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도오딧세이] 조선·청 국경회담 양국 대표의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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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장각 소장 조선 지도 이 지도에서 윗 부분 목책은 우리나라 측 주장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부분이다. 지금 현재의 지리도 이렇게 돼 있다. 다만 토문강(윗부분)과 두만강(아랫부분)을 연결하는 목책은 옛날에도 존재하지 않았고 지금도 존재하지 않는다. <규장각 소장> |
1885년 을유감계담판(국경회담)에서 감계사 이중하는 청의 대표와 마주 앉았다.
청의 대표는 감계관 진영과 덕옥·가원계 등이었다. 담판은 함경도 회령에서 9월 30일 이뤄졌다.
동북아역사재단에서 펴낸 <역주 감계사등록>에는 조선 · 청 대표의 문답이 실려 있다.
이 부분은 서울대 규장각에서 소장하고 있는 <감계사문답> <문답기>와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다.
양국 대표의 문답을 정리한 이중하의 기록에서는 ‘피왈(彼曰)’과 ‘아왈(我曰)’이 번갈아 나온다.
<역주 감계사등록>에서는 ‘청국 관원이 말하기를’ ‘내가 말하기를’로 각각 번역했다.
양국 대표는 간도영유권을 둘러싸고 논리 싸움을 벌인다.
이 모습은 마치 법정에서 토론을 벌이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역주 감계사등록>에서는 120년 전의 기록을 요즘의 한글투로 국역했다.
그래서 국경회담에서 양국 대표가 논쟁을 벌이는 모습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
청국 관원이 말하기를
“당해 년에 과연 이 비석이 있었으면 응당 압록강 수원(水源)의 동쪽과 도문강 수원의 서쪽,
그 사이 강이 없는 곳에 있었을 것입니다.
비석의 진위를 자세히 조사하기를 원한다면 반드시 먼저 도문강에서 흐르는 데를 찾아서
그 원류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그 비석이 과연 도문강원의 서쪽에 있다면
그 이른바 동쪽으로 도문이 되고 서쪽으로 압록이 된다는 것은 이에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말하기를
“차제에 생각컨대 분수령에 있는 한 비석은
우리나라가 받드는 천조의 올바르고 알맞은 법을 위함이어서
일석(一石), 일퇴(一堆)도 감히 혹시라도 훼손하지 않았으니
그것은 황제가 정한 바 관계가 지극히 중하기 때문입니다.
매번 귀국처가 논한 바를 받드니 설령 그 해 이 비석을 세운 사람이 있다고 하거나
비석의 진위를 가리기 어렵다고 하는 말이 있으니
우리나라에서 서로 돌아보고 놀라서 매우 당혹스러움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비석의 기록에서 성지(聖旨)를 받들어 변경을 답사한다라고 되어 있으니
이것이 얼마나 중대한 사건입니까.”
청국 관원이 말하기를
“왕왕 분수령에 이 비석이 있다고 하는 자가 있는 것은
반드시 없다는 것을 이르는 것은 아닌지 거짓된 것이라 의심됩니다.”
내가 말하기를
“이번에 산에 올라 몸소 답사해 두만강 상원을 목격해서
만약 분수령 비(碑) · 퇴(堆)에 붙어서 흐른다면
우리나라의 전에 한 말은 진실로 그릇되고 허망합니다.
만약 처음에 물이 잇닿아 흐르지 않고 뻗어 있는 산줄기 100여 리 땅과 떨어져 접하지 않고
비· 퇴 이하 수원은 별도로 다른 물줄기를 이루고 과연 토벽이 문(門)과 같은 형상이 있다면
이는 우리나라의 말한 바가 또한 근거없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나라가 말을 꾸몄는지 여부는 이번 행차에 저절로 판별될 것입니다.”
두만강과 토문강을 보는 인식의 차이
양국 대표의 문답을 보면 두만강과 토문강을 보는 인식에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청국 대표는 도문강, 즉 두만강 중심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았다.
두만강의 원류를 찾아가면 비석을 찾을 수 있다는 논리도 내세웠다.
하지만 조선 측 대표인 이중하는 백두산에 있는 정계비를 중심으로 논리를 전개했다.
청나라가 비석을 1712년에 세웠으며, 이 비석에서 연결된 울타리(堆)를 따라가면
강의 양쪽 벽이 문의 형상을 하는 토문강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번 행차에 저절로 판별될 것’이라는 이중하의 주장은
1985년 10월 18일 양국 대표가 백두산 정계비에 직접 현장답사를 하면서 그대로 입증됐다.
- 윤호우 기자
- 2009 03/17, 위클리경향 8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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