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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 목가구 - 화각공예

Gijuzzang Dream 2007. 11. 3. 15:44

 

 

 

 화각(華角) 공예

 

 

 

화각(畵角)이라고도 하는데,

소뿔의 뿌리쪽 하얀 부분을 종잇장처럼 얇게 떠내서

그 안쪽에다 채색의 그림을 그려서 목물(백골)의 표면에 장식적으로 붙이는 것으로

조선 후기에 유행한 우리나라만의 공예기법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화각장(畵角裝)공예’ 라고 해야 올바르다.
목기 세공품을 곱게 외장하기 위하여

채화(彩畵)된 쇠뿔의 얇은 판을 가지고 목기의 표면을 감싸 덧씌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곧, 쇠뿔의 맑은 부분을 펴서 투명한 종잇장처럼 깎은 뒤

거기에 오채(五彩, 唐彩)의 그림이나 무늬를 그려 넣어 나무바탕(백골) 위에 부착시키는 까닭이다.

 

이러한 방법은 바다거북의 등껍질인 대모(玳瑁)의 뒷면을 채색하여 장식하는

대모복채법(玳瑁伏彩法)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조선시대 화각함에서 그 테두리를 바다거북 등껍질무늬로 장식한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쇠뿔로 만든 얇은 판(角紙)은 시간이 지나면 약간 노란색으로 변하고

이에 따라 화려한 석채가 중화되어 보여 부드럽고 화사한 분위기를 내므로 여성들의 취향에 잘 맞는다. 그러나 화각은 제한된 크기의 소뿔로 사각 판(角板)을 만들었으므로

작은 상자의 제작에도 수십개의 쇠뿔이 필요하고

일일이 손으로 제작하였으므로 당시에는 매우 귀한 고급공예품이었다.

무늬는 십장생, 봉황, 모란, 물고기 등 장수와 부귀를 상징하거나

구름, 용, 까치와 호랑이, 꽃과 새 등 민화적인 소재가 대부분이었고 여성용 소품에 주로 이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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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각의 설채(設彩)가 자유롭고 각질 자체의 광택 때문에 아주 화사한 치레감이 된다.
다만 화각판을 부레풀로 붙이는 것이 되어

옻칠처럼 견고하지 못하고 또 각판(角板)이 풍화되기 쉽고 혹은 부서지기도 하는 단점이 있어

오래토록 전하는 유물이 많지 않다.

 

 

◆ 화각공예의 발달

 

우리나라에서 발달된 화각공예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기록상으로는 19세기 <규합총서(閨閤叢書)>에서

전국팔도의 유명 특산 방물(方物)을 지목하는 가운데 전주 화각기(華角器)를 들고 있는데,

조선시대 경공장(京工匠)에서도 화각장(華角匠)이 포함되어있지 않다.

 

이규경의 <오주서종(五洲書種)>에서도

나전과 대모 및 골각류의 처리법을 열거하면서도 화각에 대해서는 일체 거론하지 않았는데,

다만 쇠뿔을 석회 연분(鉛粉) 간수 등으로 처리하면 대모(玳瑁)와 유사한 반점이 생기고

또 쇠발톱에도 반점이 있다고 하였다.

한편, 골각류의 염색법으로서는 봉선화에 백반을 넣어 묻어두면 빨간 물이 든다고 하였는데

이는 화각무늬의 바탕색을 붉게하는 관례와 상관이 있을 것으로 본다.

 

대개 화각법의 시원은 고려시대 나전칠기에 보이는

바다거북 등껍질(양귀껍질, 대모: 瑁, 玳瑁)의 복채법(伏彩法)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추정한다.

고려 나전칠기에서는 대모(玳瑁)가 아주 적게 사용되었으며

그 껍질 자체가 노란빛이 감도는 것인데다 이면의 채색은 다홍인데,

양귀껍질은 동남해안에서 잡히는 거북의 일종이며 그 배와 등의 껍질이 투명하므로

이면에 주색과 황색을 칠하여 자개의 한 부분에 장식적으로 붙인 것이다.

그런데 고려의 나전칠기의 복채법에 쇠뿔이 사용된 흔적은 전혀 없으며

또 조선시대 전기의 유물에서도 단서를 찾아볼 수 없다.

 

현존유물은 19세기, 20세기 초에 국한된다. 18세기를 넘어서는 오랜 것은 없다.

상자, 문갑, 버선장, 베갯모, 실패, 침척, 부채, 붓대 등의 화각장 목공예품은

우리나라의 향토색짙은 공예임에는 틀림없으나 결코 양산된 것은 아니었으며

주로 왕실용을 제작했던 경공장에도 화각장(華角匠)이 없는 것을 보면 매우 희귀했었음을 짐작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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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화각공예에 사용된 당채는 白, 赤, 黃, 綠, 紫色으로

우리나라 목칠공예의 담박한 운치와는 동떨어진 것이며

주로 부녀자 소품들을 치레하는 데에 치중된 것으로 보인다.
곧 화각공예는 부녀자들이 자수로 생활공간을 치장했듯,

여성적인 의장 감각에서 우러나온 것으로 보여진다.

그림의 내용에 있어서도 자수 도안에서 옮겨온 듯 싶은 것이 많다.

