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주짱의 하늘꿈 역사방

지켜(연재자료)

소수민족 신화기행 - 서북이야기(타지크족, 위그르족)

Gijuzzang Dream 2008. 6. 13. 17:07

 

 

 

 

 

[소수민족 신화기행] 서북이야기

 

① 파미르의 숫 독수리, 타지크족 이야기

女神의 눈물은 아롱 아롱 호수에, 설산에 맺혔네

중국의 서부, 카슈가르를 떠나 서남쪽으로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따라 달리다보면

타지크족의 땅으로 들어서게 된다. 중국 내에 살고 있는 타지크족의 인구는 4만명이 채 안된다.

 

하얀 피부에 독수리 부리처럼 생긴 코를 가진 키 큰 사람들이 살고 있는 땅,

타슈쿠르칸은 그 중심 도시이다.

파미르고원의 장대한 풍광을 배경으로 도시의 중심에 서있는 검은 독수리상이 눈에 들어온다.

타지크 사람들에게 있어서 독수리는 충성과 정의, 선량함을 대표하는 동물이다.

타지크족의 신화 속에서 독수리는 언제나 타지크족을 위하여 스스로를 버린다.

외적의 침입에 맞서 싸우다가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을 때 독수리는 자신을 희생한다.

주인은 슬픔을 참으며 독수리를 죽여 날개 뼈로 피리를 만들어 분다.

높고 가늘지만 강렬한 그 피리 소리는 타지크족을 단결시켜 목숨을 걸고 투쟁하게 한다.

물론 그 소리를 듣고 몰려든 다른 독수리들도 타지크 사람들을 위하여 싸운다.

그래서 그들은 지금도 독수리 뼈로 만든 피리를 불며 독수리의 충직함을 기리고 독수리 춤을 추며

그들의 희생을 기억한다.

타슈쿠르칸 시내에 있는 파미르의 숫 독수리상.

타지크 사람들의 신화 속에서 신은 언제나 자애롭다. 그리고 그 신은 늘 빛을 대표한다.

 

빛의 신에게서 알이 하나 나타났다.

신은 그 알을 반으로 갈라 땅과 하늘을 만들었다.

그러나 세상이 적막하여 인간을 만들기로 했다.

신은 다른 신들에게 진흙을 가지고 인간을 만들라고 명했다. 그러나 그들은 인간을 어떤 모양으로 만들어야 할지 몰랐다.

“하늘의 호수로 가보아라.”

신들이 하늘 호수로 가보았더니 호수 표면에 인간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신들은 그 모습대로 인간을 만들었다.

 

신은 자신의 빛으로 생명을 주고

하늘나라 호수의 물로 피를 만들었으며

하늘의 기운으로 숨을, 하늘의 불로 체온을 주었다.

 

마침내 세상엔 인간이 생겨났다.

 

그러나 인간의 양쪽 이마에는

빛과 어둠의 신이 살았다.

빛과 어둠을 대표하는 신은

조로아스터교의 아후라 마즈다(선신, 지혜의 신)-앙그라 마뉴(악신)의 관계처럼 언제나 팽팽하게 대립한다.

 

사람의 오른쪽 이마에 사는 빛의 신과

왼쪽 이마에 사는 어둠의 신은

사람들을 자기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려고 한다.

사람이 정의롭고 착하게 살아가면 그것은 오른쪽 이마에 있는 빛의 신이 강하기 때문이며

나쁜 짓을 많이 하고 살아가면 왼쪽 이마의 신이 강하기 때문이다.

물론 빛과 정의가 언제나 이기긴 하지만

어둠과 악은 늘 사라지지 않고 사람들을 사악한 방향으로 이끈다.

무스타그 아타와 검은 호수 카라콜.

그런데 원래 천상의 세계에서 일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가던 인간들이 하늘에서 금지된 음식, 즉 밀알을 먹어 똥을 누게 되었다.

정결한 천상세계를 더럽히게 된 것이다.

 

신은 분노했다.

그리하여 인간을 아래 세상으로 쫓아버렸다.

태초부터 유혹은 존재했다.

신은 언제나 금기를 만들고 인간은 늘 그 금기를 깬다.

 

낙원에서의 추방으로부터 인간의 홀로서기는 시작된다. 물론 그것이 만만한 것은 아니다.

“만족을 모르는 어리석은 것들 같으니. 앞으로는 스스로 알아서 먹고 살아라!”

