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도 오딧세이]

[간도 오딧세이] 40. 백두산 길 안내인 심마니 김애순

Gijuzzang Dream 2008. 12. 20. 20:38

 

 

 

 

[간도오딧세이] 백두산 길 안내인 심마니 김애순 

 

 

 

 

 

  

  <규장각 소장>

 

1712년 5월 청나라 관리를 백두산으로 이끈 길 안내인 중 한 명이 김애순이다.

조선의 고위 관리도 아니었지만,

김애순은 당시 백두산 정계 상황을 상세히 서술한 기록에서 이름을 드러낸다.

 

역관 김지남이 쓴 <북정록>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이러면서 총관(목극등)은 길 안내인 김애순을 불러들였다. 그리고 김애순에게 물었다.
“너희들처럼 몰래 들어가 인삼을 캐는 자들이 이전에 국경을 범했다고 하더라도

그 죄를 묻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니 다닐 수 있는 길이 있으면 조금도 숨기지 말고 확실히 설명하라.”


청나라는 주변 지리적 정보 전무

 

이와 비슷한 상황이 홍세태가 쓴 <백두산기> 5월 5일자 기록에도 실려 있다.

홍세태는 역관 김경문의 이야기를 직접 전해 듣고 <백두산기>를 썼다.

김경문은 <북정록>을 쓴 김지남의 아들로, 역시 역관으로 부친과 함께 백두산 정계 때 참여했다.


그 지역 사람인 애순이 일찍이 저쪽 경계에 잠입하여 인삼을 채취하였으므로

산의 남쪽 길을 잘 알고 있었다. 이에 목극등이 그를 불러 말하기를

“이 산의 남쪽 길을 네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지금 너의 죄를 사면하여 줄 터이니 숨기지 말아라”

하였다. 애순이 이리저리 둘러대며 모른다고 하자

목극등이 웃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저 놈에게 길 안내를 하게 하면 저절로 길이 있을 것이다”


목극등은 김애순을 마치 범죄인처럼 다루었다.

백두산 인근 지역을 잘 아는 것은 분명히 인삼을 채취하러 다녔기 때문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백두산기>에는 김애순이 목극등에게 백두산 지리를 안내하면서

소백산과 천지, 백두산 기후 등을 설명한 부분이 나타난다.

김애순은 백두산 지역을 손바닥 보듯이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서명응이 쓴 <유백두산기>에는 김애순이 혜산 토병인 것으로 적혀 있다.

하지만 <유백두산기>에 나타난 이야기가 거의 구전에 의존하고 있는 점을 볼 때

김애순이 조선의 군졸이라는 것은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

일개 군졸이 백두산 지역을 누비고 다녔다고 추측할 수 없다.

김애순은 인삼 채취를 생계로 하는 백성이었기 때문에 백두산 지역을 환하게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북정록>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날이 저문 후에 총관(목극등)이 나(김지남)를 불렀다.
“우리들의 이번 행차는 전적으로 양국의 변경을 조사하러 왔을 뿐이네.

비록 하늘로 올라가고 땅으로 들어가게 되더라도 우리는 그대들의 말을 따라갈 수밖에 없지 않은가?

지금 이곳 변경에 대해 자네가 분명하게 설명해주는 것이 어떻겠는가?”

목극등의 이 말에서 1712년 백두산 정계의 사정이 잘 나타나 있다.

변경을 조사하러 온 청나라는 지리적 정보가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조선의 길 안내인 김애순에게만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론 청나라의 강대한 힘이 있어 정계가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정상적인 정계라고는 볼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여기에서 비롯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윤호우 기자

- 2009 01/06   위클리경향 80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