄생한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예언은 과학이고 돈이다.

과거 예언서 혹은 비기서가 은유를 통한 국운을 예고했다면

현대 예언서는 과학적 분석을 통한 예측이다. 그리고 이것은 경제 운용에 필수불가결한 요소고

결국 경제가 국운을 결정한다는 측면에서 과거와 다르지 않다.

그래서 정부는 많은 경제전문가를 동원, 슈퍼컴퓨터를 통해 경제 상황을 과학적으로 분석, 예측한다.

현대의 예언서는 단순한 종말론을 말하거나 혹세무민하는 예언록이 아니다.

그것이 경제가 됐든, 정치가 됐든 치밀한 분석을 거친 미래 예측이다. 이것은 과학이다.

미네르바의 경제전망과 예측이 ‘허황된 예언(豫言)’이 아니라

‘날카로운 예언(銳言)’으로 평가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김태열 기자 yolkim@kyunghyang.com

- 2009 02/03   위클리경향 810호

 

 

 

“미네르바 때문에 온 나라가 코미디”

인터넷 논객 구속 둘러싼 말·말·말… 국내외 온·오프라인서 논란과 풍자 쏟아져

해외 언론도 미네르바의 구속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 언론의 자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1월 15일자에

“한국은 경제 예언자를 편집증적으로 구속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위부터 이코노미스트, 포브스,

국경없는 기자회에 올라온

미네르바 관련 소식 캡쳐 사진.

'작업 중 술을 먹고 취했다고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

‘76개 트롬본도 낮잠을 깨울 수 없었다’ 등의 가십성 뉴스가 올라가는 로이터통신 ‘Oddly Enough’(황당한 뉴스) 블로그에 1월 8일 한국에 관한 뉴스가 떴다. 미네르바의 체포 소식이다.

원문의 한 구절을 인용하면

“Minerva, a 30-year-old suspect, was detained on suspicion of spreading false information”(30살 된 피의자 미네르바가 잘못된 정보를 유포했다는 이유로 체포됐다)는 기사였다.

 

로이터 통신은 ‘Oddly Enough’에 대해서 ‘News, but not the serious kind’(심각하지 않은 뉴스)라는 설명을 달아놓은 섹션이다. 즉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일종의 토픽성 기사가 올라가는 곳이다.

 

이런 성격의 섹션에 미네르바의 체포 소식이 실린 것은 이 사건을 해외에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려주는 바로미터다.

1월 8일 미네르바로 추정되는 박모씨가 체포됐을 때만 해도 구속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드물었다. 하지만 1월 9일 검찰이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1월 11일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사실 소명이 충분하고 외환시장 및 국가 신인도에 대한 영향을 미친 사안으로서 그 성격 및 중대성에 비추어 구속 수사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자유로운 의사 표현에 대한 폭력”

 
미네르바 구속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 · 내외 온 · 오프라인을 통해 많은 논란과 풍자의 말이 쏟아지고 있다.

해외의 경제 관련 블로그에서는 1월 12일 ‘Free the Korean Economics Blogger!’라는

블로거의 글이 올라와 미네르바의 석방을 촉구하는 운동이 벌어졌다.

국경없는기자회(Reporters Without Borders) 역시 1월 17일 성명을 내고

“미네르바의 체포는 자유로운 의사 표현에 대한 심각한 폭력이고,

한국 인터넷의 미래에도 좋지 않은 조짐”이라면서 석방을 촉구했다.

이외에도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포브스> <이코노미스트> 등도

미네르바의 체포 뉴스를 전하면서 한국의 언론 자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국내에서도 미네르바의 구속을 두고 풍자섞인 말들이 쏟아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월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 주최 기자간담회에서

“그런 일(미네르바와 같은 예측)은 언론도 학자들도 하고 있다”면서

“그런 일이 구속할 만한 사안인지 국민 다수가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1월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민주당 최문순 의원실 주최로 열린

‘인터넷판 막걸리 보안법을 폐지하라’ 토론회에서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는

“마치 과거의 미이라가 와서 붕대를 풀고 파라오의 저주를 퍼붓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미네르바의 글로 20억 달러를 손해봤다고 하는데, (외환) 참여자들의 심리까지 산정해서

수치를 내는 경제학은 내가 아는 한 없고 있을 수도 없을 것 같다”면서

“검찰에서 신춘문예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지만,

개연성조차 없어서 신춘문예에 내면 바로 탈락할 것이다”고 비꼬았다.

