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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방의 새로쓰는 불교미술] 6. 용은 동물이 아니라 영기문으로 구성된 물

Gijuzzang Dream 2011. 11. 3. 21:53

 

 

 

 

 

 

 

 6. 경복궁 근정문 발견 용관련 유품

 

 

 

“용은 동물이 아니라 영기문으로 구성된 물”

 

 

 

   
도 6. 영조가 쓴 현판, 乾九古宮.

 

 

지금까지 지붕을 장엄한 ‘용’과 ‘연꽃’과 ‘영기문’ 등을 새긴 여러 가지 와당을 자세히 다루었다.

용과 연꽃이 물을 상징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일체의 영기문은 기본적으로 제1영기싹으로 부터 시작하여 구성하고 있어서

추상적 형태에서 구상적 형태로 전개하여 가므로,

제1영기싹이 물을 최초로 가시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면, 모든 영기문 역시 물을 상징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9월23일, 이 글을 쓰면서 모든 영기문이 물을 형상화한 것이라는 것,

그래서 일체의 영기문이 만물생성의 근원이어서 영기문에서 일체가 영기화생한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그동안 어딘지 석연하지 않아서 어둠 속에서 가끔 헤매었는데, 그 순간 세상이 밝아지는 것이었다.

나는 홈페이지에 감히 ‘大悟’라고 쓰고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그 사이 항상 깨달음이 있어왔지만 그날처럼 큰 깨달음은 드문 일이었다.

수막새의 용의 입에서 영기문 암막새가 놓이는 것은,

용의 입에서 물이 쏟아져 나오는 것임을 알았으니 그 환희심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모든 영기문이 물이라는 것

그래서 일체의 영기문이

만물생성의 근원이어서 일체가 영기화생한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경복궁에는 궁문 및 행각이 있는데

궁문인 근정문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겹처마 중층 팔작지붕의 다포식 건물이다.

1395년(태조 4) 경복궁이 창건되면서 함께 세워졌으나 임진왜란으로 소실되었다가

1867년(고종 4) 경복궁 중건 때 다시 지어졌다. 근정문은 행각으로 근정전을 포용하는 중요한 궁문이다.

 

최근 광화문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물론

1867년 중건 때 지붕에 넣은 상량문과 함께 은제 육각형판들과

신문을 펼친 크기의 큰 종이에 큰 글자로 물 수(水)자를 쓴 것이 바로 근정문에서 발견되었다.(도 1)

 

자세히 살피니 무려 작은 용(龍) 글자 1000여  자로 이루어진 물 수(水)가 아닌가!

용이 바로 물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용이나 연꽃은 물을 형상화한 것이어서

용과 연꽃에서 발산하는 영기문은 곧 용과 연꽃에서 물을 발산하는 것을 뜻하는 셈이다.

 

그러나 그 물은 영화된 물이다. 신령스런 물이다.

그러므로 경복궁을 중건하였을 때, 근정문 지붕에 넣은 것이다.

전국의 곧고 잘 생긴 소나무를 찾아내어 경복궁을 300년만에 중건하였는데,

가장 무서운 것이 화마(火魔)였다. 그것은 삼국시대나 통일신라, 고려, 조선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불이 나면 수십년 공사가 헛되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가장 두려운 화마를 막는 방법은 오로지 용과 연꽃과 영기에 의지하는 것이었다.

용의 입에서 무량하게 쏟아져 나오는 ‘영화된 물’이외에는 화마를 막는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1000 마리에 이르는 용(龍)들로 하여금 화마를 막으려했으며,

동시에 용을 그려서 함께 봉안했다.(도 2)

그리고 이 그림과 똑같은 모양으로 길이가 무려 1미터 50센티에 이르는 청동제 용이

경회루 연못에서 발견되었다. (도 3)

 

그리고 육각형으로 만든 납작한 은제판들이 있는데 역시 근정문에서 발견되었다.

육각형의 여섯 구석마다 물 ‘水’자를 굵게 파내어 금색으로 칠했다.

육각형을 연접하면 세 구석마다에서 ‘’(묘)자가 이루어진다.(도 4)

실제로 이 은판들을 넣었던 종이봉투에는 ‘  ’자가 붓글씨로 쓰여져있다.(도 5)

이 글자는 ‘물이 한없이 넓은 모양’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1000 마리의 용(龍)으로 물(水)자를 쓴 것이니

1000 마리의 용에서 얼마나 많은 물이 쏟아져 나왔겠는가.

동시에 육각형 모서리마다 물(水)를 새겨서

‘’(묘)자를 만든 것 또한 모두 무서운 화마를 방지하기 위한 염원에서였다.

 

그리고 경회루 못에서 발견한 청동 용 하나(원래 기록에는 둘)도

화마를 진압하기 위하여 만들어 놓은 것인데,

영조가 주역에 맞추어 쓴 현판 ‘건구고궁(乾九古宮)’에서처럼

하늘에 오르지 않고 숨어있는 용을 말한 것이 아닐까.(도 6)

 

그러므로 삼국시대부터 통시대적으로 지붕에 용과 연꽃과 영기문으로 기와를 만든 것은

화마를 막기 위한 것이다.

동시에 대우주를 압축하고 있는 궁궐과 사원으로부터 영기가 발산하는 것을

극적으로 나타낸 것임을 알 수 있다.

즉, 용과 연꽃과 영기문에서 무량한 보주가 발산하고 있는데 생략된 것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큰 주제이므로 별도로 밝힐 것이다.

 

무릇 궁궐과 불교사원은 건축공사가 워낙 대규모다.

그래서 앞으로 다루겠지만, 어느 경우든 건축 안팎에 공포의 구조가 대단하다.

공포도 화마를 막고 동시에 대우주에서 발산하는 영기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국립경주박물관에 가면 안압지관에 지붕의 모형이 있다.(도 7)

용을 조각한 추녀마루기와 사래기와, 연꽃 망새기와, 그리고 연꽃수막새와 영기문 암막새기들은

모두 통일신라시대의 진품들로 귀마루 부분을 모형으로 만든 것이 있으므로

신라시대의 지붕 형식을 엿볼 수 있다.

그 모형을 보고 있노라면 통일신라에 이르러 지붕의 예술이 화려하게 꽃을 피워

세계에서 가장 조형이 다양하고 아름다운 와당공예를

조형적으로나 상징적으로나 최고의 수준으로 승화시켰다는 마음이 들어 가슴이 뛴다.

 

중국에서는 그 당시 당나라 때에도 우리나라에서 창안한 암막새는 끝까지 만들지 않았고

오히려 쇠퇴의 길을 걸으며 명나라와 청나라때 우리와는 다른 조형이 궁궐에서 이루어질 뿐이다.

통일신라의 영향을 받아 일본에서 역시 와당예술이 화려하게 꽃핀다.

와당예술은 한국이 세계에서 단연 독보적이고 창의적이다.

그리고 육각형과 관련하여 단청에 수많은 육각형의 놀라운 변주가

법당 안팎에 널리 쓰이는 까닭도 영화된 물로 화마를 막으려는 염원에서 창안된 것인데,

현재 우리가 그 무늬를 부르는 용어가 모두 틀리니 어찌할 것인가.

 

그리고 연화당초, 국화당초, 모란당초 등 암막새의 다양한 영기문을 당초문라고 부르니 어찌 할 것인가.

용을 보고 지렁이라고 부르는 것보다 더 틀린 용어다. 용을 보고 지푸라기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  

-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 불교신문, 2756호, 2011. 10. 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