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國 최고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1866년 파리에서 미국 독립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미국인들의 회합에서 설립안이 나와
1870년 개관한 매머드급 미술관이다.
전 세계의 미술을 아우른 2백만 점의 소장품 가운데 유럽 회화는 약 3천여 점이다.
미술관의 규모로 보면 그 수가 그리 많지 않지만,
모네의 작품이 37점, 세잔의 작품이 21점, 렘브란트의 작품이 8점, 베르메르의 작품이 5점이나
수장되어 있는 등 미술사적으로 가치가 높은 충실한 컬렉션으로 유명하다.
여기서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소장한 유럽 회화 컬렉션을
「르네상스에서 바로크까지」, 「18세기와 19세기」의 두 부분으로 나누어
영원한 걸작의 감동을 나눈다.
먼저 산치오 라파엘로, 알브레히트 뒤러, 파올로 베로네제의 르네상스 양식,
엘 그레코, 피테르 브뢰겔의 매너리즘 양식, 렘브란트와 조르주 드 라 투르의 바로크 양식 등
미술사적 흐름에 대한 지식을 설명했다.
또 18세기와 19세기 유럽회화 부분에서 자크 루이 다비드의 <소크라테스의 죽음>,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의 <브로글리 공작부인> 등 대작들을 감상하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자랑하는 세계 최대의 인상파 컬렉션을 소개한다.
이어 「19세기 미국 회화」 부분에서는
초상화와 역사화에서 시작한 미국 미술 초창기의 역사를 간략히 설명한 후,
미국의 미술 유파 가운데 최초로 미술사적인 명성을 얻은 허드슨강파의 작품을 소개한다.
토머스 콜(<만곡하천>), 조지 빙엄(<미주리 강을 따라 내려가는 모피상인들>)은
부드러운 빛과 꼼꼼한 디테일로 미국의 자연을 묘사했다.
또 19세기 미국이 낳은 최고의 리얼리스트 토머스 에이킨스의 <노젓는 챔피언>,
이매뉴얼 고틀립 로이체의 <델라웨어 강을 건너는 워싱턴>, 존 싱어 사전트의 <마담 X> 등을 통해
휘트니 미술관 소장품 이전 미국 미술의 흐름을 일별할 수 있도록 했다.
(1) 브뤼겔 <추수하는 농부들>
풍경화의 인식을 새롭게 바꾼 계기
미국 최고의 미술관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코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차지한다.
유럽을 제외한 지역에서 최고의 소장품을 자랑하고 있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1870년 설립 당시 이렇게 규모가 커질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지속적으로 이뤄진 기증자와 국가의 후원 덕분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성장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 중
네덜란드를 비롯해 북유럽 풍경화 전통에 기초가 된 작품이 브뤼겔의 <추수하는 농부들>이다.
더운 여름 날, 열심히 수확하고 있는 농부들의 모습을 주제로 이 작품은
브뤼겔의 <계절>연작 중 하나로서 <계절> 연작은 풍경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바꾸어 놓았다.
The Corn Harvest (August)
Oil on wood, 1565
46 3/8×63 1/4 inches (118.1×160.7 cm)
Metropolitan Museum of Art, Manhattan New York, USA
이 작품에서 화면 전면에는 피곤해서 쉬고 있는 농부와 그 옆에서 새참을 먹고 있는 농부들
그리고 대낮의 휴식 전에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일을 하고 있는 농부들로 구성되어 있다.
쉬고 있는 농부들 뒤로 여인들은 이삭을 줍고 있다.
화면 왼쪽 추수하고 있는 농부들 사이로 무거운 발걸음의 농부가 황금 들판을 나오고 있다.
그 뒤로 황금 들녘 사이를 곡물 더미를 옮기기 위해 여인들이 걷고 있다.
이 작품에서 황금 들녘을 나오고 있는 농부의 처진 어깨와 발걸음은
노동에 지친 농부들의 일상을 보여주고 있다.
농부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 뒤로 전원에는 집들이 모여 있고 멀리 항구가 보인다.
집들 사이로 초록의 들판에서 사람들이 모여 즐겁게 놀고 있다.
이 사람들은 중산층들로서 농부들의 삶과 다른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브뤼겔이 말년에 제작한 이 작품은
그가 알프스를 여행하면서 자연 풍경에 매료되었고 여행에서 돌아와 그림으로 표현했다.
피터 브뤼겔(Pieter the Elder Bruegel, 1525년경~1569)의 풍경화로서
미술사에 이정표로 되고 있는 <계절> 연작은
브뤼겔의 후원자이자 부유한 은행가였던 니콜라스 용헬링크가 주문한 작품으로서
그의 대저택을 장식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그 이후 <계절> 연작은 황제 루돌프 2세가 수집하지만
30년 전쟁 동안 발생한 프라하 약탈 이후 일부만 남아 있다.
