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秋 -유물 속 가을 이야기-'
Autumn in Art
ㅇ 전시명 : 가을, 秋 -유물 속 가을 이야기-
Autumn in Art
ㅇ 전시기간 : 2008. 10. 2(목) ~ 11. 16(일)
ㅇ 전시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08년도 기획특별전 가을, 秋 - 유물 속 가을 이야기 -
10월 2일(목)부터 11월 16일(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
가을은 일년 사계절 가운데 세 번째로,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지방(溫帶地方)에만 나타나는 계절이다.
가을이 되면 온 산하가 단풍으로 물들고, 온 들녘이 황금빛의 오곡(五穀)으로 뒤덮이게 된다.
이번 전시는 우리 조상들이 예술 속에 담아내고자 했던 이러한 가을의 정서를
문화유산을 통해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기획되었다.
이번 전시에는 가을을 주제로 한 산수화를 비롯하여
다양한 가을꽃과 새 그림, 풀벌레 그림 및 가을 농가의 풍경을 담은 풍속화,
그리고 한가위 보름달을 연상케 하는 백자달항아리 등 총 140여 점의 유물이 전시된다.
또한, 우리 문화재의 뛰어난 조형성과 아름다움을
가을이라는 계절의 정서를 통해 엿봄으로써,
전통 문화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하고,
전통문화를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대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김홍도, 정선, 강세황 등 잘 알려진 작가의 유명 회화 작품을 대거 전시하고 있다.
또한, 옛 이야기를 통해 가을을 느끼고 사유할 수 있도록
시와 시조, 편지 등 다양한 종류의 유물도 함께 소개된다.
5개의 주제로 구성된다.
도입부 ‘가을을 말하다’ 에서는
가을의 자연과 절기, 가을의 상징을 소개하여 가을이 옛 선인들에게 어떤 의미였는가를 보여준다.
1부 ‘가을을 그리다’ 에서는
옛 선인들이 가을을 어떻게 그림으로 표현했는가를 가을 풍경을 그린 산수화를 중심으로 전시하였다.
그리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명승지 중 하나인
가을 금강산(풍악산)을 그림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하였다.
안견의 그림으로 전하는 ‘사계절 산수(四時八景圖)’,
김두량 · 김덕하의 ‘사계절 산수(四季山水圖)’, 김홍도의 ‘한정의 국화 감상(閒亭品菊)’ 등이 전시되며,
풍악산 그림으로 정선의 ‘풍악도첩(楓嶽圖帖)’, 정수영의 ‘해산첩(海山帖)’ 등이 소개된다.
2부 ‘가을을 느끼다’ 에서는
가을 향기를 전해주는 가을꽃 국화 그림과 국화가 그려진 도자기가 전시되며,
깊어가는 가을을 느끼게 해 주는 가을 풀벌레와 기러기 등이 그려진 그림이 전시된다.
조선의 22대 왕인 정조의 ‘국화(菊花圖)’, 꽃그림에 능했던 신명연의 ‘국화(菊花圖)’,
심사정의 ‘국화와 풀벌레(黃菊草蟲圖)’, 김득신의 ‘갈대와 기러기(蘆雁圖)’ 등 회화 작품과
청자 국화무늬 병, 청자 국화무늬 합 등이 전시된다.
3부 ‘가을을 노래하다’ 에서는
풍요와 여유, 그리고 외로움, 쓸쓸함 등 가을의 정취를 노래한 향가와 시, 시조 등과 함께
가을의 정서와 한가위의 기쁨 등을 담은 편지글이 소개된다.
4부 ‘가을을 거두다’ 에서는
가을 농가의 추수하는 모습 등을 담은 경직도와 풍속화 등을 통해
풍요롭고 넉넉한 가을의 정서를 관람객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하였으며,
세시기 등 문헌을 통해 고유의 명절인 한가위 풍속을 살펴보았다.
여기에는 김홍도의 ‘벼 타작’과 ‘세상구경 그림(行旅風俗圖)’을 비롯하여
한가위 보름달을 닮은 백자달항아리 등이 선보인다.
<1부 = 가을을 그리다>
옛 그림은 그림의 소재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뉘는데, 그 중 산수화가 가장 많이 그려졌다.
