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율시이(棗栗柹梨)와 홍동백서(紅東白西)의 진설(陳設)
제수(祭需)의 진설 방법에 대해서는 ‘가가례(家家禮)’라 하여 지방과 집안 문중마다 그 특색이 있는데
이를 크게 나누면 ‘기호학파(畿湖學派)=율곡선생’와 ‘영남학파(嶺南學派)=퇴계선생’의 진설 방법이 있다.
기호학파는 서쪽을 상위(上位)로 할 것이냐의 ‘이서위상(以西爲上)’ 과
영남학파는 동쪽을 상위(上位)로 할 것이냐의 ‘음양사상(陰陽思想)’에 따라서
그 예법을 달리하는 것이다.
곧 다시 말하면,
기호학파는 서쪽이 상위(上位)이므로 붉은 것을 서쪽으로 진설<조율시이, 棗栗枾梨>에 따라서
고기의 머리도 당연히 서쪽으로 향하는<서두동미, 西頭東尾>이며,
영남학파는 동쪽이 상위(上位)이므로 붉은 것을 동쪽으로 진설<홍동백서, 紅東白西>에 따라서
고기의 머리도 당연히 동쪽으로 향하는<동두서미, 東頭西尾=두동미서(頭東尾西)>인 것이다.
기호학파(畿湖學派)의 영수(嶺首)는 율곡선생(栗谷先生)인데,
경기지방을 비롯하여 호남지방까지의 지역에 걸쳐서 오랜 세월동안 뿌리내린 예법으로
서쪽을 상위(上位)로 보고 진설하는 <이서위상(以西爲上)>으로
조율시이(棗栗柹梨)와 서두동미(西頭東尾)를 꼽을 수 있다.
조율시이(=조율이시, 棗栗柿梨=棗栗梨柿)의 진설법은
망자(亡者)는 이서위상(以西爲上)이라 하여 사당(祠堂)에 조상을 모시더라도
가장 윗대 조상을 서쪽부터 모시며 묘소에도 남자조상을 서쪽에 모시며, 여자조상을 동쪽으로 모신다.
따라서 서쪽이 높다 하여 붉은 것은 높기 때문에 서쪽부터 진설하는 것이요,
계적(鷄炙)이나 어적(魚炙)의 머리와 포(脯)의 머리도
당연히 서쪽이 높기 때문에 머리를 서쪽으로 진설하는 것이다.
또한 숙서생동(熟西生東)이라 하여 익힌 것은 서쪽에, 날 것은 동쪽에 진설하며,
서포동혜(西脯東醯<醢>=左脯右醯<醢>)라 하여 포는 서쪽에, 식혜(생선젓)는 동쪽에 진설한다.
서두동미(西頭東尾=두동미서, 頭東尾西)라 하여 머리는 서쪽으로 하며, 꼬리는 동쪽으로 진설한다.
반면 영남학파(嶺南學派)의 영수(嶺首)는 퇴계선생(退溪先生)인데
경상도지방을 중심으로 널리 퍼진 예법이다.
음양사상을 배경으로 발전된 이 예법은 동쪽이 양(陽)이니 동쪽이 상위(上位)가 되고,
서쪽이 음(陰)이니 그 다음이 된다.
따라서 동쪽을 상위(上位)로 하여
홍동백서(紅東白西)와 동두서미(東頭西尾=두동미서, 頭東尾西)의 진설법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모든 <예서>에서 제수의 차림(陳設, 진설)은 4열로 제시되어 있는데
율곡의 <제의초(祭儀鈔)>에서만 탕(湯)이 한 줄 추가되어 5열로 되어 있다.
제상의 맨 앞쪽 즉 신위에서 가장 바깥쪽인 제5열에 과실종류를 놓는다.
그 바로 안쪽 4열에는 포와 나물 종류를 놓고 다음 3열에는 탕,
그 뒤쪽 제2열에는 적(炙)과 전(煎)종류와 면(국수)과 편(떡)을 차린다.
마지막으로 신위와 가장 가까운 제1열에 시접(匙楪)과 잔반을 놓고 메와 국을 차린다.
현재는 거의 모든 가정에서 탕을 쓰고 있으므로 보통 5열로 차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 일반 관행으로 정립된 진설의 방법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고서비동(考西妣東)
- 고위(考位, 남자 조상)는 서쪽, 비위(妣位, 여자 조상)는 동쪽에 자리하게 한다.
고위의 신위, 메, 국, 술잔은 제사자의 위치에서 볼 때 왼쪽에, 비위의 것은 오른쪽에 차린다.
비위가 여러 분일 경우에는 서쪽에서부터 동쪽으로 차례로 놓는다.
제사의례에서의 방향은 자연 방위와 관계없이 신위쪽이 북쪽이다.
즉 제사자 쪽에서 볼 때 왼쪽이 서쪽이고 오른쪽이 동쪽이 된다.
신주(神主)에는 한가운데에 신위(神位)의 친속(親屬), 괸작, 시호 등이 아래로 한 줄로 씌어 있고
왼쪽에는 봉사손의 친속과 이름이 방제(傍題)되어 있다.
