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며(시,서,화)

레오나르도 다빈치 作 - 모나리자 / 뒤샹 - L. H. O. O. Q.

Gijuzzang Dream 2008. 1. 2. 18:34

 

 

 

 

[명화이야기] 모나리자 미소 위해 악사 · 광대 동원했다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초상화는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의 ‘모나리자’다.

‘모나리자’는 개발되지 않은 풍경을 배경으로

탁 트인 실내에 자연스럽게 흘러내린 머리를 베일로 덮고

복잡한 자수로 장식된 검정 가운을 입고 앉아 있는 여인을 그렸다.

세부 묘사가 뛰어난 모나리자는

19세기 중반 이후부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중에 가장 유명해졌다.

1911년 루브르 박물관에서 이탈리아인에게 도난당한 후

1913년 피렌체에서 발견되는 일을 겪으면서 유명세를 치르기 시작했다.

‘모나리자’는
현대 화가들이나 광고 등에서 모방하는 것은 물론

의학계에서도 모나리자의 미소나 병명에 대해 견해를 표할 정도로

사람들에게 여전히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모나리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서명이나 날짜가 기록되지 않아

작품을 둘러싼 해석이 분분하지만 그 탄생한 배경은 알려져 있다.

모나리자의 모델은

피렌체 공화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던 상인 조 콘다가

아내 리자가 아들을 낳기 전에 집을 구입해 집안을 장식하기 위해

초상화를 의뢰한 것이라는 배경이 가장 유력하다.

하지만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모나리자를 완성한 후에도 계속 소장하고 있어,

조 콘다의 부인 초상화라는 배경에 의혹이 있다.

‘모나리자’는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으로서는 매우 혁신적인 작품이다.

당시 초상화에서 인물을 배경보다 높이 배치하는 방식은

오늘날 화가들이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지만 르네상스 시대에는 드문 방식이었다.

 

또한 윤곽선을 강조했던 이전의 다른 화가들의 작품과 달리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모나리자’에서 명암법을 이용해

풍경과 인물이 구별 짓기 어려울 정도로 일치감을 보여주고 있다.

화면 왼쪽 배경에는 작은 오솔길, 오른쪽에는 말라붙은 강바닥이 보이지만

그 뒤에 있는 저수지와 연결하는 부분은 확실하지 않다.

그는 이 작품에서 윤곽선이나 경계선이 없이 어두운 밑바탕에서 시작해 반투명 유약으로 칠해나가면서

입체감이 느껴지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스푸마토 기법을 사용했다.

스푸마토 기법은 윤곽선을 흐릿하게 함으로써 대상에 생명감을 부여한다.

 

이 작품을 가장 유명하게 만든 것은 보일 듯 말 듯한 신비스러운 모나리자의 미소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공식 초상화의 우울한 분위기를 제거하기 위해

이 작품을 제작할 당시 악사와 광대를 화실에 초청해 모델의 자연스러운 표정을 이끌어냈다고 한다. 

 

 




 

Mona Lisa ‘모나리자’
Oil on poplar panel, c.1503-1505
30 1/4 x 20 3/4
inches (77x53cm), Louvre, Paris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내기 위해 광대와 악사를 동원했던 것과는 달리

이 작품은 고통의 긴 과정 속에 탄생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화가는 작품을 수정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모나리자’를 수년에 걸쳐 제작하는 동안 끊임없이 그리고 수정하고 덧칠했다.

 

‘모나리자’는 크기가 77×53㎝밖에 안 되는 백색 포플러 나무에 유화로 그린 패널화지만

그 당시 액자에 넣을 수 있는 최초의 그림이었기 때문에 크기가 작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르네상스 회화의 기준을 정립한 작품이다.

- 2007 11/06   뉴스메이커 748호
- 박희수〈작가 · 아트칼럼니스트〉

 

 

 

 

 

 

 

 

 

 <모나리자 (Mona Lisa)> 패러디

 

 

'신비한 미소'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니는 이 초상화는 대중적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으며

현대에도 작품이나 광고에 수많은 패러디를 만들어냈다.

 

<모나리자>는 실제 여인이며 프란체스코 델 지오콘다(Francesco del Gioconda)의 부인이었다.

그러나 물론 그 주인공이 아름답기 때문에 그림이 아름다운 건 아니다.

 

우선 모나리자는 시선은 우리를 바라보고 있지만 몸은 약간 오른쪽으로 틀고 두 손을 앞으로 모았다.

따라서 세 변이 서로 약간 다른 삼각형을 이루어, 균형 잡힌 듯하면서 자연스럽다.

눈이나 머리카락, 옷, 손등 등의 모든 세부들은 윤곽선이 선명하지 않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사용해 온 스푸마토기법을 더욱 섬세하고 우아하게 적용하였기 때문이다.

이 기법이 아마 <모나리자>를 신비하게 느끼게 한 주 요인.

레오나르도 자신 또한 이 그림에 애착을 가진 이유는 아마도 자신이 그림을 통해

추구한 자연의 근원에 대한 탐구와 실제 사물이 잘 어우러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현대에 와서 여러 방법으로 수없이 많이 패러디되었다.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1887~1968), 1919년
 

 

 페르난도 보테로, <모나리자>

1977년, 캔버스에 유채, 183×166cm

 

 

 

앤디 워홀의 "모나리자"(1961)

 

 

 페르난도 보테로, <모나리자>, 1977년,
캔버스에 유채, 183×166cm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의 '모나리자'(1954)

 

 

 

  

 

 

 

 

 뒤샹, 'L. H. O. O. Q.'의 수염  

 

수염과 천박한 제목 덧칠… 권위와 천재성에 '똥침'을 날리다

 

 

 
 

뒤샹 작 'L. H. O. O. Q.',

1919년, '모나리자'복제화에 연필,

19.7×12.4㎝, 파리 개인소장.