분노하는 신 앞에서 인간은 울며 용서를 빌었고 그 눈물에 마음이 약해진 신은 하늘나라의 밀알을 주며 그것을 심어 농사를 지어 먹고 살라고 했다.

“그런데 무엇을 가지고 농사를 짓나요?”

신은 먼저 소를 보내주었고 나중에는 말도 보내주었다.

거친 말을 통제하기가 쉽지 않자 인간은 또 신에게 부탁했다.

“어떻게 하면 말을 우리 마음대로 부릴 수 있나요?”

결국 신은 인간에게 말을 통제할 수 있는 ‘지혜’를 주었다.

자애로운 신 덕분에 인간은 농사를 지으며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다른 이야기도 있다. 지금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 원래는 밀가루였다.

하늘에서 늘 밀가루가 내려오기 때문에 인간은 농사를 짓지 않아도 배부르게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인간은 막 밟고 다니기도 하고 사방에 흩뿌리기도 하는 등 밀가루를 함부로 낭비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가 똥을 눈 손자의 엉덩이를 밀가루 반죽으로 닦아주는 사건이 일어났고

그 일은 신의 분노를 촉발했다. 신은 그 순간부터 밀가루를 눈으로 변하게 했다.

 

그날부터 하늘에서는 더 이상 밀가루가 내려오지 않았고 인간은 먹을 것을 잃었다.

결국 인간은 신에게 빌었고 신은 하늘나라의 곡식을 내려주어

인간 스스로 농사를 지어 먹고 살게 했다.

신화는 언제나 자연 앞에서 겸손할 것과 자연이 우리에게 준 것들을 아끼며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타슈쿠르칸 석두성(스톤시티)에서 내려다 본 초원 풍경.


타지크 신화에서 달은 원래 환하고 밝았으며 따뜻한 온기도 지닌 존재로 등장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달의 소중함을 몰랐다.

오히려 남에게 보여주기 싫은 일을 하지 못하게 한다고 투덜거렸다.

어느 날 세 자매가 집안에서 싸우다가 불이 꺼지자 밖으로 나와 옷을 다 벗은 채 계속 싸웠다.

그 광경이 하도 민망하여 달은 그만 뒷모습을 보이며 돌아서버렸다.

오늘날 달이 온기를 잃고 어두운 노란 빛을 띠게 된 것은 그 때문이며

달에 생긴 어두운 그림자는 세 자매의 그림자라고 한다.

한편 타지크 사람들에게 가장 소중한 산에 관한 신화가 있다.

무스타그 아타(Muztag Ata), 즉 ‘수호신 무스타그’라는 이름을 가진 해발 7546m의 무스타그봉은

타지크 사람들의 성산이다. 그들은 언제나 이렇게 말한다.

“무스타그 아타가 우리를 보호하고/ 무스타그 아타가 우리에게 복을 주시기를!”

“무스타그 아타가 너의 길에 함께 하기를!”

“무스타그 아타가 너에게 벌을 주기를!”

타지크 사람들에게 말은 매우 중요하다.

말 안장 모양의 무덤은

비정상적으로 죽은 사람의 무덤이다.

지금은 빙하로 뒤덮인 장엄한 하얀 산이지만

신화 속에서 무스타그봉은

온갖 풀과 꽃들이 만발한 아름다운 낙원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천상의 꽃들이 자라고 있는 그 낙원엔 아무나 들어갈 수가 없다.

 

꽃들을 지키는 여신이 온갖 무서운 동물로 변신을 하여 그곳에 들어오려는 자들을 막았다.

그래도 그곳에 들어오는 자가 있으면 주문을 읊어 무생물로 변하게 해버렸고 귀신들을 불러다가 잡아먹게 했다.

 

인간은 꽃을 원했지만 그 꽃은 천상의 세계에만 속해 있었다. 그런 곳에 영웅 루스타무가 들어갔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꽃을 가져오기 위하여 루스타무는 무스타그산으로 갔다.

이레 낮밤을 꼬박 올라갔더니 마침 꽃을 지키는 여신이 잠을 자고 있었다.

 

루스타무는 얼른 하얀 꽃과 붉은 꽃 한 묶음씩을 갖고 몸을 돌려 산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산 중턱쯤에 왔을 때 여신이 곰과 독수리 등 온갖 동물로 변하여 루스타무를 막았다.

