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가는(문화)

음력 시월은 상달

Gijuzzang Dream 2007. 11. 18. 17:55

 음력 시월은 상달 고사가 있는 달

 

 

 


 

음력으로 시월을 상달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은 1년 중 제일 높은 달이라는 뜻인데,

상달을 10월로 정한 것은 우리나라를 세운 개천절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또 이 달에는 모든 국민들이 하늘에 소원을 비는 고사를 지냈는데, 이를 상달 고사라고 하였다.

상달 고사를 지내는 목적은 집안의 안녕을 위하여, 성주신 · 조상신 · 터주신 · 조왕신 · 삼신 등 모시는 가신(家神)들이 만들어 주신 풍년에 대한 감사의 표시를 하는 것이었다.

 

 
고대 제천행사에서 시작된 상달 고사

상달에 지내는 고사의 유래에 대해서는 자세히 전하는 내용이 없으므로 옛 기록을 통해서만 추측해 볼 수 있을 뿐이다.

 

이 달에 고사를 지내는 풍습은 1년 동안 농사를 지어 햇곡식을 거두게 된 것이 오직 하느님과 선조들께서 보살펴 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하여 감사하는 뜻에서 생긴 것으로, 햇곡식으로 술과 떡을 만들어 정성껏 제사를 지냈다.

 

그러므로 음력 시월은 풍성한 수확과 더불어 신과 인간이 함께 만나 즐기는 달이 된 것이다.

 

이러한 상달의 행사에 대해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고구려 때에는 동맹, 부여 때에는 영고, 예맥 때에는 온 민족이 함께 무천 대회를 열었다.

 

‘무천’이란 말은 하늘에 춤을 추어 올리는 행사로 온 국민이 즐겼다고 한다.

또 마한 때에는 제천의 굿을 하였는데 굿이란 바로 오늘날의 제사와 같은 행사였다.

그 후 고려 때에는 팔관회로 그 맥을 이어 왔으며

조선시대에는 고사 혹은 안택으로 전승되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상달 고사의 유래는 고대 국가 행사인 제천의식에서 가정의례로 변모하며 전승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옛 조상들의 고사 지내는 절차를 하나씩 따라가 보자면…

고사를 지낼 때에는 길일을 정해서 행사를 하였는데,

행사 전에 미리 대문 앞에 금줄을 치고 집 주변에 황토를 깔아 집안으로 부정이 들어오지 않도록 조심하였다.

 

제물로는 시루떡과 술, 과일과 고기 등 각종 음식을 넉넉하게 준비했는데, 특히 떡은 시루떡과 순 쌀가루로 만든 백설기를 빼놓지 않았다.

이 백설기는 산신(産神)인 안방의 제석신에게 바치는 것이었다.

 

제물을 놓는 장소는 안방을 비롯하여 사랑방, 머슴방, 곳간, 쌀뒤지, 장광 등 집안의 곳곳에 조금씩 차려 놓았다.

 

고기는 쇠머리를 삶아 통째로 놓았는데 넉넉하지 못한 집에서는 쇠머리 대신 명태로 대신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만든 음식은 고사를 지낸 다음 이웃들과 골고루 나누어 먹었다.

 

그밖에도 좋은 날을 가려 세존단지, 제석주저리, 진동항아리 등 제물과 곡식의 신에게 햇곡식을 바치는 의식이 있었고,

무오일(말날)에는 마구간의 신에게도 제사를 드리며 가축을 건강하게 길러 달라고 기원하였다.

 

뿐만 아니라 한 마을에서 공동으로 신을 섬기는 것을 대동굿 또는 부군굿이라고 해서 동네 전체가 모여 제사를 지냈는데, 이 행사는 요즘에도 동네마다 이루어지고 있다.

 

고사를 지내는 일은 대개 가정주부가 담당하였는데,

제물을 차린 후 배례를 하고 손을 모아서 빌거나 축원을 하며 소원을 빌어 가족들의 건강과 집안의 평온을 기원하였다.

 

기원하는 대상신은 집안의 풍요와 안녕을 지켜준다고 믿는 가신(家神)들이었는데,

터주신 · 성주신 · 제석신 · 조왕신 등에게는 배례와 축원을 하고 칠성신 · 측신 · 마당신 · 문신 등에는 제물만 놓았다.

 

가신이 아닌 마을 수호신에게도 제물을 차려 배례와 축원을 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대개 제물만 차려 놓는 것으로 대신하곤 하였다.

 

고사를 조금 크게 지내는 집에서는 무당을 불러서 축원을 하도록 하여 집안의 무사태평을 기원하기도 하였고, 또 스님을 청하여 고사를 지내며 가정의 무병장수를 기원하였다.

이 때 부르는 염불을 고사반이라고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회심곡이다.

 


상달 고사와 더불어 조상들이 즐겼던 음력 10월의 다채로운 풍속들

고사와 더불어 가신들의 신을 모시는 단지에 햇곡식을 넣어 놓는 풍속이 있다.

이러한 풍습은 지방마다 부르는 명칭과 모시는 장소, 시기 등이 다소 차이를 보인다.

 

즉 중부 지방에서는 터주라고 하여 집 뒤꼍의 장독대 옆에 짚 주저리를 씌운 단지 안에 곡식을 넣고 집터의 터주신으로 섬기고 있다.

 

호남 지방에서는 이것을 철륭단지라고 부르는데 말만 다를 뿐이지 행사의 목적은 대동소이하다.

조상단지라는 말은 중부 지방에서 많이 사용하고,

영남에서는 세존단지, 호남지방에서는 제석오가리 등으로 부르고 있다.

 

이 단지에 햅쌀을 갈아 넣을 때, 단지 내에 있던 묵은 쌀은 반드시 식구들끼리만 밥을 지어 먹는 것이 원칙이었는데 복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지 않으려는 뜻이 들어 있었다.

묵은 쌀을 꺼냈을 때, 곰팡이가 피었거나 썩어 있으면 집안에 좋지 않은 일이 있을 것이라 근심을 하였고, 반대로 깨끗하면 집안의 길조로 여겼다. 그래서 햇곡식으로 바꿔 담을 때에는 햇빛에 곡식을 잘 말리고 정성껏 손질하는 것을 철저히 하였다. 


▶글 : 이광렬 동화작가
▶일러스트 : 백금림

2007-10-8  / 월간문화재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