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민족 신화기행] 서북이야기
① 파미르의 숫 독수리, 타지크족 이야기 | |||||||||||||||||||
女神의 눈물은 아롱 아롱 호수에, 설산에 맺혔네 타지크족의 땅으로 들어서게 된다. 중국 내에 살고 있는 타지크족의 인구는 4만명이 채 안된다.
하얀 피부에 독수리 부리처럼 생긴 코를 가진 키 큰 사람들이 살고 있는 땅, 타슈쿠르칸은 그 중심 도시이다. 파미르고원의 장대한 풍광을 배경으로 도시의 중심에 서있는 검은 독수리상이 눈에 들어온다. 타지크 사람들에게 있어서 독수리는 충성과 정의, 선량함을 대표하는 동물이다. 타지크족의 신화 속에서 독수리는 언제나 타지크족을 위하여 스스로를 버린다. 외적의 침입에 맞서 싸우다가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을 때 독수리는 자신을 희생한다. 주인은 슬픔을 참으며 독수리를 죽여 날개 뼈로 피리를 만들어 분다. 높고 가늘지만 강렬한 그 피리 소리는 타지크족을 단결시켜 목숨을 걸고 투쟁하게 한다. 물론 그 소리를 듣고 몰려든 다른 독수리들도 타지크 사람들을 위하여 싸운다. 그래서 그들은 지금도 독수리 뼈로 만든 피리를 불며 독수리의 충직함을 기리고 독수리 춤을 추며 그들의 희생을 기억한다.
타지크 사람들의 신화 속에서 신은 언제나 자애롭다. 그리고 그 신은 늘 빛을 대표한다.
빛의 신에게서 알이 하나 나타났다. 신은 그 알을 반으로 갈라 땅과 하늘을 만들었다. 그러나 세상이 적막하여 인간을 만들기로 했다. 신은 다른 신들에게 진흙을 가지고 인간을 만들라고 명했다. 그러나 그들은 인간을 어떤 모양으로 만들어야 할지 몰랐다. 신들은 그 모습대로 인간을 만들었다.
신은 자신의 빛으로 생명을 주고 하늘나라 호수의 물로 피를 만들었으며 하늘의 기운으로 숨을, 하늘의 불로 체온을 주었다.
마침내 세상엔 인간이 생겨났다.
그러나 인간의 양쪽 이마에는 빛과 어둠의 신이 살았다. 빛과 어둠을 대표하는 신은 조로아스터교의 아후라 마즈다(선신, 지혜의 신)-앙그라 마뉴(악신)의 관계처럼 언제나 팽팽하게 대립한다.
사람의 오른쪽 이마에 사는 빛의 신과 왼쪽 이마에 사는 어둠의 신은 사람들을 자기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려고 한다. 사람이 정의롭고 착하게 살아가면 그것은 오른쪽 이마에 있는 빛의 신이 강하기 때문이며 나쁜 짓을 많이 하고 살아가면 왼쪽 이마의 신이 강하기 때문이다. 물론 빛과 정의가 언제나 이기긴 하지만 어둠과 악은 늘 사라지지 않고 사람들을 사악한 방향으로 이끈다.
그런데 원래 천상의 세계에서 일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가던 인간들이 하늘에서 금지된 음식, 즉 밀알을 먹어 똥을 누게 되었다. 정결한 천상세계를 더럽히게 된 것이다.
신은 분노했다. 그리하여 인간을 아래 세상으로 쫓아버렸다. 태초부터 유혹은 존재했다. 신은 언제나 금기를 만들고 인간은 늘 그 금기를 깬다.
낙원에서의 추방으로부터 인간의 홀로서기는 시작된다. 물론 그것이 만만한 것은 아니다. 거친 말을 통제하기가 쉽지 않자 인간은 또 신에게 부탁했다. 자애로운 신 덕분에 인간은 농사를 지으며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하늘에서 늘 밀가루가 내려오기 때문에 인간은 농사를 짓지 않아도 배부르게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인간은 막 밟고 다니기도 하고 사방에 흩뿌리기도 하는 등 밀가루를 함부로 낭비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가 똥을 눈 손자의 엉덩이를 밀가루 반죽으로 닦아주는 사건이 일어났고 그 일은 신의 분노를 촉발했다. 신은 그 순간부터 밀가루를 눈으로 변하게 했다.
