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의 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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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
흔히 마을 뒷산에 잘 자라면서 가을에는 굵고 튼실한 상수리라 불리는 열매를 수없이 매답니다. 그래서 흉년이 들 때 백성들의 배고픔을 달래는 비상 양식이었죠. 나무는 단단하고 잘 썩지 않아 기둥이나 농기구를 만드는 데 두루 쓰였으며, 참숯의 재료로도 많이 쓰입니다.
샛노란 꽃이 동그란 작은 송이를 만들어 몽글몽글 피어나죠. 평지에 흔히 심는 산수유와 꽃 모양이 아주 닮았습니다. 가지나 잎에서 상큼한 생강 냄새가 나므로 생강나무란 이름이 생겼답니다.
땅이 메마르고 척박하여도 소나무는 별로 가리지 않습니다. 다만 햇빛을 매우 좋아하고 자라는 속도가 조금 늦어 다른 나무들과의 경쟁력이 약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자기들끼리 떼 지어 모여 살기를 좋아하죠. 우리나라는 숲이 우거지면서 차츰 소나무가 사라지고 있어서 안타까울 뿐입니다.
땅 힘이 조금 모자라도 곧게 빨리 잘 자라며 나무 재질도 좋아 처음에는 주로 재목을 생산할 목적으로 심었답니다. 모양새가 좋아 지금은 오히려 조경 수목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름은 잣나무지만 잣은 오직 우리 잣나무에만 달립니다.
공중 질소를 고정하는 능력이 있어서 척박한 땅에도 잘 자라므로 토사가 흘러내리는 헐벗은 산에 널리 심었습니다. 꽃은 질 좋은 아카시아 꿀을 생산하며 나무는 단단하고 황갈색의 아름다운 색깔을 나타내어 요긴하게 쓸 수 있습니다. 열대지방에 아카시아라는 별개의 나무가 있으므로 아까시나무라고 해야 맞는 이름입니다.
두메산골/ 영(嶺) 넘어가려고 그래서 울지/
눈은 내리네, 와서 덮이네./ 오늘도 하룻길/ 칠팔십 리/ 돌아서서 육십 리는 가기도 했소……’
소월의 시처럼 계곡에서 고갯마루까지 어디에나 널리 자라는 흔한 우리 나무입니다. 5리마다 한 나무씩 심어서 오리나무가 되었답니다. 먼 길 떠나는 나그네의 길라잡이였고 쉼터 나무였지요. 나무는 잘라 나막신을 만들었고 나무껍질과 열매는 염색제로 쓰였답니다.
빠르고 곧게 자란다고 하여 한때 심기를 장려하였으나, 많이 쓰이던 나무젓가락 수요가 줄어들어 지금은 거의 심지 않습니다. 새하얀 껍질에 숨구멍이 마름모꼴인 것이 특징이죠. 은사시나무 또는 현사시나무라고 부릅니다.
초식동물이 새순을 따먹지 못하게 하려는 자구책이라는군요. 옛 사람들은 문설주 위에다 엄나무 가지를 가로로 걸쳐두고 귀신 쫓는 나무로도 사용했습니다. 나무가 엄하게 생겨서 엄나무가 되었다고 하며, ‘음나무’로 부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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