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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만대장경 1천 년 장수의 비밀은?

Gijuzzang Dream 2011. 10. 14. 00:19

 

 

 

 

 

 

 

 팔만대장경 1천 년 장수의 비밀은?

 

 

 

과학향기 애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유 기자입니다. 저는 지금 경남 합천군 해인사에 나와 있습니다.

이곳은 2011년 9월 23일부터 열린 ‘2011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으로 한창입니다. 전 세계의 관광객들이 모여든 현장입니다. 

“목판 인쇄술의 극치다”
“사람이 쓴 것이 아니라 마치 신선이 내려와서 쓴 것 같다”
“세계의 불가사의다”

네~ 대장경을 감상한 사람들이 곳곳에서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해인사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팔만대장경이 간행된 지 자그마치 1천년이 됐다고요?

담당자 :

정확히 말하자면 2011년은 팔만대장경이 아니라 고려대장경이 제작된 지 1천년이 되는 해입니다.

1011년 대장경을 제작하기 시작해 1087년 초조대장경이 완성됐습니다.

하지만 1232년 몽골군의 침입에 의해 불타 버렸지요.

현재의 팔만대장경은 1236년 새로 제작에 들어가 1251년 완성된 것입니다.

대장경은 역사와 문화적으로도 중요한 자산이지만 과학적으로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세계의 인쇄술과 출판물 발전을 가져왔지요.

유 기자 :

그런데 나무로 만들어졌음에도 천년 가까운 시간동안 깨끗하게 보존돼 있다니,

어떻게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을 수 있었던 걸까요?

종이 전문가 :

그렇죠. 습기에 뒤틀리거나 썩기 쉬운 목재로 만들어졌는데,

천년 가까운 시간동안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조사 결과 재목(材木) 선정에서부터 그 비밀이 숨어있었습니다!

건축가 :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대장경을 보관해 둔 곳인 장경판전을 보십시오, 이런 놀라운 건축법이 사용되다니!!

유 기자 :

아니, 도대체 어떤 비밀들인겁니까? 네?

 

 


팔만대장경은 1251년에 완성됐으며 지금까지 남아 있는 목판은 8만 1,258판이다.

이것이 어느 정도의 양인가 하면 판들을 차곡차곡 쌓았을 때 높이가 약 3.2km로,

백두산(2.744km) 보다 높다. 총 무게는 무려 280톤이다. 실로 엄청난 양이다.

하지만 대장경이 유명한 이유는 단지 양 때문이 아니다.

목판 하나하나, 마치 숙달된 한 사람이 모든 경판을 새긴 것처럼 일정한 판각수준과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이렇게 잘 만들어졌어도 보존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

오늘날 대장경의 아름다움에 감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오랜 시간 원형 그대로 보존될 수 있었던 이유를 따라가 보면, 곳곳에서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우선 목재 선정과정을 살펴보자.

경판으로 쓰일 재목은 짧게는 30년, 길게는 40~50년씩 자란 나무 중

굵기가 40cm 이상으로 곧고 옹이가 없는 나무가 선택됐다.

산벚나무, 돌배나무 등 10여 종의 나무가 사용됐다.


판각지로 옮겨진 나무는 바로 사용되지 않고 바닷물 속에 1~2년간 담가 뒀다.

그 후 경판 크기로 자른 뒤 소금물에 삶고 건조하는 과정을 거쳤다.

소금은 수분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경판이 갈라지거나 비틀어지는 현상을 줄일 수 있다.

건조할 때는 물이 잘 빠지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가건물을 지어 약 1년간 정성을 기울였다.

경판에 글자를 새겼다고 작업이 끝난 게 아니다.

경판끼리 서로 부딪히는 것을 막고 보관 시 바람이 잘 통하도록 마구리 작업을 했다.

마구리 작업은 경판 양 끝에 경판보다 두꺼운 각목을 붙인 후 네 귀퉁이에 구리판으로 장식한 것을 말한다.

그 후 옻칠을 했는데, 이 작업 역시 장기간 보관에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목각판에 옻칠을 한 것은 세계적으로 팔만대장경이 유일하다.

완성된 대장경판을 보관하는 장소 역시 중요하다.

목판의 보존에 적합한 환경은 섭씨 20도 내외, 습도 80% 이하다.

그런데 장경판전의 기후는 이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판전 내부 습도는 여름 평균 89.09%, 겨울 평균 75.91%로 일반적인 목재 보존 기준보다 높은 편이다.

온도는 여름 평균 섭씨 19.81도, 겨울 평균 2.74도로, 겨울 옥내 온도 기준치보다 매우 낮게 나타났다.

