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우와 직녀’ 진짜 만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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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이지만 떨어져 지낼 수밖에 없는 견우(牽牛)와 직녀(織女)가
1년에 단 하루, 음력 7월7일 칠석(七夕)에 오작교(烏鵲橋)라는 다리에서 만난다는 이야기는
아마도 별자리와 관련된 천문학 설화에서 발전했을 것이다.
그것은 동아시아 전통 천문학에서 견우(牽牛)라는 별자리와 직녀라는 별자리가 각각 있고,
이들 두 별자리가 북극성을 중심으로 정반대 위치에 떨어진 채 하늘을 회전하다가
칠석이면 합쳐지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현대 천문학적인 관점에서 견우는 독수리별자리를 구성하는 알타이어(Altair) 별이며,
직녀는 거문고별자리의 베가(Vega) 별을 지칭한다.
이 두 별을 소재로 한 견우직녀 이야기는 늦어도 한대(漢代) 이전에 만들어져 있었음은 분명하며,
그 뒤 위진남북조시대를 지나면서 그 태동지인 중국 대륙을 넘어 동아시아 전체로 퍼져 나간다.
전한(前漢)시대 중ㆍ말기를 대표하는 학자 유향(劉向. BC 79?-BC 8?)이 썼다는
역대 신선(神仙)들의 전기인 <열선전(列仙傳)> 에는 불을 잘 다룬 도안공(陶安公)이란 신선 이야기가
수록돼 있다. 이에 의하면 도안공은 7월7일에 큰 비가 내리는 가운데 붉은 용을 타고 승천했다고 한다.
직접적인 견우직녀 이야기는 아니지만, 칠석이 특별한 날로 기념된 흔적을 엿보기에는 충분하다.
이후 서진(西晉)시대의 저명한 정치가이자 문인인 장화(張華)가 저술한 <박물지(博物志)>에는
고구려를 침공한 일로 유명한 중국 삼국시대 위(魏)나라 장수 관구검(毋丘儉)에 얽힌 대목이 나온다.
관구검의 명령에 따라 옥저(沃沮) 태수인 왕기라는 사람이 고구려 국왕인 궁(宮. 동천왕)을
옥저 동쪽 국경 바다까지 추격하다가 "바닷가 사람들이 고기잡이를 하다가 풍랑을 만나
수십일 만에야 동쪽에서 섬 하나를 발견하니,
그곳 풍속에는 항상 칠석이면 어린 여자아이를 골라서 바다에 던져 넣는다"는
노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 그것이다.
견우직녀 이야기로 대표되는 칠월칠석이란 절기는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자료에 의하는 한,
이미 고구려 사회에도 깊이 침투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결정적으로 보여주는 증거가 벽화고분인 덕흥리 고분이다.
북한 남포시에 소재하는 이 고분은 축조연대가 408년이라는 확실한 명문이 남아있어
고구려 무덤의 연대를 결정하는 가늠자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곳 무덤 앞칸(前室) 천장 남측에는 견우와 직녀 그림이 있다.
견우(牽牛)는 글자 그대로 소를 끌고 있으며,
그 뒤 은하수를 형상화한 것임이 분명한 굽이치는 강물 그림 너머에 직녀가 있다.
이들이 각각 견우와 직녀임은 두 인물 옆에 각각 ’견우지상(牽牛之象)’과 ’직녀지상(織女之象)’이라는
먹글씨가 적혀 있다는 점에서 의심할 바가 없다.
같은 고구려 벽화고분 중 대안리 1호분에서도 직녀 그림이 확인된다.
견우직녀 설화와 칠월칠석 신앙이 고구려 사회에 짙게 침투해 있었다는 간접적인 증거는
남포시 소재 감신총(龕神塚)이라는 다른 고분벽화에 보이는 서왕모(西王母) 그림에서도 엿볼 수 있다.
서왕모란 원래는 곤륜산(琨崙山)이라는 서쪽의 산을 지키는 여신이지만,
위진남북조시대를 지나면서는 신선세계를 관장하는 도교의 최고 여신으로 격상된다.
그렇다면 서왕모와 칠월칠석은 어떤 관계일까?
위진남북조시대 도교 교단의 주류적 위치를 점하는 상청파(上淸派) 교단이 생산한 신선도교문학서로서,
신선이 되고자 열망한 한 무제(漢武帝)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두 작품으로
<한무고사(漢武故事)>와 <한무제내전(漢武帝內傳)>이 있다.
이들 두 작품 모두 지상의 제왕인 한 무제가 천상의 제왕인 서왕모를 만나 불사(不死)하는 방법을 들은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한데 불사(不死)를 꿈꾸는 한 무제의 요청을 받고 서왕모가 지상으로 강림한 날짜를
바로 7월7일 밤이라고 이들 두 작품은 밝히고 있다.
이 지점에서 서왕모 신앙은 칠월칠석 신앙과 연동되어, 이후에는 한묶음이 되어 나타난다.
