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도 오딧세이]

[간도 오딧세이] 16. 백두산을 잊는 순간, 장백산이 된다

Gijuzzang Dream 2008. 5. 17. 03:08

 

 

 

 

 

[간도오딧세이] 백두산을 잊는 순간, 장백산이 된다

 


육당 최남선의 백두산 근참기를 펼친다.
“보아라! 조선 1만 년의 천평이 여기에 널려 있다.

1만 년의 풍변운환(風變雲幻)이 여기저기서 굼실굼실하고 어른어른하고 벌떡벌떡한다.”

육당 최남선이 천지에 올라 느낀 감상이다.
백두산에 올라가 본 사람이라면 천지 앞에서 누구나 조국과 통일을 느꼈을 것이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니다. 태극기를 보고, 애국가를 부를 때의 뭉클함을 느끼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에게는 아주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선조들은 백두산을 민족의 근본으로 여겨


과연 백두산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이기에 이런 뭉클함을 가져다주는 것일까.

선조들은 백두산을 우리의 근본으로 여겨왔다. 우리에게 백두산은 우두머리 산이다.

백두산 근참기를 계속 읽어나가면 다음과 같은 글을 볼 수 있다.


“조선인이 백두산을 잊어버렸다.

생각한다 하고 안다 하는 것이 모른 것보다 별로 낫지 못한 정도다.

그 중에서도 천평은 아주 답답히 잊어버렸다.

민족생활의 근거인 여기를 이렇게 잊어버리고, 잊어버려도 관계없이 아는 다음에야,

그네에게 무슨 근기(根基) 있는 일과 싹수 있는 일을 기대할 수 있을까?

 

조선의 모든 것 - 사람의 마음과 나라의 운명까지도 공중에 둥둥 떠서

어느 바람에 어떻게 나부끼는지 모르게 됨이 실로 우연한 일이 아니다. (중략)

 

이 무서운 병근재원(病根災源)은 실로 백두산과 그 천평을 잊어버릴 때에 비롯하였음을

생각할 것이다. 그 대신 조선인이 자기로 돌아오고 자기에 눈뜨고 자기에 정신 차리려 하면,

또한 백두산 의식 천평 관념으로부터 그 출발점을 삼지 아니하면 아니될 줄 알 것이다.

이를 위하는 역사가 · 철학가 · 시인이 필요한 것이다.”


 

청나라, 발상 전설지 천지를 차지하고파 손길 뻗쳐

 

1712년 조선 백성들이 백두산을 잊고 있을 무렵 청의 손길이 뻗쳐왔다.

 

<만주원류고>에는 청조 발상의 전설이 실려 있다.

 

세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했다. 목욕을 마친 막내 선녀가 붉은 과일을 삼켰다.

그녀는 임신을 하게 돼 몸이 무거워 하늘로 올라갈 수 없게 됐다. 그녀는 후에 아들 하나를 낳았다.

이름을 포고리옹순이라 지었다. 이 아들은 강물을 따라 작은 배를 타고 내려가 한 마을에 다다랐다.

이 아들은 마을의 지도자가 되어 만주라는 나라를 만들었다.

청나라를 세운 누르하치는 포고리옹순의 먼 후손이다.

청의 강희제는 자신들의 발상지로 전해 내려오는 천지를 청나라의 땅으로 삼으려고 했다.

청나라는 백두산을 장백산이라고 불렀다. 조선에서는 백두산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

청은 압록강과 토문강 경계를 주장했지만, 실제로 두 강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백두산 천지를 차지하는 데 혈안이 돼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백두산 천지의 남쪽에 정계비를 세웠다.

청의 대표인 목극등을 안내한 사람들은 조선인이었다. 조선 사람들이 그쪽 지리에 밝았다.

산삼을 캐러 다니던 길이었다. 청은 조선의 조정에 길을 안내해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자기 나라 사람들도 모르는 곳을 억지로 자기 땅으로 삼고자 한 것이었다.

그 결과 압록강과 두만강이 아닌, 압록강과 토문강을 양국의 경계선으로 설정했다.

지금 백두산 천지는 북한과 중국 사이에 반쪽으로 나뉘어 있다.

우리가 백두산을 잊는 순간, 백두산은 백두산이 아니라 장백산이 되고 말 것이다.
- 2008 06/24 경향, 뉴스메이커 780호

- 윤호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