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어가는 것들, 스러지는 것들.
새 계절로 슬며시 옮아가는 이즈음에
모든 것들은 정리되어야 하는가 봅니다.
저물어가는 11월의 마지막 날
눈 섞여 흩뿌리더니 결국 비가 되어 내리는데 . . .
초겨울눈보다 늦가을비가 더 마춤하겠구나 생각합니다.
하나하나 정리되어야 하는 것들 중에는
부쩍 오그라드는 모습의 내 부모에게도 해당되나 봅니다.
온 사랑 내색않고 품어 키운 딸아이
가슴에 더 많이 묻어두고 기대하던 딸아이
버젓하게 이룬 것 하나 없이
이젠 오십도 넘어서서 훌쩍 세월 속에 파묻혀버린
그 딸아이를 도무지 몰라봅니다.
그 딸아이를 애잔하게도 바라다보지도 않습니다. 눈을 뜨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가만히 "아부지" 불러보면
이미 굳어버린 엄지와 집게손가락 틈으로 끼어넣은
그 딸아이의 손에 힘을 주는 듯도 합니다.
다아, 다 소진해버린 인생의 그 끈을 슬며시 놓아 던져버리고
새로움으로 들어가는 그 과정 수순이 몹시도 힘들어보입니다.
그렇지만 그 한 가닥 끈을 쥐고계셔서 감사합니다.
훨씬 어린 날에
알록달록 곱게 물든 단풍잎들을 골라 양손에 가득 모을때면
이쁘고 곱디고운 단풍잎들로 속 가득채운 꽃방석 위에 앉혀 드릴거야
그렇게 맘 속에만 쌓아두던 그 말들이
지금까지도 虛言으로만 허공 속에 맴돕니다.
참 . . . 서글픈 계절이 저뭅니다.
비에 젖어 땅에 붙어버린 서글픈 단풍잎 하나
그래서 더 서럽습니다.
- 2006년 11월 30일 기주짱
- 일년이 지난 이번 가을에도
단풍 떨어지는 것도 솔바람 부는 것도 내 아부지는 아시지 못합니다.
그래도 어쩌다 눈은 뜨십니다 . . . 빤히 쳐다보기도 하십니다.
알아보는 듯도 싶고. . . 아닌 듯도 싶고. . . 그렇게요 . . . 2007년
-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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