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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화 분청사기의 아름다움

Gijuzzang Dream 2008. 8. 16. 12:23

 

 

 

 

 

 

 철화분청사기의 아름다움

 

 

철화분청사기 무늬의 묘미는 그림을 그리는 붓질에 있다.

백토 분장된 기면 위에 그려진 철화무늬는 장인의 붓질에 따라 다채로운 변화를 보여준다.

무늬의 대담한 변형과 창조적인 재구성, 붓질의 강약과 속도감,

백색 분장과 검은 무늬의 강렬한 색채 대비 효과 등은 현대적인 감각을 느끼게 해 준다.

 

분청사기의 철화무늬는 종류가 매우 다양하지만

크게 연지문(蓮池文) 계열, 연화문(蓮花文) 계열, 모란문(牡丹文) 계열, 초화문(草花文) 계열,

당초문(唐草文) 계열, 어문(魚文) 계열로 구분이 가능하다.

 

 

철화 분청사기의 문양 종류

연지문(蓮池文) 계열

연지조어(蓮池鳥魚) / 연지조(蓮池鳥) / 연지어(蓮池魚) /

연지(蓮池)

어문(魚文) 계열

쌍어(雙魚) / 단독어(單獨魚)

연화문(蓮花文) 계열

연판(蓮瓣) / 연당초(蓮唐草)

모란문(牡丹文) 계열

절지모란(折枝牡丹) / 절지모란엽(折枝牡丹葉) / 모란엽(牡丹葉)

여의두문(如意頭文) 계열

여의두(如意頭)

변형엽문(變形葉文) 계열

삼엽(三葉) / 기타

초화문(草花文) 계열

초(草) / 초화(草花) / 파초(芭蕉)

당초문(唐草文) 계열

대칭(對稱) / 연속 / 불규칙

 

 

연지문(蓮池文) 계열

 

연지문 계열은 고려 말 조선 초의 포류수금문(蒲柳水禽文)에서 파생된 것이다.

철화분청사기의 연지문 계열은 포류수금문을 구성하던 여러 소재 중에서

특히 물고기 무늬와 연지 무늬를 중심으로 발달하였다.

 

연지문 계열이 시문된 철화 분청사기는 대체로 유태가 정선되고 문양 표현이 뛰어난 고급품이다.

연지문 계열이 시문된 분청사기는 고급 수요를 위한 학봉리 가마의 대표적인 생산품인 것으로 추정된다.

주로 향, 병, 장군, 편병 등이 기종에서 확인되며 대접, 접시 같은 일상생활 기종에는 시문된 예가 없었다.

 

연지문 계열은 소재의 구성에 따라

연지조어(蓮池鳥魚), 연지조(蓮池鳥), 연지어(蓮池魚), 연지(蓮池)의 네 가지 종류로 구분된다.   

 

 - 철화 분청사기 연지조어문(蓮池鳥魚文) 장군

 

 

물고기가 연꽃 줄기를 살짝 물고 있거나 바라보는 연지어문은

출토량이 가장 많아 연지문 계열의 일반적인 형태인 것으로 추정된다.

연지문은 연꽃 줄기와 연잎 줄기가 모여 있는 군집형(群集形)과,

당초형 줄기와 연꽃으로 구성된 절지연화형(折枝蓮花形)으로 세분된다.

군집형 연지문은 실제 연꽃과 연잎처럼 비교적 사실적으로 묘사되었다.

절지연화형 연지문은 단독으로 시문되기도 하지만, 물고기와 함께 연지어문으로 표현된 예가 더 많다.

 

 

 철화 분청사기 철화 연지어문(蓮池魚文) 병

 

이처럼 연지문 계열, 특히 ‘연지어문(蓮池魚文)’이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했던 점은

그만큼 도자기 문양으로 각광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선 전기의 도자 무늬로 연지어문이 유행했던 사실은 도마리 출토 청화백자편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수초 속의 물고기가 시문된 작은 접시조각이지만,

문양 표현이 중국적인 영향을 벗어나 한국적인 특징을 갖추고 있다.

 

이와 같은 광주 관요의 세련된 청화백자는 철화 분청사기의 제작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비록 철화 분청사기의 연지어문은 청화백자에 비해 묘사의 세련미나 격조는 뒤떨어지지만,

사물의 특징을 간결하게 표현하는 대담함, 틀을 벗어난 자유분방한 구성 등은

오히려 한국적인 미감을 풍부하게 드러내고 있다.

 

 

어문(魚文) 계열

 

조선 초 분청사기의 물고기무늬는

물고기 두 마리를 엇갈려 배치한 쌍어(雙魚), 연못 풍경 속의 물고기,

등용문 고사와 관련된 어룡(魚龍)과 파어(波魚)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1

 

학봉리 철화 분청사기의 물고기 무늬는 쌍어문과 물고기를 단독으로 시문한 경우로 구분하였다.

학봉리 철화 분청사기의 물고기 무늬는 날카롭게 펼쳐진 등지느러미와 뾰족한 주둥이가 특징인데,

몸통의 비늘 표현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주목된다.

 

 

표현 형식을 분류해 보면 파상형(波狀形), 반점형(班點形), 당초형(唐草形), 화판형(花瓣形), 초형(草形)의 다섯 가지 종류로 세분할 수 있다.

먹으로 점을 찍은 듯한 반점형 무늬의 물고기는 쏘가리나 누치 를 나타낸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 쏘가리로 보는 견해 / 호암미술관 <한국의 동물미술(2) 물고기>(1999), 안세진, 앞의 논문(2006),

       이애령, <분청사기 속의 물고기>,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와의 대화>(국립중앙박물관, 2007)

: 누치로 보는 견해 / 김영원, <계룡산 도자기>(2007)

 

 

반점형 비늘 물고기는

쏘가리나 누치의 특징인 얼룩무늬와 날카로운 가시가 있는 지느러미를 실제로 꼼꼼히 관찰한 듯

핵심을 간추려서 표현하였다.

주변에 서식하는 실제 물고기가 학봉리 철화 분청사기에 반영되었을 가능성 또한 있다.

 

꽃술이 있는 화판형 비늘은 대형 합뚜껑에 주로 시문되던 무늬이다.

화판문을 물고기 비늘에 응용한 예로는 현재로서는 일본 동경국립박물관의 소장품이 유일하며,

발굴조사에서 출토되지 않은 점으로 볼 때, 이례적인 경우로 생각된다.

 

당초형, 화판형, 초형(草形) 비늘은 다른 지역에서는 유사한 사례가 없으므로,

학봉리 철화 분청사기의 독자적인 표현일 가능성이 높다.

- 국립중앙박물관 미술관 백자실, 이애령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와의 대화, 제100회(2008년 8월6일)

 

 

 

 

 

  1. 연꽃과 물고기가 함께 시문된 경우는 연지문 계통으로 구분하였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