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며(시,서,화)

미술시장 / 고위층 그림로비

Gijuzzang Dream 2009. 1. 28. 18:02

 

 

 

 

 

 

 말 많고 탈 많은 고위층 그림로비설


 

‘뇌물로 유용한가’ 여부, 미술계 내부서도 엇갈려

2007년 초 인사 청탁과 함께 전군표 전 국세청장(오른쪽)에게

고가의 그림 <학동마을>(가운데)을 상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한상률 국세청장(왼쪽).

 

'그림은 뇌물로 이용됐을까?’
한상률(54) 현 국세청장이 고가의 그림을 전군표(55) 전 국세청장에게 상납했다는 의혹이

정국을 강타했다.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형을 살고 있는 전군표 전 국세청장의 부인 이모(50)씨는

최근 고(故) 최욱경 화백의 추상화 <학동마을>을 가인갤러리에 “팔아달라”고 내놓으면서

“남편이 국세청장으로 재직하던 2007년 초 1급 인사를 앞둔 시점에서

당시 한상률 국세청 차장 내외에게서 받은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씨는 또 “그림을 전달한 자리에서 한 차장 내외는 당시 한 차장과 국세청 내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모 지방국세청장을 ‘자리에서 좀 밀어내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한 언론매체와 인터뷰에서 밝혔다.

 

최욱경(1940~ 1985) 화백이 붉은색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38×45.5㎝ 크기의 추상화 <학동마을>은

전문가에 따라 1000만~4000만 원대로 추정가 차이가 크다.

 


“뇌물 이미지 돈 보다 덜해”

 

그뿐 아니라 한 청장이 차장 시절 전군표 전 청장에게 선물한 것으로 알려진 그림은

<학동마을> 한 점이지만, 이는 모처에서 국세청에 뿌린 5점 중 한 점이라는 설도 급속히 유포되고 있다.

2005년 5~7월 소장자들에게서 작품을 빌려 <학동마을>을 포함한 최욱경 화백의 20주기 회고전을 연

K 갤러리가 국세청의 세무조사와 맞물려 그림을 한상률 당시 서울청 조사4국장에게 건넨 것이

추후 전군표 국세청장에게 전달됐다는 것이다.

결국 이 사건으로 한 청장은 사퇴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불거진 국세청장과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

포항지역 경제계 인사의 골프 및 술자리 회동은 정치적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게다가 사퇴 과정에서 드러난 현직 국세청장과 청와대의 사퇴 힘겨루기 양상은

마치 정권 말기적 현상을 드러내 여권 내부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1999년 전국을 소용돌이치게 한 ‘라스포사 옷 로비 사건’.

당시 최순영 신동아그룹의 부인 이형자씨가 옷뿐 아니라 유명화가의 그림도 대량 매입해 로비에 사용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국세청의 인사청탁을 둘러싼 그림 상납 논란은 아직 진행형이다.

 

그런데 왜 하필 그림일까. 그림이 뇌물로 유용한지에 대한 시각은

미술계 내부에서도 엇갈린다.

한 미술평론가는 “그림을 선물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정신적 품격이 높음을 상징하는 것이고, 직접 돈을 건네는 것에 비해 뇌물로서 이미지가 덜하다”면서 “더욱이 고가의 유명 그림은 되팔 경우 환금성이 높으면서 국내 화랑의 특성상 주고받은 근거(계산서)가 없는 경우가 많아 출처를 밝히기 어렵기 때문에 뇌물용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류층이 재산의 편법적인 상속이나 증여 수단으로 고가의 미술품을 활용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는 또 “미술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정치권에 상납하기 위해 기업체들이 그림을 사들인다는 얘기도 돌았다”고 덧붙였다.

오랫동안 미술품 감정을 해온 또 다른 인사는 “서울의 고위 공직자가 지방으로 발령받아 내려가면 그 지역 유지들이 인사를 하는 게 관례인데,
그때 그 지역에서 유명하다는 작가의 그림을 선물로 주는 경우가 많다”면서 “나중에 그 그림을 팔아달라고 해서 감정을 하면 진짜보다 가짜인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또 “그런 그림 대부분은 작가의 명성은 높으나 해당 작가의 유명 작품에 비해

그림값이 낮은 작품들”이라고 말했다.