좌포우혜(左脯右醯)
- 포는 왼쪽에 식혜는 오른쪽에 차린다.
이는 제사자의 위치에서 볼 때이며 ‘서포동혜(西脯東醯)’라고도 한다.
율곡은 포를 ‘좌반(佐飯)’이라 하고, 우암 송시열은 건어육을 모두 ‘포(脯)’라 하였으며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서는 건어를 ‘좌반’, 쇠고기포를 ‘포’로 부르는 등 모호한 면이 있다.
적전중앙(炙奠中央)
- 적(炙)은 술잔을 드릴 때마다 올리는 특식으로 제상의 가장 중심되는 자리에 올린다.생선포나 어적 같이 등과 배가 있는 제수는 등이 위로 가야하고,
뉘어놓는 경우에는 배가 신위 쪽으로 향하는 배복(背腹) 방향을 지켜야 한다.
일반적으로 전(煎)과 적(炙)은 2열의 국수와 떡 사이에 놓고 탕만 3열에 배열하는데
실제 상을 차리다 보면 공간이 부족해 국수와 떡 사이에 어육 3적을 놓을 수 없어 빈자리가 생긴다.
이 때 탕을 놓는 3열에 편 등을 당겨놓아도 무방하다.
반서갱동(飯西羹東)
- 메는 서쪽, 국은 동쪽에 놓는다.신위의 기준으로 볼 때 메는 오른쪽, 국은 왼쪽이 되어 산사람과 반대의 위치이다.
음양의 원리에 따라 사후세계는 음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과일은 <예서>에서는 제상의 남쪽 끝줄에 차리는 것으로 예시하고 있을 뿐
과실의 종류나 순서를 정해놓지 않고 있다.
보통 대추, 밤, 배, 감(곶감)을 기본으로 놓고 철에 따라 시절과일을 적절히 더하여 차린다.
과일을 놓는 순서에 따라 지방과 가문에 따라
‘홍동백서’ ‘조율이시’ 또는 ‘조율시이’니 하여 이견이 분분하나
어떤 예서에도 과일별 위치가 명시되지 않았는데 지역과 계절에 따라 과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같이 혼돈하기 쉬운 과일의 경우 현란한 색깔을 피하기 때문에
밤이 있는 서쪽에 흰색의 과일을 차리고 대추가 있는 동쪽에 붉은 과일을 놓는
‘홍동백서(紅東白西)’와 ‘동조서율(東棗西栗)’ ‘조율시이(棗栗枾梨)’ 에 따르면 무난하다.
# 차례상의 기본
제청(祭廳) 북쪽 벽 아래에 병풍을 두르고 병풍 앞에 교의(交椅)를 놓고 그 앞에 제상을 설치한다.
좌면지는 제상 위에 편다. 상 앞에는 향탁 · 향로 · 향합 · 모사 · 퇴주그릇을 놓는다.
병풍과 신위(神位)를 배경으로
제상의 맨 뒤쪽 감실 앞 중앙 제1열에 수저를 담은 시접(匙楪)을 놓고
그 좌우에 고위와 비위의 잔반을 놓는다.
신위의 위치는 고(考 돌아가신 아버지)가 서쪽, 비(妣 돌아가신 어머니)가 동쪽이다.
밥(메)과 국(갱)을 올리고 편 위에는 송편을 놓는다.
1차 진설은 식어도 괜찮은 물기 없는 제수만 차리고
편과 메와 국의 더운 음식은 강신 후에 2차로 올리며, 숙수(熟水, 숭늉)는 갱의 자리에 올린다.
2열은 어동육서(魚東肉西),
즉 생선은 동쪽으로 고기는 서쪽에 배열하며 생선의 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이다.
적(炙)은 한가지 씩 놓으며 떡과 국수의 경우 신위수대로 차린다.
계적(鷄炙)은 자연대로 등을 위로, 배를 아래로 진설하는 것이 순리이다.
背腹의 방향은 본래대로 ‘背上腹下’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煎)과 적(炙)은 2열의 국수와 떡 사이에 놓고 탕(湯)만 3열에 배열하는데
실제 상을 차리다 보면 공간이 부족해 국수와 떡 사이에 어육 3적을 놓을 수 없어 빈자리가 생긴다.
이 때 탕을 놓는 3열에 편 등을 당겨 놓아도 무방하다.
3열은 고기 탕과 생선탕, 두부 탕을 올린다.
4열은 나물 종류와 전과 찜을 차린다.
좌측 끝부터 ‘포’, 우측은 식혜를 놓는 좌포우해(혜), 左脯右醢(醯)=서포동해(혜)를 따른다.
그리고 맨 앞쪽 신위 쪽에서 가장 먼 5열은
왼쪽부터 대추, 밤, 배, 감(곶감) 순서인 조율이시(棗栗梨枾)와
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에 배열하는 홍동백서(紅東白西)이다.
과일의 경우 꼭지가 있는 부분이 밑으로 향하는 자연 그대로 진설한다.
차례상 준비 시 유의할 점은 복숭아와 삼치, 갈치, 꽁치 등 끝에 ‘치’자가 들어가는 것은 쓰지 않으며
고춧가루와 마늘양념 등은 피하고 붉은 팥 대신 흰 고물을 써야 한다.
