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로 읽는 세계의 역사 |
지난 10월 3일 개천절에는 태극기와 관련한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각 지자체들은 어린이들의 태극기 그리기 행사부터 태극기 게양 이벤트 등을 열었다.
한 기업은 태극기를 많이 단 아파트나 주택에 소정을 선물을 증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캠페인은 태극기에 담긴 뜻, 하얀 바탕에 새겨진 태극문양과
건곤감리 4괘가 의미하는 창조와 번영이라는 한민족의 이념을 다시 한 번 되새기기 위함이다.
건국을 기념하는 개천절은 그 어느 때보다 태극기에 대한 관심을 높게 만드는 날이었다.
국기는 그 나라의 건국이념이나 가치, 역사를 오롯이 담고 있는 상징이다.
하지만 때때로 국기 때문에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난 해 이맘때쯤이었다.
국내 한 대형마트에서 신제품 피자를 내놓으며 ‘1만 원대 저렴한 가격의 이탈리아 즉석 피자’라고 홍보했다.
디자인은 당연히 피자와 이탈리아 국기가 새겨졌어야 했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의 이탈리아’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포장박스에는 헝가리 국기가 그려져 있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피자 종주국은 이탈리아가 아니라 헝가리였다’는 조롱을 던졌고,
해당 대형마트는 서둘러 뒷수습을 했다.
어떤 과정에서 이런 실수가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세로와 가로의 배열만 다르고
녹색, 흰색, 빨간색으로 이뤄진 두 국기를 보면 그들의 실수가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한다.
이탈리아와 헝가리 두 국가에서 볼 수 있듯이,
건국이념과 가치가 다르지만 국기가 거의 유사한 나라는 상당히 많다.
국기에 담긴 뜻은 저마다 달라도 모양새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또 어떠한 국가는 확연하게 눈에 띄는 국기를 가지고 있기도 한다.
유사하든 전혀 다르든 한 가지 확실한 공통점은 국기를 살펴보면 그 나라의 역사를 알 수 있다는 점이다.
개천절은 지났지만 각 나라의 국기 속에 담긴 흥미로운 역사이야기를 살펴보자.
유럽 국기의 본보기, 프랑스
(왼쪽부터) 프랑스, 이탈리아, 아일랜드 국기
앞서 이탈리아는 헝가리와 같은 색을 가졌다.
반대로 색은 다르지만 프랑스와 아일랜드 같은 삼색기의 모양을 하고 있다.
이 세 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의 많은 국가의 국기는 삼색기의 모양을 하고 있다.
많은 국가들이 삼색기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국기가 생겨날 당시 가장 힘이 있었던 한 국가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바로 프랑스이다.
1815년 열린 비엔나회의에서 국가가 국가다울 수 있는 기준으로
국가(國歌), 국기, 헌법, 중앙박물관 등이 제시됐다.
이후 국가별로 국기 만들기가 진행됐는데 당시에 전세계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나라가 바로 프랑스이다.
당시 프랑스는 절대왕정을 무너뜨리고 국민주권 국가를 세운 프랑스혁명에 성공했다.
익히 알다시피 프랑스 이 전세계에 끼친 영향을 압도적이었고, 국기 제작에도 영향을 끼친 것이다.
이슬람 국기, 초승달과 별을 품다
(왼쪽부터) 터키, 알제리, 파키스탄 국기
이슬람 국가들의 국기에는 특별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초승달과 별이다.
이슬람교에서 초승달과 별은 진리의 시작을 의미한다.
예언자 무하마드가 알라신으로부터 최초의 계시를 받았을 때 하늘에 초승달과 별이 떠 있었기 때문이다.
이슬람에서는 우상숭배를 금지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물이나 도형보다는 추상적인 문양이 많이 쓰였는데
초승달과 별이 자주 사용됐다고 한다.
초승달과 별은 처음으로 국기에 쓴 것은 오스만 제국이다.
이후 오스만 제국의 뒤를 이은 터키도 1936년부터 이 국기를 그대로 채택했다.
또 오스만 제국의 영향을 받은
튀니지 알제리 등 북부 아프리카와 파키스탄 등의 서아시아도 초승달과 별을 국기에 새겨 넣었다.