실용적인 목적뿐만 아니라 순수한 감상을 위해 많이 제작되었으며,
특히 조선시대에 자연을 사랑하는 사대부들에 의해 크게 성행하였다.
무엇보다도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산수는 자연풍광 그대로의 감동과 더불어
그들의 이상향을 담아내기에 더할 나위없는 대상이었을 것이다.
유교적 이념과 학문적 교양을 토대로 한 조선시대 초기 회화에서 산수화는
중국의 화풍을 반영한 예가 많다.
남아있는 그림으로 안견의 ‘꿈속에 여행한 복사꽃 마을(夢遊桃園圖)’이나
안견의 것으로 전해지는 ‘사계절산수(四時八景圖)’와 ‘소상의 뛰어난 여덟 경치(瀟湘八景圖)’ 등이
대표적인데, ‘사계절산수’ 중 늦은 가을(만추, 晩秋)그림에서는 낙엽이 떨어진 앙상한 나뭇가지와
안개 낀 강가의 정경을 통해 가을의 풍경을 엿볼 수 있다.
1. 안견 필 ‘사계절 산수(四時八景圖)’ 중에서 - 초가을(初秋) / 늦은 가을(晩秋)
: 傳 안견, 15세기, 비단에 먹, 35.2×28.5㎝
초추(初秋)
만추(晩秋)
원래 <사시팔경도>와 <소상팔경도>16점 모두가 한 화첩에 속해 있었으나
두 화첩으로 개장하였으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네 계절을 각기 두 폭씩 안배해 함께 보는 것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대칭구도를 취했으며,
필치와 화풍 모두에서 곽희의 여운이 짙으나,
<몽유도원도>와 친연성이 커서 안견의 전칭작 중에서 가장 중요시 되는 그림이기도 하다.
<사시팔경도(四時八景圖)>는
초춘(初春) 만춘(晩春) 초하(初夏) 만하(晩夏) 초추(初秋) 만추(晩秋) 초동(初冬) 만동(晩冬)이다.
2. 안견 필 ‘소상의 뛰어난 여덟 경치(瀟湘八景圖)’ 에서 '동정추월(洞庭秋月)'
: 작자미상, 16세기 전반, 종이에 먹, 각 91.0×47.4㎝ / 두암 金龍斗 기증
<소상팔경도> 8폭의 구성은,
산시청람(山市晴嵐), 연사모종(煙寺暮鐘), 어촌석조(漁村夕照), 원포귀범(遠浦歸帆)
소상야우(瀟湘夜雨), 동정추월(洞庭秋月), 평사낙안(平沙落雁), 강촌모설(江村暮雪)으로 되어 있다.
16세기 전반의 안견 화풍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데
산과 언덕의 묘사에 단선점준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각 경물간의 거리감이 두드러져 공간이 더욱 확대된 느낌을 주고 있다.
'동정추월'의 원경에 배치된 산봉우리를 좌우로 방향을 달리하며 겹쳐지게 표현한 것도 독특한 모습이다.
각 폭마다 전경에 등장하는 동글동글한 형태의 언덕은 짧게 끊어지며 하늘거리는 필치를 사용하였다.
돛단배, 가옥, 인물 등의 세부묘사는 세련되지 않으나
각 폭마다 다양하고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조선 후기에는 우리나라의 산천 실제 경치를 소재로 한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가 등장한다.
보다 정감 있고 사실적인 우리의 자연을 그림에 담아내고 있으며,
그 안에서 보여 지는 계절의 풍광 또한 매우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가을풍경은 대체로 사계절 산수화 속에서 그려지는 예가 많은데,
김유성(金有聲))의 ‘사계절산수(四季山水圖)’, 정수영(鄭遂榮)의 ‘사계절산수’ 등이 대표적이며,
김두량(金斗樑)과 김덕하(金德夏)의 ‘사계절산수’ 또한
가을풍경과 함께 사람들의 생활모습이 담겨 있어 계절의 정감을 더한다.
3. 김홍도 필 ‘한정의 국화 감상(閒亭品菊)’
: 비단에 채색, 97.7×41.3㎝
화성행궁 안에 있는 ‘미로한정(未老閒亭)’에서 국화를 품평하는 모습을 담은 <한정품국(閒亭品菊)>과
화성의 서장대와 장안문(북문) 밖 들판에서 사냥하는 모습의 <서성우렵(西城羽獵)> 이 전하는데,
2점 작품이 재질, 필치, 크기 등이 똑같아 원래는 8첩 정도의 병풍이 아니었나 추측하기도 한다.
