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가는(문화)

미국의 다락방 스미스소니언과 우리의 문화재청

Gijuzzang Dream 2010. 2. 7. 07:16

 

 

 

 

 



 


스미스소니언박물관, 스미스소니언연구소?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D.C.라고 하면 흔히들 미국 대통령이 있는 백악관을 떠올리게 되지만, 실질적으로 방문객들이 워싱턴 D.C.를 찾는 더 큰 이유는 스미스소니언이 위치하기 때문이다.

 

스미스소니언은 우리에게는 스미스소니언박물관 혹은 스미스소니언연구소로 알려져있는데, 이는 스미스소니언이 미국 국립자연사박물관, 미국사박물관, 항공우주박물관 등 세계 유수의 박물관을 관장하는 기관이기 때문이거니와, 영어 정식 명칭이 Smithsonian Institution이다 보니 이를 영어의 institute와 혼동하여 스미스소니언연구소라 일컫는 것이다.

Institution의 정확한 의미는 관(官)이나 청(廳)을 일컫는 말로 관청 같은 공공기관을  뜻하고, institute는 대학 같은 곳에 소속되어 있는 연구소나 작은 기관들을 뜻하기 때문에 우리가 알고 있는 Smithsonian Institution은 오히려 스미스소니언청(廳)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합한 말이다.

 

스미스소니언은 미국 의회의 법에 의해 1836년에 설립된 기관으로 당시에는 영국 과학자였던 제임스 스미스손이 기증한 유산에 기초하여 생겨났다.

현재 스미스소니언은 19개의 국립박물관과 다수의 연구소를 관리하는 연방정부기관으로 미국 의회의 독립된 예산을 지원받는 연방정부기관이다.

 

스미스소니언에 속한 박물관의 방문객 수는 2천5백2십만 명에 달하고, 국립동물원에 3백만 명, 순회전시회에 5백십만 명, 특히 웹사이트 방문객 수는 1억7천2백8십만 명에 달한다고 하니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명소 중 하나임에 틀림이 없다. 국립자연사박물관, 미국사박물관, 항공우주박물관등 19개소의 박물관과 미술관에 보관되어 있는 소장품의 수가 1억3천5백만 점으로 집계되고 있다.

 


미국의 다락방

 

필자가 근무하였던 곳은 스미스소니언이 관장하는 국립자연사박물관이다.

지구 생성 · 발달의 과정과 그 속에 살고 있는 생물체의 진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세계 도처에서 수집된 동식물, 화석, 광물 표본을 전시하는 곳이다.

현재에 이르는 지구 역사 속에서의 인류의 진화와 삶을 나타내고, 다양한 지구 생태계의 모습을 전시하여

자연 역사의 방대한 사실을 일반 국민에게 잘 보여주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사박물관은 미국사의 전시를 위하여 일상생활에서 사용되었던 식기, 가구, 라디오 등

작은 소품에서부터, 미국 역대 대통령 부인들이 입었던 의상까지도 전시하여

미국민에게 역사적 긍지와 문화적 소중함을 깨우치게 하는 산실이 되고 있다.

 

흔히들 미국민은 일생에서 세 번 스미스소니언을 방문하게 된다고들 하는데,

첫 번째 방문은 다섯 살 무렵에 부모의 손을 잡고 방문하게 되고,

두 번째는 결혼해서 아이들과 함께 오고, 세 번째는 손자의 손을 잡고 오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스미스소니언의 박물관들은 인간 역사와 자연 역사의 방대한 유물을 보존 · 소장하고, 전시하여

국가에 대한 애국심과 미국 문화에 대한 자긍심, 그리고 지구 역사에 대한 신비감을 불어 넣는

민 대중 교육의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 역사의 손때가 묻어 있는 자질구레한 하나하나의 소품들을 일일이 소장하고 전시하여,

미국민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어릴 적의 소중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모든 것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의 다락방’이라고 불리고 있는 것이다.

 




일반대중 자연 · 역사 · 문화 교육의 핵심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이 되는 미국 국회의사당은 워싱턴 D.C.의 가운데에 위치한

넓은 잔디밭의 중앙광장(‘몰Mall ’ 이라고 부른다)의 동쪽 끝에 위치하고,

중앙 잔디밭 광장은 동서로 길게 뻗어 있고,

서쪽으로는 워싱턴기념탑을 넘어 멀리는 링컨추모관까지 이어지고

그 중간의 북쪽에는 백악관이 자리하고 있다.