 

“허위사실 전파한 기자도 신고하자”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도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 특징이 세상 변화와 아무 상관이 없는 분들이

집단 의식을 가지고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창조한국당 김석수 대변인도 “도주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는 평범한 시민을 구속하겠다는 것은

국가 권력에 맞서 싸운 19세기 근대 시민국가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우리의 국가 품격을

드러낸 것이다”고 비판했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청와대 · 국회의원 · 정부부처 홈페이지를 뒤져

전기통신법 47조에 위반되는 사항을 모두 찾아내 신고하고

그런 허위사실을 기사로 전파한 기자들도 신고하자”면서

“이를 통해 전기통신법 자체와 그 법이 적용되는 현실을 코미디로 만드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라고 풍자했다.

 

미네르바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부장판사의 신상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한 누리꾼은

검찰이 김 판사의 신상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한 누리꾼을 수사하겠다고 밝힌 후

“그래 너희들도 마녀사냥을 해라! 나의 신상을 공개한다”라는 글과 자신의 신상정보를 올렸다.

또 김삿갓의 시를 함께 올려서 검찰의 행태를 풍자했다.

작가 이외수는 “공고, 전문대 출신이면 어떤가. 당장 직업이 없으면 어떤가.

어차피 글 내용 때문에 주목을 받은 것이다”면서

“그의 죄목은 진실 유포죄와, 가방 끈 짧은 주제에 아는 것이 너무 많은 것이 또 다른 죄다”라고

풍자했다.

한 누리꾼은 ‘미네르바 때문에 온 나라가 코미디 도가니’라는 글을 올려

미네르바의 구속을 둘러싼 상황을 풍자했다.

그는 ▲지하벙커에서 미네르바를 잡으라고 검찰에 지시하고

▲검찰은 미네르바를 잡긴 잡았는데 무직이라고 무시했다가 줄줄 써대는 경제논리에 깜짝 놀라

미네르바는 그런 허술한 사람이 아니라고 하고

▲누리꾼은 돈을 걷어서라도 저런 인재는 유학 보내주자고 하고

▲민주당은 국민들에게 잘 보이려고 나서서 법률지원을 하고

▲오마이뉴스 사장은 감방에서 나오면 강만수 장관을 담당하는 경제부 기자로 오라고 하고

▲외신들은 왜 잡아가는지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미네르바 왈 “나도 황당하다”라고 하는 웃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찬종 변호사가 밝힌 미네르바 면담


“내 가정 지키려 방어적 차원서 경제 공부”


박찬종 변호사(올바른사람들 공동대표)는 1월 12일 미네르바와 변호인 접견을 한 후

그 이야기를 정리해 자신의 블로그(blog.daum.net/just icearmy)에 올렸다.

Q. 박찬종

2007년부터 경제 쪽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왜 경제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었는지.

 
A. 미네르바

“1997년 IMF 사태 때 개인이 막대한 피해를 당했다.

심지어 내 친구 부모님께서 자살해 친구와 친구 동생이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았다.

나는, 내 가정은 내가 지킨다는 취지로 선제 방어적 차원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Q. 2007년 공부를 시작하기 전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했는지.
A. “오피스 인테리어를 지인과 동업으로 5년 가까이 했다.”

 
Q. 정치권이 배후라고 하는 언론도 있는데.
A. “전혀 사실이 아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나는 나의 개인 시각을 온라인으로 알리는 블로거일 뿐이다.”

 
Q. 공고 나오고 전문대학 나오고 백수인 사람이 이런 글을 작성했다고

     미네르바가 아니라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A. “나는 나의 개인적 · 주관적 관점과 다양한 시각을 온라인에 의견 표시한 것뿐이다.

     무슨 학벌이 온라인에 의견 표시하는 데 제약이라도 되나?

     온라인 블로거 중에 현직 프로보다 식견이 높은 블로거가 많다.

     앞으로 온라인에 의견 표시하려면 최종학력과 직업을 쓰고 글을 게재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하는 건 어떤가.”

 
Q. 모 언론에서는 박대성씨의 지인이라고 소개하며

    박대성씨가 주식에 5000만 원을 투자해서 많은 손해를 보았다고 한다. 사실인가?

    그리고 현재 주식 또는 다른 외환 관련 예금, 선물 등에 가입한 사실이 있는가.
A. “전혀 사실이 아니다. 만약 내가 주식 등에 투자했다면 검찰이 구속영장에 기재했을 것이다.