4. 정수영 필 ‘사계절산수(四季山水圖)’ - 지우재묘묵첩(之又齋妙墨帖) 중에서
: 종이에 채색, 24.8×16.3㎝
5. 이흥효 필 '가을산수'
6. 이방운 필 '사군강산삼선수석첩(四郡江山參僊水石帖)' 중에서 금병산(錦屛山)
1802년 가을 청풍부사로 재직중이던 안숙(安叔)은 이 일대의 명승지를 유람하면서
자신의 감흥과 견문을 율시, 고체시 등 다양한 시체로 풀고 다양한 서체로 기록했다.
그리고도 모자랐던지 당대 유명한 화가인 이방운(李昉運, 1761~1815 이후)으로 하여금
이곳을 그리도록 해서 ‘사군강산삼선수석첩(四郡江山參僊水石帖)’ 화첩이 완성되었다.
16면으로 꾸며진 화첩에는
도화동, 평등석, 금병산, 도담, 구담, 의림지, 수렴, 사인암 등 8개 명승지가 그려져 있다.
이중 다섯 곳이 현재 단양 8경에 속한다.
조선후기 기행문학과 기행사경도의 전통을 언급할 때 거론되는 화가중 한 사람인 이방운은
특히 인척인 심사정과 강세황, 정선 등 남종문인화와 진경산수화의 영향을 고루 받았다.
이 화첩에서도 일부 남종문인화풍이 드러난다.
‘도화동’ ‘평등석’에서는 소략한 필치로 산수를 즐기는 시인묵객들의 모습을 그리고
능선을 따라 조그마한 미점(米點)을 가득 찍어 산세를 표현했지만 사실감이 덜하다.
그러나 소재에 따라 대상을 부각시키는 역동적인 구도를 취한 점은
정선의 진경산수화풍과 연결된다.
‘금병산’의 경우는 서양의 일점투시법에 가까운 기법으로
현재 제천시 청풍호반에 있는 금병산과 마주보고 있는 한벽루를 그렸다.
7. 김두량(父), 김덕하(子) 필 ‘사계절산수(四季山水圖)’
김두량 - <춘하도리원호흥도(春夏桃李園豪興圖)>, 비단에 담채, 8.4 ×184㎝, 국립중앙박물관
김덕하 - <추동전원행렵승회도(秋冬田園行獵勝會圖)>, 비단에 담채, 7.2 ×182.9㎝ , 국립중앙박물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명산 중 하나인 금강산은
계절마다 다르게 보여 지는 산의 형세와 그 느낌에 따라 계절별 이름으로 불리었다.
봄(금강산 金剛山), 여름(봉래산 蓬萊山), 가을(풍악산 楓嶽山), 겨울(개골산 皆骨山)
그 아름다움 때문에 오래전부터 그림으로 그려졌는데,
본격적으로 그려진 것은 고려시대 말 이곳이 불교의 성지로 각광을 받으면서부터였다.
이후 조선시대에 들어서도 꾸준히 풍악산 그림을 그려졌는데,
특히 조선시대 후기 우리 산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기행문학, 기행도 등이 유행하고
실제 자연경치 그대로를 그려내는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가 등장하면서
풍악산 그림은 가장 주목받는 대상이 되었다.
진경산수화가로 이름이 높은 겸재 정선은 다양한 풍악산 그림을 남겼다.
그가 수차례에 걸쳐 금강산을 여행하며 그린 <풍악도첩(楓嶽圖帖)> <해악전신첩(海嶽傳神帖)>
‘풍악산그림(楓嶽總攬圖)’ ‘금강산전도(金剛全圖)’ 등은 풍악산 그림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 밖에도 풍악산 그림은 셀 수 없이 많은데,
회양부사로 부임한 아들을 방문하면서 풍악산을 기행한 후 그린
표암 강세황의 ‘풍악장유첩(楓嶽壯遊帖)’과
기행사경을 잘 그리기로 유명한 정수영의 ‘해산첩(海山帖)’은 대표적인 풍악산 그림이라 할 수 있다.
