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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식 作 <백악춘효(白岳春曉)>

Gijuzzang Dream 2011. 12. 29. 01:31

 

 

 

 

 

 

 

 안중식作  <백악춘효(白岳春曉)>  

 

심전 안중식, 1915년, 비단에 담채, 125.9cm x 51.5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심전 안중식의 백악춘효(白岳春曉)는 망국의 한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작품이다.

‘망국의 한’이 스며 있는 이 작품은  미술사적으로는 전통 미점산수 기법에

서양 원근법을 접목시킨 근대미술의 경향을 여는 마중물 구실을 하고 있다.

 

<백악춘효>는 탄생부터 많은 스토리를 잉태하고 있는 그림이다.


화제를 직역하면 ‘백악의 봄 새벽’이다. 백악은 북악산의 옛 이름이다.

그림의 구도와 묘사의 분위기에서 감지되듯 이면에 내포된 뜻은

‘경복궁의 봄 새벽은 여전히 밝아오는데 광복의 봄 새벽은 언제 오려나’하는

국권회복을 갈망하는 메시지가 읽혀진다.

 

 

심전은 1915년 여름과 가을에 백악춘효를 연이어 두 점을 그렸는데

이때가 일본에 국권을 침탈당한 지 5년이 되는 해였다.

작가는 조선왕조 500년 왕궁인 경복궁에 망국의 심사를 이입시켜 작품의 생명력을 고조시켰다.

경복궁의 정문 광화문은 굳게 닫혀 있다. 마치 기능을 잃은 것처럼….

근정전 등 궁궐은 사실적이면서 정성스럽게 묘사했다. 왕조의 역사와 영화를 상징하듯이.

그러나 어디에도 인적은 찾아볼 수 없다. 침묵과 고요, 적막감이 새벽안개와 함께 짓누르고 있다.

왕궁을 보호하던 돌해태상 한 쌍도 강건함이 없다. 왕조의 종말을 웅변해 주는 듯하다.

북한산의 삼각 · 수직구도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힘과는 달리

산 아래에 펼쳐진 궁궐과 광화문 앞 텅빈 광장에는 망국의 비통함만 가득하다.


이 그림은 왕의 처소에 걸려 있던 점에 비추어 왕실의 주문에 의해 제작된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조선왕조만큼이나 곡절을 겪었다. 해방 후 누군가에 의해 반출됐는데

고미술상 손에 들어가는 비운을 겪은 뒤 지금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백악춘효>의 미술사적 가치는 근대를 여는 한국화라는 점이다. 전통 한국화지만 원근법을 가미하고 있다.
안중식은 조석진과 더불어 장승업 이후 조선조 말 우리 화단을 이끈 쌍두마차다.

이 두 거장은 6대가(이상범 · 변관식 · 노수현 · 박승무 · 허백련 · 김은호)의 스승으로서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한국화의 큰 다리 역할을 했다.

근대 미술사의 맨 앞자리를 장식함은 물론이다.

 

 

 

 

문화재청은 우리나라 근대시기 미술사와 예술적 가치가 있는 유물 중

안중식의「백악춘효」, 채용신의「운낭자상」, 고희동의「부채를 든 자화상」등 근대회화 유물 3건을 2011-12-09 문화재로 등록 예고한다.

「백악춘효(白岳春曉)」는 심전 안중식(安中植, 1861-1919)이 1915년에 백악과 경복궁을 그린 작품으로,

여름본과 가을본 두 점이 전해진다.

조선왕조 말기 대표적인 화가이면서 이상범, 노수현, 변관식 등 근대 산수화가들을 길러낸

안중식의 실경산수로서, 봉건적 요소와 서구적 안목이 작용한 역사적, 예술적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 2011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