이 작품은 여섯 개의 패널로 한 계절 당 두 개씩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추측만 하고 있다.
<계절> 12달 연작은 현재 5점이 남아 있다.
(2)
<미주리 강을 거슬러 내려오는 상인들>
미국 상인의 척박한 삶 묘사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미국의 신화를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이 빙엄(George Caleb Bingham)의 <미주리 강을 거슬러 내려오는 피혁상인들>이다.
이 작품에서 붉은 색의 옷을 입은 피혁상인은 도시에 내다 팔 피혁을 옮기기 위해 배를 타고 있다. 배 중앙에는 피혁 상인의 아들이 피혁 위에서 손으로 턱을 괴고 졸고 있다. 바람조차 없는 날씨는 수면의 일렁임을 만들지 못하고 두 사람의 그림자만 만들고 있다. 검은색 동물은 거친 야생의 삶을 상징한다. 그들은 거친 환경 속에서도 생존을 위해 일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생존 방식이 폭력적이고 거칠었지만 미국 경제 발전에 기여한 사람들로서 빙엄은 그들의 삶을 존중했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도전과 위험을 무릅쓰고 강을 터전으로 생활해야만 했던 사람들의 척박한 삶을 드러냈다. 미국의 국경지대의 영웅으로 표현한 이 작품에 미국 도시인들은 열광했다. Study of a Man Reading
c. 1844-49, Pencil, brush, ink and gray wash heightened with white 11 7/8x9 5/8 in. The Saint Louis Mercantile Library Association 미주리에 정착하면서 미주리의 풍경과 어부들, 피혁상인들 등 강 주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묘사하는 데 몰두했다. 그러나〈카드놀이를 하고 있는 뗏목 사공들(Raftsmen Playing Cards)>(1847, 세인트루이스미술관) 에서는 인물의 수가 크게 줄어들었으며 다소 정적인 구도가 보인다.
빙엄의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강변생활을 그린 풍경화들로 <항구의 활기찬 뱃사람들(Jolly Flatboatmen in Port), 1857, 세인트루이스 미술관>은 그가 활기에 찬 인물들로 가득한 구도를 늘 선호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안개 낀 강의 광활한 풍경으로 유명한 <미주리 강을 따라 내려가는 모피상인들(Fur Traders Descending the Missouri)> (1845경,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전형적으로 나타나 있듯이 그림의 분위기를 높이기 위해 공간과 빛을 처리하는 솜씨가 점점 좋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Daniel Boone Escorting Settlers Through the Cumberland Gap
The County Election
1856년에 빙엄은 감상적 표현과 꼼꼼한 세부묘사를 작품의 특징으로 하는 화가 그룹인 뒤셀도르프파의 대가들을 연구하기 위해 독일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본 그림들에 영향을 받아 자신의 양식을 바꾸었으며 예전의 작품들에 보였던 솔직함과 순수함이 다소 줄었다. 1875년에 미주리 주 당국의 총무과장으로 임명되면서 화가로서의 활동은 뜸해졌다. 생애의 마지막 2년 동안 컬럼비아에 있는 미주리대학에서 강의를 맡았다.
- 박희숙 서양화가, 미술 칼럼니스트 [명화산책] - 2009.02.24 ⓒ ScienceTimes
조지 갈렙 빙햄(George Caleb Bingham)
화가이자 정치인, 조지 갈렙 빙햄 (George Caleb Bingham / 1811~1879). 미주리 강의 뱃사공(Boatman on the Missouri) / 1846 참 묘한 그림입니다. 배경과 사람들이 조화를 이루는 것 같지도 않고 사람들에게 들어오는 빛의 방향도 인위적이어서 마치 잘 그려진 배경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등장 인물들은 서로 닮아서 쌍둥이처럼 보이는 촌스러운 느낌의 그림이지만, 강물을 따라 흘러가는 그들의 분위기에는 언뜻 낭만도 보입니다. 빙햄은 버어지니아 주에서 일곱 째 중 둘째 아이로 태어났습니다. 외할아버지가 꽤 많은 재산을 물려 주었는데 아버지가 친구 빚 보증을 서는 바람에 그 재산을 다 날리고 말았습니다. 보증 잘 못 서서 집안이 어려워지는 일이 미국 서부 시대에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값 싼 땅을 찾아 미주리주로 이사를 간 것이 빙햄의 나이 일곱 살 때였습니다. 소고기가 필요해(Shooting for the Beef) / 1850 서부로 나가는 개척민들이 사는 마을입니다. 한 번에 소를 쓰러뜨리기 위해 사격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사냥은 남자들의 핏속에 흐르는 본능 중의 하나입니다. 총을 든 사내가 여럿인 걸 보면 가장 솜씨 좋은 사람이 소를 쏘기로 한 것 같습니다. 맨 위의 사내는 소를 내려다 보고 빙긋이 웃고 있는데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는지 왼쪽의 소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잔뜩 화가 나 있습니다. 그림 곳곳에 숨어 있는 유머는 빙햄 작품의 특징 중의 하나입니다. 빙햄이 그림에 대해 눈을 뜬 것은 그가 60세가 다 되어서 회상한 기록에 나와 있는데, 사람의 운명은 ‘결정적인 한 방’에 의해서 길을 잡을 때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빙햄이 아홉 살 때 그의 집은 조그만 여관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당대 최고의 초상화가로 알려진 하딩이 스케치 여행 차 그의 여관에 들렀습니다. 원래 그림에 관심이 있던 빙햄은 아버지를 졸라 하딩의 시중을 들게 되면서 하딩의 작업을 옆에서 지켜봅니다. 아홉 살 어린 빙햄이었지만 생각만큼은 지금의 여느 어른 못지 않았습니다.
