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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 목가구 - 木香에 스민 선조들의 숨결

Gijuzzang Dream 2007. 11. 18. 13:33
 

 

 

 木香에 스민 선조들의 숨결, 古가구

 

먼 고향에 대한 추억을 간직한 사람이라면 집 안 구석구석에 놓여 있던 오래된 가구들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부엌에 있던 찬장과 가지런히 걸려 있던 소반들,

퀴퀴하지만 정감이 묻어 있던 반닫이,

빳빳하게 풀 먹인 옷들이 개어져 있던 수장농.

한때는 고리타분하게도 느껴졌던 그 가구들이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돌이켜 보면 그렇게 고풍스러울 수가 없다. 화려하지만 손품이 덜든 이즈음의 가구들과는 달리 장인들의 손길이 고스란히 스며 있는 우리나라 전통 고가구들을 만나 본다.     

  

우리나라의 목가구는 조선 백자와 더불어 한국의 질박한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공예 분야이다.

서양이나 중국의 가구들이 규격이 크고 장식적인 면이 강조된 것과 달리 우리나라의 고가구들은 실용성을 우선시했으며, 작고 단순하면서도 자연적인 미의식을 지니고 있었다.

이것은 자연 환경, 주택 구조 그리고 사회적 관습에 의한 영향으로, 한국적인 독특한 조형 양식을 탄생시켰다.

 

조선시대 가구를 통해 우리나라 고가구의 특성을 살펴보면

첫째, 허식이 없어 간결하고 순리적이며, 나무의 결을 그대로 살려 자연의 멋을 나타냈으며, 불필요한 장식을 피하였다.

둘째, 수직과 수평 그리고 공간의 비례를 적절하게 구성하여 시각적으로 무리가 없으며 우리 주택의 규모와 실내 공간의 면적, 평좌식 생활에 걸맞도록 아담하게 만들어졌다.

셋째, 가구의 부분적인 특성과 기능을 감안하여 목재를 분별하여 쓰고, 우리 목조 건축에서와 마찬가지로 가능한 금속 장식을 쓰지 않고 주로 결구식 목공 기법을 써서 골격과 판재를 역학적으로 결구하는 제작 방식을 사용하였다. 금속 장식을 사용하더라도 안방 가구와 사랑방 가구 그리고 부엌 가구 등 각기 용도와 기능에 맞게 쓰였으며, 목재도 각 기능에 따라 구분해 사용해왔다.

넷째, 조각 장식은 겉치레를 피하고 건실함과 실용성을 우선으로 하였다. 특히, 이러한 장식들은 단순 소박하며 미적인 감각과 상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우리나라 고가구만이 지닌 또 하나의 특성이라 할 수 있다.



 

 

 

 

 

 

 

 

 

 

 

 

 

 

   

 

 

 

 

 

 

 

옛 조상들의 진솔한 삶의 향기가 오롯이 피어나는  古가구와 만나다

전통 가구는 생활공간에 따라 안방 가구, 사랑방 가구, 부엌 가구로 분류된다.

또한 신분 계층과 종류에 따라 안방과 사랑방에서 공용으로 쓰이던 것,

서민들이 안방용 세간으로 사용하는 것을 양반층에서는 광에 두고 사용하던 것들이 있었으며,

부유한 양반집에서는 곳간 세간과 사당에서 쓰이던 가구들을 추가로 더 사용하였다.

 
안방에서 쓰이던 가구는

장, 농, 반닫이 등 의류 수납용과 귀중품 보관용의 함, 바느질용 반짇그릇, 몸을 단장하는 데 쓰이는 빗접, 좌경 등이 있다.

 

다음으로 사랑방 가구에는

서안書案, 경상 등의 책상류와 문갑, 사방탁자, 서가, 책장, 연상硯箱 등의 문방 가구, 각종 서류를 보관하는 문서함, 책을 넣어두는 크고 작은 궤, 상비약을 넣어두는 약장, 귀중품을 보관하는 각게수리 등을 포함한다. 또한 의대를 보관하는 의걸이 장도 사랑방 가구에 속한다.

 

부엌 가구로는

뒤주, 찬장, 찬탁, 소반 등이 있으며 가구는 아니지만 나무로 만들어진 각종 함지류가 있다. 곳간이 많은 부유한 양반 저택에는 곳간 세간으로서 뒤주와 크고 작은 궤를 사용했으며, 경우에 따라 진설 탁자도 곳간에 보관하였다.

 

사당에는

제상과 교의를 두었으며 부유한 가정에는 벽장을 설치하여 고인의 서적이나 유품, 제구 등을 보관하기도 하였다.

가구는 또 쓰이는 용도에 따라

기거용 가구, 수장용 가구, 문방 가구, 주방 가구, 의식용 가구 등으로 분류하기도 하였는데,

재료에 따라 오동문갑, 화류장, 먹감농, 자개장 등으로 불렀으며,

형태에 따라 아기장, 원앙장, 벙어리 문갑 등 편리하고 쉬운 여러 가지 명칭으로 불리었다.

