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주짱의 하늘꿈 역사방

나아가는(문화)

'진짜 좋은 나무, 참 좋은 나무' - 참나무

Gijuzzang Dream 2008. 3. 1. 02:38

 

 

 

 

 

 동서고금을 막론 ‘참 좋은 나무’인 참나무를 아시나요?

 

 

‘참말’, ‘참사랑’, ‘참살이’, ‘참기름’과 같이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좋은 것’ 또는 ‘진짜’의 의미를 담아 ‘참’이란 단어를 썼고

‘나쁜 것’ 또는 ‘가짜’에 대하여는 ‘개’라는 접두어를 붙였다.

 

전라도 지역에서 진달래는 ‘참꽃’으로, 철쭉나무를 ‘개꽃’으로 부르는 것도

진달래의 꽃은 먹을 수 있는 좋은 꽃인데 반해서 철쭉나무의 꽃은 먹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참나무는 이름만으로도 정겹고 친근감이 드는 나무다. 과연 어떤 나무일까?


 

식물의 실체를 알고 싶을 때는

식물도감이라는 책을 찾아보기 마련이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식물도감에는 아무리 찾아보아도 참나무라는 식물이 없다.

 

참나무는

굴참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등

우리나라에서 자라고 있는 참나무 무리를 총칭할 때에나

쓰이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들국화, 나리 등도 비슷한 예이다.

들국화는 구절초무리나 산국, 쑥부장이무리 등 가을에

우리나라의 산이나 들에서 흔히 보이는 국화과 식물들을 총칭하는 이름이고,

나리는 참나리, 중나리, 땅나리, 솔나리 등을 총칭하는 이름이다.


식물의 이름은 그 식물의 형상이나 쓰임새 등에 따라 지어지는 경우가 많다.

 

천연기념물로도 지정이 된 백송은 나무의 껍질에 흰 얼룩이 생긴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고

미선나무는 열매의 모양이 둥근 부채를 닮았대서 얻은 이름이다.

반면에 참나무는 그 쓰임새가 요긴한 ‘진짜 좋은 나무’라는 의미를 띤다.

 


두루두루 진짜 좋은 나무인 참나무


참나무의 열매가 ‘도토리’다.

도토리는 예나 지금이나 우리의 좋은 먹거리 자원이지만

특히 식량이 넉넉지 못했던 시절에는

우리 조상들을 구명해 주었던 중요한 구황식물(救荒植物)이었다.

 

참나무 종류는 모두 도토리가 열리는데, 참나무 종류를 통틀어서

아예 ‘도토리나무’로 부르기도 했을 정도다.

참나무 가운데서 가장 큰 도토리가 열리는 종류는 상수리나무로

이 나무의 도토리는 지름이 2㎝나 된다.

 

참나무의 목재는 재질이 단단하고 결이 고와서 선박이나 고급 가구를 만드는데 쓰이고 있다.

화력이 좋은 장작이나 숯을 만들 때도 이만한 좋은 나무가 없었으니 ‘참 좋은 나무’일 수밖에.

참나무에 대한 평가는 동서고금이 없다.

1700년부터 쓰기 시작한 참나무속(屬)의 학술명인 Quercus는 본시 이 속(屬)에 속하는 어느 종의 라틴어 명에서 유래했는데 켈트어의 Quer(질이 좋은)와 cuez(재목)의 합성어로서

역시 ‘질 좋은 재목’을 얻을 수 있는 나무라는 뜻이 된다.

 

목재뿐만 아니라 도토리의 이용 역시 꽤나 오래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고대의 주거지에서 도토리가 발견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1974년 서울 암사동에서

BC 5000년 것으로 보이는 신석기시대 주거지가 발굴되었을 때 탄화된 도토리 20개가 발견되었다고 하니 도토리를 식용하기 시작한 것은 퍽 오래 된 일로 추측되고 있다.

참나무는 줄기 밑동이 송두리 채 잘려도
잘린 자리에서

곧바로 새로운 싹이 나올 정도로 맹아력이 강한 나무다.

 

산불이 휩쓸고 간 자리에서도 참나무만은 살아남을 때가 많다고 하니, 이런 강한 생명력 때문에 성서(聖書)에도 상수리나무가 등장하는 것이 아닐까.

 

성서의 아모스 2장 9절에 ‘아모리인들은 그 키가 잣나무 같았고 힘이 상수리나무 같았으니…’라는 구절이 있다.