루스타무는 열심히 싸웠지만 거대한 거인으로 변한 여신과 맞닥뜨리게 되자

그녀를 이길 수 없음을 깨달았다. 루스타무는 여신에게 진지하고 솔직하게 부탁했다.

“여신이시여,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꽃을 가지러 왔어요.

날 보내주지 않으면 절벽에 떨어져 죽을 수밖에 없답니다. 저를 보내주세요.”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목숨 걸고 꽃을 가지러 온 루스타무에게 감동한 여신은 꽃을 내주었고,

루스타무가 가져온 꽃들 덕분에 지상에도 마침내 천상세계와 같은 향기로운 꽃들이 피어나게 되었다.

그러나 꽃을 지키는 여신은 천신의 징벌을 받게 되었다.

루스타무의 사랑에 감동하여 흘리는 눈물이 오른쪽 눈에서 흘러나왔고,

자신의 처지가 가엾어서 흘리는 눈물이 왼쪽 눈에서 흘러나왔다.

영롱하고 투명한 ‘행복의 눈물’은 무스타그봉 아래로 흘러 ‘검은 호수’인 카라쿨호가 되었고

‘비탄의 눈물’은 방울방울 모두가 맑고 차가운 얼음이 되어 무스타그봉 꼭대기 눈부신 빙하가 되었다.

일찍이 어려서 사자를 때려잡았고 신마(神馬)를 타고 다니는 영웅 루스타무는

악의 세력과 싸워 지상의 악을 물리쳤다.

그러나 천상세계에서는 아직도 빛과 어둠의 신이 격렬하게 싸우고 있었다.

눈보라와 비, 우박이 쏟아져 내려 햇살을 볼 수 없게 되니 인간은 배고픔과 추위에 떨어야 했다.

루스타무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커다란 활을 들고 하늘로 올라가 그 전쟁을 평정,

40일 만에 햇살이 다시 나타나게 되었다.

싸움을 마친 루스타무의 활이 하늘에 나타났고, 사람들은 환호했다.

 

비 내린 후에 나타나는 찬란한 무지개를 사람들을 루스타무의 활이라고 생각한다.

‘소수’라는 이름으로 파미르고원의 땅 한 모퉁이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무스타그봉으로 꽃을 찾아갔던 영웅 루스타무는

그들의 신비롭고 선량하며 맑은 눈빛 속에 여전히 살아있다.
- 경향,  2008년 05월 07일

 

 

 

 

 

 

 

 

위그르, 투명한 푸른색에 물들다

‘초록빛 생명’ 숭배하는 영혼들

중국의 서쪽 끝, 아직은 위구르인의 정신이 살아있는 도시 카슈가르에는 어둠이 늦게 내린다.

푸르스름한 초저녁, 이드카 모스크가 있는 광장에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어디선가 전통 악기인 탄부르를 연주하는 소리도 들려온다.

전통 시장인 바자르에는 양꼬치를 굽는 연기가 퍼지면서 구수한 향기가 풍기고,

아몬드(그곳에서는 바단무(巴丹木)라고 부른다) 모양의 문양이 새겨진 독특한 모자를 쓴 사람들이

넘치기 시작한다. 이미 현대화된 도시가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카슈가르의 좁은 골목길에서는 여전히 위구르 사람들의 영혼을 만날 수 있다.

카슈가르에서 호탄으로 가는 도중 나타나는 백양나무길.


흙으로 지어진 집을 빛나게 해주는 나무 대문의 투명한 푸른색은 위구르인이 사랑하는 푸른 하늘,

위구르인의 조상인 푸른 늑대의 빛깔이다.

거리를 오가는 여성들이 입고 있는 옷의 ‘아델라이스’(찰염(染)이라는 뜻) 무늬는

위구르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빛깔들을 담고 있다.

초록은 오아시스의 나무들, 빨강은 태양과 불, 노랑은 타클라마칸 사막,

파랑은 최고의 천신이 사는 하늘, 흰색은 광명, 검은색은 장엄함을 의미한다.

 

빛깔 속에 담긴 위구르의 영혼,

그것은 지금 그들이 신봉하는 이슬람보다 더 오래된 종교인 샤머니즘, 그리고 신화에 맥이 닿아 있다.

중국의 신장위구르자치구에 살고 있는 위구르인의 조상이라 할 수 있는 돌궐,

즉 투르크인들이 가장 존경한 것은 푸른 하늘이었다.