    나는 주식 등에 단 10원도 투자한 사실이 없다.”

 
Q. <신동아> 건은 어떻게 생각하나.
A. “내가 전혀 의도하지 않게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오프라인으로 나오게 되었다.

    월간지는 정부 고위층과 판 · 검사 등 그래도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분들이 주로 읽는다.

    보통은 온라인을 하지 않는 분들이 신동아의 글 때문에

    나에 대해 오해를 많이 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법적인 부분은 박찬종 변호사님께 일임하겠다.”

 

Q. 지금 심경은 어떤가.
A. “막막한 심정이다. 포승줄과 수갑을 차고 이렇게 면담해야 하는 사실이 무섭다.

     온라인에 글을 쓰면 온라인에서만 통용될 거라고 생각한 내가 잘못이다.”

-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  2009 02/03   위클리경향 810호

 

 

  

 

  

 

 해외 예언가들 누가 있나

노스트라다무스는 예언자의 대명사

16세기 프랑스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와 그의 예언서

 

한 개인이나 시대의 과거와 미래를 길흉의 관점에서 따져보려는 욕망은 문명의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이성과 합리성으로 문명의 패권을 쥔 서양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미래를 점치려는 인간의 욕망은 서양에서도 숱한 예언자와 예언서를 향한 호기심과 열정을 낳았다.

 서구 문명권에서 잘 알려진 예언의 주인공은 누가 있을까.

얼마 전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미네르바 체포 사건을 다루면서

미네르바를 “온라인 노스트라다무스”라고 표현했다.

이처럼 16세기 프랑스 사람 노스트라다무스는 예언자의 대명사이자 아이콘이다.

1503년에 태어나 1566년에 사망한 그의 이름 주위에는

후세 사람들이 그의 예언에 부여한 전율적인 공포와 찬탄이 어우러져 있다.

아비뇽 대학과 몽펠리에 대학에서 인문학과 의학을 공부한 것으로 알려진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들은

4행시 형태를 띠고 있는데, 현존하는 것은 약 1000편이다.

그의 4행시는 시적이고 모호한 비유와 그리스어, 라틴어, 프랑스어, 이탈리어 등이 뒤섞인

난해한 것이어서 구체적이고 명료한 예언과는 거리가 있다.


“나폴레옹 · 히틀러 출현 적중”


국내에는 <백시선> <제세기> 등으로 알려진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서는

1555년부터 1558년 사이에 세 차례 출간됐다.

그의 첫 4행시편이 나왔을 때 당시 프랑스 궁정과 귀족은 이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앙리 4세의 왕비는 노스트라다무스가 앙리 4세의 죽음을 예언한 것을 보고 그를 궁정으로 불렀다.

앙리 4세는 예언대로 1559년 기마 시합 도중 창에 찔려 사망했다.

그러나 노스트라다무스를 ‘예언자 중 예언자’로 만든 것은

앙리 4세의 죽음처럼 당대 프랑스 사회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후 수백 년 동안 세계에 닥칠 재앙과 관련한 예언이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추종자들은 그가 프랑스 대혁명, 나폴레옹과 히틀러의 출현, 양차 세계대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투하, 아폴로호의 달 착륙, 챌린저호 폭발,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죽음,

9·11 테러 등을 적중시켰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그의 예언은 언제나 사건이 일어난 다음 적중한다는 것이다.

그의 4행시는 시적인 비유로 일관하고 있어서

어떤 사건에든 끼워 맞출 수 있다는 것이 비판자들의 주장이다.

 

가령 “커다란 불길을 치올리는 태양을 보게 되리라. 굉음과 빛이 북쪽을 향하리라.

죽음과 비명이 온 땅에서 들리리라. 칼, 불, 기아, 지친 죽음이 기다리리라”는 4행시는

역사상 일어난 그 어떤 전쟁이나 환란에도 대입할 수 있다.

사이비과학과 신비주의를 비판하는 <회의주의자 사전>이라는 웹사이트(www.skepdic.com)는

“(그의 4행시들은)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모호하다가

사건이 일어난 다음에야 수정처럼 명료해진다”라고 지적했다.

<회의주의자 사전>은 1977년부터 2007년까지 새크라멘토 시티 칼리지에서 철학을 가르친

로버트 토트 캐롤이 운영하는 웹사이트로 이 사이트의 내용은 미국에서 2003년에 책으로 묶였고,

2007년에 한국어판이 나왔다.
 


