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일상)

나의-슬픔을-자기-등에-업고-가는-사람, 친구여 !!

Gijuzzang Dream 2007. 11. 15. 00:15

             

 

                                                                                                  

 

 

귀밑 단발머리로, 가끔은 종종 땋아내린 양갈래머리로,

하얀 작은 깃 풀먹여 반듯하게 입던 그 시절 나의 여학교는

산으로 둘러쌓였고 옆으로는 川이 흘렀습니다.

산 언덕 위에 있어 오르는 등교길은 숨가빴지만

붉은 벽돌로 만든 오래된 건물이 참 예뻤습니다. 멀리서 보면 설레었습니다....

 

개나리와 벚꽃으로 봄을 시작하였다가

이맘때면 곳곳엔 온통 아카시아 향기로 덮였습니다.

아네모네도 피었습니다.

열어놓은 교실 창문에 살살 나부끼던 하얀 옥양목커튼 자락 붙잡고

향기에 취해 구름타고 두둥실~~

혼자서 샐샐거렸던 수업시간.... 생각납니다.

  

이백평도 넘던 앞마당 가득히 봄꽃이 넘쳐나던

그 시절 우리집에는 울아버지가

오동도에서 실어온 매끈매끈한 검은 몽돌로 대문 앞 가득 깔아주었죠.

특히 봄꽃 환하고 꽃마당 이쁜 집으로 소문났던 우리집,

새들이 날아들어 아침을 맞이하던 우리집,

 

정원을 장식하던 큰 바위들 사이사이 돋아나던 돋나물이 향기롭고,

무리지어 피었던 수선화가 쉬이 짐이 아쉬워 동동거리면

하얀 목련과 자목련이 다투어 피어나고, 뚝뚝 떨어지고 ... 

백그루의 영산홍 가득가득,

아기손바닥만하던 황철쭉, 하얀철쭉, 수수꽃다리,

밥알만한 작은 송이가 곰실곰실 붙어있던 박태기나무,

붕어와 잉어가 있던 작은 연못가의 모란과 작약과 붓꽃 ....

 

연한 푸른잎이 맨발바닥을 간지럽히던 금잔디,

발걸음에 놓여있던 검은 전돌,

큰 돌들과 돌들 타고 올라가는 돌나물, 바위취들,

그 사이사이 클로버와 싱건지(?), 이름모를 작은 풀들 ...

 

그렇게 화려했던 봄꽃잔치가 끝나가는 무렵이면,

대문 위로, 담장 위로 홍예를 틀어놓은 철근을 타고

넝쿨장미가 피고지고 피고지고 ..... 그 날들이 생각납니다.

 

이슬머금은 빨강장미, 하얀장미, 분홍장미를 가위로 잘라 다듬어

흰 종이에 둘둘말아 한아름 들어 신이났던

이른 아침의 학교가던 길,

 

내 좋은 선생님 책상 위에,

우리 교실 교탁 위에 장미를 꽂으며 꿈을 심었던

..............

 

 

           

 

     

그 서럽도록 그리운 날들이 문득 생각납니다.

 

골목길의 하얀 찔레꽃과 아파트 콘크리트담장 위의 연붉은 장미를 보노라니 ...

 

아, 이제 6월입니다.

싱그러운 날들입니다.

일년의 그 절반이 옵니다.

 

친구를 인디언들은 "나의-슬픔을-자기-등에-업고-가는-사람" 이라고...

 

그리운 그 시절에는,

친구들의 아픔도, 슬픔도 대신할 수 없었던 날들이었지요.

 

이제는 내가 하고 있는 그 무언가로

작은 웃음 만들어주고 싶은데,

참 보고싶은 내친구들이 많이 그립습니다.

 

그 친구들 만날 때마다

부끄럽지 않은 친구가 되려면... 

기쁨으로 믿음으로 열어나가는 하루하루를 시작해야겠지.....요..!!!

<5월 20일 아침> 기주짱.

 

 

 

 

 


 
     Notting hill - / Naori Uchida 하프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