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지방의 봄(江南春) / (江南春意)
조선후기 화가 심사정(沈師正, 1707-1769)이 그린 <강남지방의 봄(江南春)>에서
‘강남’은 중국의 양쯔강 하류지역을 말하는데,
이 지역은 중국 문화와 예술의 한 축으로 오랫동안 기능해 왔다.
특히 온화하고 다습한 기후와 물이 많은 경관은 강남을 소재로 한 시와 그림에 특징적으로 표현되었다.
여기에 주변의 소소한 것에 대한 친밀한 관심과 애호를 바탕으로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성격의 문학과 예술이 성장하였다.
조선시대 문인들도 이곳의 경관과 문화를 동경하였으며,
시와 문학, 그림을 통해 쉽게 가볼 수 없는 먼 곳에 대한 이국적이고 낭만적인 정서를 나타냈다.
강남 지방의 정취를 읊은 시 가운데 가장 애호된 것은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 803-853)의 <강남춘(江南春)>일 것이다.
千里鶯啼綠映紅(천리앵제녹영홍) 천리길에 꾀꼬리 울고 푸르고 붉은 색 어우러졌는데,
水郭山村酒旗風(수곽산촌주기풍) 물가의 도시, 산중의 촌락마다 술집깃발 펄럭이네.
南朝四百八十寺(남조사백팔십사) 남조 시대에 세워진 사백 팔십 개의 사찰,
多少樓臺烟雨中(다소누대연우중) 수많은 누각이 안개비 속에 서려 있네.
이 시에서 형상화된 아스라한 풍광은 그림의 주제로도 손색이 없다.
자비대령 화원의 녹취재에도
이 싯구를 비롯하여 “강남춘의(江南春意)”의 화제가 여러 번 출제되었던 것으로 미루어 보면,
“강남 지방의 봄”을 주제로 한 그림이 조선시대에 즐겨 그려졌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그림에는 대부분 “江南春” 또는 “江南春意”라는 제목이 붙여졌다.
심사정, <강남 지방의 봄>, 조선, 18세기, 비단에 엷은색, 43.5×22.0㎝
심사정의 그림에는 강세황(1713-1791)이 전서(篆書)로 별지에 쓴 “江南春”이 붙어 있다.
또한 강세황은 그림에 써 넣은 글에서 심사정이 明의 화가 두기룡(杜冀龍)의
<강남춘의도(江南春意圖)>를 모사한 적이 있었음을 확실히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심사정은 두목의 시를 생각하고 그림을 그리지는 않은 듯하다.
연운(烟雲) 속에 아스라이 보이는 고찰이나 술집 깃발이 펄럭이는 산촌(山村) 등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심사정은 넓은 호수 가운데 섬이 있고 멀리 야트막한 산 아래에 연운이 드리워진 수촌(水村)을 그렸다.
물가의 토파(土坡)를 평평하게
그리고 긴 피마준(披麻皴)을 써서 산세가 부드럽고 물이 많은 강남의 경치를 표현하였다.
강물에는 작은 나룻배가 떠 있고 빈 정자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을 대신한다.
당나라 시인 저광희(儲光羲, 707?-759?)는
<강남의 노래(江南曲)>에서 남녀의 만남과 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日暮長江裏(일모장강리) 해 저무는 강가에서
相激歸渡頭(상격귀도두) 서로 만나 선창으로 돌아간다.
洛花如有意(낙화여유의) 지는 꽃도 감정이 있는 듯,
來去逐輕舟(내거축경주) 오며가며 작은 배 따라 흐르네.
살아가는 데 만남과 헤어짐이 남녀의 일 뿐이겠는가.
이 그림에도 친구와 함께 했던 오래 전의 이야기가 담담하게 실려 있다.
바로 화면 왼쪽 위에 쓴 강세황의 글이다.
曾與玄齋對坐 (증여현재대좌
見其臨寫杜士 (견기임사두사)
良江南春意 (양강남춘의)
今覽此於數十 (금람차어수십)
年後感而題此. (년후감이제차)
豹翁 (표옹)
예전에 현재 심사정과 자리를 함께 하였을 때,
그가 明의 화가인 사량 두기룡((士良 杜冀龍)의
<강남춘의도(江南春意圖)>를 모사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 보고 있으니
감회가 있어 이 글을 적는다. 표옹 강세황
강세황은 심사정과 깊은 교분을 나누었다.
이는 심사정의그림에 남긴 강세황의 많은 화평을 통해 짐작된다.
두 사람은 함께 그림을 그린 적도 있는데,
서로의 예술 세계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공감했던 것 같다.
젊은 시절부터 교유한 두 사람이지만, 심사정이 20여 년이나 앞서 세상을 뜨게 됨에 따라
노년 이후 강세황은 심사정이 남긴 그림을 통해서
서로의 우정과 예술 세계를 돌아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실제로 심사정의 작품 가운데는 그가 세상을 떠난 후
강세황이 화평이나 화제를 써 넣은 것이 많다.
<강남 지방의 봄> 또한 그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 장진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사
- 2008년 4월2일,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와의 대화> 제82회
江南春(강남춘)絶句 ----- 杜牧(두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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千里鶯啼綠暎紅(천리앵제녹영홍) 水村山郭酒旗風(수촌산곽주기풍) 南朝四百八十寺(남조사백팔십사) 多少樓臺煙雨中(다소루대연우중)
강남 천리에 꾀꼬리 울고 꽃 화사하게 피었는데 강촌 산골주막에 깃발 바람에 펄럭이네. 南朝 때 지은 사백 팔십 사찰 수많은 누대들이 이슬비에 젖는구나.