반면 고양아람미술관 정준모 전시감독은 “그림을 뇌물로 바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그림은 기호품이기 때문에 받을 사람의 취향을 맞추는 게 쉽지 않을 뿐 아니라

평소 단골이 아닌 사람이 그림을 가지고 와 팔아달라고 하면 물건이 확실한지 확인하기 위해

출처를 따지는 게 화랑가의 불문율이어서 비밀을 보장하기도 어렵고 환금성도 낮다”고 단언했다.

 

정 감독은 또 “1999년 나라를 뒤흔든 ‘라스포사 옷 로비 사건’에서

당시 신동아그룹 최순영 신동아그룹의 부인 이형자씨가 라스포사 옷뿐 아니라

운보 김기창 화백 등 유명 화가의 그림을 대량 매입해 로비에 사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었지만,

당시 이형자씨는 동양화 전문화랑을 열기 위해 화랑을 만들고 그림을 꾸준히 매입했던 것”이라며

“예나 지금이나 그림 로비설은 미술시장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막연히 나오는 얘기일 뿐”

이라고 일축했다.

 


“출처 따지고 환금성도 낮다”


그러나 뇌물 여부를 떠나서, 그림 선물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래전부터 있었다.

일반적으로 대가를 바라고 주면 뇌물, 그렇지 않으면 선물로 구분하지만 사실 그 경계는 모호하다.

당장 눈에 띄는 효과는 없더라도 선물을 받은 이에게는

준 사람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 혹은 신세를 졌다는 인식이 남는다.

 

미술전문지 <아트레이드>의 류병학 편집주간은 “그림 선물은 특히 정치권에서 활발해,

각국의 사신들이 외교적 차원에서 외국을 방문할 때, 일종의 특산품을 선물했는데

그중 서화(서예와 그림)도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다.

고려시대 화가 이녕이 그린 <예성강도(禮成江圖)>는 송나라 휘종에게 선물했는데,

휘종의 칭찬을 받았다는 기록이 있다.

또 조선의 화가 정선은 중국에서 ‘조선의 화종(畵宗)’ 또는 ‘조선의 화성(畵聖)’으로 불렸다.

2006년 말 독일 베네딕트회 오틸리엔 수도원이 보관하던 정선의 그림 21점이 담긴 화첩이

한국에 반환됐는데, 그 화첩은 1925년 한국의 가톨릭 교구를 시찰하러 온

독일 성 베네딕트회 오틸리엔 수도원의 베버 원장신부가 금강산 여행길에,

지인이 구입해 선물한 것이다.

2007년 검찰이 밝힌 2800여 점에 달하는 이중섭 · 박수근 화백 위작 사기 사건과

서울옥션 경매에서 45억2000만 원에 낙찰된 박수근 화백의 <빨래터> 진위 공방에 이어

고위층의 그림 로비설.

미술시장이 활황이라는 말이 나오기 무섭게 불거지고 있는 우울한 그림자가 아닐 수 없다.

-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 2009 02/03   위클리경향 810호

 

 

 

 

 

 

 

 

 

 경기침체로, 세금으로, 뇌물로…세 번 죽는 미술시장



연이어 터진 악재로 많은 화랑이 개점 휴업 중이다.

사진은 전군표 전 국세청장의 부인 이모씨가 상납받은 그림

<학동마을> 판매를 의뢰받은 서울 평창동 가인갤러리 입구. 


 

 

미술시장의 체감온도는 바닥이다.

세상이 온통 경제 한파로 꽁꽁 얼어붙는다지만 미술시장은 아예 쩍쩍 금이 가기 직전이다.

경기침체로 컬렉터의 발길이 뜸해지기 시작하더니, 양도세 과세로 큰손들이 먼저 떨어져나가고,

급기야는 ‘학동마을 뇌물 사건’으로 미술시장에 찬바람만 휑하니 불고 있다.

미술계는 이번 국세청장 사건을 다 죽어가는 미술시장에 확인 사살을 한 것이라며 절망감에 빠져 있다.

옥션 낙찰률을 보면 한때 평균 80%를 옷돌던 것이 60%대까지 떨어졌다.

2009년 경매시장의 테이프를 끊은 꼬모옥션의 첫 경매는 처참할 지경이다.

1월 13일 마감한 경매 결과, 출품작 62점 중 43점이 대거 유찰됐다.

온라인 경매기는 하지만 낙찰률 30%는 경매 사상 찾아보기 힘든 기록적인 일.

침체된 경기를 감안하여 일부러 가격을 낮췄음에도

그나마 낙찰작 19점 중 15점이 경쟁 없이 최초 시작가에서 팔렸다.