제수의 종류와 접시 수는 여유가 있더라도 더 차릴 필요는 없고, 형편에 따라 덜 차려도 된다.
# 합리적인 진설법 - 단설, 합설, 각설
제수를 제사상에 차리는 것을 진설(陳設)이라 한다.
주자와 율곡 이이, 사계 김장생 등은 단위진설(單位陳設 · 기일에 해당되는 분만 진설)을 주장했으며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 경우 양위진설(兩位陳設 · 기일에 해당되는 분 이외에 배우자도 함께
진설=합설, 合設)을 주창했다. 현재에는 양위진설이 보편화되어 있다.
조상의 제사를 모실 때 돌아가신 한 분만 모시면 ‘단설(單設)’ 이라 하고
그 배우자와 함께 모시면 ‘합설(合設)’ 이라 한다.
<예서>에서도 주자의 <가례(家禮)>에는 합설로 나와 있어 그 이론적 근거를 달리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지방과 가문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여 많은 논란이 되어 왔다.
기제사는 돌아가신 날 지내는 제사이므로
이론상으로는 기일에 해당하는 한 분만 모시는 것이 올바른 예로 되어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예의 근본은 인정에 있다 하여 두 분을 함께 모시는 합설로 지내는 것이 통례로 되어 있다.
합설의 경우에도 신주(神主, 神位)를 한 교의에 모시고 제수를 한 상에 차리느냐
아니면 각각 다른 교의와 제상에 차리느냐에 따라 합설과 각설로 구분된다.
‘각설(各設)’은 모든 제사음식을 신위의 수만큼 완전하게 따로 진설하는 반면,
‘합설(合設)’의 경우에는 메와 갱, 면(麵, 국수)과 병(餠, 떡) 그리고 잔반만 따로 올리고
나머지 제수는 공통으로 차린다.
예서에서는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에서만 합설로 규정되어 있고
<주자가례(朱子家禮)>를 비롯하여 율곡의 <제의초(祭儀鈔)>나 김장생의 <가례집람(家禮輯覽)> 등의
가례류에는 모두 각설(各設)을 예시하고 있다.
진설의 방위에서 <祖上기준/ 北>이냐, <後孫기준/ 南>이냐에 따라 완전히 방향이 반대가 된다.
그래서 예절의 방위는 무조건 북을 기준으로 東西와 左右를 정한다.
참고로 제수진설에서 ‘左右’는 ‘東西’로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위를 기준으로 左右, 東西를 말하므로
제수진설의 용어 <좌포우해(혜)>는 <서포동해(혜), 西脯東醢(醯)>로 표현하는 것이 맞다.
<서포동해(西脯東醢)>는 제사(祭祀)의 포와 젓갈을 의미하는 진설용어이고,
<서포동혜(西脯東醯)>는 차례(茶禮)의 포와 식혜를 의미하는 진설용어이다.
서포동해(혜)는 神位 기준이고, 좌포우해는 祭主(參祀者) 기준이다.
<가례집람(家禮輯覽)>, <사례편람(四禮便覽)>, <제의초(祭儀鈔)> 등의 모든 진설도 형식을 따라
성균관도 오래 전부터 <서포우해(혜), 西脯東醢(醯)>로 표기하고 있다.
제수를 진설하는 방법은 지역, 당색, 집안에 따라 각기 다르다.
제수 진설(陳設) | ||
1열(과실) |
생과 · 조과 (生果 · 造果) |
■조율이시(棗栗梨柿)/ 조율시이(棗栗柿梨) 서쪽→동쪽으로 대추 · 밤 · 감 · 배 진설
|
■홍동백서(紅東白西) 서쪽→동쪽으로 대추 · 감 · 조과(약과 등) · 배 · 밤의 순으로 진설 | ||
2열(포혜) |
포 · 해 · 식혜 (脯 · 醢 · 醯) |
■좌포우해(左脯右醢)=서포우해(西脯右醢) 서쪽→동쪽으로 포(脯) · 식혜 · 숙채(熟菜) · 침채(沈菜, 김치) · 간장 順으로 진설 단 영남 남인의 경우 좌우의 기준이 신주가 되는 경우 진설방향이 반대가 된다. ■두동미서(頭東尾西)라 하여 포(脯)의 머리를 동쪽으로 향하게 한다. |
3열(탕) |
탕(湯) |
■어동육서(魚東肉西)의 기준으로 육탕(肉湯) · 소탕(蔬湯) · 어탕(魚湯)의 순으로 진설 |
4열(적) |
국수 · 적 · 떡 (麵 · 炙 · 餠) |
서쪽→동쪽으로 면 · 육전 · 적 · 어전 · 편을 진설 |
5열(반갱)
|
메 · 잔반 · 갱 (飯 · 盞盤 · 羹) |
서쪽→동쪽으로 메(飯) · 시접(匙楪, 수저를 담는 받침) · 고위(考位)와 비위(妣位)의 잔반(盞盤, 술잔과 받침) · 갱을 진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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