개척지의 가족 생활(Family Life in the Frontier) / 1845 가난한 개척자 식구들이 막 저녁을 끝냈습니다. 갓 태어난 막내에게 젖을 물린 엄마의 표정이 넉넉해 보입니다. 환한 얼굴의 큰 딸은 식탁을 치우는 중인데 여자 아이들은 언니의 설거지를 돕고 있고 사내아이들은 벽난로 앞에서 옥수수라도 굽는 모양입니다. 책을 보는 아버지는 등불을 가려 옆모습이 선명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식구를 지켜야 하는 든든함이 느껴집니다. 초라한 벽 장식과 가난한 살림이지만 따뜻한 두 개의 불빛과 맑게 처리 된 선이 가족 모두를 평화로움으로 안고 있습니다.
하딩과 함께 했던 짧은 기간은 빙햄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고 화가의 길로 마음을 굳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초년 운이 안 좋았던지 열 두 살이 되던 해 아버지가 말라리아로 세상을 떠납니다. 아내와 일곱 아이를 남겨 놓고 먼저 떠난 아버지는 서른 여덟살이었습니다.
얼큰한 사공들(The Jolly Flatboat men) / 1846
낮술을 걸친 사공들이 신이 났습니다. 춤을 추는 젊은이의 몸 짓과 바이올린 소리는 미주리 강 위에 가느다란 물 줄기를 남겼습니다. 사공들의 애환을 담고 미주리 강이 흘러가는 곳은 안개 속으로 아득합니다. 당장 집안의 생계를 위해 친척이 사는 근처로 이사를 갑니다. 그의 어머니는 조그만 여자 학교를 만들었고 빙햄은 어린 나이지만 잡역부 일을 해야 했습니다. 엄한 어머니의 감시를 피해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미주리 강 언덕에 서서 흘러가는 강을 바라보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얼마 후 빙햄은 옷 장을 만드는 기술자의 견습생 일을 시작합니다. 두 곳에서 일을 배우는데 공교롭게도 기술자들은 감리교 목사였습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종교 서적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미주리 강을 따라 가는 모피 장수(Fur Traders Descending the Missouri) / 1845 그의 작품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입니다. 하늘과 구름, 안개에 스며든 빛이 고요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원래 초기 개척민들은 탐험가이자 동시에 장사꾼이었습니다. 작품 속의 노인은 잔뜩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지만 철없는 젊은이는 호기심 많은 눈을 반짝거리고 있습니다. 호기심은 젊은이의 특권이기도 합니다. 젊은이가 누르고 있는 짐의 양을 보면 제법 많은 모피를 준비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왼 쪽에 묶여 있는 곰(개? 여우?)은 무언가요? 곰이 아니라고도 하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기술자 밑에서 견습 생활을 끝 낸 빙햄이 목사나 변호사가 될 꿈을 꾸고 있을 때 그의 친구가 그림 붓을 사주고는 초상화를 그리는 것이 좋겠다고 권유합니다. 친구 말대로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했는데 19살이 되던 해 그가 그린 초상화가 20달러에 팔렸습니다. 자신이 그린 작품이 판매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빙햄은 본격적으로 세인트루이스로 떠날 준비를 하다가 홍역에 걸리고 맙니다. 이 때 걸린 홍역으로 빙햄은 평생 건강이 좋지 않았고, 대머리였다고 합니다. 카드놀이 하는 미시시피 뗏목 사공들(Mississippi Raftsmen Playing Cards) / 1851 하루 일도 거의 끝나갈 때쯤 ‘고수’ 둘이서 카드 놀이를 시작했습니다. 오른쪽에 앉은 사람은 패를 신중하게 고르고 있는데 표정으로 봐서는 불리한 것 같습니다. 