- 중국 당(만 ')" onmouseout=Chartip_off()>晩唐)나라의 시인 두목(두 ')" onmouseout=Chartip_off()>杜목 ')" onmouseout=Chartip_off()>牧)의 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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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 onmouseout=Chartip_off()>
《강남춘절구(강 ')" onmouseout=Chartip_off()>江남 ')" onmouseout=Chartip_off()>南춘 ')" onmouseout=Chartip_off()>春절 ')" onmouseout=Chartip_off()>絶구 ·구 ')" onmouseout=Chartip_off()>句)》로도 알려졌으며,
《강남의 봄》이라는 시제(시 ')" onmouseout=Chartip_off()>詩제 ')" onmouseout=Chartip_off()>題)로 번역하기도 한다.
봄비 속에 촉촉히 젖어드는 강남의 봄경치를 묘사한 서정시로
《당시선(당 ')" onmouseout=Chartip_off()>唐시 ')" onmouseout=Chartip_off()>詩선 ')" onmouseout=Chartip_off()>選)》에 수록되어 전한다.
시의 형식은 칠언절구(칠 ')" onmouseout=Chartip_off()>七언 ')" onmouseout=Chartip_off()>言절 ')" onmouseout=Chartip_off()>絶구 ·구 ')" onmouseout=Chartip_off()>句)로 분류되는 정형시이며,
1, 2, 4구의 마지막 글자 '홍(홍 ')" onmouseout=Chartip_off()>紅) · 풍(풍 ')" onmouseout=Chartip_off()>風) · 중(중 ② 맞을 중 ')" onmouseout=Chartip_off()>中)'이 운자(운 ')" onmouseout=Chartip_off()>韻자 ')" onmouseout=Chartip_off()>字)이다.
두목(두 ')" onmouseout=Chartip_off()>杜목 ')" onmouseout=Chartip_off()>牧)은 관직을 역임하는 동안 머물렀던 강남(강 ')" onmouseout=Chartip_off()>江남 ')" onmouseout=Chartip_off()>南)의 아름다운 풍광을
즐겨 시로 다루는 한편, 역사적 사실에 자신의 감개를 기탁한
영사시(영 ')" onmouseout=Chartip_off()>詠사 ')" onmouseout=Chartip_off()>史시 ')" onmouseout=Chartip_off()>詩)나 영회시(영 ')" onmouseout=Chartip_off()>詠회 ')" onmouseout=Chartip_off()>懷시 ')" onmouseout=Chartip_off()>詩)를 많이 남기기도 했다.
이 시 역시 시인이 강남에 체류하던 때에 씌어진 것으로,
중국 남조(남 ')" onmouseout=Chartip_off()>南조 ')" onmouseout=Chartip_off()>朝) 때 불교문화가 무르익어 많은 사찰이 건립되었으나,
지금은 당시 왕조의 영화는 흔적이 없고 절만 남아 봄비에 젖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시를 두고 당조(당 ')" onmouseout=Chartip_off()>唐조 ')" onmouseout=Chartip_off()>朝)에서는
남조 때처럼 불교를 숭상해서는 안 된다는 경계의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시 제1구의 '천리(천 ')" onmouseout=Chartip_off()>千리 ')" onmouseout=Chartip_off()>里)'라는 표현을 두고
명(명 ')" onmouseout=Chartip_off()>明)의 양신(양 ')" onmouseout=Chartip_off()>楊신 ')" onmouseout=Chartip_off()>愼)은 사람이 보고 들을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넘는 거리이므로
'십리(십 ')" onmouseout=Chartip_off()>十리 ')" onmouseout=Chartip_off()>里)'라고 하는 것이 옳다고 평한 적이 있는데,
이에 대해 청(청 ')" onmouseout=Chartip_off()>淸)의 하문환(하 ')" onmouseout=Chartip_off()>何문 ② 자자할 문 ')" onmouseout=Chartip_off()>文환 ')" onmouseout=Chartip_off()>煥)은 십리라고 해도
역시 보고 들을 수 있는 거리로는 한계가 있다고 반박했다.
시적 표현의 자유를 현실적 감각으로 이해하는 것은 부적절함을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 구의 '연우(연 ')" onmouseout=Chartip_off()>烟우 ② 비 올 우 ')" onmouseout=Chartip_off()>雨)'는 세우(세 ')" onmouseout=Chartip_off()>細우 ② 비 올 우 ')" onmouseout=Chartip_off()>雨), 즉 이슬비를 뜻한다.
후세 사람에게 거리상의 표현시비를 불러일으키기도 한 이 작품은
시 전체의 경계가 시원하게 트인 개방된 시공간 속에
성(성 ')" onmouseout=Chartip_off()>聲) · 색(색 ')" onmouseout=Chartip_off()>色) · 상(상 ② 볼 상 ')" onmouseout=Chartip_off()>相)이 서로 어울려 있으며,
정(정 ')" onmouseout=Chartip_off()>靜) · 동(동 ')" onmouseout=Chartip_off()>動) 역시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어 한 폭의 아름다운 산수화를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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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d I Love You So - Chyi 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