8. 정수영 필 <해산첩(海山帖)> - 금강전도
9. 정선 필, <풍악도첩(楓嶽圖帖)> 중 ‘금강내산총도’
10. 정선 필, <해악전신첩(海嶽傳神帖)> ‘금강전도(金剛全圖)’
: 국보 217호, 1734년, 종이에 수묵담채, 130.8×94.0㎝, 리움 소장
겸재는 36세에 금강을 처음 만난 뒤 84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50년 동안
금강산을 가슴에 품고 누에가 명주실 토해내듯이 평생 그림을 토해냈다.
이에 대해 '겸재를 따라가는 금강산 기행'의 저자인 최완수 간송미술관 연구실장은
"겸재는 성리학의 기본경전인 '주역'의 음양 원리에 입각해
화면을 구성해내는 화풍을 새롭게 창안해 금강산을 그렸다"고 설명한다.
진경산수화법의 모태가 금강산이라는 얘기다.
겸재는 36세와 37세 때 두 차례 금강산을 찾았다.
1711년 1차 유람 후에는 '신묘년 풍악도첩'을, 1712년 임진년 유람 후에는 '해악전신첩'을 탄생시켰다.
나이 72세 때 해악전신첩을 다시 그리는데, 이것이 '정묘년 해악전신첩'이다.
이 무렵 겸재는 수십 년 전에 다녀온 금강산을 되살려 화폭에 줄기차게 옮긴다.
'정양사도' '금강9경첩' '비로봉도' '금강전도' '만폭동도' 등이 그것.
다시 말해 겸재 작품의 압권인 '금강전도'와 '만폭동도'는 만년에 그렸다는 뜻이다.
부감법으로 금강산을 한눈에 담은 이 작품 '금강전도'는
금강산의 아름다움은 물론 금강산이 가지고 있는 의미까지 붓끝으로 재현하였다.
그림의 주가 되는 산은 암산(巖山)과 둥글둥글하고 나지막하게 표현된 토산(土山)으로 되어 있다.
암산은 차가운 푸른색으로 선염하고, 수직준으로 내려 그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곳임을 암시한다.
반면 토산은 청록색에 빽빽한 나무들을 표현하고, 부드러운 점법(點法)을 사용해
현실의 공간과 같은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이는 금강산이 가지고 있는 두가지 의미,
즉 신들이 사는 신령한 공간과 사람들에게 아름답기로 소문난 명산의 모습을 모두 표현한 것으로,
정선의 ‘금강전도’가 뛰어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세부적인 붓질의 숙련됨과 전반적인 채색도 다른 작품들에 비해 훌륭하지만,
이 작품에는 금강산의 모든 모습이 담겨 있기에 이를 겸재의 대표작으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림 우측 상단에 있는 제발(題跋)에는 재미있는 글귀가 있다.
“발로 밟아 두루두루 다녀본다 하더라도
어찌 베갯머리에서 (이 그림을) 마음껏 보는 것만 하겠는가?"(縱令脚踏須今遍 爭似枕邊看不間)
11. 강세황 필, <풍악장유첩(楓嶽壯遊帖)>
: 강세황(1713-1791), 1788년경, 종이에 수묵담채, 33×48㎝,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1) 회양관아
(2) 가학정
(3) 지명 미상
(4) 청간정
(5) 백산
(6) 죽서루
(7) 학소대
강세황이 금강산을 찾은 것은 최말년기에 이르러서였다.
76세가 되던 해(1788) 8월에 맏아들 인이 회양부사로 봉직하게 되자 회양에 머무르고 있다가
김홍도, 김응환 등이 금강산에 가게되자 여기에 동행하였다.
이즈음에 그려진 것이 이 <풍악장유첩>이며, 모두 14면으로 꾸며진 시서화합벽첩으로
1-4면에는 시와 기행문, 8-14면에 그림이 모두 수묵으로 담박하게 표현되어 있다.
<2부 = 가을을 느끼다>
여름날의 짙푸른 나뭇잎이 붉거나 노랗게 물들어 갈 즈음,
가을 들녘에는 코스모스, 국화, 무궁화 등 가을 향기를 물씬 전해주는 가을꽃들이 핀다.
