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사 석조미륵보살입상과 아미타불입상
8세기 전반 신라의 불교문화를 단연 살필 수 있는 조각은
감산사 석조 미륵보살입상과 아미타불입상이다.
719년경 중아찬 김지성이 돌아가신 부모를 위하여 경주 감산사를 단장하고
미륵보살상과 아미타불상을 탑과 함께 만들었다.
1915년 땅에 엎어져 있던 두 상을 총독부 박물관으로 옮겨 온 이래
현재는 두 상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다.
두 상의 광배 뒷면에 각각 400여 자에 이르는 명문이 새겨져 있고
특히 유가사지론(瑜伽師地論)의 언급은
이 상을 뒷받침할 사상이 유식론(唯識論)에 있다는 판단을 가능케 한다.
등신대 이상의 두 상을 봉헌한 김지성은 대당외교관직을 역임한 6두품 신분이며
720년 69세의 생을 마감하였다.
분명코 불과 보살로, 아미타와 미륵인 두 상을 어떻게 이해할까?
의도적으로 인도풍이 반영된, 예컨대 아미타상의 옷주름이
다리를 갈라 두 방향의 호선으로 그려지는 우전왕사모상(Udayana) 형식은
당대 법상종의 1대인 현장(玄?)을 위시한 구법승들의 역할로 인해
7세기 중엽부터 다시 나타나는 특징으로 알려졌다.1)
그리고 이 상이 유식론에서 발전한 법상종의 미술이며 그 신앙의 신라에서의 경향이 연구되었다.2)
그렇다면 법상종의 인식구조에 따라 아미타와 미륵의 시공간적 개념이
어떻게 예술로 재현되는가 하는 관점에서 살피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3)
법상종에서의 淨土(불성)는 眞如의 완전한 깨달음으로 특징지어지고
거기에 이르는 궁극적인 인식으로 이해된다.
법상종은 세계를 이루는 법의 독특한 상(특질)을 인간의 관념작용을 통해서,
현상계에 존재하는 사물들의 궁극적 실체인 佛性의 발견에 그 목적을 둔다.
불성은 체계적이고 점진적인 統覺의 단계(보살도)에 의해 실현된다.
그것은 모든 정신활동의 기초인 내적 변화의 최종산물이다.
감산사의 두 정토를 대표하고 있는 미륵보살상과 아미타불상의 현상 이면에 있는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두 불상은 법상의 범주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그러한 시각으로 보건대
감산사 미륵보살상과 아미타불상은 정토의 실현인 불성(진여)의 깨달음을 통해 재현되었다.
왜냐하면 미륵상이 발아, 미완의 이미지이고 아미타상이 만개, 완성의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륵정토와 아미타정토는
『법화경』과 같은 대승불교 초기 경전에 따라서 현상적인 대립경쟁 관계인데 반해,
7세기 이후 法相宗의 관점에서는 두 정토가 융합되는 경향이 있었다.
미륵의 도솔천은 대승불교 세계관에서 윤회의 삼계(無色界, 色界, 欲界)의 맨 아래층에 존재한다.
그는 석가에 이어 부처가 될 미래의 붓다이며 현재는 보살로 정의되어 있다.
아미타는 석가 성불 이전에 이미 부처가 된 과거불이며 三界를 초월한 완성된 정토를 가지고 있다.
두 상을 관찰하면,
미륵보살이 서 있는 대좌는 아직 연잎이 충분히 피지 않아서
끝이 안쪽으로 갈무리된 꽃잎에 장식적인 무늬들로 채워져 있다.
대좌에 끼워진 광배 형태 역시 만개 이전이다.
두광과 신광에 있는 세 개의 긴 줄은 빛의 파장과 같이 퍼져 있다.
후광은 정신을 나타내며, 세 줄에는 각각 6개씩의 구름이 걸쳐 있다.
그 바깥으로 화염이 있다. 어지러이 있는 화염들은 아직 질서를 찾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미륵의 도솔천은 욕계에 있어서 인간세계와 가깝고, 동시에 완전한 정토라고 하기 어렵다.
후광의 파장은 삼계를 상징하는 듯이 보인다.
그렇다면 구름이 걸쳐 있는 이 특징은
미륵의 도솔천이 완전한 정토와 인간세계의 사이에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다시 말해서 도솔천이 욕계에 속해있다는 사실은
미륵이 아직 보살의 지위로 도솔천에 존재하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아미타상은 미륵상과 대조적으로 각 요소들이 보다 더 완성된 형태이다.
대좌는 만개한 연꽃 형상이다. 광배는 온전한 아몬드형이며 대좌와 한 돌로 연결되어 있다.
둥근 얼굴은 부드럽고 팽팽하다.
석가가 따랐던 과거불이자 삼계의 밖 완전한 정토를 지닌 그의 모습은 열반을 암시한 듯,
정적에 잠긴 반개한 눈과 연꽃과도 같은 입술이 정밀하게 표현되어 있다.
목의 삼도와 두광의 동심원이 연결되어 하나의 원을 그린다.
두광과 삼도가 연결되는 이 광학적 환영은 미륵상에서 결코 찾아 볼 수 없다.
그것은 인도 굽타 조각에서 볼 수 있었던 질서와 조화이다.
광배에는 삼종의 문양이 세 줄 어느 곳에도 걸치지 않았다.
그 주변으로 화염이 정연하게 최상부까지 타오른다.
이 조화로운 측면은 완전한 것의 표현이며, 그것은 최상의 순수 영역을 나타낸다.
두 상의 시각적 실마리는 법상의 인식체계 속에서 나온 미륵과 아미타의 구분이다.
연꽃의 발아와 개화는 미륵과 아미타 정토의 상태를 말해준다.
보살이면서 부처가 되기를 기다리는 미륵의 정토는
이미 깨달음을 얻어 극락정토를 가진 아미타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완성이다.
우리는 사물을 통해서 개념을 확인한다. 과연 정토라는 초월적 세계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것은 경험세계로 끌어와야 가능하다. 상은 개념체계이며 깨달음은 자신의 문제이다.
미륵상은 발아-미완-가능성의 이미지이며
아미타는 만개-완전-정토-불성 이미지의 재현체계를 보인다.
우리는 감산사의 두 상을 통해서 정토를 확인할 수 있었다.
두 세계는 법상이라는 관념에서 하나의 정토로 융합된다.
따라서 감산사 미륵보살상과 아미타불상은
8세기 신라사회 안에서 궁극적으로 불성에 이르는 길을 재현한 주목할 만한 법상종 미술이다.
1) 金理那, 1988 『韓國古代佛敎彫刻史硏究』, 一潮閣, p.184.
2) 文明大, 2003 『원음과 고전미-통일신라시대 불교조각사 上』, 예경, pp. 69~154.
3) 이 글은 이경화, 2009 「법상종에서 미륵정토와 아미타정토의 융합」,『한국고대사연구』56 게재원고에서 발췌.
- 이경화, 문화재청 무안국제공항 문화재감정관실 감정위원
- 2010-01-18 문화재청, 문화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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