 

스미스소니언의 박물관들은 동서로 길게 뻗은 중앙 잔디밭 광장의 중간 중간에 남쪽과 북쪽 면에

자리 잡고 있으니, 가히 미국의 심장부에 위치하고 있다고 하겠다.

특히, 스미스소니언의 박물관 및 부속 기관들을 총괄 운영·관리하는 본부는

스미스소니언성(城, Snithsonian Castle)이라고 하여 펜실바니아에서 나는 붉은 색의 자연 벽돌로 지어진

멋진 건물로 중앙광장 중간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겉으로는 흡사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 이야기책에 나오는 성같이 생긴 매력적인 외관을 자랑하고 있다.

 

미국에서 홈페이지 주소의 구성을 보면 상업적인 곳은 .com으로 끝나고,

공공 기관의 경우 .gov, .edu, .org 등으로 끝나게 되는데,

 gov는 미국 정부기관을 뜻하고, 대학을 위시한 모든 교육기관은 edu로 끝나는 것으로 분류되어 있다.

 

스미스소니언의 홈페이지는 http://si.edu로서 교육기관의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분류되어 있다.

이는 원래 스미스소니언의 설립 목적이 ‘사람들 사이의 지식의 축적과 확산’이라는

최초의 기증자인 스미스손의 취지를 바탕으로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일반 대중에게 문화·역사·자연의 가치와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기관으로서의 존재 이유를 드러내고 있다.

 

지금도 스미스소니언의 박물관들을 방문하여 보면 초 · 중 · 고 학생들이 삼삼오오 다니면서

심각하게 안내자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수첩에 무엇인가 열심히 적으며,

손을 들고 진지하게 질문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산교육의 생생한 현장을 목격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스미스소니언의 박물관들이다.

 




문화재 :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과거 조선시대에서는 일상으로 사용되던 도자기 그릇이 현재는 백자의 이름을 얻으면서

귀중한 문화재로 변신하고, 고려시대 선비들이 먹을 갈기 위해 물을 붓던 연적은 청자의 이름을 얻으면서

국보급 문화재로 신비함을 간직하게 되었다.

우리 선조가 지은 곳이, 정성스레 만든 대상이, 예전에 사용하였던 물건이, 과거에 쓰였던 글이,

그렸던 그림이 세월이 흘러 문화재라는 이름으로 소중함을 더하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는 우리 조상의 지혜와 민족 문화에 남다른 자긍심을 지니게 되고,

우리 역사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고 있다. 이들은 우리가 우리 조상으로 물려받은 소중한 유산인 것이다.

 

우리가 이 나라에 살면서 물려받은 재산은 또 하나가 있는데,

그것은 우리 선조들이 아껴서 우리에게 물려준 자연 유산이다.

과거에는 자연이란 구태여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대상이라는 개념이 필요치 아니하였다.

현대에 이르러 주위 환경의 무분별한 급속한 개발과 그에 따른 자원 고갈이 일어나면서,

이제는 자연 환경을 잘 관리·보호하지 않으면 우리의 다음 세대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체절명의 위기감에 봉착하고 있다.

 

이제 자연은 우리가 후대에게 물려줄 재산이어야 한다.

우리가 국보급 문화재를 보호하듯이, 더욱 소중하게 우리의 자연유산을 보호하지 않으면

우리 후대는 우리가 대대로 살아온 이 땅에서 더 이상 생존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우리 금수강산은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매우 소중한 유산이다.

우리가 우리의 선조에게서 넘겨받은 이 땅의 자연은 그대로 후손에게 몰려주어야 할 자연유산인 것이다.

 

문화재청은 선조에게 물려받은 소중한 유산을 관리하는 곳이다.

우리가 선조에게 물려받은 유산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이 있으므로

이제 문화재청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관리하는 국가유산처가 되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미국의 스미스소니언이 관리하는 박물관에 미국사박물관 뿐만 아니라 국립자연사박물관이 포함되어 있고,

미국의 국립자연사박물관은 세계 최고의 박물관으로 알려져 있다.

스미스소니언의 상징은 세상을 비추는 태양을 형상화한 로고이다.

모든 사람에게 자연·문화·역사로 이루어지는 지식의 빛을 비춰주는 기능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문화재청이 문화재의 틀에서 벗어나

우리 모두가 물려받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뭉뚱그리는 국가유산처로 우뚝 서기를 그려본다.   


- 글 · 서영배  문화재위원, 서울대 교수   
- 사진 · 서현우, 엔싸이버 포토박스

- 문화재청, 월간문화재사랑, 2010-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