그날부터 하늘에서는 더 이상 밀가루가 내려오지 않았고 인간은 먹을 것을 잃었다. 결국 인간은 신에게 빌었고 신은 하늘나라의 곡식을 내려주어 인간 스스로 농사를 지어 먹고 살게 했다. 신화는 언제나 자연 앞에서 겸손할 것과 자연이 우리에게 준 것들을 아끼며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달의 소중함을 몰랐다. 오히려 남에게 보여주기 싫은 일을 하지 못하게 한다고 투덜거렸다. 어느 날 세 자매가 집안에서 싸우다가 불이 꺼지자 밖으로 나와 옷을 다 벗은 채 계속 싸웠다. 그 광경이 하도 민망하여 달은 그만 뒷모습을 보이며 돌아서버렸다. 오늘날 달이 온기를 잃고 어두운 노란 빛을 띠게 된 것은 그 때문이며 달에 생긴 어두운 그림자는 세 자매의 그림자라고 한다. 무스타그 아타(Muztag Ata), 즉 ‘수호신 무스타그’라는 이름을 가진 해발 7546m의 무스타그봉은 타지크 사람들의 성산이다. 그들은 언제나 이렇게 말한다.
지금은 빙하로 뒤덮인 장엄한 하얀 산이지만 신화 속에서 무스타그봉은 온갖 풀과 꽃들이 만발한 아름다운 낙원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천상의 꽃들이 자라고 있는 그 낙원엔 아무나 들어갈 수가 없다.
꽃들을 지키는 여신이 온갖 무서운 동물로 변신을 하여 그곳에 들어오려는 자들을 막았다. 그래도 그곳에 들어오는 자가 있으면 주문을 읊어 무생물로 변하게 해버렸고 귀신들을 불러다가 잡아먹게 했다.
인간은 꽃을 원했지만 그 꽃은 천상의 세계에만 속해 있었다. 그런 곳에 영웅 루스타무가 들어갔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꽃을 가져오기 위하여 루스타무는 무스타그산으로 갔다. 이레 낮밤을 꼬박 올라갔더니 마침 꽃을 지키는 여신이 잠을 자고 있었다.
루스타무는 얼른 하얀 꽃과 붉은 꽃 한 묶음씩을 갖고 몸을 돌려 산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산 중턱쯤에 왔을 때 여신이 곰과 독수리 등 온갖 동물로 변하여 루스타무를 막았다. 루스타무는 열심히 싸웠지만 거대한 거인으로 변한 여신과 맞닥뜨리게 되자 그녀를 이길 수 없음을 깨달았다. 루스타무는 여신에게 진지하고 솔직하게 부탁했다. 날 보내주지 않으면 절벽에 떨어져 죽을 수밖에 없답니다. 저를 보내주세요.” 루스타무가 가져온 꽃들 덕분에 지상에도 마침내 천상세계와 같은 향기로운 꽃들이 피어나게 되었다. 그러나 꽃을 지키는 여신은 천신의 징벌을 받게 되었다. 루스타무의 사랑에 감동하여 흘리는 눈물이 오른쪽 눈에서 흘러나왔고, 자신의 처지가 가엾어서 흘리는 눈물이 왼쪽 눈에서 흘러나왔다. 영롱하고 투명한 ‘행복의 눈물’은 무스타그봉 아래로 흘러 ‘검은 호수’인 카라쿨호가 되었고 ‘비탄의 눈물’은 방울방울 모두가 맑고 차가운 얼음이 되어 무스타그봉 꼭대기 눈부신 빙하가 되었다. 악의 세력과 싸워 지상의 악을 물리쳤다. 그러나 천상세계에서는 아직도 빛과 어둠의 신이 격렬하게 싸우고 있었다. 눈보라와 비, 우박이 쏟아져 내려 햇살을 볼 수 없게 되니 인간은 배고픔과 추위에 떨어야 했다. 루스타무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커다란 활을 들고 하늘로 올라가 그 전쟁을 평정, 40일 만에 햇살이 다시 나타나게 되었다. 싸움을 마친 루스타무의 활이 하늘에 나타났고, 사람들은 환호했다.
비 내린 후에 나타나는 찬란한 무지개를 사람들을 루스타무의 활이라고 생각한다. ‘소수’라는 이름으로 파미르고원의 땅 한 모퉁이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무스타그봉으로 꽃을 찾아갔던 영웅 루스타무는 그들의 신비롭고 선량하며 맑은 눈빛 속에 여전히 살아있다.
|
'지켜(연재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수민족 신화기행 - 廣西이야기 (3) 개구리, 인간으로 변한 개, 미친 소 (0) | 2008.06.13 |
---|---|
소수민족 신화기행 - 廣西 이야기 (4) 부누야오족의 창세 여신, 미뤄뤄 (0) | 2008.06.13 |
소수민족 신화기행 - 티베트 이야기 (0) | 2008.06.13 |
소수민족 신화기행 - 구이저우(貴州)이야기 (1) 단풍나무의 후손을 찾아 上 (0) | 2008.06.13 |
소수민족 신화기행 - 구이저우(貴州)이야기 (2) 단풍나무의 후손을 찾아 下 (0) | 2008.06.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