그러나 그 지역에는 잣나무와 상수리나무가 아닌 다볼참나무와 아브라함참나무만이 자라고 있을 뿐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참나무를 신성시한다고 하는데,

밑동까지 통째로 잘려 나가고서도 다시 싹을 내고

큰 나무로 자라는 참나무를 보면서 그들 스스로 고통을 참고

새로운 삶을 꿈꿔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또한 참나무는 토양을 비옥하게 해준다.

한 생태학자의 조사에 따르면,

참나무 숲에서 1년에 떨어지는 낙엽의 총량이

소나무 숲에 비해 12% 가량이 많고,

이러한 낙엽이 99% 분해되는데 걸리는 기간도

38.4년 걸리는 소나무 숲에 비해 17.9년 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 토양으로 되돌아가는 무기양분의 양이 그만큼 많고

빠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1년에 토양으로 되돌아가는 양분의 양을 조사해 보니,

소나무 숲은 질소가 4.57%,

참나무 숲은 6.87%였다고 한다.

 

또한 최근에는 참나무류인 신갈나무 숲의 탄소 저장량이

1헥타르(㏊)당 262톤으로 소나무숲(143톤) 보다

1.8배나 많다는 환경부의 자료와

도토리에서 빼낸 아콘산(acornic acid)으로 중금속을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어

도토리 1㎏이 약 3.4톤의 폐수를 처리할 수 있다는 발표도 있었다.


천연기념물로 보호되고 있는 참나무들


그러나 현재 노거수로 보존되어 남아 있는 참나무는

많지 않다. 지금까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참나무는

제96호 ‘울진 수산리 굴참나무’,

제157호 ‘울진 불영사 굴참나무’,

제271호 ‘서울 신림동 굴참나무’,

제285호 ‘영풍 병산리 갈참나무’,

제288호 ‘안동 대곡리 굴참나무’,

제461호 ‘강릉 산계리 굴참나무 군’ 등 모두 6건으로 17그루뿐이다.

나마 천연기념물 제157호였던 ‘울진 불영사 굴참나무’가 지정가치 상실(고사)로

지정 해제(1969년) 된 지금은 5건 16그루가 전부인 실정이다.

그 내역을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울진 수산리 굴참나무’는 울진에서 봉화로 가는 36번국도 입구 오른쪽 언덕에서

약 300년을 살아온 나무로 가슴높이의 줄기 둘레 5.94m, 나무높이 20m에 이르는 거목이었지만

1959년의 사라호 태풍 때 남쪽가지가 부러지면서 그 위용을 잃고 말았다.

 

‘서울 신림동 굴참나무’는 가슴높이의 줄기 둘레가 2.86m, 나무높이 16m에 이르는 노거수이다.

이 나무는 강감찬(姜邯贊, 947~1031) 장군이 이곳을 지나다가 지팡이를 꽂아 놓은 것이

자란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기 때문에 나무의 나이도 약 천 살 정도라고 전하고 있으나,

실제 나이는 약 250살 정도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예전에는 마을에서 매년 정월 대보름에 마을의 평안을 비는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영풍 병산리 갈참나무’는 갈참나무로서는 유일한 천연기념물이다.

마을 뒤쪽 평탄한 곳에 자라고 있으며,

나무높이 13.8m, 가슴높이의 줄기둘레 3.39m의 노거수로서

나무나이는 약 600년으로 추정하고 있다.

창원 황씨의 황전 선생이 조선 세종 8년(1426)에 ‘선무랑 통례원 봉례’의 벼슬을 할 때 심었다고 한다.

과거에는 매년 정월 대보름에

마을사람들이 갈참나무 아래에 모여 마을의 평화와 풍년을 비는 제사를 올리기도 했다.

‘안동 대곡리 굴참나무’는 마을 입구의 산자락에서 자라고 있으며 나이가 500년 정도로 추정된다.

높이는 22.5m, 가슴높이의 줄기둘레 5.4m로

현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굴참나무 중에서 가장 큰 나무다.

마을의 수호목이라고 여겨, 봄철 농사일을 마친 7월 중에

동네사람들이 나무 아래에 모여 제사를 올리고 음식을 나누어 먹기도 했다고 한다.

‘강릉 산계리 굴참나무군’은 산의 북사면 계곡부 해발 약 240m 정도에 위치하고 있으며,

굴참나무 노거수 12그루가 한 곳에 모여 있다.