 


작품 가격 1년도 안돼 반 토막

 

작품 가격의 하락세도 급전직하다.

2008년 초 대비 연말 가격을 보면 반 토막은 기본이고

3분의 1 이상씩 곤두박칠치는 작가가 한둘이 아니다.

이우환의 그림을 보면 그 사태의 심각성을 상징적으로 느낄 수 있다.

그의 그림은 2006년, 2007년만 해도 없어서 못 팔 정도로 부르는 게 값이었다.

시작가의 10배가 넘게 낙찰되면서 한국 미술시장의 르네상스를 주도하던 최우량주였다.

그런 그의 작품이 2008년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고개를 숙이더니,

예외없이 반 토막이 나 생존 국내 작가 중 최고라는 명성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대표작 <점으로부터>가 6월까지는 호당 2000만 원을 유지했으나 12월엔 1000만 원대로 떨어졌다.

이대원의 경우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2008년 초 서울옥션에서 10호짜리가 1억5000만 원에 낙찰되었는데

12월 같은 옥션에서 12호짜리가 4000만 원에도 유찰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런 추세에 뇌물 사건까지 터지면서 봄시장을 준비 중이던 화랑가가 방향을 잃어버렸다.

‘신정아 사건’이 날 때도,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이 불행한 눈물을 찔끔거릴 때도,

미술시장은 이 정도로 심각하지 않았다. 당시에도 마치 큰일이 일어난 듯 호들갑을 떨었지만,

실제 미술시장은 잠시 비틀거렸을 뿐 다시 아무 일 없다는 듯 건재함을 과시했다.

신정아 파문에 이어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미술품 관련 폭로가 터지자

화랑가 이곳저곳에서 한숨 소리가 새어나왔다.

서울올림픽 이후 10년 만에 살아난 미술시장이 얼어붙지 않을까 전전긍긍했다.

미술시장의 큰손인 재계가 지갑을 닫아버리면 미술시장도 숨통이 막혀버리기 때문이다.

사실 당시 메이저 화랑이 한동안 타격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유명 화가의 전시회 때 모 대기업 오너 부인이 다녀갔다는 소문만으로도

판매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던 만큼 큰손의 칩거는 직격탄이었다.

VIP고객에게 발송했던 전시 팸플릿이 반송 도장이 찍혀 되돌아오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그러나 시장의 위축은 오래가지 않았다.

‘뇌물’의 여파는 도리어 미술시장의 구조를 긍정적으로 바꿔놓기도 했다.

그동안 고가의 그림과 큰손의 컬렉터, 그리고 대형 화랑이 좌지우지하던 메이저 시장 위주에서

마이너 시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미술품도 중저가로 그 폭을 넓혀갔으며,

소비계층도 중산층까지 확대되면서 미술시장의 저변을 크게 넓히는 계기가 됐다.

2008년 8월 구서울역사에서 열린 아시아 대학생 청년작가 미술축제 ‘아시아프’를 보면

미술시장은 더 이상 특수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몇십 만원에서 비싸야 200만원을 넘지 않는 행사장에

젊은 직장인은 물론 아주머니, 아가씨가 몰려들었다.

 

<행복한 눈물>이 화제가 되면서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은 물론, 국내 팝아트 작가들의 작품도 가격이 올랐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와 국세청장 뇌물사건은 미술시장을 그로기 상태로 만들었다.

<행복한 눈물>이 화제가 되면서 강남 사모님들을 자극, 구매 취향을 바꿔놓았다.

너나 할 것 없이 ‘팝아트’를 외치면서 만화 같은 그림에 몰려들었다.

<행복한 눈물>의 작가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은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덩달아 국내 팝아트 작가들의 작품도 몸값이 올랐다. 이동기, 권기수 등은 경매 때마다 낙찰가가 앞다퉈 올라갔다.

화랑 전시회에선 90% 넘게 팔려나갔다.

미술 역사상 유례 없는 절정기를 구가하던 시장이 글로벌 경기침체로 급격히 움츠러들더니, 양도세 과세로 균형감각을 잃는가 했는데, 숨도 고르기 전에 ‘국세청장 뇌물사건’의 결정타를 맞고는 그로기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미술계는 외부 환경의 변화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몸부림쳐왔다.

젊은 작가를 내세워 분위기 쇄신을 시도하는가 하면,

연말연시를 맞아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기획전을 열며 꺼져가는 불씨를 살려왔다.

특히 화랑마다 설날을 즈음해 나름의 특수를 기대하며 여러 가지 기획전을 준비했다.

