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주짱의 하늘꿈 역사방

하루하루~(일상)

‘육출화(六出花)’라 불리는 눈송이 속에 숨겨진 과학

Gijuzzang Dream 2010. 1. 7. 00:38

 

 

 

 

 

 

'육출화(六出花)'라 불리는 눈송이

 

 세상에 내린 눈송이 중 쌍둥이는 없다

 

 

예로부터 정월 초하루에 펑펑 쏟아지는 눈을 ‘서설(瑞雪)’이라 했다. 상서로운 눈이라는 의미이다.

눈이 오면 풍년이 든다 해서 눈을 ‘서화(瑞花)’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향기가 없는 꽃이라 해서 ‘불향화(不香花)’라고도 하며,

아름다운 티끌 같다고 해서 ‘옥진(玉塵)’이라고도 했다.

눈이 이처럼 꽃으로 비유된 것은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단, 새해 첫 업무를 시작한 엊그저께의 폭설처럼 너무 지나치게 내려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말이다.

눈을 일컫는 또 다른 이름 중에 ‘육화(六花)’ 또는 ‘육출화(六出花)’라는 말이 있다.

이는 눈의 결정이 육각형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역사적으로 많은 이들이 눈의 모양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

그 중 최초로 과학적 연구를 시도한 사람은 행성의 주기를 계산한 것으로 유명한

독일의 천문학자 케플러였다. 그는 1611년 발표한 ‘육각형의 눈송이에 대해’라는 논문에서

왜 눈 결정이 언제나 6면 대칭을 이루는지에 대해 나름대로의 견해를 밝혔다.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데카르트도 눈 결정에 대해 관심을 가졌었다.

그는 눈 결정이 생성되는 과정을 관찰한 뒤 이를 12가지 형태로 구분하고는

“거의 육각형 모양이 확실하고 여섯 면은 매우 곧으며, 여섯 개의 각은 그 크기가 동일하다.

사람이 과연 이렇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말을 남겼다.

데카르트가 이처럼 감탄했던 눈의 결정을 사진으로 촬영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한 이는

미국 버몬트 주의 제리코라는 마을에서 살았던 윌슨 벤틀리(Wilson Bentley, 1865~1931)였다.

그는 15살 때 생일선물로 받은 현미경으로 눈 결정을 처음 관찰한 후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고 말았다.

세계 최초로 눈 결정을 사진으로 촬영한 틀리 


 

그 후 어머니를 설득해 당시로서는 매우 고가품이던 사진기를 구입해 눈 결정 촬영에 도전했다.

하지만 눈의 결정을 찍는 일은 그리 쉽지 않았다.

눈은 채집하면 신체나 채집기기에서 나오는 열 때문에 금방 녹아버린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도전 2년 만에 그는 결국 사진 촬영에 성공했다.

이때가 1885년 1월 15일이었으며, 그의 나이 19세 때였다.

그 후 그는 66세의 나이로 세상을 뜰 때까지 눈송이 촬영에 평생을 바쳤다.

 


눈송이 촬영에 평생을 바친 벤틀리

구식 사진기를 현미경과 연결해 약 5천여 점의 눈 결정 사진을 찍었던 그는

그 많은 사진 중 똑같은 모양의 눈송이를 찾을 수 없었다고 술회했다. 정말 그렇다.

엊그제 내린 엄청난 폭설을 하나하나의 눈송이로 계산하면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눈송이들의 형태가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아니, 지금껏 지구상에 내린 모든 눈 중에 완전히 똑같은 모양을 눈 결정은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눈의 원재료인 물 분자는 산소 1개, 수소 2개로 이루어져 있다.

산소 원자가 가운데 위치하고 양쪽으로 수소 원자가 하나씩 배열되어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그 배열 모습이 좀 특이하다.

양쪽 팔을 그대로 쫙 편 모습이 아니라 약간 구부러진 모양으로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산소 원자와 결합된 양쪽의 수소 원자는 180˚ 의 일렬형태가 아닌 104.5˚ 의 각도로 이루어져 있다.

이때 산소와 수소는 전자 하나를 공동으로 가진 공유결합을 하는데,

산소가 수소보다 약간 더 많은 부분의 전자를 가진다.

따라서 산소는 약간의 음전하를 띠고 수소는 약간의 양전하를 띠게 되어

물 분자 간에도 서로 결합이 형성된다.

이로 인해 보통의 대기압에서는 물 분자 6개가 서로 고리를 형성해 6각형의 구조를 띠게 되며,

이것이 얼어서 만들어지는 눈 결정도 6각형이 된다.

벤틀리가 촬영한 눈 결정 사진.

세상에는 똑 같은 모양의 눈 결정이 없다. 


그런데 그 이후의 과정이 더욱 드라마틱하다.

차고 습기 많은 구름 속에서 미세한 먼지 입자와 만나 육각 기둥의 핵으로 탄생한 눈 결정은

온도와 습도가 각기 다른 구름 속을 여기저기 떠다니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모양의 미세한 가지가 여섯 방향으로 자라게 되어

눈송이들은 각각 서로 다른 모습을 지닌다.

마치 세상 사람들이 제각기 다른 삶의 과정을 거치며 성장하듯

같은 구름에서 태어난 눈송이들도 땅에 떨어지기 전까지 각기 다른 역정을 거치는 것이다.
 
설경이 아름다운 것은 아마 이처럼 각기 다른 모양의 눈 결정이 모여서 쌓였기 때문이 아닐까.

새해에는 약간 구부러진 각도로 주변의 분자와 결합하여 만들어내는 눈송이의 아름다운 지혜를

배워볼 일이다.

- 이성규 기자

- 2010년 01월 07일,  ⓒ ScienceTimes

 
 
 
 
 
 
 
 

'하루하루~(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스모스  (0) 2010.08.26
반구대 암각화를 살립시다   (0) 2010.04.13
차례상의 진설  (0) 2009.11.06
황금 가을들판  (0) 2009.10.13
차례상  (0) 2009.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