가을꽃은 봄이나 여름에 비해 그 수는 적지만
쌀쌀한 가을의 추위를 견디며 특유의 가을 향기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가을꽃 중 가을향기를 듬뿍 전해주는 꽃으로 우리 선조들은 국화를 가장 좋아하였다.
그래서 국화는 가을풍경이나 꽃그림에 많이 등장한다.
또한 가을의 차가운 서리를 맞고도 고고(孤高)하게 피어 있는 국화의 절개(節槪)는
사군자의 하나로 조선시대 문인들이 즐겨 그리는 대상이었다.
조선의 22대 왕인 정조의 ‘국화(菊花)’는
가는 선으로 그려진 국화꽃과 엷은 먹색으로 표현된 잎이 대비되어 생동감을 자아내며
화면 속 여백과 잘 어우러진 작품으로 주목된다.
또한, 꽃그림에 능했던 신명연의 ‘국화(菊花)’ ,
강세황의 ‘가을꽃에 찾아든 나비(秋花彩蝶)’ 등도 가을 국화그림으로 대표된다.
1. 정조 필 ‘국화(菊花)’
2. 신명연 필 ‘국화(菊花圖)’ : <산수화훼도첩>
붉고 노랗게 물든 나무와 산, 들녘에 노랗게 익어가는 곡식들, 마당에 핀 노란 국화 등은
우리에게 가을이 왔음을 알려준다.
귀뚜라미를 비롯한 풀벌레 우는 소리,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 소리와 낙엽밟는 소리 등은
우리에게 깊어가는 가을을 느끼게 해준다.
가을볕에 유난히 붉게 빛나는 맨드라미와 곱게 핀 국화,
그 아래에서 열심히 쇠똥을 굴리는 쇠똥구리가 그려진 신사임당의 ‘풀과 벌레(草蟲圖)’는
이른 가을의 느낌을 잘 보여주고 있다.
국화꽃 위에 살짝 앉아 있는 심사정의 ‘국화와 풀벌레(黃菊草蟲圖)’ 속의 메뚜기,
김희성(金喜誠)이 그린 ‘풀과 벌레(草蟲圖)’ 속의 풀벌레는
금방이라도 고즈넉한 가을 소리를 우리에게 들려줄 듯하다.
물가의 백로와 모래톱 위를 날아오르는 기러기 역시 깊어가는 가을의 느낌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3. 심사정 필 ‘국화와 풀벌레(黃菊草蟲圖)’
4. 김희성 필 '풀과 벌레(草蟲圖)'
김희성(金喜誠, 생몰년 미상)은 일명 김희겸(金喜謙)으로 17세기∼18세기에 활동한 화가이다.
본관은 전주(全州)이고 자는 중익(仲益), 호는 불염자(不染子) · 불염재(不染齋)
도화서 화원 화가인 김후신(金厚臣)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5. 신사임당 필 ‘풀과 벌레(草蟲圖)’
6. 김득신 필 ‘갈대와 기러기(蘆雁圖)’
<3부 = 가을을 노래하다>
가을은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풍성함과 국화와 단풍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여유,
그리고 낙엽이 지는 쓸쓸함이 함께 한다.
우리 선조들은 이러한 가을의 정취를 신라의 향가(鄕歌)에서부터
고려, 조선시대의 시(詩)와 시조(時調), 가사(歌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학작품 속에서 노래했다.
가을을 노래한 향가(鄕歌)로는 ‘죽은 누이를 위한 노래(제망매가, 祭亡妹歌)’가 전해오는데,
누이의 죽음을 가을에 떨어지는 나뭇잎으로 형상화하여
삶 자체가 나뭇잎에 지나지 않는다는 삶의 허무를 가을 낙엽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시(詩)는 가을을 노래한 문학작품 중에서 가장 많이 남아 있는데,
국화ㆍ낙엽ㆍ기러기ㆍ가을비ㆍ가을밤ㆍ한가위 등을 소재로
가을의 외로움과 슬픔, 그리고 기쁨을 노래하고 있다.
시조(時調)에서 가을은 맹사성(1360-1438)의 ‘강호사시가(江湖四時歌)’,
윤선도(1587-1671)의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신계영(辛啓榮, 1577-1669)의 ‘전원사시가(田園四時歌)’ 같이
주로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노래한 연시조의 한 부분으로 등장한다.
