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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청사기 - 상감, 인화분청

Gijuzzang Dream 2008. 6. 5. 20:44

 

 

 

 

 

 분청사기의 장식과 무늬 - 상감(象嵌), 인화(印花)분청

 

 

 

분청사기의 시작 - 상감, 인화 분청사기

 

분청사기는 회청색이 도는 도자기 표면에 백토를 발라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장식된 것이 특징인데,

그 명칭은 1930년대 미술사학자이자 미학자인 우현 고유섭(又玄 高裕燮, 1905-1944) 선생이 명명한

‘분장회청사기(粉粧灰靑沙器)’에서 비롯되었다.

 

15세기 무렵부터 16세기 중반 무렵까지 성행한 조선의 도자기로,

그 출발은 고려말 상감청자로부터 시작된다.

 

고려청자 고유의 장식기법인 상감(象嵌)은 분청사기에도 명맥이 이어져

조선만의 기법으로 서서히 변용되는데,

선(線) 상감 및 면(面) 상감으로 이루어진 상감기법과

넓은 의미의 상감기법이라 할 수 있는 인화(印花)기법은

분청사기 초기부터 시작되어 분청사기의 시대를 여는 역할을 한다.

특히 도장으로 찍어 무늬를 장식하는 인화기법은 15세기 전반 분청사기의 특징을 대변한다.

 

상감기법은 방식에 따라 선 상감과 면 상감으로 구분되는데,

선 상감은 원하는 무늬를 선각(線刻)으로,

면 상감은 상감할 무늬 면을 파서 백토나 자토(赭土, 붉은 흙)로 메워 장식하는 것이다.

 

선 상감은 고려 말의 여운이 조선 초까지 이어지나 점차 조선적인 면모로 자리 잡고,

이후 면 상감 분청사기처럼 고려에서는 볼 수 없는 대담한 면 구성은

조선 분청사기의 개성을 잘 드러낸다.

 

이와 함께 상감기법의 범주에 속하는 인화기법은 새기거나 파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무늬의 도장을 찍어 보다 효율적인 장식을 위해 고안된 것으로,

역시 상감청자의 전통에서 비롯된다.

 

왕실과 관청에 납품하기 위한 분청사기로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면서

15세기 중반에는 다양한 형태의 무늬가 몸체 전면에 빈틈없이 밀집되어

인화 분청사기 고유의 아름다움이 한껏 표출된다.

한편 이러한 인화 분청사기에는

관청 이름, 생산지, 혹은 장인이름 등이 도장으로 찍히거나 새겨져 있는 예가 있는데,

이는 태종 17년(1417) 각 관청에 바치는 공납 도자기에 해당 관청명을 기입하도록 하고,

이후 세종 3년(1421) 도자기의 품질 향상을 위해

그릇의 밑바닥에 장인의 이름을 넣도록 한 조치의 흔적이다.

 

분청사기에 등장하는 관청 이름으로는

임시관청으로 상왕부인 공안부(恭安府), 덕녕부(德寧府), 세자부인 경승부(敬承府), 인수부(仁壽府)

등이 있고, 음식 관련인 사선서(司膳署), 내섬시(內贍寺), 내자시(內資寺),

외교사절과 관련된 예빈시(禮賓寺), 관청소용 물품을 공급하는 장흥고(長興庫) 등이 있으며,

이들의 관청이름과 함께 분청사기를 생산한 여러 곳의 지방 이름이 표시되기도 한다.

 

 

상감과 인화로 이루어진 당당함

 

   

분청사기 구름용무늬 항아리(粉靑沙器 象嵌印花 雲龍文 壺, 국보 제 259호): 높이 49.7㎝

 

상감기법으로 표현된 두 마리의 역동적인 용을 중심으로 작은 국화무늬를 인화기법으로 공들여 장식한 분청사기 항아리이다.

몸체를 7개의 무늬 장식대로 나누어 구름 사이를 힘차게 달려가는 용무늬가

크게 흑백상감으로 부각되었고, 어깨 부분은 도식화된 파도무늬가 채워진 여의두 무늬와

그 주변에 인화기법으로 정성스럽게 메워진 작은 국화무늬로 이루어져 있다.

상감과 인화기법이 어우러지면서 당당한 몸체와 이상적인 조화를 이룬

보기 드문 분청사기 항아리로, 다만 바닥이 크게 뚫려있어 의문점을 남긴다.

 

 

인화 무늬와 관청이름의 어울림

 

   

(왼쪽) '삼가인수부(三加仁壽府)’가 새겨진 분청사기 인화무늬 마상배

         三加仁壽府銘粉靑沙器印花文 馬上杯, 높이 8.3㎝, 입지름 10.4㎝

 

(오른쪽) ‘밀양장흥고(密陽長興庫)’가 새겨진 분청사기 국화무늬 접시

           密陽長興庫銘粉靑沙器印花菊花文楪匙, 높이 2.8㎝, 입지름 15㎝

 

인화 분청사기에는 앞서 언급했듯이 궁궐이나 관청에 바치기 위해 관청이름을 써 넣고,

이를 생산한 지명이 함께 표시되기도 하는데,

‘삼가인수부’가 새겨진 인화무늬 마상배는 ‘삼가(三加)’로 미루어

지금의 경상남도 합천 지역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여겨지며,

‘인수부’는 1418년 무렵부터 1556년 무렵까지 세자의 교육을 담당한 관청으로서

이 관청명은 군위, 언양, 선산, 금산(김천)처럼 경상도 지명과 함께 새겨진 예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이를 입증하는 자료로 합천군 외사리 분청사기 가마터에서 확인된

‘삼가인수부’가 새겨진 분청사기 조각이 알려져 있다.

 

아울러 장흥고 또한 경상도 지명이 많이 등장하는데

‘밀양장흥고’가 새겨진 분청사기 국화무늬 접시도 이러한 양상을 잘 보여준다.

이와 같은 인화 분청사기 그릇은

인화무늬가 정연하고 단정하게 장식되어 전성기 인화분청사기의 세련된 분위기를 잘 전해준다.

- 국립중앙박물관 미술관, 분청사기실 이정인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와의 대화, 제 83회, 2008년 4월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