1919년, 한 사내가 싸구려 그림엽서 한 장을 산다. 엽서에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1503~1506)가 인쇄돼 있었다. 레오나르도 사망 400주년을 기념해서, 같은 해에 제작된 엽서였다.

 

사내는 검정색 연필로 모나리자의 얼굴에 콧수염과 턱수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엽서 아래쪽에 대문자로 'L. H. O. O. Q.'라고 또박또박 적었다.

일명 '수염 달린 모나리자'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이 희대의 낙서범이 바로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1887~1968)이고, 낙서한 그림이 'L. H. O. O. Q.'다.

마치 유명 연예인의 얼굴에 안경이나 흉터를 그리듯이 명화의 주인공에게 낙서를 한 엽기적인 작품이다.

이 패러디 작품은 뒤샹의 의도와 상관없이, '모나리자'의 명성을 껴안으며 또 하나의 명화가 된다.

 


'모나리자'의 농담 같은 수염

레오나르도의 '모나리자'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이다.

2000년대에는 베스트셀러 소설 '다 빈치 코드'와 동명의 영화로 더욱 유명해진 루브르박물관 최고의 스타이기도 하다.

마력을 지닌 불가사의한 미소, 연결 부위를 부드럽게 처리한 '스푸마토' 기법,

공기 원근법, 해부학, 삼각형 구도 등 르네상스의 조형기술이 총동원된 그림이다.

뒤샹은 이런 '모나리자'에 수염을 그렸다.

'L. H. O. O. Q.'는 단순한 낙서화가 아니다.

그렇다고 레오나르도가 호모였음을 고자질하는 작품도 아니다.

 

이 작품의 진의와 접속하려면, 우선 그의 작품세계부터 알아야 한다.

뒤샹은 남성용 소변기에 사인을 한 작품 '샘'으로 서양미술사에 굵은 획을 그었다.

1917년 뉴욕의 '독립미술가협회전'에서였다.

레디메이드(Ready made: 기성품)인 소변기를 출품하며,

미술에 대한 정의를 바꿔 놓았다.  '샘'이 등장하기 전까지 사람들은

기성품이 작품이 되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작가의 선택만으로도 작품이 되는 세상이 열린 것이다.

 

'수염 달린 모나리자'도 이 같은 맥락에 있다.

이 작품에서 뒤샹이 한 일은 수염 그리기와 제목 붙이기뿐이다.

단순하기 짝이 없는 해괴한 짓거리였다.

그런데도 '모나리자'는 새로운 작품이 되었다.

 

손가락보다 달을 봐야

015-2.jpg
먼저 수염의 의미를 생각해보자.

'모나리자'는 피렌체 부유한 상인의 부인이었던

리자 게라르디니 델 조콘다의 초상으로 알려져 있다.

뒤샹은 이런 귀부인의 얼굴에 수염을 그려 넣었다.

그가 훼손한 것은 단순한 귀부인의 이미지였을까?

아니다.

'모나리자'라는 권위 있고 성스러운 그림에 '똥침'을 놓듯이 수염을 그린 것이다.

 

다음으로 제목이다.

흔히 작가의 생각이 압축된 키워드로 '제목'을 꼽는다.

그렇다면 작품을 감상할 때,

제목의 의미를 알면 작가의 의도가 알 수 있다는 말이 된다.

 

'L. H. O. O. Q.'를 프랑스식으로 읽으면 '엘(L). 아쉬(H). 오(O). 오(O). 퀴(Q).'다.

그런데 이것을 붙여서 읽으면 '엘라쇼퀼(Elle a chaud au cul)',

즉 "그녀는 뜨거운 엉덩이를 가지고 있다"라는 통속적인 은어가 된다.

모나리자가 뜨거운 엉덩이를 가지고 있다니 무슨 뜻일까?

이 작품은 제목에 사로잡히면 안 된다.

제목과 작품의 연관성을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없다.

음성과 의미 간의 근친관계를 통해, 작가가 천박한 농담을 던진 것이다.

이처럼 수염과 제목은 '그 자체'로는 별 의미가 없다.

대신 수염을 그려 넣고 제목을 붙이는 행위 자체에 작품의 무게가 실려 있다.

이를테면 손가락(수염과 제목)보다

손가락이 가르치는 달(행위의 의미)에 의미가 있다.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런 행위는 결과적으로, 미술의 정의와 작가의 독창성 같은

기존의 케케묵은 관념을 의문에 붙인 작업이었다.

또 명화의 권위와 천재성 따위에 대한 딴죽걸기이자

하나의 이미지가 문자와 결합하면서

새로운 작품으로 거듭난다는 사실을 보여준 작업이었다.

 

수염 하나 그렸을 뿐인데

'L. H. O. O. Q.'는 단지 수염 하나 그렸을 뿐인데,

미술사가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작품이 되었다.

뒤샹에게 작품은 더 이상 완결된 의미의 덩어리가 아니라

작가의 의도와 개념을 전달하는 수단이었다.

 

"나는 아이디어에 관심이 있지 가시적인 생산물에는 흥미가 없다."

이런 작업태도는 팝아트에서부터 개념미술에 이르기까지 싱싱한 영감을 제공했다.

몇 년 뒤, 뒤샹은 디시 한번 레오나르도의 작품에 우스꽝스런 농담을 보탠다.

이번에는 'Rasee'라는 제목으로 수염을 제거한 모나리자 작품을 발표한 것이다. 'Rasee'는 '수염을 깎은 여자'라는 뜻. 뒤샹다운 경지다.

- 정민영의 그림 속 작은 탐닉 (주)아트북스 대표

- 2008.09.24 ⓒ 국제신문(www.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