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 최고의 예술품을 찾아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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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벽화서 고려 상감청자까지 박물관 혹은 미술관에 가서 우리나라의 미술품을 감상한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예술품의 가치를 아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예술품들이 풍기는 품위와 아름다움에 감탄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 땅에서 나고 자랐지만 우리 미술과 예술에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다양한 색채와 기법이 배어 있는 회화, 역동적인 조각, 웅장한 건축 등 서양예술이 지닌 다이내믹함을 우리 예술에서는 별로 찾아볼 수 없다.
‘우리의 예술은 중국의 아류작’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것도 우리의 예술을 폄훼하는 원인으로 들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우리 예술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에 기인한다. 앞의 두 경우도 여기서 파생한다. 시끄럽지 않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중국과는 완연히 다른 독창성과 예술성이 배어 있는 우리 예술의 진정한 미와 가치를 안다면 우리 예술에 감탄하고 탄성을 자아내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예술의 진정한 미와 가치를 아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예술품 중 최고작만 가려 뽑아 그것이 지닌 아름다움, 그것의 역사적인 가치와 의의를 자세히 설명한 책이다.
특히 안휘준 명지대 석좌교수(전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조선미 성균관대 미술학과 교수, 김홍남 국립중앙박물관장,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 주남철 고려대 명예교수 등 우리나라 미술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학자 35명이 함께 집필했다는 점은 이 책의 신뢰성과 가치를 높인다. 각각 회화, 공예, 조각, 건축, 네 분야로 나눠 분야별로 10개 작품을 설명했다.
수많은 국보와 보물 중 어찌 단 40점만 귀하겠느냐마는, 지면상 문제와 형평성을 고려해 분야별로 10점씩만 선정했다. 매우 어렵고 복잡한 선정 과정을 거쳐 모두 40점의 명품 목록을 작성했다는 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의 고백은 그만큼 우리 예술품 중 찬란함과 우수성이 떨어지는 작품이 별로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 정양모 전 관장은 ‘저자의 말’에서 네 가지 기준을 적용해 40점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국제적 보편성, 한국적 특수성, 시대적 대표성, 미학적 완결성이 그것이다. 여러 곳에 산재해 있는 고구려의 벽화 중 가장 으뜸으로 꼽는 것은 중국 지린성 지안현에 남아 있는 무용총의 ‘수렵도’다. 5세기 작품으로 알려진 무용총의 ‘수렵도’는 수렵도 특유의 긴박감과 간결한 필치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중국의 수렵도와 비교해도 예술성과 사실성이 월등하다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는 작품이다. 그중 조선 초기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비록 사실성보다 상상에 더 큰 비중을 둔 도가적 · 이념적 산수화지만 “역사적 의의와 회화사적 가치는 말할 수 없이 크다”(안휘준 명지대 석좌교수). 첫째 ‘몽유도원도’는 시(詩), 서(書), 화(畵)의 세 가지 예술이 어우러진 우리나라 회화사상 최고의 걸작품이라는 점, 둘째 우리나라 대표 화가인 안견의 유일한 걸작이며 우리나라 최고의 산수화라는 점, 셋째 조선 세종대의 문화와 예술의 면모를 가장 잘 드러내준다는 점, 넷째 구성과 구도가 특이한 점이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는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산수화다. 특히 ‘인왕제색도’는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이는 진경산수화의 대표작이라는 데 그 가치가 크다. 비 온 뒤 인왕산의 모습을 화폭에 담은 ‘인왕제색도’는 ‘조선 산수화의 개벽’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매우 탁월한 작품이다. 조선 후기 풍속화의 유행을 주도한 김홍도는 당대에 이미 높은 평가와 찬사를 받은 화가였다. 일, 놀이, 생활상 등 삶의 다양한 모습을 25점의 화폭에 담은 ‘단원풍속도첩’은 풍자기법과 사실주의 화풍, 극적인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도첩에는 일반인에게도 친숙한 ‘씨름’ ‘서당’ ‘빨래터’ 등의 작품이 실려 있다. 구도가 안정적이면서도 파격과 세밀함을 강조한 이 작품은 ‘정중동의 미학’으로 꼽힌다. 특히 고대인의 복식과 장신구 연구에 큰 보탬이 된다는 면에서 역사적 의미를 더한다. 공예 분야에서 우리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풍만한 상부와 잘록한 허리 등 요즘말로 ‘S라인’을 유감 없이 발휘하는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은 오늘날에도 창조·복원해낼 수 없는 기법과 그 유려함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책을 보면 우리의 예술이 얼마나 위대하고 찬란한지 저절로 깨닫게 될 것이다. 책을 보고 직접 박물관이나 미술관, 보물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 실물을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면 더 좋을 것이다. 자꾸 보면 애정도 커지는 법.
정양모 전 국립박물관장의 조언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친근하게 되고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게 되고 거기서 느끼는 감흥도 자꾸 커진다. 한두 번은 물론이고 백 번 천 번을 보아야 겨우 그 실체를 파악하게 된다. … (중략) … 우선 첩경은 명품을 많이 보고 자꾸 보는 것이다. 그러면 … (중략) … 우리 미술만이 지니는 독특한 아름다움이 가슴에 쌓여 주체할 수 없는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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