 


다양한 종류만큼 다양한 용도의 古가구들을 전통의 눈으로 들여다보면… 

 

 

궤櫃
궤는 나무로 된 장방형의 상자를 가리키며 윗닫이와 반닫이(앞닫이)의 두 가지 형태가 있다.

윗면을 앞뒤로 절개하여 앞쪽에 문을 낸 것을 윗닫이라고 하며,

앞면을 상하로 이등분하여 위쪽을 문판으로 삼은 것을 반닫이 또는 앞닫이라 한다.

책, 문서, 의복, 피륙, 건어물, 그릇, 제기, 활자 등을 보관하는 다목적 가구로서 수납된 물품의 종류에 따라 사랑방, 다락, 광, 사당 등에 놓고 사용했다.

 

 옷장
의류를 보관하는 가구로 가정 내방가구를 대표한다.

머릿장(단층장), 2층장, 3층장, 의걸이장, 드물게는 4층장, 5층장도 있다. 크기에 따라 소형장은 아기장으로 부르기도 했으며

형태에 따라 원앙장, 경첩의 모양에 따라 나비장, 불로초장 등으로 부르기도 했다.

한복은 평면 재단으로 만들어져 접어서 보관해도 그 형태가 변형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와 같은 옷장에는 상당량의 옷을 접어 넣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남성들의 관복은 귀중히 여겨 별도의 관복함에 넣어 보관하였다.

 

농籠
농은 장과 더불어 내실용 가구를 대표한다.

농은 아래 위짝이 분리되므로 분리되지 않는 장과 구분된다.

농은 원래 대나무 또는 싸리로 엮어 만든 죽기(竹器)를 뜻하는 말이었다.

 

밑짝이 얕은 것을 상(箱), 밑짝이 뚜껑보다 깊은 것을 농이라 구분하는데,

농은 형태에 따라 수장농, 개판농이라 부르며

재료에 따라 먹감나무농, 자개농, 삿자리농으로도 분류한다.

수장농은 쇠목과 동자주의 구획이 없으며 서랍도 없고 판재로만 구성된 목제농의 원형이다.

개판농은 대한제국시대에 제작되기 시작한 전통 목가구의 막내격인 가구로 천판이 돌출되어 붙여진 농이다.

삿자리농은 나무 또는 대나무의 골격에 대를 마치 삿자리처럼 엮어 만든 농을 가리키며, 이밖에 크기가 같은 함을 두 개 포개어 놓은 것을 함농이라 한다. 

 

 함函

함은 깊은 밑짝에 운두가 얕은 뚜껑을 경첩으로 연결하여 여닫을 수 있도록 만든 상자이다.

귀중품을 넣는 용도로 쓰였기 때문에 자물쇠로 채우도록 되어 있다.

자물쇠는 뚜껑에 부착된 긴 뻗침대의 중간에 달린 고리와 몸체에 박힌 두 배목의 고리를 연결하여 잠그도록 되어 있다. 이들의 양측 널에는 들쇠가 있어 이동하기에 편하도록 했다.

함은 요즈음도 혼인 때 신랑 집에서 혼서지와 채단을 넣어 신부 집에 보내는 데 사용된다.

 

 서안書案
서안은 평좌용의 낮은 책상을 말한다.

상판의 길이가 짧은 것과 긴 것이 있는데, 독서용으로는 길이가 짧은 것을 주로 사용하고 두루마리에 글을 쓸 때에는 긴 것을 사용했다.

상판 아래에는 선반이나 서랍을 달았고 상판이 곧고 판판한 것을 격이 높은 것으로 보았다.

상판의 양끝이 위로 들렸으며 다리와 서랍에 조각 장식을 한 경상은 사찰에서 주로 사용되었으며, 민간에서도 사용되었다.

 

문갑文匣
문갑은 각종 문방용품과 문서 등을 보관하던 가구다.

평좌 생활에 알맞은 책상 높이나 문지방 높이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벽면을 따라 길게 한 쌍을 놓고 사용했다.

문방에 필요한 소품들을 넣기 위한 작은 서랍과 선반으로 이루어진 것과 서랍과 선반을 네 짝의 두껍닫이 문으로 만든 감축 형태도 있다.

천판 위에는 필통, 연적, 수석, 난분 등을 늘어놓아 진열대 구실도 하였다. 


각게수리와 약장

 

각게수리는 안방과 사랑방에서 함께 쓰였던 단층 양식의 가구이다.

여닫이문 안에 여러 개의 서랍이 설치된 일종의 금고로서 귀중품이나 문서 등을 보관하는데 사용했으며, 약장으로도 이용되었다.

약방에서는 많은 서랍이 달린 약장을 사용하였는데, 이러한 약장은 중국의 백안주 또는 천안주라는 명칭의 가구가 변형된 것이다.

중국의 약장은 여닫이문 속에 여러 개의 서랍이 있는 백안주에 약재를 보관하였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일반 약재를 노출된 서랍에 보관하였고, 극약은 잠금장치가 달린 장 또는 그 안에 감춰진 서랍에 보관함으로써 좀 더 안전하고 간편하게 약재를 관리했다.  

 

 

글 : 남정우
사진 : coreein photo

게시일 2007-10-08  / 월간문화재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