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며(시,서,화)

아미타삼존도

Gijuzzang Dream 2008. 2. 13. 20:53

 

 

 

 

 

 아미타삼존도에 담긴 고려인의 염원  

 

 

 

 

한국미술의 위상을 세계에 떨친 고려불화 중에서도 걸작이라 할 만한 아미타삼존도(국보 제218호)는 호암미술관이 일본 대화문화관에서 미화 173,235달러에 사왔다.

한국인에게는 팔지 않겠다고 하여 삼성재단의 미국지사에서 샀다.

그렇게 해서라도 사 와야할 만큼 귀중한, 그리고 아름다운 불화요, 한국의 자랑이라는 뜻이다.
민족적 자존심을 걸고 해외에서 사와야 했던 배경은 뭘까?

이 그림 앞에서 옷깃을 여미고, 머리를 조아리게 하는 것은 뭘까?

그림에 담긴 염원이요, 기원이요, 정성이다.

무엇을 그렇게 간절히 빌었을까.

 

아미타정토 왕생사상이다. 그리고 상품상생 연화생이다.
아미타정토는 서방정토 극락세계로 알려져 있다.

죽기 전에 아미타불의 명호를 부르기만 해도 아미타정토에 하품하생으로 왕생한다.


극락을 동경하는 사람들 불화를 꿈꾸다

정토가 어떤 곳이기에 그렇게 모든 사람들이 동경했을까?

극락이라 하여 지극한 즐거움만 있는 곳이라 했을까?

그 단서가 이 그림에 있다. 아미타삼존도는 아미타정토로 왕생하는 여러분을 영접하는 그림이기 때문이다. 

먼저 구름을 타고 연대를 밟고 있는 삼존에서부터 시작하자.

오른쪽에 서 있는 아미타불의 머리에서 비치는 백호광은

왼쪽 아래에 공양하는 자세로 무릎 꿇고 손을 합장한 왕생자를 비춘다.

왕생자를 향해 내민 오른 손 바닥에는 여래를 의미하는 천복륜문과 가슴의 좌선만자가 그려져 있다.

아미타불과 왕생자 사이에 양손에 연대를 들고 있는 관음보살이 있다.

관음은 왕생자를 연대에 모셔 아미타정토로 인도한다. 머리에 쓴 보관에는 십일면관음이 새겨져 있다.

정면에는 아미타불을 모셨다. 아미타불의 덕을 숭상한다는 의미가 있다.

뒤쪽에는 스님 머리를 하고 장상명주를 들고 석장 혹은 육환장을 짚은 지장보살이 서 있다.

장상명주는 어둠을 밝히는 보배구슬이다. 육환장은 지옥의 문을 깨뜨린다.

지장십륜경에서 지옥이 텅 빌 때까지 성불하지 않겠다 서원하였다 하여 수행승으로 표현한다.

지장보살은 도리천에서 석존의 부촉을 받고 매일 아침 선정에 들어 중생의 근기를 관찰한다.

미륵불이 올 때까지 중생을 교화한다.

 

관무량수경에서 아미타삼존은 아미타, 관음, 대세지보살이었다.

몽고의 병란으로 죽은 사람들을 지옥에서 구원해주기를 바라는 민중의 소망이 반영되어

대세지보살 대신 지장보살로 바뀌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아미타삼존도란 아미타 삼존이 왕생자의 왕생을 환영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어디로 모시는가. 아미타정토로 모신다. 서방정토 극락세계 라고도 한다.

아미타불은 원래 법장비구였다.
자재왕불의 처소에서 210억 불국토를 보고 훌륭한 공덕 48원을 세워

이상세계를 건설하겠다고 서원을 세운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아미타정토이다.

법장 아미타불의 위상을 확립하고, 불국토를 건설하며, 발원하는 중생의 상호와 신통력을 갖추게 한다는 서원이 정토에서 실현된다.

아미타정토에는 궁전, 누각, 물, 꽃나무 등 보배와 향으로 장엄된 곳에 보리수가 있고

맑은 거울처럼 부처님이 비치며 무량수의 광명이 비치면 마음이 부드러워져서 인간과 천상을 초월하는 곳이다.

거기에는 불구자도 못난이도 없고 누구나 원하는 법문을 마음대로 들을 수 있다.

바느질, 다듬이질, 염색, 빨래가 필요없으며 여인들은 다시 여인으로 태어나지 않는다.

 

발원하는 중생은 아미타불을 열 번만 불러도 정토에 탄생하며 임종시 성중의 영접을 받으며 부처의 신통력을 입는다.

아미타정토에서 왕생자는 연꽃 안에서 태어난다. 그것을 연화생이라 한다.

그러니까 관음보살이 연대로 왕생자를 모시는 것은 연화생의 상징이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고 ‘나도 연화생하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미타 정토의 아홉 개 연못 중에서 최소한 하품하생의 기회가 주어진다.

연못을 상, 중, 하로 나누고 하나의 연못을 다시 상, 중, 하로 나눈 것이 구품연지이다.

 

신앙이 깊을수록 좋은 곳에 가며, 모시는 의전도 차이가 난다. 

하품왕생자는 금색 연꽃이 달랑 날아와서 왕생자를 싣고 가며 화불, 보살이 대동한다.

중품은 이미타불과 함께 선지식과 광명, 그리고 오백화불이 모셔간다.

상품왕생자는 아미타불, 관음보살, 세지보살, 화불성중, 무량대중 오백화불이 영접한다.

그 중에서 상품상생자를 모시는 것이 아미타삼존이다.

아미타, 관음, 세지 혹은 지장이지만 무량대중이 수행할 수도 있다.

 

아미타신앙은 인도의 시바, 비슈누, 크리슈나의 신화를 대승불교에서 심오하고 명상적인 철학으로

승화시킨 것으로 나가르주나 보살이 대중적 교화를 위해 칭명, 염불, 관상의 방법론을 제시했다.

중국으로 전파되면서 무착과 세친이 가다듬었고 혜원 도작 등이 발전시켰다.  

종남산 지엄선사에게서 화엄학을 배운 의상대사는

화엄의 보현행원품을 맞쇠로 연결되는 아미타 정토를 이 땅에 심었다.

고려에는 백련결사의 원묘국사 요세가 있었다.

 

임종 때에도 원효의 미타증성가를 부른 다음 서쪽을 향하여 입적하였다고 한다.

그 전통과 신앙이 고려불화에 녹아들어 그토록 왕성하고, 그토록 아름다운 아미타도상이 조성된 것이다.

 

놀랍지 아니한가. 신앙이 인간과 국가와 세계를 이렇게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

 

그렇게 아미타여래를 칭송하고, 정토를 찬양하며, 상품상생의 연화생을 위하여

현세의 재화와 시간과 정성과 신앙을 집결시킨 그림 중의 걸작이 이 아미타삼존도이다.

- 글 : 김영재 미술사상가 학박사  / 사진제공 : 삼성미술관 리움

- 게시일 2008-02-04 / 월간문화재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