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왕과 달 이야기
660년 백제의 수도 사비성에서 때아닌 귀신소동이 일어났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 나타나 '백제는 망한다, 백제는 망한다'
궁궐 안팎을 누비면서 괴상한 소리를 지르고 다녔다.
어떤 궁녀는 사슴같이 생겼다고 하고,
어떤 궁녀는 뿔이 달린 개같이 생겼다고 하고,
어떤 궁녀는 틀림없는 귀신이라고 했다.
의자왕은 마침내 괴물 검거령을 내렸다.
'백제는 반드시 망한다'
삼엄한 경계망 속에서 해괴한 소리가 또 다시 들려왔다.
군졸들과 괴물의 추격전이 벌였다. 괴물은 담벼락 아래로 사라졌고 구덩이 하나가 있었다.
보고를 받은 의자왕이 그곳에 이르러 구덩이를 파보게 했다.
놀랍게도 거북이가 웅크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거북이의 등에는 ‘백제는 둥근달, 신라는 초승달’이라는 글씨가 써있었다.
의자왕은 곧 무당을 불렀다. 유명하다는 무당 둘이 달려왔다.
“둥근달이란 기울 때가 되었다는 뜻이고, 초승달은 머지않아 보름달이 된다는 뜻입니다.”
백제는 망하고 신라는 흥한다는 의미였다.
“달이 꽉 찼다는 것은 기운이 왕성하다는 것이니,
이는 백제가 신라보다 강대국이 된다는 뜻입니다.”
백제가 흥하여 신라를 호령한다는 의미였다.
의자왕은 달콤한 말만 들었다.
불길한 말을 했다는 이유로 첫 번째 무당을 죽이고 두 번째 무당에게는 푸짐한 상을 내렸다.
나라의 흥망이 달린 문제이니 마땅히 쓴 소리도 들어 대비책을 세웠어야 했다.
달콤한 이야기만 듣고 살던 의자왕은 결국 신라에게 망하고 말았다.
백성 1만2,000명과 함께 당나라에 끌려가는 처참한 신세가 된다.
의자왕은 일개 포로가 되어 괴로운 나날을 보낸다.
얼마 후 병사하여 타국만리 낙양 땅 북망산에 고독하게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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