위대한 천신 텡그리가 있는 하늘은 그 자체가 숭배의 대상이었다.

위구르 전설 속의 영웅 우구스의 출생과 성장, 혼인, 전쟁담 등 영웅적 사적을 노래한 서사시

‘우구스칸의 전설’을 보면 우구스의 첫 번째 아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날/ 우구스칸이 하늘에 기도할 때/ 장막처럼 어둠이 내렸네.

하늘에서 갑자기 푸른 광선이 한 줄기 내려왔지.
양보다 찬란하고/ 달보다 밝았어
푸른 빛 속에/ 한 소녀가 앉아 있었네.

아름다운 아가씨/ 이마엔 북극성처럼 위구르, 투명한 푸른색에 물들다빛나는 검은 사마귀가 있었지
그녀가 웃으면/ 푸른 광선도 웃는 듯했어.

카슈가르의 소녀들이

알록달록한 아델라이스 옷을 입고 있다.

우구스는 하늘의 푸른 광선에서 나온 여인과 혼인한다. 태어난 후 초유(우구스는 ‘초유’라는 뜻이다)만 먹고 다음날부터는 엄마 젖을 먹지 않은 채 날고기를 먹었던 우구스,

그는 수소의 다리와 늑대의 허리, 검은 표범의 어깨, 곰의 가슴을 가졌으며 온몸에 털이 난 무시무시한 모습의 영웅이었다.

그런 그가 하늘에서 내려온 천녀와 혼인한다.

그는 또한 적들과 싸우기 위해 출정할 때 이렇게 외친다.

부족의 표시는 우리의 길조
푸른 늑대는 우리의 전투 구호


태양을 깃발로 삼고

푸른 광선을 군영(軍營)으로 삼는다.

‘전투 구호’라는 것은 위구르어로 ‘우란(uran)’이라고 한다.

우란은 고대 투르크인들이 숭배하던 사물이나 사람을 가리킨다.

군인들이 전투할 때 어떤 것을 우란으로 삼는다는 것은

곧 그것이 그들에게 엄청난 용기와 힘을 북돋아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푸른 늑대가 우란이 된다는 것은 푸른 늑대의 힘과 용기를 그대로 이어받는다는 뜻이다.

 

우구스가 전쟁터에 나가 40일 만에 무스타그산 기슭에 도착했을 때

햇빛처럼 찬란한 광선이 그의 천막 속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 빛 속에서 푸른 털을 가진 늑대가 나타났고 그 늑대가 우구스의 길을 인도하겠다고 했다.

이후의 전쟁에서 푸른 늑대의 도움을 받은 우구스가 승승장구했음은 물론이다.

 

이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푸른 늑대와 푸른 광선은 모두가 하늘, 즉 텡그리의 또 다른 모습이다.

푸른 빛깔에 대한 위구르 사람들의 숭배와 사랑은 이렇게 오래된 기원을 가지고 있다.

 

한편, 위구르의 두 번째 아내는 물가의 나무에서 나온다.

어느 날/ 우구스가 사냥하러 나갔네
호수 가운데에 나무 한 그루 있었지/ 나무 구멍 안에 소녀가 홀로 앉아 있었네
아름다운 아가씨/ 눈이 푸른 하늘보다 더 푸르네
머리카락은 흐르는 물 같았고/ 이는 진주와 같았지


투르판 근처에 있는 투위고우 마을의 사원.

호수 가운데 나무의 구멍에서 나온 여성과 혼인하는 우구스. 여기에서 초록빛 생명에 대한 위구르인의 사랑을 찾아볼 수 있다.

 

카슈가르에서부터 신장의 남부지역인 호탄으로 내려가는 길 양옆에 늘어선 키 큰 백양나무는 남부 신장의 상징이다.

한없이 이어지는 메마른 사막길을 따라가다가 갑자기 나타나는 초록빛 오아시스를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사막에서 초록은 생명이다.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나 종교지도자의 무덤인 마자르의 지붕 색깔은 거의 모두가 초록색이다.

 

카슈가르 저항정신의 상징인 향비(香妃) 무덤 역시 초록색 타일로 덮였다.

위구르의 조상 불칸도 초록 나무에서 나왔고 나쁜 요괴에게 쫓기던 가엾은 아가씨를 나무가 자기 품에 안아 구해주기도 한다.