서왕모는 신선세계를 관장한다고 하지만, 말이 신선이지, 실제는 죽은 사람들의 세계를 관장하는 신이다.
다만 사후세계가 위치하는 곳이 지하에 있지만, 서왕모는 그 활동 무대가 천상(天上)이다.
나아가 견우와 직녀 또한 그 근본이 별자리인 까닭에 천상을 노니는 존재들이다.
이런 공통분모를 고리로 삼아 서왕모, 견우-직녀 커플은
죽어서 승천한 죽은 영혼들을 돌보아주는 존재가 되는 것이며,
이런 까닭에 죽은 고구려 사람들이 잠든 무덤의 천장을 장식하게 되었을 것이다.
- 2006년 7월30일 /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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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우와 직녀> - 칠성신앙
우리나라에서 칠석은 음력 7월7일로 전통적인 세시명절의 하나이다.
각 가정에서는 밀전병과 햇과일을 차려놓고,
부인들은 장독대 위에 정화수를 떠놓고 가족들의 무병장수와 집안의 평안을 빌었다.
한편, 젊은 여인들은 바느질 솜씨를 빌고(걸교=乞巧),
청년들은 견우 · 직녀성을 제목으로 시를 짓기도 하고,
의복이나 책을 바람에 쐬면서(거풍=擧風) 학문 연마의 소원을 빌었다.
이는 모두 칠성신(七星神)께 비는 것이었는데, 여기서 칠성은 북두칠성을 의미한다.
그래서 7자가 신성시되었고, 양수(陽數)인 7자가 겹치는 7월7일이 의미 있는 날이 된 듯하다.
일본도 7월7일이 되면 이 날을 기념하는 다나바타 마쓰리가 열리지만,
우리처럼 음력이 아니라 양력에 행해진다.
다나바타가 되면 각자의 소원을 적은 단자쿠(短冊: 글씨를 쓰거나 물건을 매다는데 쓰는 종이)를
대나무 가지에 울긋불긋 매달아 처마 밑에 세워놓고 별에 기원하고,
다음날 대나무채로 강이나 바다로 떠내려 보낸다.
한편, <춘향전> 에서 춘향과 이도령의 가약을 맺어주던 다리가 오작교(烏鵲橋)임은
바로 칠석날 전설에서부터 연유하는데, 이 슬픈 만남을 기념해서 인지
우리 선조들은 평소 마음에 담아 둔 낭군님과 낭자님께 사랑의 선물을 주고받았는데,
그 선물이란 것이 영원히 변치 말 것을 기약하는 의미로 은행나무 씨앗이었다고 한다.
농사를 짓고 살아가는 우리 민족에게는 물과 비[雨]를 비는 신앙은 필연적이었고,
북두칠성 신앙을 의미하는 칠성신(七星神)은 바로 비의 신으로서 기우(祈雨)의 대상이며,
장수와 재물을 관장하는 신으로도 숭배되었던 것이다.
칠성신앙은 본래 불교신앙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고,
불교 이전에 천체와 별을 숭배하는 중국의 도교의 영향과 일부 유교의 영향을 받아
불교의 ‘약사신앙(藥師信仰)’과 한데 어우러져서 불교의 토착신앙으로 정착된 것으로서,
치성광여래(熾盛光如來), 일광보살(日光菩薩), 월광보살(月光菩薩), 약사칠성(藥師七星),
북두칠성(北斗七星) 3태 6성(三台六星) 28수(宿) 등이 신앙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런데, 도교 이전에 원래 칠성신앙이 배달 조선 한민족 고유의 민간신앙으로 있었다는 설도 있다.
<삼성 새 우리말 큰 사전> 에 의하면,
도가의 시조인 BC 4세기 경 춘추전국 시대의 노자(老子)와 도교의 교리와는 거의 무관하다고 나와 있다.
노자가 이상(理想)으로 생각했던 황제 시대의 황제(黃帝) 헌원(BC 26세기 경 사람으로 추정)이
중국의 시조로 알려져 있지만, <삼성기(三聖記) (下편)> 에 의하면,
한민족과 밀접한 관련이 있던 동이족에서 갈라져 나간 일족이라고 한다.
아무튼 한민족 고유의 민간신앙이 외래종교인 불교에 융합되었고,
고구려, 백제, 신라로 불교가 전파됨에 따라 불교화하여
오늘날의 사찰에도 많은 칠성각(七星閣)이 남아있게 된 것이다.
한편, 7월7일은 북두칠성과 관련이 있지만, 막상 직녀성과 견우성은 북두칠성에 포함되지 않는다.
독수리자리의 알테어(Altair) 견우성은 태양계에서는 16.2광년쯤 떨어져 있는 별이며,
직녀성 베가의 크기가 태양의 60배 정도 되는데,
실제로는 직녀성과 견우성이 10광년 이상 떨어져 있어 만날 수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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