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상을 재현하다 - 상형토기
상형토기(像形土器)라는 것은 동물이나 특정한 물건을 본떠 만든 토기를 말한다.
대개 사람이나 말, 오리(새) 등의 동물이나 배, 수레, 뿔잔, 집, 신발 등을 본떠 만든 것으로,
일상생활에서 많이 보이는 눈에 익은 대상을 생략, 과장, 추상적인 수법으로
그 형태를 효과적으로 모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원삼국시대 오리모양토기 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물론 훨씬 이전의 신석기시대에도
동물을 본떠 만든 자그마한 흙인형이나 뿔잔과 유사한 것이 확인된 바 있지만
보다 실질적인 형상을 구체화한 것을 원삼국시대의 오리모양토기라 할 수 있다.
오리의 등 부분과 꼬리부분에 구멍이 나 있어 액체를 담아 따랐을 것이라 추정한다.
이러한 오리모양토기는 삼국시대에도 계속해서 만들어진다.
주로 낙동강 동안지역에서 주로 만들어지는데 심플했던 원삼국시대의 것에 비해
날개, 벼슬 등의 세심한 표현과 더불어 영락까지 매다는 장식적인 요소가 더해진다.
이후 삼국시대에 이르러 다양한 종류의 상형토기가 등장한다.
특히 가야나 신라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그 중에서 상형토기의 정수를 보여주는 것이 경주 금령총 출토의 '말탄사람토기' 이다.
이 토기 역시 말의 엉덩이부분과 앞가슴쪽에 구멍이 나 있어
액체를 부어 따를 수 있는 기능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며, 약 240cc 정도 담을 수 있다.
특히 주인과 하인의 한 쌍으로 제작된 이 토기는
당시의 말갖춤이나 복식 등을 추정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금령총 출토품 외에도
김해 덕산에서 출토된 것으로 추정되는 기증품 중에 '말탄사람토기' 가 있다.
이 토기는 방패를 들고 있는 무사와 마갑을 입은 말,
그리고 말 엉덩이 위쪽에 두 개의 뿔잔이 달려있는 형상이다.
김해 덕산 출토 '말탄사람토기'(국보 제275호)
이 외에는 경주 내남면 덕천리의 돌무지덧널무덤에서 '말탄사람토기' 가 출토 된 예가 있다.
머리와 팔이 없는 상태이기는 하나
화살통과 칼을 차고 갑옷을 입고 말을 타고 있는 당당한 무사의 모습이다.
경주 덕천 출토 '말탄사람토기'
바다나 호수 위에 배 한 척 띄워놓고 노를 젓는 천년 오백년 전의 일상을 상상할 수 있는
'배모양토기' 가 있다.
보통 배모양만 만든 것도 있고,
굽다리 위에 배를 붙이거나 그 옆에 수레바퀴를 달거나
배 위에 노를 젓는 사공이 앉아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배는 고대의 중요한 운송수단의 하나로 당시의 배 구조를 추정할 수 있는 자료이기도 하고,
배가 죽은 이를 저승으로 태워 보내줄 것이라는 고대인들의 믿음이 담겨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배모양토기(호림박물관)
'집모양토기'는 당시 집 구조를 추정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 중의 하나로
지붕구조나 굴뚝 등으로 집의 기능을 분류할 수도 있다.
창문이나 문을 뚫어서 만들기도 하고 가는 선을 그어 간략하게 표현한 것도 있다.
일반적으로 사는 집일 수도 있고, 창고의 역할을 하는 고상가옥일 수도 있다.
집모양토기 - 대구 현풍(위), 평양 철교 부근(아래)
'신발모양토기'는 짚신모양 을 본떠 만든 것으로 최근의 것과 유사하다.
굽다리 위에 짚신을 만들어 붙이고 짚신 안에 컵이나 잔을 붙인 형태가 일반적이다.
이러한 짚신의 실물은 대구 시지동이나 경주미술관 부지에서 확인된 바 있다.
짚신 외에 가죽신을 본떠 만든 토기 로는
신발의 둘레에 일정한 구멍이 뚫려 있어 끈으로 조정할 수 있고
신발코가 버선코처럼 두툼하게 솟아있는 형태가 있다.
신발모양토기(호암미술관)
그 외, '수레모양토기'는 경주 계림로 옹관묘에서 나온 것이 있으며,
수레바퀴살과 판자로 만든 수레의 모습이 세세하게 잘 표현되어 있다.
문헌이나 고구려벽화를 보면 소가 수레를 끌게하는 모습이나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수레모양토기(경주 계림로)
'뿔잔' 역시 동물의 뿔의 형태를 본떠 만든 것으로 음료를 마시는 용기로 사용되어왔다.
신석기시대 유적인 부산 동삼동에서 나온 뿔모양과 유사한 토기가 있으며,
삼국시대에 이르러 다양한 형태가 나타난다.
뿔잔은 반듯하게 홀로 서 있을 수 있는 용기가 아니기 때문에
뿔잔을 끼워 세울 수 있는 다른 받침대가 필요하다.
이러한 뿔잔은 토기뿐만 아니라 금속으로 만든 것도 있으며,
일본 정창원에서는 코뿔소 뿔로 직접 만든 잔도 있다.
뿔잔(동해 구호동)
뿔잔 - 동래 복천동고분 출토 (보물 제598호), 동아대박물관 소장
이러한 다양한 형태를 지닌 상형토기는 제사과정에서 술이나 물과 같은 액체를 담아 따랐거나,
죽은 이의 안식과 영혼의 승천 등 사후세계에 대한 상징적인 기원과 염원을 표현한 것으로
그러한 의식이 끝난 뒤 매납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 국립중앙박물관 고고관 신라실, 김현희
- 2008년 3월 12일, <국립중앙박물관, 제79회, 큐레이터와의 대화>
- 내용 중의 자료사진들, Gijuzzang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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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nie's Song - Den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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