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며(시,서,화)

얀 반 에이크 作 - 아르놀피니 부부의 결혼식

Gijuzzang Dream 2008. 1. 2. 18:29

 

 

 

 

[명화이야기] 모델 전신 그려 넣은 최초의 2인 초상화

 
 

 

  

아르놀피니 부부의 결혼식’,

1434년, 목판에 유채, 81×59, 런던 내셔널 갤러리 소장

 

 

 

가을은 결혼식이 많은 계절이다. 결혼식은 사랑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일이다.

결혼은 두 사람의 사랑을 입증하는 동시에 법적으로 사랑의 지위를 보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식은 그 시대의 생활상과 가치관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미술 역사상 결혼식을 그린 작품 중에

얀 반 에이크(1390년께~1441년)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결혼식’이 가장 유명하다.

그 시대의 사고방식이나 생활상이 나타나 있지만

이 작품이 중요한 것은

최초로 모델의 전신을 그려넣은 2인 초상화라는 점이다.

‘아르놀피니 부부의 결혼식’은

결혼의 의미를 세밀하게 표현했다.

남자는 혼인 서약을 하기 위해 오른손을 들고

여자는 남자의 왼손에 오른손을 올려놓고 있다.

이 작품 속에 부부는

네덜란드에 온 이탈리아 상인 조반니 아르놀피니와

그의 아내 조반나 체나미다.

아르놀피니 가문은 그 당시 네덜란드 궁정에 사치스러운 물건을 공급하는 상인 가문이었다.

이 작품에서 아르놀피니 가문이 부유하다는 것을 상징하는 물건은 붉은 색의 천과 양탄자다.

이 작품은 결혼식을 묘사하고 있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작품에는 종교적 의미를 담은 물건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부부 뒤에 중앙에 있는 거울은 그리스도의 수난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장식하여

가톨릭교회의 ‘십자가의 길’을 의미하고 있다.

창가 밑 탁자 위에 있는 사과는 인간의 원죄를 상징한다.

사과를 그려 넣음으로써 인간의 원죄를 기억하고 종교의 구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대낮인데도 샹들리에는 촛불 하나가 켜져 있다.

이 작품에서 촛불은 그리스도를 상징하고,

신랑 옆에 벗어놓은 나막신은

출애굽기 ‘네가 서 있는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어라’라는 성소라는 의미를 지닌다.

거울 옆에 있는 묵주는 순결을,

신부 앞에 있는 개는 상대 간의 충실한 결혼생활을 상징하고 있다.

혼인 서약을 하기 위해 오른손을 들고 있는 신랑이 외부로 향하고 있는 것은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남자의 전통적인 역할을 암시한다.

침대 뒤 의자 기둥 끝을 성녀 마르가레테 조각상으로 장식했는데,

마르가레테는 어린아이의 수호성인으로서 이 작품에서 자식에 대한 소망을 암시한다.

이 작품에서 가장 특이한 점은

거울 위 벽면에 ‘얀 반 에이크 여기 있었노라. 1434’라는 라틴어 문구다.

그는 ‘당시 화가들이 그림을 제작했다라고 서명하지 않고 있었다’라고 서명했는데

그것은 에이크가 이 결혼의 증인임을 증명한다.

 

 

거울을 확대해보면 현장에 두 사람이 더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거울에는 이 방의 창문과 부부의 뒷모습 그리고 또 결혼을 주관하고 있는 신부님이 그려져 있다.

 

그는 네덜란드 화가라는 점 외에는 별로 알려진 것이 없지만

눈으로 보이는 사물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기법으로 유럽 미술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 2007 10/30   뉴스메이커 747호
- 박희수, 작가 · 아트칼럼니스트

 

 

 

***  기주짱 <추가>

 

(1) 멀티미디어로 보는 서양미술사에서 발췌

 

얀 반 아이크가 그린 <아르놀피니 부부 초상>의 주인공 죠반니 아르놀피니(Giovanni Arnolfini)와

그의 부인 죠반나 체나미(Giovanna Canami)는

모두 이탈리아의 루카(Lucca)출신으로 브루주(Bruges)에 정착한 이후 가장 성공한 은행가였다.

 

아마 이러한 신흥시민들은 자신들의 고상함이나 신비감, 그리고 신앙심을 보여주기 위해

초상화가 필요했을 것이고, 따라서 독립된 초상화를 주문했다.

 

단정한 자세의 부부는 갈색톤을 배경으로 그려진 이 그림은 세속적인 관심을 잘 드러내고 있다.

우선 아르놀피니는 값비싼 모피코트를 입고 있으며

창가에는 수입산 오렌지가 놓여있고, 침대 밑에는 아나톨리아(현재의 터키)산 융단이 깔려 있다.

이 그림에서 소품은 상징의 역할을 하는 이중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강아지는 믿음을 상징하며 하나만 남은 샹들리에의 불빛은 이들의 결혼을,

그리고 침대의 붉은 색은 사랑의 행위를 의미한다.

 

이 그림을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은 배경에 볼록거울을 배치한 반 아이크의 창조성이었다

두 인물이 있는 방을 그림으로 묘사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공간적인 제약을 받게 되어있는데

반 아이크는 배경에 볼록거울을 놓음으로써 천장과 바닥, 창문 밖의 풍경에까지 시야를 넓히고 있다.

