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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식作 <백악춘효(白岳春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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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전 안중식, 1915년, 비단에 담채, 125.9cm x 51.5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심전 안중식의 백악춘효(白岳春曉)는 망국의 한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작품이다. ‘망국의 한’이 스며 있는 이 작품은 미술사적으로는 전통 미점산수 기법에 서양 원근법을 접목시킨 근대미술의 경향을 여는 마중물 구실을 하고 있다.
<백악춘효>는 탄생부터 많은 스토리를 잉태하고 있는 그림이다.
그림의 구도와 묘사의 분위기에서 감지되듯 이면에 내포된 뜻은 ‘경복궁의 봄 새벽은 여전히 밝아오는데 광복의 봄 새벽은 언제 오려나’하는 국권회복을 갈망하는 메시지가 읽혀진다.
심전은 1915년 여름과 가을에 백악춘효를 연이어 두 점을 그렸는데 이때가 일본에 국권을 침탈당한 지 5년이 되는 해였다. 작가는 조선왕조 500년 왕궁인 경복궁에 망국의 심사를 이입시켜 작품의 생명력을 고조시켰다. 근정전 등 궁궐은 사실적이면서 정성스럽게 묘사했다. 왕조의 역사와 영화를 상징하듯이. 그러나 어디에도 인적은 찾아볼 수 없다. 침묵과 고요, 적막감이 새벽안개와 함께 짓누르고 있다. 북한산의 삼각 · 수직구도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힘과는 달리 산 아래에 펼쳐진 궁궐과 광화문 앞 텅빈 광장에는 망국의 비통함만 가득하다. 그러나 조선왕조만큼이나 곡절을 겪었다. 해방 후 누군가에 의해 반출됐는데 고미술상 손에 들어가는 비운을 겪은 뒤 지금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이 두 거장은 6대가(이상범 · 변관식 · 노수현 · 박승무 · 허백련 · 김은호)의 스승으로서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한국화의 큰 다리 역할을 했다. 근대 미술사의 맨 앞자리를 장식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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