중앙의 가장 큰 굴참나무는 나무높이 30.5m에 가슴높이 줄기둘레가 5.27m에 이르며

주변에 있는 11그루는 가슴높이의 줄기둘레가 1.9~4.38m 정도다.

중앙의 큰 나무를 신목으로 해서 이곳 굴참나무군 전체를 당숲으로 이용해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온전히 살아남은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의 옛말에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라는 말이 있다.

또 ‘곧은 나무가 쉬이 잘린다’는 말도 있다.

쓸모 있고 좋은 나무일수록 손을 타기가 쉽다는 말 일터이니

여러 모로 요긴한 참나무도 산을 지키기가 그만큼 어려웠을 것이다.

쓸 만한 크기에 이르기가 무섭게 줄기를 잘라 내거나

열매를 떨어뜨리기 위한 매질로 나무를 못살게 굴었을 테니 말이다.

 

도토리는 잘 익으면 저절로 떨어지기 마련임에도

이를 기다리지 못한 사람들의 뭇 매질을 당했을 많은 마을 부근의 상수리나무들은

줄기 아랫부분이 성한 것이 거의 없을 정도다.

항아리처럼 부풀어 오른 채로 한 쪽이 썩어들어 간 참나무의 줄기를 보면서

궁핍했던 우리의 과거와 함께,

 

이제는 우리도 조급증을 버리고

때를 기다릴 줄 아는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 이은복 문화재위원, 한서대 교수

- 월간문화재사랑, 2008-02-28

 

 

 

 

 
 
<참나무 시들음병에 신음하는 문화유적>

 

 

 

문화재청, 궁ㆍ능 수목관리 워크숍

"참나무 시들음병은 소나무 재선충보다 확산 속도가 3-4배나 빠릅니다.

재선충은 그 피해 대상이 소나무라 국민적 관심대상이 되기는 하지만,

참나무는 그런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이러다간 저희 정릉의 참나무는 다 죽을 판입니다. 뾰족한 방법이 없을까요?"


문화재청이 1일 국립고궁박물관 대강당에서 개최한 '궁ㆍ능ㆍ유적 수목 관리 워크숍'에서

정릉관리소 정진호 소장이 내뱉은 하소연이다.
이 자리에서는 비단 정릉만이 아니라 문화재청이 직접 관리하는 거의 모든 궁ㆍ능이

참나무 시들음병을 시급히 해결해야 할 자연재앙이라고 입을 모았다.

동구릉 관계자는

"참나무 시들음병 방제 방법 중 고사목이나 감염목을 벌채하여 소각하거나

훈증처리를 하고 있는데 다른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방제 방법이 없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하지만 이 병을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이 있다는 답변은 어느 누구도 내놓지 못했다.

목재조직학자이자 문화재위원인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워크숍은

전국 21개 궁ㆍ유적 관리소 종사자들에게서 문화재청이 수렴한 수목 관리 실태와

그에 따른 문제점 해결방안을 각계 전문가들로부터 조언을 받고자

문화재청이 마련한 자리였다.

문화재청 역사상 처음으로 마련한 이번 워크숍에서는

문화유적지의 수목이 처한 현안들이 무엇인지가 적나라하게 토로됐다.

연못에 적합한 어종은 무엇이냐는 질문이 있었는가 하면,

칠백의총 사적지에 역대 대통령이 식재한 일본산 금송(金松)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토론이 오가기도 했으며,

야생동물의 생태적 보호차원에서 청솔모를 제거하고 다람쥐를 양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조선시대 유적지에 외래 수종이 말이 되느냐는 논란은 급기야,

"그렇다면 외래수종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우리가 토종이라 알고 있는 많은 나무,

예컨대 살구나무는 조선시대에 중국을 통해 들어왔는데

이것도 외래수종이라고 볼 것인가?"(박상진) 같은 또 다른 논란을 유발하기도 했다.

  

이번 워크숍을 기획한 문화재청 이성원 차장은

"궁ㆍ능과 같은 유적지는 수풀이 경관을 구성하는 절대 요건임에도

사실 그에 걸맞은 대접을 제대로 받았다고 보기는 힘들다"면서

"이런 자리를 통해 '경관'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울 수 있다는 점에서

오늘 워크숍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2008/02/01 연합뉴스 김태식기자.tae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