왼쪽에 앉은 남자는 조금 더 여유로운 얼굴인데 이상하게 그가 쳐다보는 것은 상대방의 패를 넘어다 보고 있는 맨 오른쪽 맨발의 남자 얼굴입니다. 혹시 같은 편일까요? 그가 그린 작품들 대부분에는 여자가 빠져 있습니다. 여자들로부터 자유스러워진 남자들은 춤도 추고, 카드놀이도 하고, 서로 잡담을 하고, 낚시를 하는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장인 의식과 주제를 잡아 내는 재능으로 그의 초상화는 곧 그 지역에서 유명해집니다. 세인트루이스에 마련한 그의 화실에는 지역의 유명 인사들의 발길이 잦았고 그들 중에는 그와 평생의 친구가 된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지 않으신가요? 그는 그 때까지 단 한 번도 미술 교육을 정식으로 받은 적이 없었거든요. 증기선 주변의 나룻배(Lighter Relieving the Steamboat Around) / 1847 얕은 곳까지 오지 못하는 증기선을 위해 그곳까지 물건을 실어 나르는 나룻배가 짐과 사람을 싣고 출발했습니다. 배가 조금 미끄러지기 시작하자 사공의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등을 돌리고 있어서 표정을 볼 수 없기 때문에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지만 듣는 사람들의 표정은 진지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고단한 강 위에서의 일상을 저렇게 이야기를 통해서라도 풀어야 했겠지요. 그는 곧 세인트루이스는 물론 미주리 주 전체에서 가장 유명한 초상화가로 명성을 떨쳤습니다. 500 점 가까운 초상화를 그렸다고 하니까 대단한 숫자입니다. 초상화 화가로서 안정적인 수입도 보장이 되었지만 초상화의 모델들과 인간관계를 확실하게 함으로써 그 후에 계속되는 성공의 길을 닦습니다. 짐 지키기(Watching the Cargo) / 1849 밤에 짐 지키기(Watching the Cargo at Night) / 1854 5년의 시간을 두고 그려진 동일한 주제의 그림이 낮과 밤으로 나뉘었습니다. 인물들의 숫자와 구도도 비슷합니다. 미술 전문가가 아닌 저는 이런 그림을 ‘쌍둥이 작품’이라고 부릅니다. 이 그림들에서 제가 눈여겨 보았던 것은 빛을 다루는 그의 솜씨였습니다.
미시시피 강에서의 낚시(Fishing on the Mississippi) / 1851 강에서의 활동을 묘사했지만 앞의 그림보다 더욱 섬세해졌고 풍경은 더욱 심오해졌습니다. 햇빛이 스며든 구름이나 일출, 일몰 등으로 화면에 장대한 맛을 표현하는, 소위 루미니즘 기법이 볼 만합니다. 알버트 비어스타트가 그린 하늘과 많이 닮았습니다. 빙햄의 그림 속의 모델들은 주로 그의 친구들이었는데 빙햄의 지시에 따라 이리 저리 자세와 표정을 바꾸었다고 합니다. 좋은 친구들입니다. 턱을 괴고 있는 모델을 했던 친구는 좀 힘들었겠습니다. 시골 마을의 정치인(Country Politician) / 1849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가 바쁜 걸음걸이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선거를 앞 둔 후보자라고 단언할 수 있는 이유는 정치인들이 저렇게 공손한 자세로 사람들에게 설명할 때는 선거 전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왼쪽에 있는 남자는 뭔가를 듣는 자세이지만, 후보자의 말에 동의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반대인지 가운데 있는 남자의 표정은 알 수가 없습니다. 아예 벽을 쳐다 보고 있는 사내는 이 이야기에 관심도 없습니다. 볼수록 설명을 하고 있는 후보자의 얼굴이 애처로워 보입니다. 빙햄은 ‘큰 물’에서 활약하기 위해 워싱턴으로 갑니다. 가는 도중에 필라델피아 예술학교에서 3개월 정도 미술 교육을 받는데 이것이 그가 공식적으로 받은 첫 미술 교육이었습니다. 워싱턴에서의 생활은 그다지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던지 4년 후 다시 고향으로 미주리 주로 돌아 오는데 이 때부터 정치가로서의 인생이 시작되기도 합니다.
