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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이 개고기를 권장한 까닭

Gijuzzang Dream 2008. 5. 3. 23:02

 

 

 

 

 

 다산이 개고기를 권장한 까닭



다산 정약용은 그의 형 정약전에게

‘들개를 잡는 법부터 잡은 개를 요리하는 법’까지 상세하게 쓴 편지를 보낸 적이 있다.

이 편지에서 다산은 고기를 먹어 체력을 회복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 형의 태도에 대해

핀잔을 주기까지 한다.

“하늘이 흑산도를 선생에게 내려주어 고기를 먹으며 부귀를 누리도록 하였는데,

스스로 고달픔과 괴로움을 택하다니 물정 모르는 고지식한 짓 아니겠습니까?”

최근 서울시가 개고기 위생을 위해

‘축산물가공처리법’에 개를 포함시켜 합법적으로 도살할 수 있게 하겠다고 나섰다.

앞서 전한 다산의 편지대로라면 다산은 서울시 정책의 강력한 응원군이라고 할 만하다.

또한 ‘개는 가축이며 개고기를 먹는 것은 전래 음식문화에 속하는 것’이라는 주장의 원조라는

주장까지 있다. 하지만 문제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유배지서 구할 수 있었던 고육지책


정약용과 정약전 두 형제를 강진과 흑산도로 유배 보냈던 신유사옥은

당시 조정의 실세였던 노론세력이 국학을 어지럽히는 천주교 사학의 무리라는 낙인을 찍어

남인세력을 숙청한 정치적 탄핵사건이었다.

정조의 으뜸가는 충신인 정약용은 천주교 영세교인이었고 그의 형제들도 신자였다.

다산의 또 다른 형제인 정약종은 가족들과 함께 순교했고,

신자임을 부인했던 다산과 묵언으로 신자임을 긍정했던 정약전은 유배형에 처해졌다.

 

헐벗고 굶주리는 유배생활은 두 형제의 건강을 무너뜨렸다.

다산은 중풍에 걸렸고 쇠약해진 정약전은 결국 흑산도에서 생을 마감했다.

‘개 좀 잡아먹으라!’는 다산의 편지는

기력이 쇠한 형에게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구해 먹일 수 없던 처지에서

그나마 흑산도에서 구할 수 있을 법한 양질의 단백질원으로 ‘들개의 고기’를 추천한 것이었다.

맛이 좋고 영양이 많아 개고기를 먹으란 게 아니었다.

‘들개라도 잡아먹고 살아남아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생명의 의지를 북돋우는 편지였던 것이다.

다산의 편지는 개고기가 우리 음식문화 속에서 중심적인 아이템이 아니라

굶주리던 시대의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한 증거다.

어떤 사회건 식문화는 존중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문화는 시대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것이기도 하다.

문화에 어찌 고정된 완성형이 존재할 수 있겠는가.

개고기를 먹는 전통이

우리나라 식문화의 일부분이라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며 현재진행형에 속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래에도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개를 단순한 가축 이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갈수록 늘고 있다.

개고기를 즐기는 세대보다 가족의 일부로 여기는 애견 인구가 1000만 명에 육박하는 시대다.

개고기 식육을 반대하는 이들이 모두 채식주의자인 것은 아니다.

그들 가운데 쇠고기나 돼지고기, 닭고기를 먹는 사람이 채식하는 사람보다 훨씬 많다.

그들이 육식을 즐긴다고 해서 개고기 식육을 반대하는 데 결격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그저 개고기 말고도 먹을 만한 다른 단백질원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일 따름이다.


애견 인구 1000만 명 시대 개고기정책


서울시가 이렇듯 소박한 개고기 식육 반대 목소리조차 수렴하지 않고

개고기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지금은 고기를 너무 많이 섭취해 각종 성인병이 증가하는 시대다.

많고 많은 식도락 가운데 기어이 개고기를 더 추가해야 한다는 생각은 집착에 가깝다.

또한 별나고 과시적인 식탐에 대한 문화적 기호로도 읽힌다.

 

다산은 아들들에게 보낸 또 다른 편지에서 식탐을 호되게 꾸짖는다.

“기름진 것을 찾아 먹으려는 짓은 부끄러운 행위다.

험한 음식으로 잠시 입을 속이고 지나가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정력과 지혜를 다해 뒷간에 충성을 바칠 필요가 있는가?’

다산은 이어 주먹만한 상추쌈을 싸먹으며 자신의 입을 속였던 일화를 소개한다.

알고 보면 그런 풀냄새 가득한 밥상이야말로 오늘날로 치면 웰빙 식단이 아니겠는가.
- 안병옥 환경연합 사무총장

- 2008 05/06   경향뉴스메이커 7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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