그림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줄이고 부담 없이 찾아올 수 있도록 소품 위주 전시회를 마련했다.

선물로는 그림보다 나은 게 없다며 ‘그림색’을 바꾸고자 노력했다.

사실 그림은 100만 원 이하까지는 손비 처리하기 때문에

소품을 합법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도록 인정받은 터다.

 


뇌물 파문 이후 거래시장 꽁꽁


그러나 국세청장 뇌물 사건이 미술계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행복한 그림 선물전’을 진행한 갤러리 포토하우스는 뇌물 파문 이후 한 건 거래하지 못했으며,

20일까지 열 계획이었던 갤러리 한국미술센터의 ‘용기백배 - 큰마음 작은 그림선물전’은

일정을 앞당겨 13일 셔터를 내려버렸다.

많은 화랑이 개점 휴업 중이다. 손님의 발길이 찾지 않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다.

‘선물’로 멋을 내려는 미술계의 노력에 ‘뇌물’로 먹칠을 해버린 셈이다.

미술계는 뇌물 불똥이 미술계에 튀는 것에 억울해한다.

당장의 발길이 끊긴 것도 답답하지만 미술품=뇌물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힐까 봐 더 걱정이다.

그러나 먼저 남을 탓하기 전에 자업자득은 아닌지 반성부터 해볼 일이다.

 ‘신정아 사건’ 때도 그렇고, ‘행복한 눈물’ 때도 그렇고, 이번 국세청장 뇌물건도 그렇다.

사건의 한 축엔 늘 미술작품이 있고, 미술인이 있고, 화랑이 관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억울해하지 않으려면

미술계 스스로 이들과 연결고리를 끊으려는 마음가짐과 체질 개선을 우선해야 한다.

- 박상용 <아트마켓 애널리스트>

- 2009 02/03   위클리경향 810호

 

 

  

 

 

 

 

 

 

금융위기 충격받은 세계 미술시장

 

크리스티 등 감원… 데미안 허스트 작품 3분의 2가 유찰

 


경기침체로 매출이 감소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더비 등 세계적인 경매회사들이 감원 등

비용절감에 나섰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미술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이 런던 소더비 경매장에서 1억2700만 달러(현재 환율 기준 약 1700억 원)에 팔렸던 지난해 9월 15일. 같은 날 리먼 브러더스는 파산 신청을 했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이지만 미술시장의 호황을 다시 한 번 증명하는 낙찰 가격에 이때만 해도 세계 미술시장은 경제위기에서 비켜나 있는 것처럼 보였다.

 


미술업계도 금융위기로 휘청

 
그러나 지난해 9월을 정점으로 세계 미술시장은 추락하고 있다.

미술시장은 경제위기에 전혀 면역력이 없음이 드러났고

크리스티 등 세계적인 경매 회사들은 감원 등 비용 절감에 나섰다.

금융 시장 붕괴와 함께 미술품 가격 역시 하락했고,

기록적으로 높은 보너스를 받았던 금융업계 최고경영자들이 몰락하면서

이들의 작품 구매에 일부 힘입었던 미술시장의 붐 역시 끝났다.

 

리먼은 채권자에게 대금을 지불하기 위해 약 800만 달러에 해당하는 미술 작품을 팔 계획을 세웠다.

9월 경매 불과 두 달 후 열린 뉴욕 경매에서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은 3분의 2가 유찰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마침내 2008년 말부터 미술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미술품 경매회사와 갤러리 들은 5년여 간 호황 이후 처음으로 컬렉터(미술품 수집가)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구매자들은 미술관에 소장될 만한 가치가 있는 몇몇 작품만 찾을 뿐,

아직 증명되지 않은 작가나 가격이 많이 오른 작품은 피하고 있다.

딜러들은 생존하기 위해 작품 가격을 낮췄다.

크리스티와 소더비 두 주요 경매회사의 입지 역시 흔들리고 있다.

소더비는 지난해 순수미술품과 장식품 경매 매출이 40억8200만 달러였다고 밝혔다.

이는 2007년보다 11% 떨어진 것이다.

크리스티 역시 2007년보다 20% 하락한 약 40억 달러의 경매 매출을 기록했다.

소더비는 지난해 말 북미지역 사무소의 직원을 주로 해고하면서 인건비 700만 달러를 줄였다.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마스터카드와 제휴했던 신용카드 브랜드 프로그램도 끝냈다.