20세기엔 에드거 케이시가 명성


16세기에 노스트라다무스가 있다면 20세기에는 에드거 케이시가 있다.

‘잠자는 예언가’로 알려진 케이시는 수면 상태에서 상담자의 전생을 알려주거나 미래를 예언하고

환자들의 고통을 치유했다. 1877년 켄터키 주에서 태어난 그는 23세에 사고로 시력을 잃었다가

이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최면 상태에서 놀라운 능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왼쪽부터 ‘잠자는 예언자’ 에드거 케이시.

미국 점성술사 진 딕슨. 불가리아 예언자 반가.

 

케이시가 수면 상태에서 한 말은 1923년부터 기록됐는데,

남아 있는 것은 약 1만4000건으로 알려져 있다. 케이시는 인간의 영혼이 윤회한다고 믿었고,

‘인간 예수’는 구약시대 아담, 에녹, 여호수아 등으로 나타났던 그리스도의 영혼이 환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전설의 대륙 아틀란티스가 실존했다고 믿었고,

고대 이집트 문명은 대폭발에서 살아 남은 아틀란티스 사람들이 건설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류의 미래와 관련해, 남극과 북극의 위치가 뒤바뀌고

대형 지진이 발생해 캘리포니아 주가 물에 잠길 것이라고 예언했다.

추종자들은 그가 소련 해체와 광우병의 발생을 적중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중국이 1968년에 기독교 국가가 될 것’이라는 예언은 완전히 빗나갔다.

케이시가 13세 때 천사를 만났고

베개 아래 책을 두고 자면 하룻밤 사이에 그 내용을 다 흡수했다는 믿기 힘든 이야기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1910년 10월 9일자 기사에서 ‘문맹인 사람이 의사가 되다’라는 기사를 통해

‘케이시 신화’를 만든 첫 언론매체로 평가받는데, 실제 케이시는 문맹이 아니고 탐욕스러운 독서가였다.
에드거 케이시 이후 미국에서 유명세를 누린 인물은 진 딕슨과 실비아 브라운이라는 두 여성이다.

20세기 가장 유명한 점성술사 중 한 명인 진 딕슨은

각종 매체의 ‘신년 예측’ 코너에 단골 손님으로 등장했고, 신문 점성술 칼럼으로 명성을 얻었다.

1965년 칼럼니스트 루스 몽고메리가 출간한 딕슨의 자서전은 300만 부가 팔렸다.

무엇보다 딕슨의 명성을 확고부동한 것으로 만든 일은 케네디 대통령 암살 예언이다.

그러나 딕슨의 예언은 동시에 ‘오보’의 연속이기도 했다.

딕슨은 1960년 대선에서 케네디가 낙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1958년에 3차 대전이 일어날 것이고

소련이 미국보다 먼저 달 착륙에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모두 빗나갔다.

 

‘진 딕슨 효과’라는 말도 있다. <회의주의자 사전>에 따르면,

템플 대학 수학 교수 존 앨런 파울로스가 고안한 이 개념은

“심령술사가 적중하지 못한 많은 예언을 망각하거나 무시하고

적중한 몇 안 되는 예언을 과대 선전하여 포장하는 대중매체의 경향”을 가리킨다.

1997년 사망한 진 딕슨의 유명세를 물려받은 실비아 브라운은 1974년부터 예언을 내놓았다.

2004년에 출간한 <대예언>에서 그는 2008년 이후 선출된 대통령이 집무 중 심장마비로 사망할 것이고,

2020년에는 대홍수가 발생하고, 2026년에 해일이 일본을 강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992년 미국 대선 결과와 빈 라덴의 죽음은 대표적인 ‘오보’다.

<래리킹 라이브> <몬텔 윌리엄스 쇼> 같은 유명 프로그램의 단골 손님인 브라운은

20~30분 동안 전화 상담을 해주는 대가로 850달러를 받는다.

브라운은 1992년에는 금융사기 혐의로 기소되어 200시간 사회봉사를 선고받았다.

이외에도 체르노빌 원전 폭발과 옐친의 대통령 당선을 적중했다는 불가리아 여성 반가,

1989년에 9·11 테러를 예측하고 부시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다는 브라질 예언가 쥬세리노,

2036년 미래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왔다는 존 티토 같은 이들이 전 세계 누리꾼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들 예언의 정확성은 어느 정도일까.

<회의주의자 사전>은 “고장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다”고 평가했다.

-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