시골 선거일(The Country Election) / 1852
아, 정말 재미있는 그림입니다. 시골 조그만 마을의 선거일입니다. 선거를 하기도 전에 술에 취한 사람이 곳곳에 있습니다. 맨 오른쪽 남자는 술에 취해 고개도 못 들고 있습니다. 무릎이 구멍 난 바지를 입은 것으로 봐서는 사는 것이 녹녹하지 않은 것 같은데 공짜 술에 취했겠지요. 하긴 정치인이 바뀐다고 내가 입고 있는 구멍 난 바지가 바뀔 것도 아니죠. 맨 오른쪽 남자도 낮 술에 취했습니다. 그 뒤에 선거를 하려고 줄을 선 남자는 너무 술에 취해서 옆에 사람이 안고 서 있습니다. 성서에 손을 얹고 서약하는 사람은 그래도 진지함이 있지만 그 옆에 모자를 벗고 인사를 하는 입후보자의 얼굴과 표정은 ‘웃깁니다’. 줄 가운데는 싸우는 사람도 있습니다. 왁자지껄 한 사람들을 개 한 마리가 올려다 보고 있습니다.
제가 빙햄을 찾게 만든 작품입니다. 이미 잡은 한 마리는 물가에 붙들어 놓았습니다. 붉은 색 거목 밑에 자리를 잡은 노인의 바지 색깔도 붉은 색이어서 마치 노인이 거목과 하나인 느낌을 줍니다. 오랜 세월 비바람 속에서 자란 나무의 껍질처럼 노인의 피부도 세상사에 시달려서 나무의 그것을 닮았습니다. 하늘로 뻗어 있는 흰색 낚싯대는 중간에 생략되는 바람에 물에 닿았는지 아니면 그냥 공중에 들려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 것은 보는 사람의 마음이겠지요. 저는 그냥 공중에 찌가 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바둑 두는 사람들(The Checker Players) / 1850
역시 바둑을 둘 때는 세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두 명은 바둑을 두고 한 사람은 반드시 훈수를 두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른쪽 남자 바둑알을 놓는 순간 훈수 꾼은 ‘거기 아닌데 ‘하는 표정입니다. 표정들이 코믹스럽지만 정확하게 살아 있어서 보는 제게 다 즐겁습니다.
미주리주로 돌아 온 그는 한 번 낙선 한 후에 요즘 말로 하면 시의원에 당선 됩니다. 그리고 독일 뒤셀도르프로 미술 유학을 떠납니다. 4년간 그가 유학을 끝내고 왔을 때 그의 그림은 유럽의 아카데미즘에 젖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미주리 강과 미시시피 강을 오르내리면서 개척자들의 모습을 그렸던 그의 주제는 그의 그림에서 사라졌습니다. 빙햄은 남북전쟁 후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주 경찰청장을 거쳐 미주리 대학 교수로 그의 경력은 옮아 갑니다. 그의 그림이 세간의 관심과 인기를 끌었던 것은 유학 전까지였습니다. 파이크 산 정상의 모습(View of Pike’s Peak) / 1872 유학 전 그림과 비교해보면 이 그림이 얼마나 그의 원래 작품과 다른지 알 수 있습니다. 개척지의 고단한, 그러나 유머가 있는 일상을 묘사한 그의 그림은 원시적인 생명력이 있었지만 잘 정제된 후기의 작품에서는 그 활력이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물론 대중들도 등을 돌렸죠. 그의 작품들은 한동안 잊혀졌다가 1930년대 혹심한 경제 공황이 지나고 옛날에 대한 향수가 유행하면서 그의 그림은 재조명되었고 오늘날에는 19세기 가장 위대한 미국 화가 중 한 명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따분한 이야기(The Dull Story) / 1844
책을 읽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책의 내용은 무엇이어도 괜찮습니다. 뺨이 붉어진 것을 보니 좋은 꿈을 꾸는 모양입니다. 잠이 든 여인은 누구여도 아름답습니다. 빙햄은 25살에 17살이었던 사라와 결혼을 해서 3명의 아이를 낳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결혼 생활은 사라가 29살이 되던 해에 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끝이 납니다. 그 뒤 엘리자라는 여인과 결혼을 하는데 빙햄이 세상을 떠나기 3년 전 이 여인은 정신 병원에서 숨을 거둡니다. 마지막 그를 지켜준 여인은 마르타라는 여인이었습니다. 아마 아내 복은 그다지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폐렴에 의한 발작과 원래 약했던 건강에 문제가 있었는데, 콜레라에 걸려 빙햄은 68세를 끝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출처] http://blog.naver.com/dkseon00/140056878934 작성자 레스까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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