적절한 목재 보존 환경 기준을 벗어나는 판전 내부의 환경 속에서도

수백 년 동안 경판이 보존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자연환기’ 덕분이다.

 


 해인사 장경판전에서 팔만대장경 목판을 들고 있는 팔만대장경연구원 보존국장 성안 스님

(사진 출처 : 동아일보)

 

장경판전은 해인사에서 가장 높은 지역(해발 700m)에 지어졌다.

판전 건물은 네 방향으로 각각 마주 보도록 설계돼 건물 자체의 통풍이 원활하다.

또 가야산 지형의 특성 상 아래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이용해 자연 환기가 가능한 곳이다.

건물 내부는 보관기능을 최대한 살려 단순하게 만들었다.

가장 중요한 건축기술은 살창에 숨어있다.

벽면의 위 아래, 건물의 앞면과 뒷면의 살창 크기를 다르게 해

공기가 실내에 들어가 아래위로 돌아 나가도록 만든 것이다.

이 간단한 차이가 공기의 대류는 물론 적정 온도를 유지시켜 준다.

건물 바닥은 땅을 깊이 파서 숯과 찰흙, 모래, 소금, 횟가루 등을 뿌렸다.

이는 비가 많이 와 습기가 차면 바닥이 습기를 빨아들이고

반대로 가뭄이 들면 바닥에 숨어 있던 습기가 올라와 자동적으로 습도를 조절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렇듯 선조들의 지혜로 대장경이 1천 년간 잘 보존돼 왔지만,

앞으로 지속적인 보존을 위해서는 현대의 전문가들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다양한 보존방법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는 팔만대장경의 전산화 작업이다.

이 작업은 경판 각각의 모습과 내용을 담는 디지털화 작업이다.

그 외에도 현재의 목판 팔만대장경을 보존하면서도 폭넓은 활용을 위해

인청동으로 팔만대장경을 새롭게 조성하기 시작했다.

‘2011 대장경천년 세계문화축전’은 오는 11월 6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국보 32호이자 2007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세계적인 문화유산, 팔만대장경.

선조들의 지혜가 살아 숨쉬는 이곳에서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문화를 직접 체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

- 2011년 10월 10일, 동아사이언스, [KISTI의 과학향기]

 

 

 

대장경(大藏經)

- 원래 불교성전을 총칭하는 전통용어는 ‘삼장(三藏)’이다.

‘삼장’이란 붓다(Buddha, 佛陀)의 말씀을 그대로 기록한 경장,

불교계의 실천규범과 계율을 정리한 율장,

후세의 불교 지식인들이 경장과 율장에 대해 주석하거나 해석한 논장을 아울러 일컫는 말이다.

‘중경(衆徑)’이나 ‘일체경(一切經)’이라고 부르기도 하다가 ‘대장경’이란 용어로 정착되었다.

대장경에 포함된 불교경전의 종류나 분량은 편찬 시기나 국가에 따라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중국 고전 <서유기>에서 손오공의 스승으로 등장하는 삼장법사는

특정한 이름이 아니라 대장경 연구에 뛰어난 대덕고승들을 의미하는 말이다.

 

팔만대장경 -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대장경판

고려 고종 23~38년(1236~1251: 보유목록과 일부의 보유판 경전 예외)에 걸쳐 간행되었다.

판수가 81,258장에 달하기 때문에 ‘팔만대장경’으로 부르기도 한다.

600권에 달하는 <대반야바라밀다경>을 비롯해서 총 1,514종 6,803권의 경전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한역대장경판이며,

지금은 사라진 송나라의 개보척판대장경이나 거란대장경의 내용을 알 수 있는 유일한 판본이다.

2007년 6월 ‘해인사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지정되었다.

 

동판팔만대장경 - 살아있는 21세기 대장경

세계문화유산을 보존, 전승하기 위한 노력도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중 반영구적 재질인 인청동으로 대장경판을 새롭게 조성하는 ‘동판팔만대장경’ 간행사업은

목재 수명의 한계를 뛰어넘는 유용한 보존대책인 동시에

대장경에 담긴 천 년의 지혜를 현재에 전하고 다가올 새로운 천 년을 잇는 징검다리가 될 것이다.

또한 소실된 ‘초조대장경’을 포함하여 다양한 언어별, 판본별 대장경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디지털대장경’ 사업이 진행 중이며,

대장경의 가르침을 보다 많은 대중에게 쉽게 전할 수 있도록 ‘한글대장경’ 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노력을 통해

팔만대장경은 박제화된 유산이 아니라 살아있는 ‘21세기 대장경’으로서 그 지혜를 이어갈 것이다.