독립과 분열의 역사, 그란 콜롬비아
(왼쪽부터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그란 콜롬비아,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국기
남아메리카는 브라질을 제외하면 거의 모두 스페인의 식민지배를 받았다.
하지만 1800년대 초 스페인의 영향력이 약해지면서 남아메리카 곳곳에서 해방운동이 벌어졌다.
오늘날의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에콰돌, 파나마 등의 지역이 1819년부터 1823년 사이에 독립을 맞이했다.
1819년 콜롬비아 지역 독립에 앞장 섰던 시몬 볼리바르라는 인물은 그란 콜롬비아란 국가를 출범시켰다.
여기서 ‘그란’은 우리말로는 ‘크다’, 영어로는 ‘Great’란 의미로서 미합중국을 본뜬 의미였다.
당시 그란 콜롬비아의 국기는 빨강, 파랑, 노랑의 3색으로 구성됐다.
스페인에서 빨강, 대서양에서 파랑, 황금의 땅으로 불리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노랑색을 따온 것이다.
하지만 영국과 미국의 견제로 그란 콜롬비아의 내정을 불안정해졌고, 이내 볼리바르가 실각 당한다.
결국 1830년에 그란 콜롬비아는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에콰도르 등 3개국으로 쪼개진다.
이런 역사 때문에 3개국은 그랑 콜롬비아의 국기를 물려받아
자신들의 이념을 담고 조금씩 변화를 준 국기를 만들었다.
양면에 삼각형까지, 독특한 국기
(왼쪽부터) 파라과이, 네팔, 사우디아라비아 국기
공통점을 가진 국기도 많지만 그 국가만의 개성을 지닌 국기도 적지 않다.
파라과이 국기가 양면을 갖고 있다.
파라과이 국기 앞면에는 올리브 잎과 별을 감싼 원 모양의 국가 문장이 그려져 있다.
뒷면에는 평화와 정의라는 글자와 함께 사자와 빨간색 자유의 모자가 그려져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 국기는 두 장으로 만들어진다.
국기에는 ‘알라 외에는 신이 없고, 무하마드는 예언자다’란 코란 구절이 씌어 있다.
국기 뒤쪽에서 글자가 거꾸로 읽히지 않도록 두 장의 천이 맞붙어있다.
대부분의 국기는 세로보다 가로가 긴 직사각형 모양이다.
하지만 스위스는 정사각형의 국기를 사용한다.
네팔은 삼각형 2개를 포개놓은 모양을 하고 있다.
책으로 읽는 국기와 역사
지금까지 뚜렷한 공통점을 가진 국기와 다른 나라와는 분명한 차별점을 가진 국기에 대해 알아봤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국기의 모양새는 저마다 다를 수도, 유사할 수도 있지만
국기에는 그 나라의 정체성이 담겼다는 것만은 틀림 없어 보인다.
국기 속에 담긴 정체성을 읽어내는 것은 세계역사를 공부하는 것과 진배없고,
더 없이 좋은 역사책을 읽는 것과 같은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시중에는 각 나라의 국기와 관련된 많은 서적이 출간돼 있다.
<문화와 역사를 배우는 세계 국기백과>
국기를 보면 세계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은 한 나라를 대표하는 얼굴과 같은 국기를 통해 세계194개국의 문화와 역사를 흥미롭게 정리하고 있다. 194개국을 대륙별로 나눈 다음, 국기에 대한 설명과 함께 나라에 대한 소개를 담아냈다. 이를 통해 세상의 모든 나라가 자신의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기 위해 국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말한다. 국기에 담긴 특별한 의미와 공통점 등을 세밀한 그림을 통해 설명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얘들아 태극기 이야기 좀 들어보렴>
어린이들에게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태극기의 의미를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더불어 태극문양과 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준다.
다른 나라 국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복잡한 태극기의 정확한 작도법을 가르쳐주는 점도 인상적이다.
책은 조선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태극기의 변천사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이를 통해서 어린 독자들로 하여금 역사적 인물과 사건들을 자연스레 공부하게 만들고,
태극기에 담긴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자주성을 일깨워준다.
- 2011.10.04
- 인터파크 도서 / 북&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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