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이야기] 임산부에게서 남자의 기쁨과 절망을 보다 | ||
‘희망1’, 1903년, 캔버스에 유채, 189×67, 캐나다 오타와 국립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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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남자다움을 증명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섹스다. 일상에서 최상의 쾌락을 선사하는 섹스는 남자라는 존재를 증명해주면서 한편으로는 어떤 남자라도 인류의 역사에 동참한다는 사명감을 부여한다. 남자는 섹스를 통해 아이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고 임신은 인류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임신은 남자의 위대함을 확실하게 증명해주지만 남자로서 책임감을 절절히 느끼게 해준다. 아이는 인류를 구원해주지만 인류는 그 아이를 위해 해주는 일이 없다. 인류는 오로지 남자에게 쾌락에 대한 책임만 강조할 뿐이다. 결국 남자에게 아이의 탄생은 남성다움의 상실이다. 그들 앞에 펼쳐져 있는 것은 아이의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역할뿐이다.
임신한 여성을 통해 남자의 기쁨과 절망을 표현한 작품이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의 ‘희망 1’ 이다. 미술사상 보기 드문 소재인 임산부를 주제로 대담하고도 노골적으로 묘사한 이 작품은 임신이 인류의 희망이라는 위대한 주제를 상징하고 있다. 이 작품은 임산부를 표현했음에도 클림트의 에로틱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벌거벗은 채 당당하게 임신한 몸을 드러내놓고 있다. 임신은 남자의 성적 승리를 암시한다. 완벽한 여성상, 생명과 육체의 찬가를 보여주고 있지만 임신한 여성의 얼굴은 타락한 요부로 묘사했다. 요부의 얼굴은 남자를 유혹하는 악의 화신을 암시한다. 인류의 희망을 암시하고 있다. 그것은 결국 희망은 새 생명의 탄생이라는 것이다. 나타나는 클림트만의 구성요소가 지닌 특징을 보여준다. 죄, 질병, 죽음, 빈곤, 탄생할 생명 등이 화면에 나타나고 있는데 임신한 여성은 희망을, 여성의 머리 뒤로 보이는 해골은 죽음을 상징하면서도 성욕의 치명적인 올가미를 암시한다. 클림트는 그녀의 임신한 모습을 보고 영감을 얻어 작품을 제작하고 싶었고 마침 모델들 가운데 헤르마라는 여인이 임신 중이었다.
임신한 헤르마는 모델을 그만두고 싶었으나 가정 형편상 그만둘 수 없었다.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가난한 임산부였던 그녀는 클림트의 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파격적인 포즈로 화폭 앞에 서게 된다. 그녀가 낳을 아이는 남자에게 지울 수 없는 고통을 선사한다고 생각해 새 생명을 잉태한 작품 속 여성 주변에 고통과 번뇌, 죽음을 담았다. 그는 이 작품이 비난에 휩싸일 것을 걱정해 실업가 프리츠 베른도르퍼에게 팔렸을 때 교회 제단화처럼 그림을 덮개로 가리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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