현존 화각공예품에는 십장생무늬가 가장 흔하며 용봉, 사군자, 화조 등이 주종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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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각 제작과정

 

(1) 소뿔 준비
- 젊은 소의 뿔을 가려서 뿌리부분(根部)을 10㎝쯤 잘라낸 뒤 물에 삶는다.
- 중불에 4-5시간 �은 다음 뿔 속의 뼈를 꺼낸다.

 

(2) 소뿔 타기
- 건조된 소뿔의 뾰족한 부분을 5㎝ 정도 잘라낸 다음 톱으로 켠다.
- 소뿔을 세로로 쪼개 안쪽에 붙은 두꺼운 연골(軟骨)을 저며내고

  그 엷어진 외각질(外角質)을 판판하게 지질러 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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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소뿔 펴기
- 뜨거운 불에 쬐어 집게로 당기면서 무거운 것으로 눌러놓아 편다.

- 이 각판(角板)에 열을 가하면 한결 부드러워지므로 화롯불에 쬐면서 종잇장처럼 깎아간다.
- 속새풀(木賊)과 목회(木灰)로 연마해 광을 낸다.


(4) 먹선 넣기
- 각지(角紙) 아랫면에 그림본을 놓고 가늘게 먹선을 넣는다.

 

(5) 석채로 채색하기
- 투명판(角紙)을 일정한 크기로 마름한 뒤 안쪽에 당채(唐彩)를 민어풀로 개어 그림을 그린다.

 

(6) 바탕색 칠하기

(7) 붙이기
- 그 각판을 풀로 엎어 붙이면 그림이 선명하게 투시된다.

- 여러 조각의 각판을 붙였을 때는 각판과 각판 사이에 세모지게 깎은 우골(牛骨) 대를 눌러 끼워

  붙이고 상자의 모서리나 테는 어피(魚皮)로 감싸 바른다.

- 다시 각판을 목회로 닦으면 채색이 선연하게 아롱진다.

- 이상의 공정 중에서 가장 어려운 작업은 화각 붙이는 것과 윤내는 일이다.

  풀의 힘이 너무 세거나 약하면 화각이 골재에 붙지않고 들고 일어나기 쉬우며,

  또한 윤을 내기 위해 갈기질을 너무 많이 하거나 너무 세게 문지르면

  얇은 각지(角紙)에 구멍나기 쉽기 때문이다.

 

 

◆ 접착제

 

짜임새 = 내구성을 높이기 위한 시공법
짜임새 + 접착제 = 견고하게 함을 재확인하는 방법

 

예로부터 쓰인 접착제에는

쌀 전분(澱粉)으로 만든 무리풀과 아교, 부레풀이 있다.

 

한편,  접착제는 점도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습기가 틈새로 스미는 것을 방지하는 데 있다.

아교(갖풀)만으로 쉽게 처리 하는 요즘의 방법에 비해
민어부레풀 + 아교를 조금 섞어 점도(粘度)를 높여서 쓰는 법을 옛 소목장들은 사용하였다.

 

(1) 무리풀

쌀 전분으로 만드는 무리풀은, 만들기는 쉽지만 접착력이 약한 결점이 있다.

이를 보충하기 위하여 밀가루 + 생칠(生漆)을 섞어서 쓰면 습기에도 강하다.


(2) 아교(阿膠)

수교(獸膠), 갓풀이라고도 한다.

동물의 가죽, 뼈 따위를 고아 굳힌 황갈색의 접착제이다.

사용할 때 하루 반쯤 물에 담가두었다가 충분히 불어 퍼지게 한 후 열탕 중에서

가열하여 균일한 액체로 만들어 사용하여야 한다.

 

내수성이 부족하고 사용할 때 중탕작업의 불편함도 있으나,

완전히 굳기 전에는 뜨거운 물로 세척이 가능한 장점도 있고,

비교적 점성(粘性)이 좋아 빨리 고착하며 접착성이 강하다.

일반 아교는 물에 불어나 떨어지기 쉽기 때문에 습기에 강한 부레풀을 제일로 여긴다.

 

(3) 부레풀

부레풀은 어교(魚膠 ), 진교(眞膠)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민어의 이리(특히 암놈)을 생으로 말린다.

곧, 물고기의 공기주머니인 부레를 말려두었다가 물에 넣어 끓여서 만든 것으로

나전과 화각을 붙이는데도 사용한다.

수용성이라 무늬 밖으로 나온 풀기를 씻어낼 수도 있어 편리하다.

 

쌀뜨물에 담가 기름을 먼저 제거하고 더운 물에 중탕을 해서 녹여 쓰는 재래식 특수접착제이며,

아교가 일반화되기 전까지 가장 많이 쓰여진 접착제였다.

하지에서 백로까지 무더운 기간에는 사용을 피하며,

일반 목공예에서는 순수한 부레풀보다 아교를 조금 섞어 쓰는 것이 보통이었다.

 

부레풀은 목공예품 접착제이지만,

특히 각궁(角弓)의 궁간(弓幹)을 만들 때

수우각(水牛角), 죽편(竹片), 꾸지뽕, 쇠심 같은 이질적인 재료를

한덩어리로 접착시키면서 유연성을 유지하는 최상의 접착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