 

빌 루프레히트 회장은 “올해부터는 경매 출품작을 싣는 카탈로그도 훨씬 더 얇게 만들 것이며,

몇몇 현대미술작품의 가격은 2005년 수준으로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티는 비용 절감 계획을 이번 달 안으로 발표할 계획인데,

에드 돌만 회장은 “직원 해고, 작품 추정가 인하, 최저 수준의 수수료, 작품 판매 보증 등의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크리스티와 소더비가 작품 판매를 보증했다가

팔리지 않아서 손실을 본 금액은 630만 달러로 추정된다.

미술관도 기부금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LA에 있는 게티미술관을 지원하고 있는 폴 게티 신탁회사는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자신들이 내던 기부금도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워싱턴에 있는 뉴스지움은 주요 투자자인 프리덤 포룸의 기부금 중 1억5000만 달러를

투자로 잃으면서 감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로스엔젤레스 현대미술관(MOCA)도 금융위기로 인한 기부금 감소로 경영의 어려움을 겪다가

지난해 12월 말 경영 개선 등을 조건으로 후원자로부터 3000만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기도 했다.

시장의 약세는 미술품 판매자와 구매자의 입장을 바꿔놓고 있다.
작품을 팔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2009년은 기대치를 낮춰야 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유가 있는 판매자는 굳이 시장에 나서지 않고 관망할 것이며,

빚을 청산해야 하거나 다른 투자금이 필요해 반드시 작품을 팔아야 하는 사람들만 나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소더비의 루프레히트 회장은 “사기 혐의로 기소된 매도프에게 투자한 컬렉터를 많이 봤다”면서

“소유 재산 중 미술품이 유일한 유동 자산인 고객이 많다”고 전했다.

반면 작품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은 시간 여유를 두고 좋은 작품을 얼마든지 고를 수 있는 시기다.

경매장에서 3분 안에 작품 구매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시절은 갔다.

갤러리에서도 대기자 명단을 찾아보기 힘들다.

컬렉터들은 작품 구매 결정을 며칠 혹은 몇 주까지도 시간을 두고 천천히 생각해볼 수 있다.

컬렉터들은 또 구매 전 갤러리에게 작품의 소장자 기록을 요구하는 등

더 많은 서비스를 마음껏 요청하기도 한다.

 

위기 속 미술시장의 풍경들

 
신용위기로 돈이 급해진 개인 소장가들이 귀한 작품을 경매시장에 내놓기 시작한 것도

새로운 풍경이다.

 

모딜리아니, 피사로, 코코슈카, 몬드리안, 뷔야르 등

경매시장에서 좀처럼 볼 수 없던 작가의 작품이 경매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다음 달 호주 작가 오스카 코코슈카의 1929년작 ‘이스탄불’을 런던에서 경매에 부칠 예정이다.

코코슈캬의 작품 대부분은 미술관에 소장돼 있고 특히 유화작품은 시장에 거의 나오지 않았다.

이스탄불의 도시 풍경을 담은 이 작품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으며

180만 파운드(약 36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인 소장가가 20년 이상 갖고 있었던 프랑스 인상파 화가 피사로의 회화 작품(1868~1870)과

에드가르 드가의 조각 작품 등도 2월 소더비 런던 경매에 등장한다.

한 개인 소장가가 90년 이상 갖고 있어 한 번도 경매에 출품된 적이 없는 모딜리아니의 회화 작품도

2월 파리 크리스티 경매에 부칠예정이다.

1918년에 그린 이 작품은 두 소녀가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으로,

두 명이 등장하는 모딜리아니의 초상화 다섯 작품 중 하나다.

나머지 네 작품은 공공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금융위기로 인한 미술시장 침체가 중국 미술시장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베이징의 798예술특구의 한 갤러리 관계자는

“중국 미술이 뜨자 문화혁명 시기에 나왔던 낡은 이미지나

이제는 식상해진 팝아트 이미지를 흉내내며 상업적 성공을 이루려는 카피 작품이 많이 등장했다”면서

“작품성과 작품 가격 등에서 현실과 괴리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이런 과정을 거쳐 중국 미술시장이 건강해지고 결국 좋은 방향으로 정리될 것으로

믿는다”면서 “앞으로는 갤러리들이 덜 상업적이고, 더 실험적이며,

일반 시민과 컬렉터들에게 더 흥미로운 작품을 제안할 수 있는 곳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 국제부, 임영주 기자
minerva@kyunghyang.com

- 2009 02/03   위클리경향 81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