거울의 더욱 중요한 역할은 이 두 부부 앞에 있었을 화가 자신을 넣을 수 있었다는 점.

그리고 거울 위 벽면에 "얀 반 아이크가 여기에 있었노라. 1434년"이라고 서명함으로써

반 아이크는 자신의 존재를 그림 속에 확실히 집어넣였다.
그리고 그림을 그린 반 아이크 자신을 그려넣어 이 정적인 그림에 묘한 신비감을 부여하고 있다.

에이크는 초상화라는 새로운 장르를 연 첫 번째 화가이다.

 

 

 

이 거울 속의 화가 이미지와 서명에 대하여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아르놀피니 부부의 결혼을 증명하는 증인으로서의 화가라는 해석이며,

다른 하나는 회화 안에 자신을 넣으려는 화가 자신의 존재증명이라는 해석이다.

 

이 시대에 부각되고 있던 화가의 자의식의 발달을 염두에 둔다면

두 번째 의미가 더 잘 부합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이 시대 화가들은 회화의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하고 대단한 자부심을 지니고 있었다.

 

모피의 털은 만지면 미끄러질 듯 윤기 있고 부드러우며,

샹들리에는 진짜 금속을 반짝이게 닦아 놓은 것 같으며,

거울 왼쪽의 묵주는 투명한 보석처럼 영롱하다.

이렇게 물질의 질감을 그대로 묘사하려는 사실주의는

아마도 새롭게 태어난 시민계급의 물질주의적인 사고방식에 크게 호응하는 취향일 것이다.

 

 

(2) 조용진교수의 <서양화 읽는 법>, 사계절, 1997, pp 155-156

 

<아르놀피니 부부의 결혼> 그림의 남자는 신을 벗어놓고 양말만 신은 채 결혼식을 치르고 있다.

배가 부른 신부는 침대 옆에 서있고, 신부는 대단한 애견가인지 강아지를 결혼식장까지 데려왔다.

또 한 가지 결혼식에 켜놓은 촛불이 단 한자루인 점도 이치에 맞지 않는 이상한 일이다.

평소에는 다소 어둡게 지낼망정,

결혼식날만이라도 샹들리에를 훤히 밝혀야 하는데 '아르놀피니'는 되게 인색한 사람인가?

 

신발을 벗음은 신과의 신성한 약속을 뜻한다.

결혼이란 사람들끼리의 약속이 아니고 신의 원대한 섭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일이라는 말이다.

아담의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하여 이브를 만들어 함께 살게 한 이후로부터

마리아의 잉태에 이르기까지, 결혼은 일체가 여호와의 섭리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므로 신성한 약속이다.

 

강아지는 충성과 복종을 뜻한다(그러나 후각을 의미할 때도 있다).

신부가 남편에 대하여 충성과 복종으로 받드는 일은

원죄(사과)를 지어 남자를 수고롭게 한 여자로서의 죄를 갚는 일이다.

 

켜 놓은 촛불 하나는 결혼을 뜻한다.

촛불 하나는 최초의 빛을 상징한다. 천지창조 첫날의 창조가 빛의 창조이다.

이 빛의 창조를 시작으로 천지만물의 운행이 시작되었으므로 신성한 섭리의 시작인 결혼과 상통한다.

촛불을 많이 켜놓으면 밝고 환하고 화려하지만,

7개의 촛불은 본시 어둠 속에 갇힌 자들에게 빛을 비춰주는 그리스도의 일을 의미함과 동시에

소아시아의 일곱 초대교회를 뜻하므로,

이 그림에서 결혼식임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촛불 하나를 켜놓은 것으로 그릴 수밖에 없다.

 

두 사람 사이에는 볼록거울이 있고 그 볼록거울 주위에는 예수의 10개의 고난상이 그려져 있으며,

묵주가 걸려 있다. 그리고 거울 위 벽면에는 화가의 사인이 있다.

"이곳에 오다. 반 아이크"

 

 

지금까지 보이는 그림의 내용의 뜻을 살펴보면, 결혼 선서의 내용이 그대로 떠올려지는 말이다.

 

"오늘 결혼식을 거행함에 있어,

신랑은 이 결혼이 신이 맺어준 신성한 약속임을 경건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신부는 신랑에 대하여 아내로서 평생동안 복종과 사랑으로써 섬기며,

신랑신부는 지금부터 영원까지 둘 사이에 어떠한 고난이 있더라도,

그리스도의 10개의 고난을 생각하며 자성하고 인내하며 살아갈 것을

증인 앞에서 엄숙히 서약합니다."

 

한편, 촛불 하나가 결혼을 뜻한다면, 이제 막 꺼진 촛불 하나는 결혼식이 방금 끝났음을 암시한다.

많은 성화의 주요한 소재인, 성모의 수태고지를 나타내는 그림 장면 중에는

탁자에 놓인 촛대의 촛불이 이제 막 꺼져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있다.

방금 결혼이 끝났음을 뜻한다. 천사가 마리아에게 이제 막 성령으로 잉태하였음을 알리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