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도 오딧세이]

[간도 오딧세이] 18. 지혜로운 외교관 - 김지남, 김경문 父子

Gijuzzang Dream 2008. 5. 23.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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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도오딧세이] 지혜로운 외교관 김지남 · 김경문 부자

 

 

 

최근 ‘조선후기 외교의 주인공들’이

발행되었는데, 김지남 부자의 이야기가 자세히 실려 있다.

옛날 조상들은 어떻게 외교를 펼쳤을까?

외교를 맡은 대표적인 관리는 역관이다.

 

청주대 김양수 교수(한국사)는

‘조선 후기 우봉김씨의 발전’이라는 논문에서

“흔히 역관을 통역관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것은 피상적인 관찰이고

조선에서 역관은 직업외교관”이라고 설명했다.

백두산 정계비 건립 과정에서도 조선 역관의 역할은 탁월했다.

역관 부자(父子)인 김지남 · 김경문은 청나라의 의도와 전략을 꿰뚫고, 우리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노력했다.

무엇보다 이들 부자가 우리에게 남겨준 소중한 유물은

백두산 정계비 건립 과정을 세세하게 기록한 ‘북정록’이다.

협상 대상국인 청나라에는 이만한 기록이 없다.

김지남이 쓴 북정록은 1712년 2월 24일 북경에서 보낸 문서가

조선의 조정에 닿은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백두산 정계비 협상 기록 ‘북정록’ 남겨

 

이때부터 6월 3일까지 거의 매일같이 청의 대표인 목극등과

조선의 대표인 박권 사이의 교섭 전말을 낱낱이 기록해놓았다.

<북정록>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나는 거연히 나아가 무릎을 꿇고 청하였다.
“소관은 조선의 백성이요, 백두산 또한 조선의 땅인데,

우리나라의 명산이라고 전해져 오고 있으므로,

원컨대 한 번 올라가 보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었지만 길이 너무 멀어 이를 이룰 수 없었습니다.

대인(목극등)께서는 반드시 유윤길 화사원으로 하여금 산의 형세를 그림으로 그리게 하여

한 폭을 내려 주신다면, 소관의 평생 소원을 대신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게 해주신다면 대인의 은덕을 어찌 다 헤아리겠습니까?”


“대국의 산천은 그림으로 그려줄 수 없지만,

백두산은 이미 그대들 나라 땅이니 그림 한 폭 그려주는 것이 어찌 어렵겠는가?”
“만약에 그것이 대국의 산이라면 어찌 감히 부탁할 마음이 생겼겠습니니까?”
“잘 알았네.”

나는 너무나 기쁘고 다행스러워서 어쩔 줄 모르고 물러나왔다.

숙소에 돌아와 두 사또에게 나아가 보고하였다.

“오늘에야 비로소 좋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무슨 말인가?”
내가 총관(목극등)을 만나 주고받은 말을 아뢰자,
“조정에서 염려하던 것이 오로지 그것이었는데,

총관이 ‘백두산은 그대들의 땅’이라는 말을 하였으니 어찌 다행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대가 계책을 써서 그들의 뜻을 탐색하고, 겉과 속을 꿰뚫어보니 참으로 일을 잘 한다고 하겠네.”



역관을 가업으로 삼은 조선 후기 외교관 집안

 

김지남의 이 자료는 ‘백두산은 우리 땅’임을 입증하는 고귀한 기록이다.

최근 ‘조선후기 외교의 주인공들’(백산자료원)이라는 책이 발간됐다.

이 책은 대대로 역관을 가업으로 물려받은 우봉 김씨 일가를 소개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 김지남과 김경문 부자다.

이 책에는 이들의 외교적인 수완과 지혜가 잘 나타나 있다.

17세기 후반 조선은 병자호란 후 청을 상대로 거의 굴욕적인 외교를 감내해야 했다.

18세기초 김지남처럼 지혜로운 외교관이 있었음은

우리나라에게는 행운이자 축복이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한·미 쇠고기 협상을 보면 외교란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지금 우리나라에 이들 외교관처럼 지혜롭고 유능한 외교관이 있는지 새삼 궁금하다.
- 2008 07/08, 경향, 뉴스메이커 782호

- 윤호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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