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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는(문화)

편병(扁甁)에 깃든 회화성

Gijuzzang Dream 2009. 8. 10. 22:55

 

 

 

 

 

 

 편병(扁甁)에 깃든 회화성

 

 

 

조선시대에는 회화와 도자기가 가장 많이 발전한 시기였다.

회화는 초기부터 말기까지 산수(山水), 영모(翎毛), 화조(花鳥), 초상(肖像), 풍속(風俗) 등으로

그 주제가 다양하며 중국으로부터 새로운 화풍의 수용을 통해 한국적 화풍을 변화 · 발전시켰다.

 

도자기는 분청사기와 백자가 그릇의 형태나 장식기법이 새롭게 변모하였다.

 

분청사기의 형태는 대접 · 접시 · · 호(壺) · 합(盒) · 주자(主子) · 향로 · 고족배(高足杯) ·

제기(祭器) · 묘지(墓誌) 등이 제작되었다.

장식기법은 상감(象嵌) · 인화(印花) · 박지(剝地) · 음각(陰刻) · 철화(鐵畵) · 귀얄 · 덤벙 등으로

그 기법마다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백자는 청화(靑畵)와 철화(鐵畵) 안료를 사용한 발(鉢) · 접시 ··· 합 등과

연적(硯滴)이나 필세(筆洗)와 같은 문방구류가 많이 제작되었다.

 

분청사기와 백자는 물레 위에서 성형(成形)한 원형 그릇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편병(扁甁)이라는 특이한 형태의 그릇이 분청사기와 백자로 제작되었으며

다양하게 장식된 문양은 우리의 눈길을 끈다.  


편병은 성형된 원형상태에서 양면을 두드린 편평한 모습으로

고려시대의 도기(陶器)나 조선시대 도기(陶器)가 있으나 가장 많은 것은 분청사기와 백자이다.

편병의 제작기법은 원형상태에서 양면을 두드리는 것과 쟁반형태로 만든 접시를 접합하고

구연(口緣)과 장방형의 굽을 따로 붙이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의 방법은 분청사기는 음각 · 상감 · 박지기법 등이며 철화백자와 청화백자의 예가 있다.

분청사기의 음각기법은 첫 번째 예로 반구상화(半抽象化)된 연화문(蓮花文)과 연못의 풍경을 표현하였다.

어깨부분에는 중연판문(重蓮瓣文)을 시문(施文)하였고

몸통의 앞과 뒷면에는 반추상화된 연화문을 측면에는 반추상화된 모란문(牧丹文)을 장식하였다.

이렇게 반추상화된 문양은 음각기법의 특징인 자유로운 상상력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조선시대 회화나 도자기에 그려진 정형적인 그림에 비해 파격적이라는 점에서

그 예술적 가치는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림 1).

 
             그림 1. 분청음각연화문편병, 조선 15세기, 높이 21.8cm, 호암미술관

 

 

다음으로 마치 토기의 빗살문을 응용한 것 같은 기하학적인 선을 자유자재로 표현한 모습(그림 2),

일주문(一柱門)을 과감히 생략한 모습(그림 3), 봉황(鳳凰)을 간략화한 해학적인 모습(그림 4) 등에서

음각기법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2. 분청음각선문편병        그림 3. 분청음각사당문편병     그림 4. 분청음각봉황문편병

           조선 15세기                           조선 15세기                           조선 15세기

           높이 23.5cm                          높이 23.6cm                          높이 22.7cm

           일본 개인                              東洋陶磁美術館                      東洋陶磁美術

상감기법은 흑백상감으로 섬세한 물고기의 비늘과 연못 안에서 물고기가 서로 마주 보는 모습을

익살스럽게 잘 표현하였다(그림 5).


그림 5. 분청상감삼어문편병, 조선 15세기

 

박지기법은 몸통의 앞과 뒷면에는 연꽃 사이에서 놀고 있는 물고기를 짜임새 있게 표현하였으며

측면은 3단으로 구획하고 연꽃과 연판문을 장식하였다.

특히 박지기법의 특징인 태도(胎土)가 드러나 있어 그림을 돋보이게 한다(그림 6).