고산 윤선도의 '어부사시사'
시조 속의 가을은 대부분 전원생활의 즐거움을 표현하고 있어 넉넉함과 여유를 느낄 수 있다.
한편, 가을 편지에는 오곡백과가 풍성한 계절을 맞이하는 넉넉함,
찬 서리 속에서 핀 국화의 향기에서 느끼는 고고함, 국화로 빚은 술의 깊은 맛에 대한 즐거움,
아름다운 풍광을 보는 설레임, 한가위를 맞는 기쁨, 낙엽을 바라보는 쓸쓸함,
고향을 생각하는 외로움 등이 표현되어 있다.
<4부 = 가을을 거두다>
고대부터 가을걷이가 끝나면 하늘에 큰 제사를 올렸는데,
이는 하늘에 대한 일종의 추수감사제의 성격이었다.
매년 음력 10월에 열린 예(濊)의 무천(舞天)과 고구려의 동맹(東盟)은
이러한 국가적 가을 행사 중 하나이다.
이러한 국가의 행사는 이후 계속 전해져 조선시대에는
국가의 5가지 주요의례(五禮儀) 중 하나인 길례(吉禮)로 정착되었다.
길례는 국가가 종묘사직(宗廟社稷)과 산천(山川)에 제사를 지내는 것으로,
이 의례 속에는 가을과 관련된 행사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종묘제사에는 춘하추동 4계절과 납일(臘日 : 冬至 뒤 셋째 양의 날, 未日)에 올리는 정시제(定時制)와
나라에 길흉이 있을 때 종묘에 먼저 알리는 임시제(臨時祭)가 있는데,
이중 햇과일과 햇곡식이 나오면 이를 종묘에 알리는 천신제(薦新祭)가
가을의 수확에 대한 국가의 가을행사로 거행되었다.
또한 사직단에서도 가을행사가 이루어졌는데, 한가위(中秋)가 되면 수확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땅의 신(土神)인 ‘사(社)’와 곡식의 신(穀神)인 ‘직(稷)’에게 제사를 지냈다.
이처럼 국가의 가을행사는 풍성한 가을걷이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하늘과 조상에게 전하는 의식으로
고대부터 중요한 국가행사로 정착되어 오늘날까지 전해져 오고 있다.
한편, 우리 조상들의 계절별 행사는 생업인 농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계절별 행사 모습은 농사짓는 일과 누에치고 비단 짜는 일을 그린 ‘경직도(耕織圖)’나
각종 풍속화, 농가에서의 각종 행사와 세시풍속을 월별로 정리한 ‘농가월령가’,
민가의 연중행사와 세시풍속에 대해 그 유래부터 자세히 설명한 각종 ‘세시기(歲時記)’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경직도’와 풍속화에서는
벼 베기, 벼타작, 볏단 쌓기 등 분주히 가을걷이하는 농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농가월령가’에서는 7월-9월까지의 월별 가을행사를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는데,
7월에는 김매기, 무와 배추 심기, 벌초 등을
8월에는 추수와 한가위 등의 가을 행사를
9월에는 추수와 관련된 여러 행사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세시기’에서는 백중(百中)과 한가위(中秋), 중양절(重陽節) 등
가을에 치러진 민가의 세시 행사를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
한가위는 음력 8월15일의 행사로 농촌에서 일년 중 가장 중요한 명절이었다.
한가위 행사에는 오곡백과의 가을걷이에 감사하며,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닭을 잡고 술을 빚어 배부르게 먹으면서 즐겼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 조상들은 계절에 따라 다양한 행사를 치렀는데,
특히 가을행사는 수확의 기쁨과 그 풍성함에서 나오는 여유로
어느 때보다도 풍요롭고 정겨웠던 것으로 보인다.
1. 백자달항아리
2. 경직도(耕織圖)
3. 김홍도 필 ‘벼 타작’
4. 심사정 필 '벼 베기'
5. 김두량 필 ‘달밤의 산수’
- 김규동,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특별전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와의 대화(제 110회, 111회, 112회, 113회, 114회)
- 2008년 10/15, 10/22, 10/29, 11/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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