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않’의 차이
오묘한 우리 글을 다루는 쾌감
최근 가장 큰 고민은 ‘안’과 ‘않’의 구분에 관한 것이다. <사이언스타임즈>도 여러 검증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안’과 ‘않’을 잘못 써서 시쳇말로 ‘쪽팔리게’ 되는 일은 거의 없지만, 기사를 쓰면서 ‘안’과 ‘않’을 구별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그 기준을 알아볼 수 있었다.
자료에 의하면 ‘안’과 ‘않’을 구분하는 기준은 '않'은 어간이 독립적으로 쓰일 수 없으므로 뒤에 조사(어미)가 붙어 띄어 쓸 수 없다.
쉽게 생각하자면, '안'은 뺐을 때와 빼지 않았을 때 모두 말이 되고 '않'은 문장에서 빼버리면 말이 안된다. '않'은 혼자서 존재할 수 없다. '안'은 '아니'로 '않'은 '아니 하'로 풀어서 말이 되는지 보는 것도 좋은 구별법이다. 사용법 등 당사자인 한국 사람도 어려워하는 한글의 용법은 엄청나게 많다. 한글을 유창하게 쓰는 외국인들이 존경스러울 지경이다. 수많은 띄어쓰기 문법이나 예외조항들을 언급할 필요도 없다. 대한교과서주식회사에서 편찬한 ‘우리말 우리글 바로쓰기 사전-띄어쓰기 편람’ 책을 보면 편저자 대표들이 쓴 머리말에 이런 구절이 있다. 이것 또한 '구절양장이 물도곤 어려왜라.'라고 하는 옛 시조가 생각날 정도이다."
이렇게 어렵기만 할 뿐 아니라, 오묘하다는 점이 우리나라 말과 글을 다루면서 느끼는 점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옛 속담이나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찍으면 도로 남이 되는 장난 같은 인생사’라는 노래가사는 오묘한 한글의 세계를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보통 떨어진다는 표현은 물체의 위치가 위에서 아래로 변할 때 쓰는 표현이지만 담배같이 특정 소비재화를 지칭할 때는 재고, 수량이 없다는 표현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무언가 전문 지식(혹은 정보)을 잘 포장하여 불특정 다수의 독자들에게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임무라면, 이러한 한글의 오묘함은 가끔씩 편집자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
1월 28일자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 기획기사에서는 ‘창의성 개발’이냐 ‘창의성 계발’이냐를 두고 한동안 고민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따뜻한’과 ‘따듯한’이 그것이다. 동일한 의미이지만 느낌이 다르다. 기사가 문학 작품은 아니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른 한글의 특성상 이런 것들이 쌓이면 기사의 전체적인 무게나 방향, 느낌이 많이 다르게 된다. 쉼표의 위치 선정이나 말줄임표의 사용 등 사소한 부분에서 해당 문장의 호흡과 강약, 심지어는 뜻마저도 달라지는 것을 매일매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벽 한쪽을 모두 시집으로 채워놓았다는 어떤 편집기자의 노력이나 사전을 통째로 외어버렸다는 문인들의 무용담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요즘이다. - 김청한 기자, chkim@kofac.or.kr - 2009년 01월 29일 ⓒ ScienceTimes [과학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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