또한 몸통의 앞과 뒷면에 태극문(太極文)을 배치하고

그 주위에 소용돌이치는 구름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 것은 이채롭다.

태극문은 <주역(周易)>을 중시한 성리학의 유행과 관련되었다고 보고 있다(그림 7).



그림 6. 분청박지연어문편병, 조선 15세기           그림 7. 분청박지태극문편병, 조선 15세기

높이 22.7cm, 국보 179호, 호림박물관                높이 21.8cm, 호림박물관

            
 
 

철화백자는 조선 중기에 유행한 생동감 있는 포도문을 화면 가득히 표현했으며(그림 8)

청화백자는 갈대밭에서 노니는 잉어의 순간적인 표정을 포착하여 세필로 그렸으며

여백의 미美도 잘 표현하고 있다(그림 9).



  
그림 8. 백자철화포도문편병, 조선 17세기            그림 9. 백자청화잉어문편병, 조선 18세기

               높이 13.8cm, 大和文化館                               높이 24.5cm, 東洋陶磁美術館 

 

 

두 번째는 쟁반형태로 만든 접시를 접합하고 구연(口緣)과 장방형의 굽을 따로 붙이는 방법이다.

분청사기는 상감 · 귀얄기법 등이며 상감백자와 청화백자의 예가 있다.

상감기법은 동체의 앞뒷면에는 몸통 중앙에 큰 국화문(菊花文)을 배치하고

그 주위에 반추상화된 당초문을 표현하였다.

측면에는 3단으로 구획하고 세 부분에 우점문(雨點文)을 장식하였다(그림 10).


             그림 10. 분청상감모란당초문편병, 조선 15세기, 높이 23.5cm, 호암미술관

귀얄기법은 가로와 세로로 표현된 붓의 자유분방한 속도감을 확인할 수 있으며(그림 11)

의외의 작품이 나올 수 있어 현대작가들이 선호하는 기법이기도 하다.

                                 
                 그림 11. 분청귀얄문편병, 조선 15세기,  높이 21.5cm, 호암미술관

 

상감백자는 동체의 앞뒷면에는 중심부에 이중원권(二重圓圈)을 돌리고

그 안에 반추상화된 국화문을 배치하고 그 주위에 초화문(草花文)을 생동감있게 표현하였다.

측면에는 4줄의 선을 시문하였다. 백자태토와 흑상감(黑象嵌)이 잘 어우러져 있다.

이 편병은 제작시기도 분명하며 조선시대 초기 상감백자의 특징을 알 수 있어 중요한 자료이다(그림 12).


     
그림 12. 백자상감초화문편병, 조선 1466년, 국보 172호, 높이 22.1cm, 호암미술관

청화백자는 전형적인 산수의 모습으로 시원한 공간감이 있으며

어깨에 있는 두 마리의 다람쥐가 인상적이다(그림 13).

또 다른 청화백자의 예로 형태는 육각형이며 양쪽에 손잡이가 있다.

몸통에는 꽃과 나비를 정취 있게 잘 표현하였다(그림 14).


그림 13. 백자청화산수문편병, 조선 18세기      그림 14. 백자청화초충문편병, 조선 18세기

        높이 31.7cm,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              높이 18cm, 국립중앙박물관소장 
 
 

조선시대에 분청사기와 백자로 제작된 편병은 두 가지의 제작기법을 사용했으며

각 기법별로 사실적인 문양 · 반추상화 된 문양 · 익살스러운 문양 · 간략화 된 문양 등이

다양하게 표현되었다.

 

회화는 종이나 비단에 그린 그림이 전해져 왔지만 영구성이 떨어지는 재료의 한계로

더 많은 자료를 알지 못한다.

반면 분청사기와 백자로 제작된 편병은 시대성과 영구성이 있으며

원형(圓形)인 캔버스에 다양한 장식기법을 사용한 독특한 회화성이 표현되어 있어

방형(方形)인 회화와는 또 다른 느낌의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 장동철, 문화재청 김해국제공항 문화재감정관실 감정위원

- 2009-08-10  문화재청, 문화재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