나무는 언제나 어머니였다.

오색 천으로 알록달록 장식된 나무는 여성과 아이들의 보호신이기도 했다.

우구스가 사람들을 소집하여 영지를 나눠주는 일에 대한 중대 결정을 할 때,

우구스는 먼저 의례를 행했다.

큰 천막 오른쪽에 40척 길이의 장대를 세우고 그 꼭대기에 금계를, 아래쪽에 하얀 양을 묶어놓았다.

왼쪽에도 같은 크기의 장대를 세우고 은계와 검은 양을 묶어 놓았다.

금계는 태양, 은계는 달을 의미하며 하얀 양과 검은 양은 각각 착한 영혼과 나쁜 영혼을 대신한다.

이 장대가 바로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을 연결해주는 우주목이다.

 

우구스가 행한 의례는 나무를 가운데 두고 행해지던 샤먼의 제의인 것이다.

그들은 말을 타고 가다가 호양목(胡楊木)이나 오래 된 나무를 만나면 말에서 내려 기도를 했다.

특히 ‘살아서 천 년, 죽어도 쓰러지지 않은 채 천 년, 쓰러져서 천 년’을 산다는

생명력 강한 사막의 호양목은 그들의 절대적 숭배의 대상이었다.

나무야, 나무야/ 네가 흔들리면/ 내 마음도 흔들린단다.

우루무치 북쪽의 오채성.

아득한 옛날 만들어졌다는 오색빛 지형이 찬탄을 자아낸다.


그래서 3000년 전 타클라마칸 사막 남부의 니야(尼雅)에서는

나무를 베면 말 한 필을, 나무를 꺾으면 소 한 마리를 벌금으로 거둘 정도로 나무를 소중히 여겼다.

초록의 나무는 위구르인의 어머니이며 생명이었다.

위구르 신화에서도 세상을 만들고 인간을 만든 신은 역시 여신이다.

여신이 우주의 공기와 먼지를 다 빨아들인 후 입에서 큰 공을 내뿜었다. 그것이 바로 땅인데

땅이 너무 멀리 내려가버려 찾지 못할까봐 걱정이 된 여신은 큰 거북이를 내려 보냈다.

거북이를 물에 떠있게 하고 다시 수소를 보내 거북이 위에 서서 땅을 받치고 있게 하였다.

받치고 있는 시간이 너무 길어지자 수소는 힘이 들었다.

그래서 한쪽 뿔에서 다른 쪽 뿔로 땅을 옮기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지진이 일어났다.

세상이 적막하다고 생각한 여신은 우주의 모든 기운과 먼지를 들이마시고 다시 뱉어내

해와 달, 별을 만들었다.

그러나 세상은 여전히 적막했고 여신은 자신의 모습대로 인간을 만들기로 했다.

뱃속에 들어있던 먼지를 힘껏 내뱉으니

그것이 모두 작은 진흙인간으로 변했는데 걷지도 말하지도 못했다.

여신이 다시 한번 힘껏 내뱉으니 곤충들이 나왔고 그 곤충들이 진흙인간을 밀어주어

인간이 비로소 걷기 시작했다. 곤충의 도움 없이는 인간도 걸을 수 없었다.

 

마침내 여신이 진흙인형에게 숨을 불어넣어주니 말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인간의 크기가 너무 작아 여신이 매만져서 키를 늘려주었다.

카자흐족의 신화에도 쟈사간(‘조물주’라는 뜻)이라는 신이 등장한다.

그는 자신의 열기와 빛으로 해와 달을 만든다.

인간을 만들기 위해 세상의 중심에 나무 한 그루를 세웠는데

나무가 자라자 새처럼 생긴 영혼들이 그곳에 살았다. 신은 진흙으로 속이 빈 인형을 만들었다.

다 마른 후에 배꼽을 그렸고 나무 위의 영혼들을 가져다가 진흙 인형의 입 속에 불어넣었다.

그러자 진흙 인형들이 일어나서 뛰어다녔다.

그들이 바로 인류의 시조, 아담아타(‘인류의 아버지’)와 아담아나(‘인류의 어머니’)였다.

푸른 하늘과 초록 나무를 사랑하는 위구르사람들,

그들의 영혼 깊은 곳은 지금도 여전히 저 아득하게 높은 하늘과 맞닿아있다.
- 경향, 2008년 05월 14일

- 김선자, 중국신화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