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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벽 - 어미닭과 병아리

Gijuzzang Dream 2008. 4. 7. 01:26

 

 

 

 

 

 변상벽의 어미닭과 병아리

 

 

 

 

 

 어미닭과 병아리(鷄子圖)

변상벽, 조선, 99.4×44.3㎝, 18세기, 비단에 엷은색

 

 

변상벽(卞相璧, 1730- ?)은 조선 후기의 화원화가(畵員畵家)로

자는 완보(完甫), 호는 화재(和齋)이다.

고양이와 닭을 잘 그려서 ‘변괴양’ ‘변계’ 등의 별명을 가질 정도였다.

초상화 또한 잘 그려 국수(國手)로 일컬어졌으며, 백여 장이 넘는 초상화를 그렸다고 한다.

 

이 그림은 어미닭과 병아리의 다정한 한때를 따뜻한 시선으로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다.

<고양이와 참새(묘작도, 猫鵲圖)>와 함께 변상벽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그림이다.

 

윤기 나는 깃털을 가진 어미닭, 솜털이 폭신하게 난 햇병아리들을 세밀하게 표현하였다.

어미닭의 윤기 나는 깃털을 하나하나 치밀하게 묘사하여 암탉 특유의 꼿꼿한 품새를 잘 표현하였으며,

병아리들의 폭신한 솜털에는 손을 뻗어 쓰다듬고 싶어진다.

변상벽의 암탉 그림을 수탉이 실물로 오인했다는 일화가 이해되는 순간이다. 

 

 

병아리들에게 먹이를 주는 어미닭과 어미에게 모여드는 병아리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였다.

날벌레 하나를 잡아서 병아리들에게 먹이려고 하는 어미닭의 정성이 그지없다.

어린 병아리들은 황갈색의 뽀얀 털과 팔락거리는 날개를 달고

먹이를 서로 물고 잡아당기고, 목을 축이며 하늘바라기를 하고,

어미의 다리 사이에서 숨바꼭질하고, 나른한 햇볕에 졸는 등 그 천연스런 생태 묘사가 절묘하다.

 

꽃과 나비와 벌의 묘사 역시 각각의 특징을 잘 잡아내어 봄날의 화창함을 생생하게 전한다.

이에 비해 오른쪽의 괴석은 호방하고 빠른 필치로 간략하게 그려내어

묘한 대비를 주며 그림의 운치를 살려주고 있다. 어미닭과 병아리들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고 있다.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 1762-1836)은 변상벽의 닭과 병아리 그림을 보고

마리마다 살아있는 듯하다고 감상평을 남기고 있다.

이 그림과 같이 닭과 병아리를 소재로 한 그림을 보고 남긴 것으로 보이는데,

생생한 묘사력 뿐 아니라 어미닭의 모성애와 병아리들의 천진함까지 담아낸

변상벽의 그림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다산 정약용의 감상평은 다음과 같다.

 

변상벽은 변고양이라 불리었으니

이번에 다시 닭과 병아리 그림을 보니

마리마다 살아있는 듯하네.

 

어미닭은 괜스레 노해 있고, 안색이 사나운 표정

목덜미 털 곤두서 고슴도치 닮았고

행여나 건드릴까 꼬꼬댁거리네.

 

방앗간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땅바닥을 후벼 파면서

낟알을 찾아내면 쪼는 척 하는데

배고픔을 참아내는 어미 마음이야.

 

보이는 것도 없는데 놀라는 푸닥거리

숲 끝에 얼핏 올빼미가 지나가네.

정말로 자애로운 그 모정, 천부적으로 타고난 것 누가 뺏으랴.

 

옹기종기 어미를 따르는 병아리들 황갈색 연한 털

주둥이는 이제 여물은 듯

닭 벼슬은 아직도 제 색을 내지 못했고,

 

그 중에 두 병아리는 쫓고 쫓기며 황급히도 어디를 가는지

앞 선 놈의 주둥이에 물려있는 것을

뒷 선 놈이 따라가서 빼앗으려 하는구나.

 

두 놈의 병아리 지렁이를 서로 물고 놓으려 하지를 않네.

한 놈은 어미 뒤에서 가려운 곳을 비비고

한 놈은 혼자 떨어져 배추 싹을 쪼고 있네.

 

형형이 세세하고 핍진하니 도도한 기운 살아있는 듯.

후문에 듣건대 처음 그릴 때 수탉이 오인한 정도였다네.

역시 그가 고양이를 그렸을 때도 쥐들도 마찬가지였을까.

形形細逼眞 滔滔氣莫遏

傳聞新繪時 雄鷄誤喧聒

亦其烏圓圖 可以群鼠愒

 

뛰어난 솜씨 그런 경지에까지 이르니 떠나고 싶은 생각이 없네.

덜떨어진 화가들이 산수를 그리면서

거친 필치만 난무하는 짓과는 비교할 수 없으리라.

絶藝乃至斯 魔挲意末割

麤師畵山水 狼藉手勢濶

 

- <증보여유당전서> 권1, ‘제변상벽모계영자도(題卞相璧母鷄令子圖)’에서

- 원문은 진홍섭 <한국미술사자료집성(6), 조선후기 회화편>, 일지사, 1998. pp166-167

- 해석은 이태호, 도판해설 <한국의 美 18, 화조사군자>, 중앙일보사, 1985, p 227 참조

- 정민, <한시 속의 새, 그림 속의 새>, 효형출판사, 2003, pp 57-60 참조

- 박영대, <우리그림 백가지>, 현암사, 2002, pp 217-217 참조

 

 

 

 

 

 

 

- 하달홍(河達弘)은 <축계설(畜鷄說)>에서 닭을 기르는 이유를 설명했다.

 

닭은 기를 만한가? 그렇다.

옛사람은 닭이 오덕(五德)을 갖추었다고 말했다.

 

머리에 관을 썼으니 문(文)이다.

발에 며느리 발톱이 있으니 무(武)이다.

적을 보면 물러나지 않고 싸우니 용(勇)이다.

먹을 것을 보면 서로 부르니 인(仁)이다.

새벽이면 어김없이 때를 맞춰 우니 신(信)이다.

 

닭은 기를 수 없는가? 그렇다.

닭은 다섯 가지 해로움이 있다.

 

울타리에 구멍을 내서 번거롭게 한다.

낟알을 훔쳐 쪼아 먹어 양식을 축낸다.

자꾸 이웃집 밭에 들어가 신경쓰게 한다.

벌레를 쪼느라 땅을 파헤쳐 지저분하게 만들어 성가시다.

닭고기는 중풍기운을 더해주어 자칫하면 몸을 마비시킨다.

 

앞쪽으로 말하면 닭에게는 다섯 가지 덕이 있고, 뒤쪽으로 말하면 닭은 다섯가지 해가 있다.

이로써 말하는데 길러야 좋을지 말아야 좋을지 내가 능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다섯 가지 덕 말고도 또 기를만한 이유가 두 가지 더 있다.

내가 산 속 집에 살며 일이 없어 어미닭 두 마리를 길렀다.

알을 품는 것에서 함양하는 이치를 깨닫고,

부리로 쪼고 알을 안는 데에서 변화를 관찰하면서 뜻을 깃들이는 방편으로 삼는다.

- 정민 <한시 속의 새, 그림 속의 새>, p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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